아빠는 마교대장 128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2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28화
#128화
‘21명이라…….’
내게 손목이 부러진 거한과 한패로 보이는 놈들의 수는 21명.
덩치나 기도, 골격을 종합해 판단하건대, 다들 한가락 하는 거 같았으나 사실 마음만 먹으면 작살 내는 건, 시간문제였다.
하나 내가 여기서 놈들과 뒹굴면, 객잔이 초토화될 건 자명한 일…….
그 때문에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일단 나가자. 나가서 전부 상대해주마. 괜히 우리 때문에 애꿎은 객잔이 작살 나는 건 별로잖아?”
그러자, 개중 넙치같이 생긴 중년인이 퉁명스레 물었다.
“자신 있냐, 병X아?”
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후……. 자신 있든 없든 몸소 체험하면 알게 될 일이다. 입 닥치고 나가라. 만약 내가 지면 혀 깨물고 자결해주마.”
내 말에 놈들은 조소를 머금고 각자 병장기를 움켜쥔 채, 객잔 밖으로 나섰다.
나 역시 이내, 그들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려 했는데…….
“……대협.”
내게 철전 한 꾸러미를 받고 헤벌쭉- 하던 점소이가 슬며시 날 불렀다.
“무슨 일이오”
“대협. 저들은 난주 바닥에서 알아주는 악인들입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점소이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경고했다.
아마…….
내게 용돈을 받은 터라, 날 생각한답시고 충고한 모양인데.
마음은 고맙지만 나는 그저 점소이의 어깰 다독여주었다.
“고맙지만, 괜찮소. 놈들이 난주에서 알아주는 악인이면 나는 장안에서 또라이로 불리는 인간이니까.”
“네?”
“그나저나. 놈들이 누구길래 그리 떠는 거요?”
“저들은…… 용호방의 인물들입니다.”
“용호방?”
“그렇습니다. 용호방은 물불 안 가리고 살인을 저지르는 악인들로 난주에선 관료조차 함부로 하지 못하는 안하무인한 인물들입니다.”
“용호방이라…… 처음 듣는데?”
“그러실 테죠. 저들이 창궐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하나, 저들은 보통이 아닙니다. 대협! 지금이라도 도망가십시오. 제가 뒷문으로 안내를……”
“점소이 양반.”
“네?”
“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하오. 만약 내가 뒷문으로 도망가면 저들이 객잔을 멀쩡히 둘 거 같소?”
“아…….”
“걱정하지 마쇼. 그럼 수고.”
나는…….
점소이에게 생긋- 미소를 전하며 당당히 정문으로 걸어 나갔다.
‘요즘 세상에 저런 점소이도 있네.’
동시에 날 생각해준답시고 머릴 굴린 점소이가 대견스러웠다.
역시…….
돈은 지닌 힘이 세다.
철전 한 꾸러미에, 이런 호의를 받다니.
* * *
“클클. 제 발로 이까지 따라오다니. 미친 녀석이군.”
객잔 밖으로 나간 나는 한참이나 놈들을 따라 인적이 드문 목림으로 향했다.
그곳엔 얼마나 오래됐는지 쓰러지기 직전의 사찰 하나가 덩그러니 자리해 있었는데 쥐도 새도 모르게 사람 죽이기엔 딱 알맞은 장소였다.
물론 그 때문에 나는 오히려 좋았다.
“자. 이제 시작하자. 도합 21명이니까 한 번에 덤벼라. 팔다리 하나씩 부러뜨리고, 반항이 심한 놈은 고자로 만들어 주마.”
나는 놈들을 아울러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쓰레기 같은 놈! 죽여주마!!”
신랄한 쌍욕과 함께 놈들은 일제히 날 향해 달려들었다.
쐐애애액-!
한데.
놈들의 공격은 내 생각을 벗어났다.
나는…….
당초, 놈들을 그저 그런 성도의 왈패로 생각했으나.
어이없게도 그들은 제대로 된 진법을 선보인 것이었다.
‘십팔야차진(十八夜叉陳)?’
그랬다.
그들은 숙련된 십팔야차진의 진법을 펼쳐 내 주변을 옥죈 채, 검(劍)-도(刀)-부(斧)-편(鞭)-륜(輪) 등의 무기를 휘둘렀다.
파아아앙-!
일순, 놀랐던 나는 대번에 허공으로 몸을 도약시켜 그들의 합공을 피했는데.
이후 공중에서 신형을 비틀어 십팔야차진의 중추가 되는 인물을 향해 일각을 뻗었다.
콰아아앙!
그러자, 내게 발길질을 당한 놈의 안면이 굉음과 함께 피로 물들었고,
“끄아아악!”
놈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이 튀어나왔다.
