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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20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0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20화

#120화

 

 

 

 

 

“감축드립니다, 진 문주.”

 

“감축하오!”

 

“섬서에 초신성이 등장했으니 향후, 무림의 판도가 개편될 듯하오! 기대하겠소, 진 문주!”

 

연회장에서 나는 각양각색의 인파에 싸여 덕담을 듣고, 또 체면치레했다.

 

내 성격상 이런 일은 다소 고역스러웠지만.

 

그런데도 나는 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갔다.

 

“다들, 감사합니다.”

 

하다 보니, 처세라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다만 점잖은 척을 해야 해서 답답했지만, 사람이 적응의 동물인바. 이 짓도 계속하다 보면 적응되지 않겠나.

 

일단…….

 

나는 이제 소천문의 문도를 이끄는 문파의 문주로서 싫어도 이 짓을 할 수밖에 없는 팔자고.

 

“형님. 다시 한번 축하해요. 아마 동동이 소협들이나, 동벽 어르신이 무척 기뻐할 겁니다. 물론, 소윤이가 제일 기뻐할 거고요.”

 

그렇게 술잔을 들이켜던 와중 연우가 날 향해 웃으며 말했다.

 

녀석의 말을 들으니, 새삼 소윤이 생각이 났다.

 

아무래도 집에 갈 땐 소윤이 좋아하는 장신구며 당과며 잔뜩 사가야 할 듯싶었다.

 

“연우야.”

 

“네, 형님.”

 

“너도 잘했다.”

 

“하하……. 그런 셈이죠.”

 

“하나 만족하면 안 된다. 검기를 쓸 수 있게 된 이상, 너도 이제 엄연한 고수야.”

 

“형님…….”

 

“소천문으로 돌아가면 더 험난한 지옥 수련할 테니 각오해라.”

 

나는 연우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러자, 연우는 들뜬 얼굴로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언제나 수련 각오는 되어 있는걸요.”

 

확신에 찬, 연우의 음성이 야릇하게 내 승부욕을 자극했다.

 

“그래.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

 

“얼마나 각오를 단단히 한 건지, 두고 본다.”

 

씨익-.

 

내 웃음에 소름이 돋은 연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 * *

 

 

 

 

 

이튿날-.

 

「무림 영웅 대회 우승자, 진소천」

 

수상자 발표와 부상 지급 및 대회 폐막에 앞서.

 

나는 주최 측으로부터 금으로 만든 우승패를 받았는데, 우승패에는 ‘영웅 대회 우승자, 진소천’이란 문구가 각인되어 있었다.

 

별다른 감흥은 없다.

 

내가 대회에 참가한 이상 당연히 우승은 내 차지고, 내 우승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승패의 재질이 순금인바. 값이 꽤 나갈 터라서 공돈 생긴 기분은 들었는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후 주최 측은 나를 비롯한 16강 수상자 전원에게 한 장의 서찰을 배부했다.

 

서찰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무림 영웅 대회 16강 수상자에 관한 권한 및 처우.

 

하나. 본 대회의 16강 수상자는 향후, 무림맹과 사도맹에 교섭권을 가진다. 부여된 권한에 따라 수상자는 각 맹의 맹주들과 면담할 수 있으며 강호의 전반적인 사안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둘. 16강 수상자들은 부상을 수령하는 즉시, 후기지수들을 대변하는 책무를 띤다. 따라서, 후기지수들의 처우 개선에 관해 무림맹, 사도맹 측에 보상을 요구할 수 있고, 그 요구는 강호의 공의를 담보한다.

 

셋. 향후, 무림맹과 사도맹은 협력적 관계 유지와 마교에 대항하기 위해 ‘무림 청년단’을 개설할 계획에 있으며, 16강 수상자들은 무림 청년단 개설에 협조한다. 무림 청년단의 개설이 확실시되면, 청년단에 가입하는 모든 인원은 각 문파의 상황과 성격, 정-사의 관계를 떠나, 강호 전체의 발전을 위해 존재하며, 대회 수상자는 무림 청년단 단장과 간부 선출의 우선 의결권을 가진다.

 

넷. 수상자들은 대회 폐막식에 맞춰, 모두 공식 소감 및 연설의 기회를 받는다.

 

무림맹주 남궁학 직인.

 

사도맹주 홍금부 직인.』

 

‘이게 뭔…….’

 

나는…….

 

서찰의 내용을 읽자마자, 제대로 한 방 먹었구나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찰의 내용은 쉽게 말해, 대회 수상자에게 상금은 주는데 그 상금은 공짜가 아니며 받은 만큼 주최 측의 요구에 협조해야 한다는 것과 진배없기 때문이었다.

 

‘그럴 줄 알았다…….’

