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26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2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26화
#126화
오원중의 말에 나는 본능적으로 귀가 쫑긋 서는 걸 느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리 호들갑이야?’
일단…….
기본적으로 오원중이 맡기는 의뢰면,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닐 것이다.
처음 그가 맡겼던 의뢰도 비싼 운송료가 측정된 ‘대형 의뢰’였으니.
한데 이처럼 기대감을 줄 정도면 어느 정도일지 감도 안 잡힐 지경이었다.
“오 대협. 무슨 일이길래 그럽니까? 혹시, 일전 음양마고의 운송보다 더 큰 일인 거요?”
“문주님.”
“말씀하시오.”
“이번에 제가 부탁드릴 의뢰는 음양마고의 운송과 비교조차 안 될 일입니다.”
“음…….”
이쯤 되니…….
나조차도 심장이 벌렁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의뢰는 너무도 큰 건수라 소천문에 맡길지 말지 고민이 깊었지요. 하나 그런데도 태화방이 소천문을 선택한 것은 첫째, 이전 의뢰를 문주님이 완벽히 수행해주신 것에 대한 신뢰가 쌓였음이요. 둘째, 이 의뢰가 갖는 은밀성과 그로 인한 기대 이익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아주 비밀스럽고 조심스러우나, 성사되었을 때 얻을 이익이 어마어마하다는 뜻이오?”
“정확합니다.”
그제야 나는 느꼈다.
‘개꿀이다……!’
이번 의뢰야말로 동동이들이 맨날 말하는 ‘개꿀’ 중의 ‘개꿀’이라는 걸.
“그럼 구체적으로 들어봅시다.”
“그 전에, 문주님.”
“말씀하시오.”
“한 가지만 약속해주십시오.”
“뭐든 약속하겠소.”
“들어보지도 않고…… 요?”
“들어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소. 그러니 빨리 말해보란 말이오.”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일단 그런 개꿀은 뭐가 됐든 가보는 게 상책이다.
* * *
“감숙 돈황 인근에 있는 명사산을 들어보셨습니까?”
“명사산이라…….”
오원중의 말에 나는 기억의 편린을 뒤적이다,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려냈다.
“어딘지 알겠소. 만귀곡으로 유명한 산이 아니오?”
만귀곡.
그곳은 소위 강호 10대 금역으로 알려진 곳인데, 한 마디로 산 사람이 들어가선 안 되는 용담호혈로 여겨졌다.
“잘 아시는군요, 문주님. 만귀곡에 대해선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은데 말입니다.”
오원중의 말은 사실이었다.
흔히 만귀곡을 10대 금역으로 부르지만.
실상, 요즘 젊은 무인들은 금역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고, 나 역시 전생에 무림사를 교육받을 때 배운 게 다였으니까.
“나도 잘 아는 건 아니오. 들어보기만 했을 뿐이지. 한데 만귀곡은 왜……?”
“이번 의뢰가 바로 만귀곡과 관련된 것입니다.”
“만귀곡이라…….”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만귀곡은 산 사람이 들어가선 안 되는 금역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금역에 관한 이야기는 대체로 괴담이라 치부되는 실정이지만……. 최근, 본문은 만귀곡과 관련된 정보 하나를 입수했지요.”
“어떤 정보요?”
“정확히는 정보라기보다, 보물 지도입니다.”
“보물 지도?”
“네. 그 보물 지도에 따르면, 감숙 돈황에 있는 명사산 기슭에 만귀곡이 나오는데 만귀곡에는 10층으로 된 대형 석탑이 있다고 합니다. 그 석탑의 3층 부에는 전설의 열매라 알려진 ‘만세태극과’가 존재합니다.”
“만세태극과라. 전설의 열매라 알려졌다기엔, 생소한 이름이오만?”
“진 문주께는 생소할 겁니다. 그 열매는 내공을 증진시키는 자연 영약이 아니라 해독제에 쓰이는 열매 재료니 태화방이나 당문 같이 독을 연구하는 집단에서나 전설의 열매로 불리죠.”
“아…….”
“만세태극과는 그만큼 귀하고, 매우 강력한 해독력을 지닌 열매입니다.”
“하면 내가 그 열매를 따다 주면 되는 거요?”
“그렇습니다.”
“음…….”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이렇게까지 뜸을 들인 걸까?
나는 다소 어이가 없어서 콧방귀 뀌며 말했다.
