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24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7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24화
#124화
“진형! 혹시 돌았소?”
“형님! 강행군을 예상하던 터지만…… 그것도 적당해야죠. 잠은 줄이더라도 양심적으로 밥은 먹고 갑시다! 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효율을 중시하는 나는, 입에서 단내가 풍길 때까지 체력을 쥐어짜, 쾌경보를 펼쳤다.
그 탓에, 백산이와 연우의 볼멘소리가 쏟아졌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놈들의 항명을 가차 없이 무시했다.
“나약해 빠진 것들……. 이렇게 무한정 경신법을 펼칠 기회가 얼마나 된다고 앓는 소리를 해? 이것도 수련이다.”
“젠장!”
“정말 제정신이 아니라니까!”
하나, 그런 녀석들도 어느새 미X 행군에 서서히 적응해갔다.
백산이야 사실 체력이 나랑 비슷한 수준이라 애당초 무리가 없었고.
연우도 그간 행했던 체력 증진 위주의 수련이 빛을 발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가끔 밥을 먹고, 가끔 풍찬노숙하면서 때로는 하루 명상도 하고…….
중원의 땅을 달리고, 호수를 건너 20여 일 만에 섬서에 진입했고, 거기서 또 사흘을 소모해 그리운 소천문에 당도하였다.
‘집이구나…….’
새삼…….
나는 불현듯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뭐랄까.
이는 확실히 전생에선 느끼지 못했던 생경한 감정이다.
전생에 중원으로 출타했다가 임무를 완수하고 마교로 돌아올 때면 나는 강한 자기혐오에 빠지고는 했다.
대체 언제까지 살인을 저질러야 하고, 언제까지 마교에 갇혀 스스로를 억누르며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회의감과 자괴감이랄까?
하나 이젠 달라졌다.
나는…….
“이리 오너라!”
돌아올 집이 생겼고, 소천문은 나의 집이 되었다.
* * *
‘근본이 생겼구나.’
모처럼 집으로 돌아온 나는 소천문의 대문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그건,
“문주님! 돌아오셨군요!!”
“그래, 예린아. 잘 지냈냐?”
“네. 저는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 다 어디 갔냐? 소윤이는 또 어디 갔고?”
“아! 지금 동벽 어르신께서 문도 전원과 소윤이까지 모두 데리고 광양산으로 체력 단련을…….”
내가 없는 사이에도 동벽 선생이 소천문의 기틀을 꽉 잡고 있었던 까닭이다.
“좋다!”
“네?”
“아니다. 아무튼 잘 지내고 있었다니 다행이다. 문파에 별일 없었지?”
“별일이랄 건 없었지만…… 한동안 너무 바빴어요. 의뢰도 많이 들어오는 데다, 입문하겠다는 지원자도 넘쳐나던 참이라. 문도들의 고생이 많았습니다.”
“너도 고생 많았다.”
“문주님…….”
“예린아. 아무튼 오늘은 모처럼 돌아온 날이니, 거하게 잔치를 벌여야겠다. 술이며 안줏거리며 최대한 상다리 부러지게 준비할 수 있도록.”
“네, 문주님.”
“그리고 인사해라.”
“네?”
“너 말고. 너.”
나는 백산이를 불러, 예린에게 소개를 했다.
“이쪽은 우리 소천문의 행정관쯤 되는 예린이다. 앞으로 지내며 필요한 게 있으면 예린이한테 말하면 된다.”
그러자, 강백산이 쭈뼛거리며 입을 열었다.
“가, 강백산이오.”
“안녕하세요, 강 소협. 저는 소천문의 입주 가정부 예린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필요한 게 있으시면 편히 말씀해주소서.”
“고맙소.”
“아. 그리고 말씀 편히 하세요. 문주님의 친구분이시면 제게 편히 하시는 게 저도 편하니까요.”
“알겠다.”
이제 와서 느끼는 건데.
강백산이 미X놈이긴 하나 본성이 나쁜 편은 아닌 듯했다.
왜냐?
보통 사람의 인격은 아랫사람을 대할 때,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강백산은 강자한테 굽히지 않을지언정 약자에겐 부드러웠으니 못돼먹은 인간은 아니었다.
이윽고.
“연우야.”
나는 예린에게 강백산을 짤막하게 소개한 후, 곧장 연우에게 말했다.
“네, 형님.”
“너는 당장, 백산이 데리고 인근 무관과 문파를 돌며 우리가 돌아왔음을 알리는 동시에, 인사도 하고. 잔치를 벌일 테니 놀러 오라고 일러줘라. 어차피 오며 가며 자주 볼 사람들인데 백산이랑 통성명이 되어야 향후 편하다.”
“네, 형님.”
“또 하나.”
“네.”
