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18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6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18화
#118화
“귀하는 참 독특한 사람이오. 정말이지 나는 살면서 당신 같은 유형의 인간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진후의 음성에선 한결 여유가 느껴졌다.
아마 잔뜩 긴장하다가 내가 시답잖은 농담을 하니 우스운 모양인데, 사실 이는 내가 바라던 바다.
나는 애당초 쓸데없이 비장하고 결연한 분위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칭찬이오, 진후 도장?”
“해석하기 따라 다를 거요.”
“칭찬으로 듣겠소.”
“???”
“시작합시다.”
나는…….
더 이상 진후와 말을 섞지 않고, 곧장 대결에 돌입했다.
우선, 내 첫 출수는 적수공권의 박투였다.
물론 이번 대결에선 검을 사용할 생각으로 허리춤에 검을 패용한 채지만, 금일 진후의 몸 상태에 대한 ‘견적’을 내보고 싶었기에 견제의 의미에서 주먹을 내지른 것이다.
파아앙-!
하나 내 주먹은 단순한 권격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도 쾌속하고 막강했다.
그것은 일반적인 주먹의 투로를 벗어나 내 장기인 ‘질풍’의 묘리를 섞었기 때문인데, 그 때문에 평범한 권격임에도 주먹이 나가는 동시에 주변 1장 반경으로 강렬한 권풍拳風이 일었다.
까앙!
하나 진후의 반격 또한 녹록지 않았다.
워낙 급작스럽게 펼친 일권이라 어쩌면 한 대 꽂고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건만…….
진후는 마치, 급습을 기다렸다는 듯, 섬전처럼 발검拔劍하여 주먹을 쳐냈고, 나는 손끝이 저릿저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나는 다시 한번 같은 방식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파아앙!
역시 진후는 단순히 검을 휘둘러 주먹을 쳐냈는데, 그런데도 나는 계속,
파아앙!
파아앙!
같은 형식의 권격을 내질렀다. 그쯤 되니 진후도 진후지만 군중들의 안면에도 의문이 떠올랐다.
‘대체 왜?’
하지만…….
내가 이런 의미 없는 공격을 쏟아붓는 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진후의 반사신경을 가늠하기 위해선데, 현재 내 주먹은 전광석화란 말이 딱 들어맞는 쾌속함의 극치였다. 그런 번개 같은 주먹을 전-후-좌-우 가리지 않으며 변칙적으로 쏟아내니, 진후의 눈빛도 돌연 진지하게 바뀌는 중이다.
‘속도전에 한계를 느끼면 큰 기술을 걸어올 텐데……. 아직 여유가 있나?’
그렇다.
나는 진후가 단순한 반격을 멈추고 강력한 검격을 펼치는 순간을 녀석의 ‘한계’지점으로 계산하고 알맞은 대응을 이어나갈 생각이었다.
싸움이란 게 그렇다.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 싸워 백번 이기는데, 진후의 한계 속도가 어느 정돈지 파악되면 나는 내 뜻대로 싸움을 끌어나가기에 유리해지는 것이다.
파아앙!
파아앙!
파아앙!
그 때문에 나는 더욱 주먹에 속도를 붙여 신랄하고 무질서한 권투를 고수하며, 오직 진후의 반응에만 신경을 몰두했다.
빠르게…….
더 빠르게…….
더욱 빠르게!
파아아아아앙-!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 주먹은 그냥 주먹이 아닌, 강맹하기 짝이 없는 일권이 되어버렸다.
파아아아앙-!
일순, 어깨-전완-팔목까지 권격을 형성하는 모든 부위를 비틀어 회전을 가미하는 내 질풍권이 돌연 장내에 거대한 용권풍龍卷風을 생성하고 만 것이다.
-우와!
-저게 뭐야? 분명 권기拳氣는 아닌데……. 저런 회오리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미쳤네!
일순, 군중들의 경탄이 귓가에 울려 퍼졌다.
사실…….
작금엔 나도 조금은 놀란 터다.
‘내가 더 세졌나…….’
그들의 수군거림 대로 권기를 방출하지 않았는데 용권풍이 일었다는 건…….
내 주먹이 그만큼 미친 속도와 경력을 담았단 의미였으니.
콰아아아앙-!
-거, 검기다!
-진후 도장이 검기를 방출했다!
-벌써 검기 싸움이라고? 시작하자마자 끝낼 생각인가!
동시에 나는 진후가 가진 반사신경의 ‘한계’를 발견하게 되었다.
* * *
콰콰콰콰콰쾅-!
만약…….
지금 내가 디디고 있는 지면이 거금을 들여 제작된 청석 비무대가 아니었다면.
