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27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1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27화
#127화
“소윤검이라……. 허허! 자네는 정말 말릴 수가 없는 사람일세.”
동벽 선생의 허허로운 웃음에 나 역시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하나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소윤검이란 이름이 딱 마음에 들었다.
“검은 자주, 또 오래 쓸수록 애병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면 소윤검이란 이름이 제격이지요.”
“웃기지만 일 리 있는 말이군. 좋네. 부디 소윤검으로 청운을 이루도록 하세.”
나는…….
동벽 선생과의 대화를 끝내고 잠시 연무장으로 향해 소윤검을 이리저리 휘둘러 보았다.
‘형태가 대검은 아닌데 무게는 웬만한 대검 저리 가라야.’
확실히 소윤검은 무게감에 있어서 다른 검을 압도했다.
만약, 내가 역 속성의 힘을 개문하지 못했다면 쓰기 힘들었을 정도.
다행히 내 완력은 현시점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라 소윤검을 다루는 데 제약이 없었다.
게다가…….
스으으-!
소윤검은 굉장한 한기(寒氣)를 머금고 있었는데, 전생에 내가 쓰던 묵혼검도 한기를 담고 있었던지라 이 또한 나에겐 익숙한 느낌이었다.
‘이 정도면…….’
이무기 대가리가 아니라, 용 대가리도 딸만 하지 않을까?
나는 대번에 그동안 내 애병이 되어주었던 열 냥짜리 철검을 병기고에 던지고 소윤검을 허리춤에 패용한 채, 소윤이를 만나러 갔다.
* * *
“소윤아. 동작이 더 깔끔해졌네. 그동안 형 위주의 수련을 한 게 빛을 발하는 모양이다.”
여느 때처럼 소윤이와 장안교로 산책을 나와…….
나는 잠시 소윤이의 품세를 전반적으로 점검했다.
“헤헤- 정말이야, 아빠?”
그간 나를 비롯한 동벽 선생에게 무공의 기초를 배운 소윤이는 제법 제대로 된 주먹질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 다섯 살배기 아이 주먹이 뭐 그리 대단하겠냐만.
일단 무공은 시작이 반이고, 그 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게 기초와 자세니 만큼 소윤이는 제 나이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무공을 수련 중인 셈이었다.
“그래. 확실히 머리만 천재인 게 아니라 몸 쓰는 것도 타고난 모양이다. 게다가 소윤단의 효험 덕분에 진기가 티 없이 깨끗하니, 너는 대성할 수 있을 거다.”
“나도 고수될 거야, 아빠!”
휙휙-!
그렇게 귀여운 한마디를 던진 소윤이가 신이 난 얼굴로 연신 허공에 주먹을 내질렀다.
‘아직 심법 수련은 심화적으로 가르치지 않았지만 소윤단 덕분에 태경심법과 자연결을 집중적으로 수련하면 내력을 크게 쌓겠어.’
나는…….
소윤이가 무공을 익히되, 나랑은 다른 노선의 무학 세계를 구축하길 바랐다.
뭐랄까…….
내 무공은 너무도 투박하고, 지옥 같은 고련을 동반해야 대성할 수 있으니.
소윤이는 진후 도장처럼 고고하면서 기품 있고 부드러운 검수가 되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
하나 애석하게도 내겐 그런 장강의 물결처럼 도도한 무공을 가르칠 재주가 없었다.
‘후…….’
미안하지만 소윤이도.
언젠간 동동이들처럼 비명을 지르며 수련 삼매경에 빠질 거고, 그땐 나도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할 것이다.
“소윤아.”
“응, 아빠야?”
“아빠, 내일 또 출장 가게 생겼다. 한동안 아빠 없이 있어야 할 텐데 괜찮겠어?”
“힝! 무림맹에 다녀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출장이야?!”
“그렇게 됐네……. 나도 가기 싫은데…….”
“응? 가기 싫으면 안 가면 되는 거 아니야?”
“소윤아. 어른들은 때때로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가 있다. 특히 아빠처럼 문파를 이끄는 문주는 더 그래.”
“흐……. 아빠 되게 힘들겠다.”
“아니야. 육체가 힘든 건 별거 아니니까. 사람은 마음이 편안하면 언제나 행복한 법이거든.”
“그럼 아빠 마음은 지금 행복해?”
“당연하지.”
“왜에? 돈 많이 벌어서?”
“아니.”
“그럼?”
“있어, 그런 게.”
“에잉! 뭔데. 알려줘!! 뭐 때문에 행복한 건데?”
“그럼 너는?”
“응?”
“소윤이 너는 지금 마음이 행복해, 안 행복해?”
“나? 나는 엄청 행복한데!”
“뭐 때문에?”