“내가 우승한 것도 알려.”
“……네.”
그렇게 말한 나는 부리나케 소천문을 빠져나와 다시 쾌경보를 펼쳤다.
‘광양산이라…….’
오랜만에 나의 수련터요, 쉼터인 광양산 정상에.
오를 때가 되었다.
* * *
-체력은!
-전부다!
-체력은!
-전부다!
-체력으으으은!
-전부드아아아아!!!
일다경쯤, 광양산을 오르다 보니…….
귓가에 문도들의 죽어 나가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나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연신, 문도들을 다독이며 함성을 지르는 일동의 목소리와, 그에 맞춰 구령을 뱉는 문도들의 호흡이 제법 찰떡같았기 때문이다.
파파팡-
나는 이내, 내 모습을 보고 대경실색할 문도들이 궁금해서 번개처럼 광양산을 가로질렀다.
이윽고…….
“목소리 그것밖에 안 나오냐, 이것들아?”
내 등장에 동벽 선생과 동동이들, 삼복이를 비롯한 문도 전원의 얼굴에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그리고…….
“아빠야!!!”
나는…….
소윤이의 음성에 와락-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제야 사람이 너무 기뻐도 이럴 수 있구나 싶어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하나 그 얄궂은 생각도 이내 사라졌다.
총총총-.
나를 향해 아장아장 뛰어오는 소윤이의 모습이…….
세상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웠으니까.
“소윤아.”
“아빠야아아아아!”
소윤이가 두 팔을 벌리고 내 다리를 끌어안았다.
나는 소윤이를 번쩍 들어 올린 후 살포시 껴안았는데 몇 달 사이 키도 크고 살도 찐 모양새였다.
“잘 있었고?”
“응응! 아빠야아아!!”
한데…….
“아빠아아앙! 보고 싶었다고, 보고 싶었다고!!”
우리 딸내미…….
지금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인지 횡설수설이 따로 없네.
“아빠도 보고 싶었다, 진소윤.”
그렇게 소윤이와 극성스러운 상봉을 이룬 나는.
이윽고, 동벽 선생에게 꾸벅, 묵례하며 인사를 올렸고.
“어르신. 강녕하셨습니까? 제가 없는 사이, 소윤이 챙기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껄껄! 잘 다녀왔는가?”
일동, 이동, 삼동과 문도들의 어깨도 다독여주었다.
“나 없는 동안에도 수련은 잘하고 있었겠지? 아무튼, 문주 없는 문파를 지키느라 그간 욕봤다.”
“문주님!”
“문주님!”
“문주님!”
그렇게 모두와 인사를 나누니…….
기분이 묘했는데 밥 안 먹어도 배부른 느낌이랄까?
나는 전생을 살면서 한 번도 가족애란 걸 느껴본 적이 없는 불쌍한 중생이었지만 이번 생은 확실히 다르다.
적어도 이곳 광양산은 내 앞마당이 되었고, 이 무식하게 생긴 덩치들이 대충 내 가족이니까.
“아빠야아아아!”
그때.
소윤이가 내 손을 끌더니 어디론가 날 데리고 갔다.
“히히- 안녕하세요, 소윤이 아빠?”
나는 거기서, 소윤이와 맞먹을 정도의 귀여움을 자랑하는 여자아이 하나를 발견했다.
“어……. 넌 누구냐?”
그러자, 동벽 선생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살며시 속삭였다.
“전에 서신으로 말하지 않았나. 지부대인의 딸아이라고. 지금 내가 전담해서 양생법과 체조술을 전수 중이네.”
그제야 나는 일전에 동벽 선생과 주고받았던 편지의 내용을 떠올렸다.
“네가 연리원이구나?”
“네-!”
리원이는…….
지부대인의 딸내미 아니랄까 봐, 한눈에 봐도 총명함이 번들거리는 수재로 보였다.
물론, 소윤이한테는 안 되겠지만.
“히히. 아빠야! 리원이는 내 제일 친한 친구야.”
순간, 소윤이가 해맑게 웃으며 제 친구를 소개했다.
이 조그마한 것들이 벌써 ‘제일 친한 친구’란다…….
같잖아서, 원.
“좋다. 앞으로 둘이서 친하게 지내되, 싸우지 말고.”
“네!”
“넵!”
“그리고 리원아.”
“네? 소윤이 아빠?”
“지금 소천문에서 동벽 할아버지한테 무공을 배우고 있지?”
“네! 히히히.”
“그럼 앞으로 날 소윤이 아빠라고 부르면 안 된다.”
“네? 그럼 뭐라고 불러요?”
“앞으론 문주님이라 불러.”
“네, 문주님!”
얼떨결에…….
최연소 문도를 받은 셈인가?
근데 이 최연소 신입 문도의 배경이…… 좀 세다.
