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14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9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14화
#114화
무림맹 본청, 맹주실-.
“허허! 장문인. 오늘 진후 도장의 대결은 참으로 인상 깊었소. 훌륭한 제자를 키워 내셨구려.”
“감축드리오! 내 오늘 진후 도장의 태극검을 보니, 개안한 기분이더이다.”
“으하하하핫! 허원 진인. 나야 백도인이 아니지만, 그런데도 진후 도장의 무공에 감명을 받았소. 부럽구려!!”
금일.
진후와 당맹호의 경기가 끝난 후 무당파 장문인 허원은 뿌듯함을 만끽했다.
그 이유는 주영천을 필두로 맹주실에 모인 모든 원로들이 그를 향해 칭찬 일색인 까닭이었다.
향후 대진에 따라 진후의 상대가 될 수 있는 남궁윤의 조부인 남궁학은 물론, 당문 가주 당문철과 사도맹주 홍금부까지…….
지금 이 순간, 적아의 구분 없이 강호의 모든 중진이 진후에게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자중해야 마땅하겠으나, 본파의 제자를 어여삐 여겨주시니 기쁜 마음을 감출 길 없구려. 다들 감사드립니다.”
허원은 그들을 향해 정중히 포권하며 묵례했다.
허원은…….
일황삼존오왕 중, 삼존으로 이미 개인의 영달을 이룩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 때문에, 누구에게 어떤 칭찬을 들어도 경동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그런데도 자파 제자가 명숙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말할 수 없는 고양감으로 다가왔다.
“허허. 사실 이번 대회에 백도구봉 중 본파의 백강과 아미파의 소선 소저가 탈락한 터라. 내심 걱정이 되던 터에 남궁 소협과 진후 도장이 멋지게 준결승에 올랐으니 한시름 놓은 셈이오. 특히 금일 진후 도장이 선보인 태극검은 젊은 날의 허원 장문인을 보는 듯했으니. 강호의 늙은이로서, 기뻤소이다.”
그때, 화산의 청문도장이 허허로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사실…….
청문도장이나,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는 아미파의 대명사태나.
두 사람은 사문 최고의 후기지수들이 대회에서 중도 탈락한 터라, 위신이 서지 않는 입장이었다.
하나 그런데도 그들은 진후의 승승장구를 질투하기보다, 강호의 선배로서 기껍게 여겼다.
“그러게 말입니다, 청문 도장. 저도 내심 소선이가 철각문 문주에게 패한 터라, 고심이 깊었거늘……. 그나마 남궁 소협과 진후 도장이 선전해주어 백도의 선배로서 기쁜 마음입니다.”
역시나, 대명사태 또한 밝은 음성으로 진후의 승리를 달갑게 여기니 허원의 뿌듯함은 더해만 갔다.
그러나…….
장내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산통을 깨는 이가 있었으니,
“헤헤- 그런데 청문 영감!”
그는, 괴도사 주영천이었다.
“말씀하시죠, 주 선배.”
“진 문주한테 들으니, 자네 문파의 백강이란 아이가 지금 진 문주의 지도 아래 수련을 받고 있다던데? 사실이야?”
“아…… 주 선배님. 진 문주의 지도 아래 수련을 받다니요. 비약이십니다. 다만 본파의 속가인 석가장의 연우란 아이가 진 문주와 막역한 데다, 또 당문의 후배들이 진 문주와 각별하다더군요. 해서 백강이도 그들과 합동 수련을 하고 싶다길래 윤허하였을 뿐, 화산의 제자가 어찌 진 문주의 지도를 받겠습니까.”
그 순간, 청문도장도 청문도장이지만 그를 듣던 당문철도 내심 뜨끔했다.
주영천의 말마따나, 현재 백강, 당소소, 당일기 남매는 실제로 진소천과 수련 중이기 때문이었다.
하나 눈치 없는 주영천이 그를 지나칠 리 없었다.
“아닌데?”
“네?”
“진 문주만 그리 말한 게 아니라, 백강이도 그러고 당문의 아이들도 그러고. 다들 진 문주한테 지도를 받는다던데?”
“아……!”
“아……!”
일순, 청문도장과 당문철의 입에서 나직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사실…….
청문도장도 그러하거니와, 당문철 또한 현재 진소천이 그들을 지도하다시피 한단 점을 알았다.
하나, 진소천과의 교류가 본인들에게 도움이 될 거란 확신이 있어 만류하지 않았으나, 그와 같은 사실을 주영천이 대놓고 드러내니 민망했던 것이다.