“음…… 몰라?”
“나도 마찬가지야.”
“응?”
“아빠도 너처럼 뭐 때문에 행복한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행복하다는 뜻.”
“헤헤헤-.”
나와 소윤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한동안 배시시 웃었다.
사실…….
지금 내 마음이 행복한 건 모두 소윤이 덕분이지만.
나도 아비로서 가끔 밀고 당기기를 하고 싶은 마음에 그냥 비밀로 했다.
어차피 나중엔 말 안 해도 다 아는 날이 올 테니.
“아빠야. 출장 잘 다녀와. 소윤이는 그동안 또 열심히 공부하고 수련하고 놀고 있을게!”
“그래. 오는 길에 소윤이 선물도 많이 사 올 테니 기대하고.”
대가리 아홉 개 달린 이무기 내단 만 얻으면.
나는 소윤이에게 ‘절세 영약’을 선물할 수 있겠지?
* * *
이튿날 아침-.
“형님. 이럴 수 있습니까? 갑작스럽게 떠나시다뇨. 말이라도 해주지. 아무튼 저도 데려가십쇼. 네?”
새벽녘 일찍 길을 나서려던 나는 연우에게 출장 소식을 들키고 말았다.
해서, 하는 수없이 태화방의 의뢰를 털어놨는데 예상대로 녀석은 함께 가자며 악다구니를 썼다.
“연우야. 너는 따라가봤자 방해만 된다니까.”
“형님! 저도 무림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검수입니다. 도움이 될 수 있다고요.”
“아서라……. 네 무공이 발전한 건 사실이지만, 만귀곡은 용담호혈이야. 화경에 이른 자가 아니면 발도 디디지 말란 말이 떠돌 정도라고.”
“참나! 그러는 형님은 무슨 화경에 오르기라도 했습니까? 아직 어림없으면서…….”
“너 내가 무림 대회에서 검강 쓴 거 봤냐, 못 봤냐?”
일순, 연우는 얼빠진 표정으로 대답하지 못했다.
“물론 내가 아직 검강劍罡을 완벽히 펼치는 건 아니지만, 그런데도 검강을 쓸 수 있단 건 내 경지가 거의 화경에 이르렀단 것과 진배없다. 게다가, 나는 경지를 씹어먹는 싸움꾼이다. 말인즉슨 나랑 비슷한 경지의 무인과 붙으면 백전백승할 수 있단 뜻이다.”
“…….”
“그 때문에 나는 의뢰를 선뜻 받을 수 있던 거다. 그러니까 나는 가고.”
“…….”
“너는 남는다.”
내 말에 연우는 수긍이 갔는지 풀죽은 음성을 내뱉으며 끄덕였다.
“알겠어요. 하나 조심하세요, 형님. 얼마나 위험한 곳이면 강호의 10대 금역으로 꼽히겠어요.”
“걱정하지 마라. 너는 세상에 날 어찌할 수 있는 마물 같은 게 존재할 거라 생각해?”
“아니요……. 확실히 형님은 용도 잡을 거 같긴 합니다만…….”
“정확하다. 나는 용이 나타나도 비늘 벗겨서 회 떠먹을 인간이니 걱정하지 말고 수련이나 열심히 해라.”
“네……. 형님.”
“그리고. 매일 저녁 소윤이랑 산책 나가고.”
“걱정 마세요. 말 안 해도 알아서 할 테니까.”
“오냐.”
그렇게 나는 연우와도 작별한 뒤, 단출한 행낭을 꾸려 여정에 나섰다.
‘이번 건만 해내면……’
확실히 큰돈을 번다.
가히 일확천금이라 할 만한 큰돈을…….
‘반드시 해내야지.’
거기다…….
어쩌면 나는 이번 여정을 통해, 의뢰 대금보다 훨씬 많은 이문을 남길지 모른다.
우선, 구두망의 내단은 내가 갖게 될 거고, 만세태극과가 열려 있는 만귀곡의 석탑은 도합 10층이니까…….
3층에서 열매를 얻으면, 4층이고, 5층이고 간에 얼마든지 탐험해 볼 수 있지 않겠나.
‘그래도 의뢰를 수행하는 게 우선이니. 일단 3층 열매부터 따고 나머진 이후에 생각하자.’
* * *
감숙까지 가는 길은 고되고 험난한 여정이었다.
게다가, 명사산은 감숙에서도 한참 들어가야 하는 돈황에 위치한지라 진소천은 평소보다 훨씬 무리해 쾌경보를 펼쳤고…….
그 결과, 닷새 만에 감숙 성도인 난주에 진입했는데 그제야 진소천은 객잔을 빌려, 목욕재계 후 모처럼 식사를 주문했다.
“점소이 양반.”