“니들. 그냥 왈패가 아니라 무공을 제대로 배운 놈들이구나.”
“닥쳐라!”
“개새끼가!”
내 물음에 놈들은 당황한 기색이 서린 얼굴로 재차, 공격을 쏟아부었다.
‘희한하네. 이런 쓰레기들이 어디서 진법을 배운 거지?’
나는 그들의 공격을 다시 피하며, 반격을 감행하는 와중에도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물론…….
놈들 개개인의 무공은 별 볼 일 없었지만.
합공 자체는 아주 훌륭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예상이지만, 만약 놈들 개인이 실력이 더 뛰어났다면 나는 이리 쉽게 진법을 허물 수 없을 터였다.
“그래 봤자.”
콰아아아아앙!
“니들 같은 것들은.”
콰아아아아앙!
“어림도 없지만.”
콰아아아아앙!
나는 반복적으로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가 착지할 즈음, 진법의 가운데로 방향을 틀어 진형의 중추를 집중 타격했다.
발로 찼다가, 주먹으로 후렸다가, 머리로 들이받았다가…….
전반적인 십초무적공을 다 펼쳤을 때쯤, 21명의 인원은 고작 다섯으로 줄어 있었다.
덜덜덜-.
그쯤 되자, 놈들은 본능적으로 내가 포식자이며, 자신들이 먹잇감임을 감지했는지 다리를 떨었다.
사실…….
내가 놈들을 이렇게 작살 내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창졸 간이니, 놈들이 이제야 분위기를 파악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자. 이제 알겠지? 니들은 오늘 X됐다는 걸.”
“다…… 당신 누구요!”
아니나 다를까…….
시종일관 날 향해 욕을 처박던 놈들의 어투가, 어느새 공손히 바뀌어 있었다.
이래서 인간 안 될 종자에겐 ‘매’가 최선의 비법이자, 유일한 약인 것이다.
“나는 길 가던 나그네다. 근데 싸움을 잘하는 나그네고, 자비를 모르는 나그네지. 그래서 니들은 오늘 똥 밟은 거다.”
“……그만하는 게 어떻소? 우리는 용호방의 인물들이오. 만약, 귀하가 우리를 이토록 망가뜨린 걸, 방주님이 알면……. 당신은 살아남을 수 없소. 하니, 그만합시다. 지금 돌아가면 귀하를 쫓지 않겠소.”
순간…….
개중 강퍅한 인상에 비쩍 마른 사내가 내게 제안했다.
하나 나는 고갤 저었다.
“싫다.”
“뭐요?”
“그냥 니들을 양껏 패고 니들 방주의 처벌을 기다리지, 뭐.”
“미, 미친!”
“들어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내가 먼저 들어갔다.
파파팡-!
* * *
21명을 모두 제압한 나는 놈들의 사지를 묶은 뒤, 양쪽 손목을 지그시 눌러 분질렀다.
이후, 양 볼이 부풀어 오르고 피가 날 때까지 따귀를 걷어붙였는데. 그쯤, 눈물을 머금은 채 잘못했다며 비는 놈들이 속출했다.
“그러게 왜 함부로 시비를 걸고 다니냐. 그리고 뭐가 어째? 니들 방주가 알면 날 죽일 거라고? 건방지기 짝이 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대, 대협! 죄송합니다. 저희가 대협 같은 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만하십시오.”
나는 그들의 읍소에 웃음을 터뜨렸다.
왜냐면 놈들의 당혹스러움이 절절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마…….
놈들은 내게 당할 거라고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놈들은 개인의 역량이 떨어질지언정 방금 보여준 합격술은 꽤 뛰어났기 때문.
만약 상대가 영웅 놀이 좋아하는 어설픈 백도의 후기지수였다면 외려 놈들에게 봉변을 당했을 것이다.
하나, 애석하게도 놈들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
“니들은 운이 좋다. 오늘은 내가 바빠서 그만할 생각이니. 하나, 나는 열흘 안으로 다시 난주에 들러 니들이 못된 짓 하는지 안 하는지 알아볼 거다. 만약 그때도 내 귀에 용호방이니 뭐니 하는 소리가 들리면……. 그땐 죽을 줄 알아.”
그러나 나는 자비를 베풀기로 했다.
우선, 밥 먹다가 시비 붙은 걸로 사람을 죽일 수 없는 노릇이고, 시간도 촉박했으니 명사산으로 갈 길을 서두르고자 했던 것이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협.”
“오냐.”
그렇게 놈들을 뒤로하고 돌아갈 요량이었다.
그때…….
‘뭐지?’
내 육감에 알 수 없는 수십 가닥의 미세한 ‘호흡’이 감지되었다.