반면, 진소천과 연이 닿지 않은 다른 중진들은 진소천이란 인간에 대해 더욱 의문을 느꼈다.
대체…….
팔대세가의 인물들과 화산파 최고의 후기지수를 이끌고 무림 대회 기간 중 수련을 한단 말인가?
그 기상천외한 행보도 희한했지만, 거기에 지금껏 진소천이 쌓아 올린 강호의 사건들과 그가 보여준 무위가 머릿속에 한데 섞이자, 절로 호기심이 일었다.
“주 선배……. 한데, 주 선배는 어찌 진 문주란 사람을 알게 된 겁니까? 보아하니, 허원 진인께선 그를 모르는 거 같던데.”
그러던 중, 대명사태가 주영천을 향해 물었다.
“아! 진 문주는 말이지. 그러니까…… 진 소제랑 나랑은…….”
이후, 주영천은 진소천을 ‘진 소제’라 칭하며 그와 있었던 일을 소상히 알렸는데 진소천의 정보가 부족했던 대명사태로선 대경실색을 감출 길이 없었다.
“세상에……. 주 선배.”
“왜?”
“아무리 그래도 좀……. 그를 소제라 칭하는 건 무리지 않나요?”
“응?”
“주 선배는 강호 최고의 어르신인데. 그는 기껏 이립 남짓 된 후기지수 아닙니까? 한데 그런 청년을 소제라 칭하면 우리가 뭐가 되겠어요?”
사실…….
장내의 모든 이들은 진작, 주영천에게 그런 말을 하고 싶었으나…….
워낙 주영천이 말 안 통하는 사람인데다 괜한 핀잔을 들을까 싶어 말을 아끼던 참에, 대명사태가 그 마음을 대변해주니 속이 후련했다.
“끙……. 이봐, 대명 할망구!”
“후……. 주 선배. 저도 일파의 존주입니다. 할망구라니요. 말이 심하신 거 아닌……”
“아아! 난 그런 거 모르고. 아무튼 진소천을 소제라 부를 테니 상관 마.”
“…….”
하나 이어지는 주영천의 황당무계한 발언에 대명사태는 할 말을 잃었고.
다른 이들 역시, 입을 굳게 다물어버렸다.
애당초 주영천은 무당파 장문인조차 두 손 두 발 다 드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아이고……! 저 망할 놈의 영감이 무당파 망신은 다 시키는구나! 삼봉조사시여……. 대체 조사께서는 어찌 저분을……!’
물론 속으로는 있는 힘껏 악담(?)을 퍼붓는 허원이었지만.
* * *
이튿날-.
-이제, 8강 제4 경기인 소천문 문주, 진소천 대 녹림칠십이채의 소小 채주 이만기의 대결이 시작되겠습니다. 동도 여러분들께서는 착석하여 두 참가자의 대결을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비무대 위에서 심판진의 외침과 함께, 모든 이들이 바라마지 않던 진소천의 8강 경기가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저벅저벅-.
진소천은 이만기에게 예고했던 대로, 금일 검(劍) 대신 권갑을 착용하며 비무대에 올랐다.
사실 어제 진후의 유려한 태극검을 보고 자극을 받은 터라 검법을 선보일까 싶었지만, 그보다 권사인 이만기를 상대로 적수공권의 박투 대결을 펼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형님! 꼭 이기십시오! 소윤이한테 자랑해야 할 거 아닙니까!”
등 뒤에서 울려 퍼지는 석연우의 외침에 진소천이 미소를 머금었다.
이러나저러나…….
소윤이를 생각하면 언제 어디서든 웃음이 튀어나오는 그였기에.
‘꼭 우승해야지. 아무렴……. 내가 이런 것들한테? 후!’
그는 자신의 우승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비무대로 올라, 일동에 육박하는 덩치를 가진 이만기를 슬쩍 올려다보았다.
“만기야.”
“뭐야, 진소천?”
“나랑 약속했던 거. 잊지 않았지?”
“무슨 약속?”
“내가 오늘 검을 쓰지 않는 이유는 널 많이 패기 위해서다. 한데, 좀 처맞았다고 승복을 해버리면 재미없잖아? 그러니까 웬만하면 네 입으로 패배를 시인하지 마라.”
“…….”
“아! 기절도 하지 말고.”
“진소천.”
“왜?”
“난 너처럼 오만방자한 작자들이 싫어.”
“이하동문.”
“그래서 난 오늘 네게 참교육을 시전할 생각이니 각오해.”
“이하동문.”
“후후. 나한테 처맞고도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있는지 지켜보지.”
