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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15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09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15화

#115화

 

 

 

 

 

‘태산역립이다……!’

 

진소천의 양팔이 이만기의 겨드랑이를 파고 들어가는 순간…….

 

석연우는 그가 지금 ‘입식유술’로 이만기를 제압하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역시…… 소천 형님은 생각이 있으셨던 거구나.’

 

내심…….

 

석연우는 경기가 시작된 후, 줄곧 진소천이 왜 황소만 한 덩치의 이만기와 ‘완력 싸움’을 고수할까 하는 의구심을 느꼈다.

 

당초 그가 주력인 검(劍) 대신 권사인 이만기와 박투를 펼치는 것도 희한했거늘, 거기다 한술 더 떠 타격조차 배제하고 힘 대결을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나 이제야 석연우는 진소천의 의중을 깨달았다.

 

‘부드러움과 기술로 거대한 힘을 제압한다!’

 

그랬다.

 

진소천은 자신이 익힌 ‘십초무적공’이란 초절한 박투의 진면목을 군중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다.

 

휘릭-!

 

찰나…….

 

이만기의 겨드랑이로 팔을 넣은 진소천은 전광석화처럼 그의 상반신에 몸을 밀착시키고, 중심축을 낮춘 뒤 허리춤을 감싸 안았다.

 

동시에 이만기의 발목을 쓸듯 내건 후, 역 속성의 힘을 일시적으로 폭사해 허공으로 그를 들어 올렸는데,

 

콰아아아아아앙-!

 

이내 이만기의 머리통은 차디찬 비무대 바닥으로 강렬하게 처박혔다.

 

-와아아아아아아!!!

 

그 모습을 본 군중들의 입에서 열화같은 함성이 우레처럼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세, 세상에……!

 

-대체 뭐야?

 

-저 사람 검수 아니었어?

 

우선, 지금껏 목검만으로 상대를 제압한 진소천이 권사인 이만기를 상대로 맨몸 싸움을 고수하는 것도 신기했으나, 더욱 놀라운 건 그가 선보인 ‘입식유술’ 자체가 강호인의 눈에 실로 생소하게 다가왔던 까닭이다.

 

‘……저거 진짜 뭐 하는 인간이야?’

 

그중에서도…….

 

현재 가장 대경실색한 사람은 강백산이었다.

 

‘대체 어디서 유술을 배운 거야? 저건 내 격투기와 똑같은 수준인데?’

 

강백산은…….

 

비록 자신이 천하제일은 아니지만, 최소한 적수공권의 싸움에선 자신보다 뛰어난 자가 없을 거라 믿었다.

 

그것은 남만 살인 격투기가 지니는 위대함 때문도 있지만, 맨몸 싸움이란 게 실상 고도의 ‘정신력’ 싸움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혹독하고 척박한 남만에서 생사를 오가며 수련한 자신보다 더 맨몸 싸움에 최적화된 사람이 있을까 하는 게 강백산의 지론이었고, 그 지론은 숱한 실전을 통해 증명되었는데…….

 

실제 진소천은 검수면서도 자신과의 박투에서 승리한 데다, 현재 그가 보여준 입식유술은 남만 살인 격투기의 유술과 상당히 닮은 구석이 많았다.

 

하니, 이곳에서…….

 

그것도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인물이 기상천외한 유술을 선보이는 건 강백산의 심경을 혼란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나, 그 복잡한 심경조차 오래갈 순 없었다.

 

-뭐야?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저건……?

 

이만기의 머리통을 바닥에 꽂은 진소천은 이내, 그가 몸을 일으킬 시간조차 주지 않고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만기와 함께 드러누웠는데,

 

‘관절기로 끝낼 생각인가?’

 

이미 소천문에서 진소천에게 수없이 관절기를 당해본 석연우야 그의 의중을 짐작했으나, 유술의 조예가 없는 대부분의 군중은 대체 저게 무슨 짓이야? 하는 물음을 생뚱맞은 표정으로 발산 중이었다.

 

‘이쯤 되면…… 나랑 혹시 동류(同類)가 아닐까?

 

순간.

 

강백산은 진소천이 자신의 살인 격투기와 갈래가 같은 무공을 수련한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떠올렸다.

 

그 이유는,

 

꽈아아아악-!

 

이만기와 바닥에 누운 채 몸을 굴리던 진소천의 두 다리가 어느새 그의 팔을 감싸더니, 뱀처럼 똬리를 튼 채 그 팔을 와지끈 꺾어버렸기 때문이다.

 

‘저건 팔 가로누워 꺾기잖아?!’

 

실제로…….

 

작금 진소천이 구사하는 유술은 남만 살인격투기와 거의 완벽히 일치하고 있었다.

 

하나 강백산이 그런 의문에 휩싸이는 동안 비무대 위에서 이만기의 비명이 혹독하게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악!”