 

그래.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주최 측이 병X이 아닌 다음에야 곱게 상금만 주고 자유를 선물할 까닭이 무엇이겠나?

 

말인즉슨, 이들은 이번 기회에 무림 청년단인지 뭔지 하는 단체의 창단을 염두에 두고 미리 수작질을 벌이는 것이다.

 

‘후…….’

 

나는 갈등에 휩싸였다.

 

딱 봐도, 수상자들을 부리기 위해 만든 엿 같은 제도에 항거해야 할지 아니면 일단, 상금은 타 먹어야 할지…….

 

하나 의외로 다른 수상자들은 나와 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무, 무림 청년단이라니!”

 

“그럼 제가…… 마교와 맞서는 무림 청년단의 간부 선출 권한을 가진단 말입니까?”

 

“이, 이거 실화 맞습니까?!”

 

나는 그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후……. 어쩌면 저 반응도 당연한 거겠지.’

 

그렇다.

 

서찰의 내용은 기실 나서기 좋아하고 설치기 좋아하고 감투 쓰기 좋아하는 청춘들에게 좋은 기회요, 가슴이 웅장해져서 X알이 떨릴 만한 일일 게 자명한 것이다.

 

물론, 나처럼 냉소적인 반응도 보이는 이도 있었다.

 

그는 강백산이었는데, 녀석이야 나처럼 정-사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인물임에.

 

무림 청년단 창단에는 관심도 없을뿐더러 외려 귀찮게 여기지 않았을까?

 

“맹주님. 이건 예정에 없던 일인데. 규정 위반 아닙니까?”

 

나는…….

 

답답한 마음에 맹주를 향해 물었다.

 

맹주는 고갤 내저으며 말했다.

 

“진 문주. 규정 위반이라니, 어떤 말이오? 귀하도 대회의 참가 서약문에 약조하지 않았소? 애당초 이 대회의 목적은 강호에 흩어진 후기지수들을 규합하여 마교에 대항하기 위함이었소. 그 때문에 무림맹은 그간 사도맹과의 은원도 잊고 일시적인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 터고.”

 

“아…….”

 

나는 순간, 반박할 말을 떠올리지 못했다.

 

확실히 대회 참가 서약문에는 향후 강호의 공의를 담보한 주최 측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의무가 있다는 항목과 신의성실의 조건이 기재되어 있던 까닭이다.

 

“그거야…….”

 

하나 당시 나는 약조문이 단순 요식 행위에 불가하다고 여긴 터다.

 

그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날인을 했더니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칠 줄이야…….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무림 청년단의 창단 방향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단 것과 또 ‘협조’한단 항목에서 협조란 해석하기에 따라 천양지차가 될 수 있음에.

 

나는 우선 적당히 수긍하고 상금을 수령한 뒤 대충 협조하는 척만 할 요량으로 고갤 끄덕였다.

 

“일단 알겠습니다.”

 

그러자 내 시커먼 속내를 알지 못하는 남궁학은 허허롭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 진 문주. 문주에게 거는 기대가 크오. 귀하는 대회의 우승자니, 향후 후기지수들의 대표이자 얼굴이 될 사람이오. 부디 무림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힘써주길 바라겠소.”

 

한데 그게 참 오지게도 부담스러웠다.

 

“알겠습니다.”

 

이후, 나는 남궁학에게 포권한 뒤, 아무도 눈치챌 수 없게끔 전음을 보냈다.

 

[맹주님.]

 

[…….]

 

[묘시(卯時) 초 경에 뵙도록 하지요. 긴히 드릴 말씀이 있고, 또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알겠소, 진 문주.]

 

 

 

 

 

* * *

 

 

 

 

 

무림맹주 남궁학과 은밀한 장소에서 아무도 모르게 대화를 나눈 나는 이내, 거처로 돌아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지금은 정신을 집중하여 잡념을 비우고 육체를 가벼이 만들어야 할 때였으니까.

 

‘오랜만이네…….’

 

나는…….

 

모처럼 은신술과 잠형술을 펼칠 계획이었다.

 

은신-잠형술은 내 전공 분야다.

 

나는 전생에 살수회에서 은신-잠형술을 교육받았는데, 자각몽과 마찬가지로 이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고 나중에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없어 내가 총괄 교관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새삼, 교주한테 고마워해야 하나?’

 

특히…….

 

이건 마교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는 극비지만.

 

나는 교주에게 직접 잠형술을 전수받은 적이 있다.

 

사실, 이는 교칙 위반에 해당하는 일이었다.

 

왜냐?

 

내가 교주에게 전수받은 잠형술은 일반 잠형술이 아닌, 천마신공 상의 비전무공인 ‘천마잠형술’(天魔潛形術)이기 때문.

 

천마잠형술은 아는 사람은 많지만 본 사람이 없는 희귀한 무공이다.

