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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17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09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17화

#117화

 

 

 

 

 

‘……!’

 

일단 주영천 영감에게 마교놈 아니냐는 소릴 듣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해서, 처음처럼 그리 놀란 건 아니지만…….

 

그런데도 나는 내심, 경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주 영감이 진짜 내 전생(?)의 비밀을 알아서 하는 말은 당연히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껏 선보인 무공의 연원을 파악해 나와 마교의 접점을 알아차렸다고 보기도 뭐한 게…….

 

전생 후의 나는 여태껏 한 번도 마공도 펼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전생에도 ‘흡성대법’이나 ‘천마신공’의 아류(亞流)로 파생된 ‘마공류’를 잘 쓰지 않았다.

 

물론 그것도 잘 사용할 수 있지만, 보통 마도(魔道)와 어울리지 않는 실전된 고(古)무공이나, 강호에서 잊힌 여러 무학을 발전시켜 내 것으로 다듬었는데,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스승 없는 무인, 배우지 않아도 배운 놈보다 잘하는 무인, 자신의 무학 세계를 오로지 혼자 힘으로 갈고 닦은 유사 장삼봉이라 천명할 수 있는 것이다.

 

한데 어떻게…….

 

대체 뭘 보고 주 영감은 내게 또 마교를 운운한 걸까?

 

“무슨 소리십니까, 영감님……. 마교라니요. 지나가던 마교인이 콧방귀를 뀌겠군요.”

 

우선…….

 

나는 거짓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라 잡아떼는 데 능숙하지 못한데, 그래도 심지는 굳은 편이라 최대한 담담하게 구라를 쳐볼 요량이었다.

 

“헤헤- 소형제. 내 나이쯤 되면 뭐랄까? 우주 삼라만상을 탐구하지 않아도 보고, 듣고, 느껴서 실체적 진실을 관통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법이지.”

 

“꼭 무슨 대현자처럼 말씀하시네요?”

 

“흐흐흐. 이것 봐! 그래도 내가 무당파 도사잖아? 나 정도면 현자라 할 수 있지 않겠어?”

 

그래요…….

 

물론, 댁이 진짜 무당파의 고古 도사면 그럴 수 있겠지요.

 

하지만 당신은 정상이 아니잖아.

 

노망난 영감 주제에, 현자는 무슨…….

 

“어쩝니까? 대현자님. 저는 진짜 마교랑 상관이 없는데 말입니다.”

 

나는 주야장천 마교와 상관없단 소리를 늘어놓으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러자 주 영감도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는데, 그런데도 나는 그가 속으로는 날 마교와 관련 짓고 있단 걸 짐작했다.

 

“크흐흐- 알았어, 알았어. 믿어줄게, 소형제.”

 

“진짜 아니라니까…….”

 

“난 소형제가 마교 출신이든, 아니든 상관없어. 나만 해도 소싯적엔 마교 놈들과 왕왕 만나고는 했었으니까.”

 

“그랬습니까?”

 

“그럼……. 다만, 위지록 그 망할 영감탱이랑 불화가 생긴 탓에 이젠 십만대산 쪽으로 오줌도 안 갈기지만. 그래도 사람을 구분할 때 출신을 기준으로 두진 않아. 이래 봬도 내가 영보천존(靈寶天尊), 도덕천존(道德天尊), 원시천존(元始天尊)을 모시는 무당파의 도사잖아.”

 

일순…….

 

나는 은연중 노망난 노친네라 여기던 주 영감이 도사 같은 소리를 내뱉자 내심 놀랐다.

 

동시에 나는 그의 천진난만한 정신세계는 차치하고라도, 그가 최소한 장삼봉의 기치를 이어받은 진짜배기 도사의 ‘기질’을 지녔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만큼 주 영감처럼 사람을 구분할 때 출신 성분을 배제한다는 건, 웬만큼 내적 수양을 이룬 현자가 아니면 불가능한 까닭이다.

 

“아무튼 저는 마교랑 상관없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앞으로 저와 마교를 연관 짓는 건, 거절하겠습니다.”

 

“흐흐흐- 알겠네, 소형제. 뭐……. 그래봤자, 낭중지추라고 언젠간 자네를 알아볼 사람들이 나 말고도 나오겠지만.”

 

“하…….”

 

나는…….

 

주 영감의 말에 반박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물론, 나는 지금도 그러하거니와 앞으로도 내 출신을 밝힐 생각이 없지만.