 

그러나 진소천은 단순히 팔을 꺾는 데서 끝내지 않았다.

 

이윽고 그의 손가락 하나하나를 풀어헤친 진소천은 그마저도 우지끈! 꺾어버리는 잔혹한 유술을 시전한 것이다.

 

“끄아아아아악!!”

 

그렇게 이만기가 비명으로 고통을 호소할 때.

 

진소천은 번쩍 상반신을 일으켜 이만기의 위로 몸을 이동. 이후 팔로 얼굴을 감싼 그의 팔등과 머리통, 후두부에 이르기까지 무지성의 권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퍼퍼퍼퍼퍼퍽-!

 

설명은 길었으나…….

 

진소천이 이만기의 겨드랑이에 팔을 붙인 뒤, 벌어진 일련의 과정은 그야말로 눈 깜빡할 사이에 펼쳐졌다.

 

‘실로 대단하고 잔혹한 싸움이다!’

 

군중들은…….

 

입식-넘어뜨리기-관절기에 이르기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 진소천의 박투에 경탄을 자아냈다.

 

‘확실히 생소한 방법이지만…… 그만큼 두려운 체술이다!’

 

또한…….

 

군중들은 모두가, 진소천의 유술 앞에 두려움을 느꼈다.

 

본래 인간의 공포는 ‘무지’에서 찾아오기 마련이다.

 

예컨대 상대의 무공이 아무리 대단해도 그 무공을 알면 두려움도 반감되지만.

 

현재 진소천이 선보인 유술은 대부분의 무인에게 너무도 생소한 개념이기에…….

 

‘진소천!’

 

장내의 군중들은 모두 진소천의 이름을 되뇌며 격한 감정의 파문을 느꼈다.

 

“지, 진소천! 승리!!”

 

순간, 심판이 진소천을 호명하며 승리를 선포했고,

 

“형님!”

 

“소천 형님!”

 

“진 오라버니!”

 

“형니이이이임!”

 

석연우, 백강, 당소소, 당일기는 희열 가득 찬 얼굴로 함성을 내질렀다.

 

‘……참 신기한 인간이란 말이야.’

 

내심, 유술에 있어선 스스로 최강이라 자부했던 강백산은 왠지 그마저 진소천에게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을 들어 다소 억울한 심경이 되었다.

 

 

 

 

 

* * *

 

 

 

 

 

장안 소천문-.

 

올해 들어 학문 성취가 급격히 오른 소윤은 이제 아빠의 서신을 혼자서도 잘 읽는 수준이 되었다.

 

아빠의 편지를 읽으며 소윤은 깔깔거리며 웃다가 또 어딘지 울적한 표정도 지었는데, 그를 지켜보는 동벽 선생의 마음에 측은함이 사무쳤다.

 

‘저 어린 것이…… 애비가 얼마나 보고 싶을꼬?’

 

하나 소윤은 자신의 그런 마음을 외부로 표출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동벽 선생은 더 신경이 쓰였는데, 그럴 때마다 그는 소윤에게 이런저런 대화를 시도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소윤아.”

 

“응, 할아부지?”

 

“아빠가 보고 싶은 게 아니냐?”

 

“응. 보고 싶어요. 그래두 아빠는 바쁘잖아……. 소윤이는 기다릴 수 이써요!”

 

“허허. 착하기도 하지. 하나, 소윤아. 너는 아직 어리니 감정에 솔직해도 된다. 아빠가 그리워서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되고, 칭얼거리거나 보채도 괜찮지. 원래 아이들은 그러면서 크는 거거든.”

 

“헤헤- 소윤이는 슬프지 않은걸?”

 

“응?”

 

“슬프지도 않은데, 울 필요 없잖아, 할아부지.”

 

“허허. 듣고 보니 네 말이 맞다.”

 

“히히. 소윤이는 할아부지도 있고 동동이 삼촌들도 있고 예린 언니랑 글 선생님도 있고. 이젠 리원이도 생겼으니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아. 그래서 아빠가 보고 싶어도 참을 수 있어!”

 

밝고 활기차게 말을 잇는 소윤의 모습에 동벽 선생의 안면에 웃음이 내걸렸다.

 

“허허. 요 귀여운 녀석아! 너는 누굴 닮아 말을 그리 잘하는 게냐? 한 마디를 물으면 열 마디로 돌아오니, 이제 할아비도 너를 말로 당할 수 없겠구나.”

 

“헤헤. 아빠가 사람은 말을 잘해야 한대써요! 소윤이는 말 잘하는 사람이 될 거야.”

 

“그래. 소윤이 너는 훗날, 네 아비보다 더 입담 좋은 사람으로 자랄 것이다. 껄껄껄!”

 

이후 동벽 선생은 소윤을 번쩍 들어 올려 목말을 태운 채, 축지법으로 광양산을 향했다.