 

대개 잠형술이 일신의 기도를 완전히 죽인 뒤 경신법을 응용하여 대상에 잠입하고 추격하는 용도로 쓰이는데 내가 익힌 천마잠형술은 아예 신체의 모습 자체를 일시적으로 완벽히 지우는 기상천외한 무공인바.

 

말인즉슨 천마잠형술을 쓰는 순간, 나는 ‘투명인간’이 되는 것이다.

 

‘사실상 무공이라기보다 술법에 가깝다고 해야겠지?’

 

하나, 천마잠형술은 기묘함만큼이나 익히는 난이도가 극악이었다.

 

사실, 천마신공 상의 비전무공들은 대부분 그렇다.

 

타인에게 전수가 불가하단 교칙을 차치하고라도, 당대 천마가 아니면 애당초 익힐 수조차 없게끔 만들어진 ‘절대신공’.

 

만약 내가 무공을 이해하는 능력이 탁월하지 않았다면, 교주는 천마잠형술을 가르쳐 주지도 않았을 것이고 가르쳐 준다 해도 내가 체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교주가 인정한 고금 이래 최강의 ‘재능인’답게 그로부터 천마잠형술을 전수받았고, 그 덕에 내 암살행은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임무 수행률 10할!」

 

나는 한 번도 임무를 실패한 적 없는 마교 역사상 최고의 살수 업적을 달성했고, 이후 3000 살수회의 대장이 되었다.

 

‘지금은 가진 내력을 모조리 쏟아부어도 짧은 시간밖에 쓸 수 없겠어.’,

 

이윽고 내 신체와 기혈을 관조하던 나는 현재의 내가 펼칠 수 있는 천마잠형술의 유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요는. 한 번만 실수해도 X된다.’

 

그 때문에 나는 더욱 심혈을 기울여 천마잠형술을 펼치기 위한 신체 최적화에 만전을 기하며, 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기민하게 일깨웠다.

 

‘부디…….’

 

걸려라, 이 간자 놈아.

 

눈을 뜬 나는, 칠흑같이 내려앉은 어둠을 향해 사뿐히 몸을 던졌다.

 

 

 

 

 

* * *

 

 

 

 

 

“왔소?”

 

“그렇소.”

 

강백산은 불빛 한점 비치지 않는 어두컴컴한 산중에서 복면인을 만났다.

 

그와 만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

 

처음과 두 번째 만남 땐 복면인이 예고도 없이 찾아왔지만, 이번엔 미리 약속된 장소에서 약속된 날에 조우하는 것이라, 강백산은 거처에서 한참 떨어진 영운산의 이름 모를 협곡에 홀로 당도한 참이었다.

 

“내일이면 귀하가 4강 수상자 자격으로 연설대에 올라 소감을 발표하게 될 거요.”

 

복면인의 말에 강백산이 끄덕이며 답했다.

 

“들어서 알고 있소.”

 

“그 전에 당신은 무림맹으로부터 상금도 획득할 거고.”

 

“그렇소.”

 

“하니 이제 당신은 다음 계획에 돌입해야 하오.”

 

동시에…….

 

복면인은 강철로 만들어진 상자 두 개를 건넸다.

 

“강백산. 그때 당신은 군중들을 향해 마교의 사주를 받았음을 공표하고, 이 상자 안에 든 것들을 이용해 탈출하도록 하시오. 그 과정에서 본교는 당신이 무사히 탈출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오.”

 

그러자, 강백산이 상자를 받아들며 물었다.

 

“이 안에 들어 있는 게 뭐요?”

 

“하나는 특수 제조된 폭약이고 또 하나는 음양마고(陰陽魔蠱)요.”

 

“으, 음양마고? 하면 고독이란 말이오?”

 

“그렇소.”

 

“후……. 정말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하면 무사히 탈출할 수 있는 거요?”

 

“물론이오. 본교를 믿으시오.”

 

“그리하리다.”

 

“…….”

 

“하나, 일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잔금을 받기 전까진 행동하지 않소. 하니, 귀교가 약조한 돈을 주시오.”

 

“좋소.”

 

복면인은 수중에서 당과만 한 크기의 광물 하나를 꺼내 강백산에게 내밀었다.

 

순간, 강백산의 눈은 화등잔만 해졌고,

 

‘개꿀인…… 건가?’

 

그를 멀리서 지켜보던 진소천은…….

 

정확히는 천마잠형술을 사용해 일시적으로 신형을 지워버린 ‘임시 투명인간 진소천’은.

 

‘저만한 크기의 금강석(金剛石)이라니…….’

 

속으로 군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잘 먹겠습니다.’

 

물론 금강석의 원주인(?)인 강백산은 진소천의 흑심을 알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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