“오 대협. 고작 열매 하나 따는 일이면…… 어려울 것도 없겠습니다만.”
“문주님. 그리 생각하실 게 아닙니다. 만귀곡이 괜히 10대 금역 중 한 곳이겠습니까? 거기까지 진입하는 것도 일반 무인이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위험한 일이 될 겁니다. 게다가 또…….”
“또?”
“보물 지도에 따르면 만귀곡의 3층 석탑에는 만세태극과를 수호하는 마물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한데 그 마물이 좀…… 위험한지라.”
“어떤 마물인데 그러시오?”
“바로, 이무기입니다.”
“이무기라……. 그래 봤자, 덩치 큰 뱀일 뿐인데. 까짓거 확 비늘을 통째로 벗겨 뱀술을 담가줄 테니 걱정 마시오.”
“근데…… 그냥 이무기가 아닙니다만.”
“뭐요?”
“머리가 아홉 개 달린 구두사九頭蛇인데.”
“아…….”
“물론, 그 이무기를 잡을 수 있다면, 문주님은 횡재를 하시는 겁니다. 왜냐면 구두사는 무려 내단을 아홉 개나 품고 있는 마물이기 때문입니다. 마물의 내단이 얼마나 큰 값을 지니는지는 잘 아실 겁니다.”
‘마물이라…….’
보통…….
이쯤 되면 누구나 한 번쯤 망설이거나, 소름이 돋기 마련이겠지만.
나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전생에도 마물을 몇 번 잡아봤는데……. 까짓거 이번이라고 별거 있을까?’
나는 이미 전생에 마물을 잡아본 경험이 있다.
당시, 나는 마교가 입수한 정보를 통해 곤륜산의 공동으로 침투. 높이가 3장이 넘는 초거대 인면지주(사람 얼굴 달린 대형 거미)와 불기린 한 마리를 죽이고 그 내단을 획득한 적이 있었다.
물론 쉽지 않은 임무였다.
임무 등급도 1급에 해당했고 위험도가 워낙 높아, 한 사람의 보조도 대동하지 않은 채 나 혼자 투입됐었으니.
그러나 그때도 나는 깔끔하게 임무를 완수했고, 불과 한 시진도 되지 않아 내 묵혼검에 인면지주와 불기린의 모가지는 반 토막이 났었다.
나는 이번이라고 해서, 별반 다를 게 없을 거란 판단이 들었다.
“오 대협.”
“네, 문주님.”
“어찌 됐든 나는 무조건 의뢰를 받겠소.”
“정말이십니까?”
“그렇소. 오 대협도 내가 수락할 거라 생각해서 날 찾은 게 아니오?”
“그렇습니다. 하나, 이리 쉽게 수락하실 줄은 몰랐기에 당혹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왜냐면 그만큼 이번 의뢰는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목숨을 담보하는 일이기에 거절하실 것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걱정하지 마시오.”
“문주님…….”
“누가 그럽디다. 인생은 못 먹어도 가보는 거라고.”
“하하. 정말 화통하십니다.”
“그나저나 오 대협. 그럼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네? 아…… 하하. 의뢰비를 얼마나 줄 건지 물어보실 생각이시지요?”
이 양반…….
날 아주 제대로 봤다.
“정확하오.”
“금원보 50개. 비밀은 반드시 엄수해 주셔야 하고, 저번과 마찬가지로 문주님이 직접, 출타해주셔야 합니다.”
금원보 50개란 말에 나는 순간 심장이 멎을 뻔했다.
* * *
저녁 무렵…….
나는 동벽 선생만 따로 불러, 태화방에서 들어온 의뢰를 알려주었다.
연우에게도 알릴까 싶었으나, 녀석에게 말하면 대뜸 따라오겠다며 악다구니를 쓸 게 뻔했던 탓이다.
“문주. 만귀곡은 위험한 곳이네. 예전에 내 친구 하나도 그곳에 들어갔다가 소식이 끊긴 적 있지. 그만큼 위험한 일을 굳이 해야겠나?”
“해야지요, 어르신. 무려, 금원보가 50개입니다. 그 돈이면……. 문도들에게 ‘소윤단’ 마음껏 먹이고, 새롭게 문도 수도 늘릴 수 있으며, 인근 부지를 더 매입해 문파의 규모도 키울 수 있는 거금 아닙니까.”