 

그런데도, 그의 말엔 일리가 있고, 세상만사가 결코 내 뜻대로만 흐르지 않는단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뭐……. 그때가 되면, 그때 합당한 조처를 하면 되겠지.’

 

그렇다.

 

무릇 인생이란 게 그렇지 않나.

 

일어나지 않은 일은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고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는 법이니.

 

나는 그냥 깨끗이 뇌를 비우고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좋습니다. 그때가 되면 저는 그냥 마도인하죠, 뭐. 까짓거 마도면 어떻고, 도사면 또 어때요?”

 

그러자, 내 말에 주 영감이 박장대소했다.

 

“크하하하하! 역시, 내가 이래서 소형제를 좋아한다니까!!”

 

 

 

 

 

* * *

 

 

 

 

 

주 영감은 한동안 나와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나갔다.

 

대화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진후와 나의 대결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 역시 며칠 전 펼쳐진 진후와 당맹호의 경기가 충격이었는지, 당초 나의 필승을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진후 쪽으로 마음이 기운 모양이었다.

 

“실망이네요, 영감님. 영감님은 날 믿어줄 거라 생각했는데.”

 

“무슨 소리야, 소형제. 내가 언제 소형제가 질 거라고 했나? 다만, 우리 진후가 쉽게 지진 않을 거란 거지.”

 

“그 말이 그 말 아닙니까?”

 

“어떻게, 그 말이 그 말이 되나? 혹시 노망이라도 난 거야?”

 

“네?”

 

“헤헤헤- 아무튼 나는 소형제도 선전하길 빌지만……. 그래도 진후 녀석이 이겼으면 하는 바람이야. 왜냐하면 장문인이 녀석에게 거는 기대가 너무 크거든. 아마, 진후가 지면 진후 본인보다 허원 그 호랑 말코가 더 충격을 받을걸?”

 

그 말에 나는 순간, 심적 부담을 느꼈다.

 

‘아무래도 내가 백도무림의 판을 흔들지도 모르겠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지금껏 백강과 남궁윤에 이르기까지 백도구봉 중 두 사람을 꺾지 않았나.

 

한데 진후마저 이기면 그야말로 현 강호 최강의 후기지수로 불릴 게 명약관화한바.

 

‘좋아해야 하나…….’

 

유명해진단 건…….

 

곧, 나 자신과 소천문의 도약을 의미하니 응당 기쁠 따름이지만.

 

그만큼 향후 나와 소천문을 견제하는 천하 만방의 모든 잡것이 생겨날 것도 뻔해서 마냥 웃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나 나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어차피 내가 동동이들과 강호 바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모든 건 정해진 수순이고, 나는 내 일신의 영달보다 소윤이의 행복을 위해 다시 한번 칼 밥 먹고 살기로 했으니.

 

‘간다.’

 

나는 내 숙명을 오롯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영감님.”

 

“응?”

 

“어쩔 수 없네요.”

 

“뭐가?”

 

“아무래도 진후 도장이나 허원 장문인이나. 충격을 받을 겁니다.”

 

“헤헤- 자신 있단 소리로 들리는군.”

 

“두말하면 잔소리고, 입 아프지요.”

 

“…….”

 

“내일. 저는 이깁니다.”

 

나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씨익- 웃으며 주 영감의 반응을 살폈다.

 

뭐…….

 

주 영감은 아직 긴가민가한 눈친데, 아마 내일이 되면 내가 옳았다는 걸 깨닫지 않을까.

 

 

 

 

 

* * *

 

 

 

 

 

“진 문주. 문주를 처음 본 게 엊그제 같은데……. 오늘날 이같이 무림 대회의 결승전에 참가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소. 비록 표현하지 않았지만, 항상 문주께 감사하고 있으며, 또 문주의 건승을 바라고 있음이오. 승패를 떠나 좋은 비무를 보여주시오.”

 

날이 밝자…….

 

내 거처로 여러 사람이 찾아왔는데 우선 나는 석 가주에게 다소 낯 간지러운 덕담을 듣는 것을 시작으로,

 

“진 문주. 나는 무당파와 친분이 두터운 도사인지라, 대놓고 귀하를 응원하진 못하겠으나. 그런데도 멋진 대결을 펼칠 거라 믿겠소.”

 

화산파 청문도장의 격려와,

 

“크하하하핫! 진 문주. 무당파의 호랑 말…… 아니, 도사 놈을 호되게 혼내주게! 자네가 본맹의 만기 녀석을 꺾었으니 결코, 무림맹 놈들에게 지면 안 된단 소릴세. 알겠는가?”