‘…….’
육감에 들어온 호흡은 놈들의 호흡과 상이했다.
그것은…….
아주 미약해서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실낱같은 기류(氣流)였는데, 아마 나 정도의 민감한 사람이 아니면, 화경에 이른 무인도 감지하지 못할 정도의 것이었다.
그 때문에 나는 잠시 눈을 감고, 기의 흐름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이내 내 심상心想이 호선을 그리며 더욱 명확히 기류의 연원을 파악해냈고.
‘저긴가?’
나는…….
순간, 쓰러지기 직전의 사찰 안에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니들. 혹시 저기에 사람 납치해놨냐?”
“……!”
“대답해라. 죽기 싫으면.”
“네? 네…… 대협. 그, 그러니까…… 그게.”
“됐다.”
더 이상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기에 나는 흡사, 폐가를 연상시키는 사찰로 몸을 날렸다.
* * *
“…….”
나는 전생에 수도 없이 생지옥을 목격하고 또 체험한 지옥의 산증인이다.
그 때문에 아무리 끔찍한 참상을 봐도 경동하는 법이 없는데.
아니.
없을 줄 알았다.
“…….”
하나 나로서도 작금의 상황엔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왜냐면 내 앞엔 현재, 마비산에 취해 정신을 잃고 가는 호흡을 간신히 내뱉는 열 명 남짓한 아이들이 쓰러진 채였기 때문이다.
타타타타타타-!
우선 나는 급한 대로, 점혈하여 아이들의 상태를 살핀 뒤, 흉부에 시침하여 행기통규하고 짤막하게 내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파랗게 질려 있던 아이들의 얼굴이 어느 정도 혈색을 찾았고, 이후 나는 곧장 사찰 밖으로 나와 꽁꽁 묶어두었던 용호방 놈들에게 말했다.
“너희……. 아이들도 납치한 거냐?”
그러자 놈들은 묵묵부답이었는데, 나는 이내 놈들의 정강이며 팔목이며 발목이며 무작위로 밟은 뒤, 천근추를 사용해 뼈를 와지끈- 부러뜨렸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놈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하나 나는 개의치 않고 다시 그들의 머리털을 쥐어뜯고, 또 눈알에 탄지신통을 날리고, 어떤 놈은 불알을 걷어차 고자로 만들었다.
“대, 대협! 대협! 그만…… 그만하십시오. 제발 그만하란 말입니다! 강호에서 인신매매한 게 뭐 그리 죄라고 이러십니까! 저희도 윗분들 시키는 대로 하고 사는 놈들 아닙니까! 제발!”
그때 처맞다가 학을 뗐는지 한 놈이 항명하듯 원성을 터뜨렸는데, 나는 녀석의 더러운 아가리에 일권을 꽂아 넣어 이빨을 몽땅 부러뜨린 뒤 나직이 말했다.
“시키는 대로 하고 사는 너희의 숙명은 감안해준다. 만약 그거 아니었으면 나는 네놈들 가죽을 벗겨 그 위에 소금을 뿌리고 염장을 해서 젓갈을 담갔을 테니. 하나 대답이 틀렸어. 고로 니들 목숨은 못 살려주겠다.”
나는…….
사실 놈들을 단죄할 자격이 없다.
나 역시 전생에 많은 살인을 저질렀으며 이번 생애도 내 이익을 위해 폭력을 휘두르지 않았나.
하나 그런데도 나는 놈들을 살려둘 자신이 없었다.
전생 후 한 번도 무차별적인 대량 살상은 저지르지 않았고, 또 그렇게 살지 않으려 다짐했으나.
이번은 예외를 둘 작정이었다.
챙-.
해서 나는 소윤검을 뽑았다.
수풀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소윤검의 서슬 퍼런 검날이 만나자 살광이 번뜩거렸다.
‘그래……. 살아봤자 하등 쓸모없는 것들이니까.’
내 검기(劍氣)가 놈들의 모가지를 향해 쏘아졌다.
콰아아아앙-!
하나 그 순간…….
‘……!’
어디선가 날아든 한 줄기 장공이 내 검기를 보란 듯이 무위로 돌렸는데, 이내 수풀에서 헌앙한 기개가 흐르는 노인 하나가 걸어 나왔다.
“젊은이. 그만두게.”
혼란스러웠다.
대체 이 노인은 누구길래…….
나조차도 눈치챌 수 없게끔, 모든 기도를 죽이고 다가온 것이며.
또 어찌 내 검기를 아무렇지 않게 쳐낼 수 있었을까?
‘고수구나…….’
나는 본능적으로 노인이 엄청난 고수란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주영천 영감과 비슷한 수준일지도 모르겠는데…….’
대략 어질어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