아마, 진작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다.
그만큼, 진후가 뿌리는 검기劍氣의 여파는 일견 패도적이었는데, 단순히 파괴력이 강한 걸 넘어 태극검 특유의 부드러움도 담겨있었다. 그 때문에 상대하는 나는 여간 애를 먹지 않을 수 없었다.
콰아아아앙!
진후의 검로는 예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마디로 훤히 보이는 단조로운 투로를 추구하며 날 덮쳐왔다.
하나 그 뻔한 검격에 실린 수많은 변화와 도도한 기치는 강하다가 부드럽고, 부드럽다가 또 강해지고…….
마치, 용맹무쌍한 사자의 포효와 유유히 흐르는 장강의 물결을 동시에 표현하려는 무용수의 검무劍舞를 연상시켰다.
‘좀 하네…….’
그것은…….
진후의 완급조절이 완벽에 가까움을 의미하는 것이다.
‘…….’
그 때문에 나는 그의 검을 받아치는 와중에도, 그 검로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게 무당의 검이군…….’
그제야 나는 비로소, 무당파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무의武意에 대해 깨달았다.
무당의 검은.
무당의 무공은…….
‘완벽한 유능제강柔能制剛을 바탕에 두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으로.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것을 꺾고, 부수고, 깨트리고야 마는 진정한 유능제강을 지향하고 있던 것이다.
‘역시……. 삼봉조사가 인물은 인물이야.’
나는 내심 무당파의 도사들이 부러웠다.
이렇게 위대한 무공과 정신을 이어받아 전승하고 발전시키는 도사들은 대관절 얼마나 뿌듯할 것이며, 또 얼마나 가슴 벅차겠나?
나는 존경하는 무인이 별로 없지만 그런데도 달마조사나 삼봉조사 같은 강호의 역사를 쓴, 개파조사들은 예전부터 진심으로 존경해왔다.
그런 점에서, 진후는 복 받은 놈이고 나는…….
고오오……!!!
비록 복 받은 놈은 아니지만…….
“호오오옵……!”
그래도…….
확실히, 진후보다 조금 더 ‘잘난’ 놈임엔 틀림없지 않을까?
-거…… 검…… 검강劍罡?
지금 이 순간…….
나는 전생자가 된 이후, 처음으로 검강劍罡을 발현해냈다.
* * *
무인에게, 강기罡氣가 가지는 의미는 특별하다.
이를테면 강호에서 먹고 사는 수많은 중생들은 누구나 강기의 발현을 꿈꾸지만, 실제로 그를 이루는 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될까?
아무튼 이 강기를 검수에게 적용하면 검강劍罡이 되는데, 사실 검강을 쓰는 검수는 모두 무림에 제 이름 석 자를 올리기 마련이다.
쉽게 말해 검강은.
세상 모든 검수가 꿈꾸는 ‘궁극’이자 ‘지향점’이고, 검강을 펼치는 순간 천하 만방 모든 칼잡이의 존경을 받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검강은 비대칭 전력이다.
말인즉슨, 검강을 쓸 수 없는 자는 어떤 지X 염병에 발광을 떨어도 검강을 쓰는 자를 이길 도리가 없다는 뜻.
물론 이 또한 세상의 보편적인 이야기일 뿐 나는 의견이 다르지만.
아무튼 그만큼 검강은 절대적이고, 내가 검강을 펼친 이상 진후는 심적 충격에서 쉽사리 헤어나지 못할 것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내 검강은 비록 열 냥짜리 철검에서 방출되었지만, 파괴력만큼은 진후의 검기가 담긴 청강검을 압살했다.
다만…….
나는 현재 내가 무슨 수로 검강을 발현하게 되었는지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에 접어들어 있다.
보통 검강을 펼치기 위해선 환골탈태換骨奪胎나 삼화취정三花聚顶, 또는 오기조원五气朝元 등의 기현상을 겪기 마련인데, 전생 후의 나는 아직 그런 체험을 하지 못한 까닭이다.
하나 나는 이내 일전에 동벽 선생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당시 동벽 선생은 지금의 내가 환골탈태의 초기 현상에 들어섰다고 했는데, 추측하자면 아직 완전한 환골탈태를 이루지 못한 내가 워낙 재능이 탁월해 불완전하더라도 ‘검강’을 미리 체득한 게 아닐까?
역시 내 철검에서 뽑혀 나온 한 줄기 검강은 전생에 내가 폭사하던 검강과 자못 달랐다.
진후의 검기를 압살하기 무섭게 그 위력이 반감되다 못해 거의 소멸 상태에 이르렀는데, 그런데도 나는 한 번의 일격으로 진후의 청강검을 멀찍이 쳐내는 걸로 모자라 그를 무릎 꿇렸으니 싸움의 승기는 내 쪽으로 기운 셈이었다.