 

사도맹주 홍금부의 솔직하다 못해 신랄한 심경 고백에 더불어,

 

“형님! 꼭 이기실 겁니다.”

 

“형님. 소윤이와 문도들을 생각하세요. 알겠죠?”

 

“진 오라버니. 응원할게요.”

 

“형님! 꼭 이기세요!!”

 

백강, 연우, 당소소, 당일기의 진심 어린 응원도 받아들게 되었다.

 

그리고,

 

“잘해보슈.”

 

강백산도 응원인지 아닌지 모를 한 마디를 던졌는데, 나는 현재 녀석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기에 그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백산아. 너는 진후 도장한테 처맞고 졌지만 나는 다르니까 걱정하지 마라.”

 

“…….”

 

“이 형님이 복수해주겠단 소리다.”

 

그러자 강백산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날 물끄러미 쳐다봤는데, 아마 저보다 어린 내가 ‘형님’ 운운해서 저런 반응이 튀어나온 게 아닐까?

 

아무튼 나는 그들의 격려를 뒤로하고, 이내 중앙 연무장 복판에 마련된 비무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단상에 오르자 수많은 군중의 열화 같은 환호성이 무림맹을 가득 메웠고, 나는 새삼 그 거대한 함성에 마음이 고양되었다.

 

이윽고…….

 

저벅저벅-.

 

태극무늬가 수 놓인 흑색 장포를 걸친 열댓 명의 도사들이 행렬을 이룬 채, 연무장으로 들어섰다.

 

그들은 현 강호의 태산북두(泰山北斗)이자, 검의 성지인 무당산의 주인.

 

무당파의 도사들이다.

 

-진후 도장의 눈빛과 기도가 자못 달라졌다!

 

진후의 등장에 군중들이 입을 모아 수군거렸다.

 

나 역시 그들의 말에 수긍이 갔다.

 

일견하기에 진후의 기도는 정말이지 이전과 판이했기 때문.

 

‘저놈도 은근히 똥줄이 탄 모양이군…….’

 

하나 나는 그것이 진후의 현재 심경을 잘 대변해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진후가 나와의 대결에서 자신이 있었다면 외려 차분한 상태로 대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까?

 

반대로 결연하고 비장해 보이는 건, 그가 긴장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에.

 

나는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진후를 상대할 수 있게 되었다.

 

“친애하는 강호 동도 여러분. 그간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강호 무림 영웅 대회의 결승전이 치러집니다. 다들 아시는 대로, 결승전의 주인공은 무당파의 진후 도장과 소천문의 진소천 문주입니다. 승패와 상관없이 모든 동도들께선 두 결승 진출자에게 아낌없는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나와 진후가 나란히 비무대에 올라 서로를 지그시 바라볼 때…….

 

결승전답게 무림맹주 남궁학이 직접 사자후를 사용해 군중들에게 비무의 시작을 선포했는데, 이런 과정 또한 내겐 생소했던 탓에 나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웅장해졌다.

 

-와아아아아아아!!!

 

동시에 군중들은 활화산 같은 외침을 터뜨리며 지X 발광을 떨어댔다.

 

나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이 또한, 강호의 생리겠거니 여기고, 그들의 흥분은 무시한 채 스스로의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었다.

 

‘…….’

 

순간, 내 머리와 마음은 허공처럼 텅 비기 시작했다.

 

하나 그것은 그것대로 나쁘지 않은 현상이라 나는 한결 가벼운 기분으로 싸움에 임했다.

 

“진 문주. 결국, 귀하와 나누었던 대화대로……. 우리는 결승에서 만났군요.”

 

그때 진후가 날 향해 지그시 입을 열었다.

 

나는 고갤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게 말이오.”

 

“그간 나는 귀하의 비무를 줄곧 지켜봤소. 왜 주 사숙조께서 귀하를 그리 칭찬했는지도 확실히 깨달았고.”

 

“그렇소?”

 

“그렇소.”

 

“그럼 이미 승부는 대충 예측하겠군?”

 

내 말에, 진후는 외려 긴장이 풀렸는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또 무슨 말장난을 하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어디 한번 해보시오, 진 문주.”

 

“말장난은 무슨 말장난이오? 내가 실없는 사람도 아니고.”

 

“…….”

 

“아무튼 조심하시오.”

 

“뭘 말이오?”

 

“오늘은 검을 쓸 생각이니까. 잘못하면 당신…… 팔다리가 잘릴지도 모르오.”

 

언제나 말하지만.

 

일단 싸움은 패기가 제일 중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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