 

본래 매일 저녁 무렵이 되면 진소천이 소윤을 이처럼 태워 산로를 거닐었지만…….

 

그가 부재중인 지금 동벽 선생이 그를 대신하는 실정이었다.

 

“소윤아.”

 

“응, 할아버지.”

 

“아빠가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더 참거라. 이제 곧 내 아비는 무림 대회 우승자가 되어, 돌아올 테니.”

 

“응. 울 아빠는 할 수 있을 거야!”

 

“너는 무림 대회에서 우승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 게냐?”

 

“응, 알고 있지이-.”

 

“말해보렴.”

 

“그건 말이에요……. 음! 아빠가 돈을 엄청 많이 번다는 뜻이에요!”

 

“하하하하하하하하!”

 

“히히힛!”

 

불그스름하게 익어가는 석양을 내리쬐며…….

 

할아버지와 손녀의 웃음이 해맑은 꽃과 같이 만개하는 순간이었다.

 

 

 

 

 

* * *

 

 

 

 

 

“형님!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려요, 형님.”

 

“오라버니. 정말 신기한 박투술이었어요.”

 

“형니이이이임! 저는 애당초 형님이 이길 줄 알았습니다, 하하하.”

 

백강, 석연우, 당소소, 당일기의 거듭되는 공치사에도 진소천은 그저 담담한 심정이다.

 

당초 이만기에게 질 거란 생각은 해본 적도 없고, 그저 그를 최대한 많이 두들겨 팰(?) 생각이었는데, 주최 측의 선언이 빨리 이어진 터라 내심 아쉬웠던 탓이다.

 

하나 그 칭찬 일색은 비단 동생들 선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윽고 진소천의 거처로 석가장 사람들과 화산파 사람들, 더불어 주영천과 사도맹주 등 그야말로 기라성같은 중진들이 모였는데, 이들 모두는 금일 진소천의 승리를 축하해주기 위해 방문한 터였다.

 

“……새삼 별일도 아닌데, 어찌 이리 모이신 겁니까? 게다가 사도맹주님은…… 제가 유일한 사도맹 출신의 참가자를 꺾었는데 기분 안 나쁘십니까?”

 

진소천이 다소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사도맹주 홍금부는 평소처럼 대소하며 말했다.

 

“움하하하하핫! 진 문주. 내 비록, 사도맹주지만 나 역시 한 사람의 무인일세. 금일 내가 자네를 축하하기 위해 찾은 건, 이제 곧 준결승이 펼쳐지기 때문이야. 솔직히 내 입장에선 백도의 애송……. 아니, 백도의 후기지수들이 우승하는 것보다 무림맹 소속이 아닌 자네가 우승하는 게 더 기쁘달까? 크하핫! 아무튼 그러하네. 그러니, 남은 두 경기에서도 꼭 승리하여 우승하게나. 무림맹주가 거들먹거리는 꼴은 볼 수 없으니.”

 

그제야…….

 

진소천은 속도 없이 자신을 축하하는 홍금부의 의중을 헤아릴 수 있었다.

 

‘이 양반도 참 골때리는 양반이다. 정말…….’

 

또한 한편으로는 화산파, 석가장, 무당파의 주영천 앞에서도 대놓고 무림맹을 깎아내리는 그의 ‘무지성 발언’에 시원함을 느끼기도 했고.

 

“맹주님. 그나저나 이만기는 지금 어쩌고 있습니까? 팔이 빠졌을 텐데…….”

 

“허허! 진 문주. 여긴 무림맹 본청 아닌가? 중원 최고의 의원들이 모여 있으니 경미한 골절상은 능히 치료가 되네. 걱정하지 말게.”

 

“…….”

 

일순, 진소천은 황당해서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이만기의 골절상이 홍금부의 말과 달리 결코 가볍지 않을 터였기 때문이다.

 

‘음……. 손속에 사정을 두긴 했지만. 그래도 꽤 다쳤을 텐데.’

 

물론…….

 

진소천은 관절기를 쓸 때 회복이 힘든 힘줄 부위는 건드리지 않았지만, 그런데도 이만기의 팔을 부러뜨리고 손가락도 꺾었으니 그는 최소 두 달가량 회복에 전념해야 할 터였다.

 

‘뭐……. 내 알 바 아니니까. 알아서 하겠지.’

 

하나 진소천은 금세 그런 잡념을 비우고 사도맹주 홍금부를 향해 나직이 말을 덧붙였다.

 

“그나저나 맹주님…….”

 

“말하게, 진 문주.”

 

“이만기에게 한 마디 전해주시겠습니까?”

 

“무엇을 말인가?”

 

“다음부턴 꼭 사람 봐 가면서 깝치라고 말입니다.”

 

“???”

 

순간…….

 

장내에 싸늘한 정적이 감돌았고 그를 지켜보던 석연우의 얼굴은 또 한 차례 울상(?)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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