“다시 검을 잡으시오. 도장.”
나는 백강 때와 마찬가지로 진후에게 기회를 줬다.
그가 손에서 검을 떨어뜨린 상황에 내가 마음만 먹으면 찰나 만에 그를 피떡으로 만들겠지만.
나는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고맙소.”
이윽고 진후가 다시 떨어진 검을 쥐기 무섭게 나는 연이어 공세를 퍼부었다.
파파파……!
애석하게도 나는 아까와 같은 검강을 뽑아내진 못했지만, 삽시간에 ‘역’ 속성에 ‘뢰’ 속성을 함께 끌어올린 터라, 내 철검엔 한 줄기 ‘우레’가 가미되었고, 번개를 담은 내 검은 최강의 팔방풍우를 자아내며 진후의 전신을 옥죄었다.
-미쳤어……. 검강을 뽑아낸 사람이, 고작 삼재검법의 팔방풍우라니!
-소 잡는 칼로 쥐새끼 잡는 형국이랄까?
-혼란하다, 혼란해.
검강의 발현 이후 내게 한껏 기대감을 가지게 된 군중들은, 여전히 내가 삼재검법으로 응수하자 다소 실망한 기색이다.
그러나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펼칠 수 있는 검법 중 가장 강한 게 바로 삼재검법이니까.
물론 내 삼재검법은 시정잡배 왈패들이 술 처먹고 아무렇게나 펼치는 거지발싸개 같은 삼재검법과 다르다.
그것은 내 삼재검법에 어떤 군더더기나 불필요한 동작도 붙어 있지 않은 까닭인데…….
나는 다소 허술한 절세신공보다 특별할 것 없더라도 완벽에 가까운 무공이 낫다는 지론을 가진 터라, 그냥 내 삼재검법을 내 방식대로 펼쳤다.
파파파파파파!
역시나…….
아무리 삼재검법이라도 내 삼재검법의 위용은 진후의 태극검에 뒤지지 않았다.
‘뢰’ 속성이 발산하는 번개에 더해 ‘역’ 속성에서 파생되는 거대한 ‘완력’.
또한, 검격을 펼치며 발휘하는 질풍의 묘리가 더해지자, 내 팔방풍우는 마치 검기로 둘러싸인 무시무시한 폭풍우가 되어 진후를 향해 쏘아졌고, 진후의 검은 태극의 형상을 그리며 내 팔방풍우와 격렬하게 충돌했다.
콰아아아아아앙!
그러자 검기의 여파가 주변 3장 반경으로 튀어 나가, 어느새 우리가 디디고 있는 비무대에 쩌억- 금이 갔고, 나와 진후는 거리를 벌린 채, 잠시 숨을 고르며 서로를 응시했다.
“좀 하는 군, 도장.”
나는…….
지금 극심한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이번 생에 처음으로 펼친 검강과 자연결의 무리한 사용으로 인해 내공은 고갈되었고, 그 여파로 육체가 엉망진창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철검을 쥐고 있는 내 손아귀는 뢰 속성이 자아낸 우레의 힘에 살갗이 모조리 까진 상태였다. 의복도 군데군데 찢겨 본의 아니게 군중들 앞에서 오른쪽 젖꼭지를 노출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말인즉슨, 좀 쪽팔리는 상황이었다.
“나는…….”
하나 나와 반대로.
진후는 차분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감정이 정제된 듯했다.
추측건대, 현재 진후는 나보다 상태가 더 안 좋을 것이다.
일단 내 미완의 검강과 맞닥뜨렸을 때 큰 내상을 입었을 거고, 방금 격돌에서 자신의 부드러움이 결코 내 파괴력을 압도하지 못한단 걸 깨달았을 테니까.
“최선을 다하리다.”
그때.
진후의 입에서 진솔한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비록 툭 던진 한마디지만, 그 안에는 검을 떨어뜨린 자신에게 기회를 부여한 나에 대한 감사함과 본인 스스로 느끼는 송구함이 깃든 것 같았다.
“최선을 다한다는 말로는 부족해, 진후 도장.”
“…….”
“내가 죽든가, 네가 죽든가. 둘 중 하나는 이 자리에서 뒤진다는 각오. 그런 각오로 덤벼야 할 거요.”
“나는…….”
“물론 고고한 태극검의 기치에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은 어울리지 않지만.”
“진 문주…….”
“나한테 이기려면 당신이 아니라, 죽은 장삼봉이 돌아와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된다고.”
나는 씨익 웃었고…….
진후도 피식,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