* * *
“진 문주! 정말 감축하외다!!”
“무림 대회의 우승이라니. 믿기지 않구려. 허허허!”
“난 아직 소천문의 개파식이 생각나오. 그때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문파가! 오늘날, 이리 번창하게 되었으니 장안 전체의 홍복이 아닐 수 없소!”
저녁 무렵, 소천문엔 장안의 무관, 문주들을 비롯하여 동네 주민들과 지역 유지들까지.
손님들이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사실 나는 이런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즐기진 않지만.
그런데도 이런 연회를 반드시 한 번쯤 마련해야 했기에, 손님들을 초대하여 술을 나누고 음식을 베풀며 무림 대회에서의 일들을 들려줬다.
왜냐?
이제 소담골을 넘어, 장안 전체의 주민이 모두 소윤이의 간접 보호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하하! 소윤아. 너는 좋겠구나? 아버지가 훌륭한 분이시니까.”
“소윤아. 너도 아버지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알겠지?”
“하하! 제가 보기엔 소윤이도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겁니다. 소윤이 총명한 것 좀 보십시오. 나는 생전 저런 아이는 본 적이 없어요.”
아니나 다를까.
장안 무관 관주들과 동네에서 방귀 좀 뀐다는 유지들은 모두 소윤이를 귀여워하고 예뻐했다.
물론…….
저들 중, 몇몇은 진심으로 소윤이를 위한다기보다 그저 내 입지를 염두에 두고, 처세술을 펼치는 거겠지만.
그런데도 나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소윤이를 칭찬하고 예뻐해 주고, 또 축복해주길 바랐다.
“헤헤헤- 알겠습니다, 아조씨들!”
그렇게 사람들과 한데 어우러져, 먹고 마시다가 또 소윤이랑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다가…….
어느덧 늦은 밤이 되어 손님들이 돌아가고 소윤이도 잠에 빠진 후에야, 동벽 선생, 일동, 이동, 삼동, 연우를 문주실로 호출해 강백산을 소개했다.
“우선. 일동, 이동, 삼동이 너흰 앞으로 백산이를 형님으로 모셔. 백산이가 멍청해 보여도 무공은 기가 막힌다.”
그러자, 동동이 형제가 백산이에게 인사했다.
“나는 소천문의 부문주 강일동이오. 반갑소, 형님. 문주님이 형님으로 모시라 했으니, 앞으로 형님처럼 대하리다.”
“나는 1번대 대장, 강이동이오. 반갑소, 형님.”
“나는 2번대 대장, 강삼동. 이하동문이오, 백산 형님!”
그러자, 백산이는 다소 놀란 눈초리다.
그도 그럴 것이.
제아무리 근본 없는 문파라도 한 문파의 간부씩이나 되는 작자들이 동네 왈패처럼 인사를 건네니 얼떨떨한 게 당연하지 않겠나.
그 때문에 나는 부연 설명을 보탰다.
“백산아. 애들이 전직 왈패 출신이라 근본이 없다. 인사가 투박해도 이해해라.”
“뭐요?”
“왈패 출신이라고, 왈패.”
“그게…… 무슨.”
“본래 우리 소천문은 동네 왈패와 왈패 사냥꾼으로 시작된 문파다. 대충 그러려니 해.”
“아, 알겠소.”
순간, 내 말에 동동이들은 눈썹을 팔자로 그리며 날 노려봤다.
아마 지들을 없어 보이게 만들어 화가 난 모양인데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야 있나?
있는 그대로 말해야지.
“백산 형님은 어쩌다가 소천문에 오시게 됐수?”
그때.
백산이의 정체에 호기심을 느낀 일동이 물었다.
“아……. 그게 말이다…….”
나는 백산이가 쭈뼛거리며 자신을 소개하려는 찰나.
먼저 선수를 쳤다.
“백산이는 마교와 붙어먹으려다가 나한테 잡혔다.”
순간,
“네?”
“네?”
“네?”
동동이들은 대경실색하며 되물었는데.
“그래서 나한테 존X 맞고 지금은 개과천선했으니 쓸 만해졌다. 하니, 앞으로 따뜻하게 대해 줘.”
내 말에 동동이들은 여전히 기가 막힌 모양인지 합죽이가 되었고.
백산이는…….
이글이글-
날 죽일 듯이 노려봤는데 나는 그 눈의 독기가 불편해 한마디 했다.
“백산아. 앞으로 날 쳐다볼 때 도끼눈 뜨지 마라. 그러다 당랑 꿀밤 처맞고 눈물 흘리던 놈이 사열 종대로 연무장 두 바퀴다.”
백산이가 철각문의 문주든 말든.
이제 내 밑에서 있게 된 이상 나한테 복종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