“이하동문.”
동시에…….
심판의 호령에 맞춰 두 사람은 간단히 포권한 뒤, 불꽃 튀기는 싸움을 시작했다.
* * *
나는 확실히 검(劍)을 잘 다룬다.
일단…….
검은 단번에 상대를 죽여야 하는 살수의 특성상 가장 최적화된 병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전생에 검을 갈고닦았다.
나 스스로가 검이요, 검이 곧 나 자신인 경지를 신검합일(身劍合一)이라 부른다던데 내가 신검합일인지는 잘 모르겠고…….
어쨌거나 이런 이유로 나를 정의하자면 검수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런데도 나는 검수임을 인정하기가 싫다.
왜냐?
나는 검(劍) 말고 다른 것도 다 잘하는 천재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굳이 검이 없어도 싸움을 잘한다.
특히, 주먹을 지르고, 발로 상대를 차고, 이마빡으로 박치기를 시전하는……. 일명 박투술에 일가견이 있는데 솔직히 일가견 있는 정도가 아니라, 가끔 권사로 전직해야 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랄까?
아무튼, 그 때문에 나는 권사인 이만기를 상대로 거리낌 없이 적수공권의 싸움을 선택한 것이다.
사실…….
이는 내 욕심이기도 하다.
나는 나 자신을 검수에 국한하기 싫을뿐더러, 실제로 주먹질 하는 걸 더 즐기기 때문이다.
주먹질은 칼질과 다르게 ‘손맛’이 있다.
주먹이 상대의 몸에 틀어박히는 순간 손끝으로 느껴지는 타격감은 술로 비유했을 때 금존청 수준인데, 지금도 나는 주먹질로 손맛을 만끽 중이니 내 싸움은 음주가무와 다르지 않았다.
꽈아아아아악-!
일단…….
이만기는 ‘장사’란 말이 너무 잘 들어맞는 완력의 소유자였다.
쉽게 말해 ‘성장판 강일동’ 같달까?
솔직히 이 정도 완력이면, 백도든 흑도든 웬만한 후기지수들은 꾹꾹 눌러 집어 던질 정도의 힘이라 내심 나도 놀랐다.
하나 내가 누군가?
나는 자연결 중에서도 ‘역’ 속성을 단전에 품은 힘의 사내, 힘을 위해 태어난 남자, 황소랑 줄다리기해도 거뜬히 소 힘줄 끊어버릴 도살자라 그와 정면으로 손을 잡은 채 밀고 당기고 또 엎치락뒤치락 완력 대결을 펼쳤다.
웅성웅성-.
그쯤, 군중들의 수군거림이 귓가로 울려 퍼졌다.
대충 요약하면, ‘진 문주가 왜 저리 무식한 싸움을 하지? 권사를 상대로 박투를 고집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자신보다 몇 배 큰 덩치와 손을 잡고 완력 대결을 한다고?’ 정도로 축약할 수 있겠는데, 그들의 말마따나, 완력 대결이 계속 이어지자 내 근육도 서서히 비명을 토해냈다.
끄으으으윽-!
그것은…….
내 ‘역’ 속성의 공부와 상관없이 현재 내 신체가 그 힘을 온전히 담지 못함으로 인해 기인하는 현상이므로, 뾰족한 방책은 없었다.
“진소천. 생각보다 힘이 세구나. 하지만 넌 어리석은 싸움을 하는 거야. 세상에 날 상대로 완력 대결을 펼쳐서 이길 사람은 총채주님 외엔 없을 테니까.”
순간, 나는 이만기로부터 그런 개소리를 듣는 수모까지 당했다.
“지X을 하세요, 산도적아.”
하지만.
그런데도 나는 계속 놈과 완력 대결을 지속했다.
그러다 보니, 이윽고 연우, 강백산, 백강, 당씨 남매의 불만이 귓가로 들려왔는데 여전히 나는 웃기만 했다.
“만기야.”
“왜?”
“내가 왜 타격을 놔두고 너랑 이렇게 몸 붙이고 힘 싸움을 하고 있을까?”
“흐흐. 그야 네가 정신 나갔기 때문이 아닐까?”
이만기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내 입꼬리 또한 비릿하게 올라갔다.
“입식유술(立式流術)이라고 있다.”
“뭐?”
“이제 너한테 유술을 알려줄 생각이다.”
동시에…….
나는 재빨리 손을 풀어헤치고 놈의 겨드랑이로 팔을 들이밀었다.
“일단, 대가리부터 땅에 처박고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