“하지만……. 왠지 내키지 않아서 그러네. 물론, 자네의 무공이 대단한 걸 모르는 바 아니네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아니라, 마물을 상대해야 하니 괜한 걱정이 드는군.”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마물이 뭐 무섭겠습니까? 자고로, 이 세상에서 인간이 제일 무서운 법이지요.”
“클클……. 그 말은 맞지. 하면, 다녀오게.”
“역시, 어르신은 절 믿어주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한데, 나도 궁금해지는군.”
“뭐가 말입니까?”
“머리 아홉 개 달린 이무기의 내단 말일세. 태화방에서 그 내단은 자네에게 주겠다고 했다면서?”
“당연하지요. 그들이 필요한 건, 만세태극과란 열매입니다. 내단은 제 것입니다.”
“예부터 이무기의 내단은 귀한 보물로 여겨졌네. 마도구의 제작 재료로 쓰이며 내단학의 핵심 재료로도 정평이 나 있지.”
“하면 그 내단을 어르신께 드릴 테니, 영단을 만들어 주시겠습니까?”
나는 진심으로 물었다.
물론, 대가리 아홉 개 달린 이무기의 내단이면 부르는 게 값이라 일확천금을 챙길 수 있겠지만.
예전부터 동벽 선생은 특효약이나 영단 제작의 야망이 있었던 데다, 그라면 필시 대단한 영단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허허! 자네 진심인가? 나는 자네가 당장, 내다 팔 거라 생각했는데. 내게 그런 기회를 준다면 감읍할 따름이지. 내게 내단을 넘기면 소윤이를 위해 천하제일의 영단을 만들어보겠네. 물론 자네 것도 하나 만들고 말일세.”
“제 거는 필요 없습니다. 다만, 그 재료가, 문도들 챙겨줄 영단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주시면 감사하지요.”
내 말에 동벽 선생이 눈을 게슴츠레 뜨더니, 다시 한번 대소했다.
“껄껄껄! 자네 정말 못 말리겠군.”
“왜 그러십니까?”
“세상 모든 문주들이 자네 같다면 아마 탈문하겠다는 문도가 한 명도 없을 걸세.”
“네?”
“무림인이면 누구나 특별한 영단을 먹고 내력을 증진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네.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지. 한데, 자네는 귀한 내단으로 영단을 만들어 문도들에게 나눠 줄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는 기특해서 그러네.”
“아…….”
하긴…….
이건 동벽 선생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
아마, 이무기의 내단으로 만든 영단을 문도들에게 내어줄 생각을 하는 문주는 없을 테니까.
하나, 나는 애당초 그런 데 욕심이 없는 사람이다.
내 무공 자체가 그런 기연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성정의 것이 아니며, 오직 죽음에 필적하는 노력과 영감을 통해서만 추구하는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공짜로 주면 잘 먹겠지만?
“아 참! 문주.”
그 순간.
동벽 선생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손가락을 튕기더니 문주실 한편에 비치한 검갑(劍匣)을 가져와 말했다.
“내일 감숙으로 출타할 때 이걸 들고 가게.”
“이건……? 무림 대회에서 우승 상품으로 받은 법기가 아닙니까?”
동시에, 동벽 선생은 검갑을 열어젖혔는데 그 안에는 검신부터 검봉까지 푸른색을 발하는 한 자루의 검이 들어 있었다.
“틀렸네. 이건 그냥 법기가 아니라 법기 중에서도 법력이 매우 뛰어난 자들이 만든, 마도구일세.”
“아!”
“자네는 이 귀한 마도구를 얻고도 어찌 아직 쓰지 않았나? 이런 명검은 천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명품일세. 자네랑 어울리는 검이니 앞으로는 이 검을 사용하게.”
그제야…….
나는 무림 대회에서 상품으로 받은 검을 심유하게 살폈다.
‘확실히 명검이다!’
그 검은 내 까다로운 눈에도 놀랍게 비칠 만큼 대단한 법력이 깃든 마도구였다.
‘전생에 쓰던 묵혼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겠어.’
나는 대뜸, 검을 손에 쥐었다.
순간, 검의 육중한 무게에 놀랐고 또 살얼음같이 차가운 느낌에 놀랐다.
“어떤가?”
“뭐가 말입니까?”
“자네의 검이 생겼으니, 기분이 어떠냐는 말일세.”
“음……. 아직 모르겠네요. 대신, 검 이름은 딱 생각났습니다.”
“무엇으로 할 텐가?”
“소윤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