“네, 손님.”
“이 집에서 제일 비싸고 잘하는 음식으로 갖다주고 죽엽청 한 병.”
“알겠습니다.”
“그리고…….”
“네?”
“이건 용돈.”
품을 뒤진 진소천이 점소이에게 철전 한 꾸러미를 내밀었다.
그러자, 점소이는 헤벌쭉한 얼굴로 거듭, 묵례했다.
“감사합니다, 손님.”
“수고.”
이후 진소천은 간만의 식사에 열중하여 음식들을 흡입했다.
‘빨리 먹고 출발해야지. 진짜 더럽게도 먼 여정이군…….’
하나 식사를 하면서도 머릿속엔 그런 조급함이 가득 찬 상태였다.
우선 아직 돈황에 도착하려면 최소 닷새는 더 소비해야 했고, 그 닷새조차 잠 줄이고, 밥 참으며 달리는 극한의 강행군이어야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
우걱우걱-
그 때문에 거의 음식을 흡입하듯 욱여넣고,
꿀꺽꿀꺽-.
죽엽청 한 병을 물 마시듯, 단번에 비운 진소천은 본능적으로,
“꺼-억!”
진한 트림을 내뱉고 말았다.
한데…….
그게 화근이 될 줄이야.
“뭐야, 시X! 식당에서 누가 더럽게 트림을 하고 지랄이냐?”
아니나 다를까, 진소천의 옆 탁상에서 술을 마시던 세 거한 중 하나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노골적으로 욕을 내뱉었다.
“아……. 미안하오, 형씨. 내가 닷새간 굶다가 급하게 밥을 먹다 보니 실수했소.”
진소천은 정중히 사과했다.
비록 욱하는 성질을 가졌지만, 적어도 잘못해놓고 외려 성을 내는 후안무치한 인간은 아니었으니.
하지만…….
“너 방금 나더러 형씨라고 그랬냐?”
거한은 기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사과를 듣고도 노기를 감추지 않으며 대뜸 퉁명스레 거친 물음을 던졌다
“형씨보고 형씨라 그러지, 뭐라고 하오? 아무튼 기분 나빴다면 다시 사과하리다. 그만 화 푸시오.”
하나 진소천은 괜한 시비를 붙기 싫어, 다시 한번 사과하며 점소이에게 밥값을 내고 자리를 뜨려 했다.
그러나,
덥석-.
그는 그럴 수 없었다.
욕을 퍼붓던 거한이 몸을 일으켜 진소천의 어깨를 대뜸 붙잡은 탓이었다.
“이 새끼 건방 떠는 거 보소? 너 미쳤냐? 개X끼야?”
그러고는 더욱 신랄한 욕지거리를 뱉은 거한이 진소천의 뺨따귀를 걷어붙였다.
아니.
붙이려 했다.
꽈악-.
그러나…….
거한의 손이 진소천의 뺨으로 향하는 순간, 진소천은 냅다 그 손목을 움켜쥔 채 지그시 힘을 주었다.
그러자 거한의 인상이 심각하게 뒤틀렸다.
‘이, 이놈…….’
그제야…….
거한은 진소천이 뛰어난 무공의 소유자란 걸 깨달았다.
사실…….
거한은 처음부터 진소천이 무림인인 줄 예측하던 터다.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도 그러하거니와, 딱 봐도 수련깨나 한 튼튼한 체형을 가진 진소천이었으니.
하나 거한은 그 때문에 외려 더욱 진소천에게 시비를 걸었다.
물론, 결과는 참담했지만.
“으아아아악!!!”
이내 거한의 손목을 쥐고 있던 진소천의 손아귀에 말할 수 없는 거력이 가해졌다.
까득-.
손목이 부러진 거한은 비명을 지르며 발을 동동굴렀다.
“형씨. 오늘 운 좋은 줄 알아. 나는 원래 눈알 싸가지 없게 뜨는 놈, 입조심 안 하는 놈, 무식하게 덩치 큰 놈을 존X 싫어하는데 형씨는 그 조건을 모두 가졌다. 성질 같아선 확 앉은뱅이를 만들고 싶지만, 일단 식당에서 트림한 내 잘못도 있고, 오늘은 시간도 없어. 그러니까 손목 하나로 곱게 가준다.”
그러나.
단번에 거한을 제압하고도 진소천은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뭐야?”
“저 새끼, 뭐야?”
“이게 미쳤나?!”
객잔 안에 앉아 있던 모든 인원이…….
“니들…… 한 패였냐?”
눈을 희번덕거리며 일제히 일어나 진소천을 향해 흉흉한 기세를 발산한 탓이었다.
“하……. 오늘 진짜 왜 이러냐? 더럽게 귀찮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