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11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8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11화
#111화
“하하하!”
“흐흐흐!”
“헤헤헤!”
“호호호!”
“……후.”
그간 무림맹에서 대회에 참가하랴, 수련하랴, 중진들 눈치를 보랴.
엄격, 진지, 근엄하게 지냈던 탓인지 모처럼 하산하여 비싼 술에 좋은 산해진미를 즐기는 백강, 연우, 당소소, 당일기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물론, 강백산은 시종일관 한숨만 푹- 내쉬고 있었지만.
“백산 형님! 받으시죠. 한잔 올리겠습니다!!”
그 순간.
흥이 오른 연우가 밝은 미소로 강백산에게 술을 권했다.
하나 강백산은 고갤 흔들며, 사양했는데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백산아. 따라와라.]
[???]
나는 강백산에게 전음을 보내 그를 불러낸 뒤, 옆방으로 들어가 그의 손목을 진맥했다.
그러자, 강백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뭐 하는 짓이오?”
“보면 모르냐? 진맥.”
“참나! 희한한 사람이란 말이지……. 대체 의술은 어디서 어떻게 익힌 거요?”
강백산의 물음엔 호기심이 깃들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그간 강백산, 백강, 당소소, 당일기, 연우를 수련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부상을 직접 치료해왔다.
그때마다, 녀석들은 내 의술에 기함했는데 지금 나는 실제로 의술이 웬만한 동네 명의 뺨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백산아.”
“왜요?”
“소천문의 의약당주께서 누군지 아냐?”
“그걸 내가 어떻게 압니까?”
“본초강목의 저자이신 이시진 선생이다.”
“……정말이오?”
“왜? 남만 촌구석에도 그 이름은 알려진 모양이지?”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요? 알다시피 나는 권사요. 모든 박투가는 의술에 일가견이 있고, 최소한 「황제내경」, 「본초강목」같은 필수 의서는 기본으로 알고 있단 말이오.”
나는 놀라면서도 툴툴거리는 강백산의 곡지(曲池)-수삼리(手三里)-중부(中府)혈에 시침하며 말을 이었다.
“그래. 그런 유명한 사람이 소천문의 의약당주시다. 이제 우리 문파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냐?”
“쳇. 연우한테 듣기로 문도수도 얼마 안 되는 소형 문파라던데. 개뿔!”
“넌 오늘 운 좋은 줄 알아라.”
“뭐가요?”
“네가 오늘 한턱 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네 턱을 쏘아 올렸을 테니까.”
“???”
낄낄낄.
나는 내 농담에 스스로 만족스러워 웃음 짓다가 이내 다시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 네 몸뚱이는 사기 수준이다. 이토록 탁월한 내구성은 네가 익힌 남만 살인 격투기의 효험 덕분이겠지. 하나, 오늘은 위험했다. 만약 소선 소저의 난피풍검법이 조금만 더 들어갔다면 너는 멀쩡히 있을 수 없었을 거야. 그만큼 내상 경도가 옅지 않으니 다음 대결까지 수련은 쉬고 정양에 집중해.”
“아, 알겠소. 진형.”
“그나저나……. 아직 마교 측에선 기별이 없냐?”
“그렇소.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진작 말했겠지요.”
“혹여라도, 내 뒤통수칠 생각이면 꿈도 꾸지 마라. 나는 이미 그에 관한 방비까지 해뒀으니, 만약 꼼수를 부리면 널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도록.”
“거참! 이미 한배를 타기로 했잖소. 한데 날 의심하는 거요? 기분 나쁘게…….”
“말이 그렇단 뜻이다. 너는 내 사랑스러운 부하인데, 왜 의심하겠냐?”
“지X…….”
“뭐야?”
“아, 아니오.”
“그리고 백산아.”
“또 왜요?”
“내가 널 의심한다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
“그건 또 뭔 말입니까?”
“의심한다는 건, 같은 격을 가진 사람끼리의 수 싸움이지. 너와 난 애당초 같은 격이 아니잖아?”
“뭐요?”
“넌 날아다니는 파리나, 모기를 의심해 본 적 있냐? 나한테 넌 그 정도 수준이다. 하니, 왜 의심하겠냐? 수틀리면 모가지 따버리면 그만인 것을.”
나는 표정 한 번 안 바꾼 채, 살벌한 말을 지껄였다.
물론, 반은 장난이지만 반은 진담이기도 했고.
“진형은 다 좋은데, 말을 함부로 하는 버릇이 있소. 적당히 하시오. 말했다시피 나도 일문의 문주요. 같은 문주끼리 참…….”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
나는 괜히 미안해서 녀석의 어깨를 툭, 치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아무튼 잘했다, 강백산.”
“……다음에도 이길 테니 새삼, 그럴 거 없소.”
“무리는 하지 마라. 네가 결승까지 올라오면 나는 눈물을 훔치면서 널 뒤질 때까지 팰 수밖에 없다.”
말을 마치며 나는 시침을 끝내고 그의 몸속에 ‘역’ 속성의 힘을 주입해 내상을 어루만지며 기혈을 다스렸다.
그러자, 강백산의 얼굴이 한결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고맙소……. 치료해줘서.”
“부하는 두목이 챙기는 법이지.”
* * *
‘진짜 돈 쓰는 귀신이네, 귀신…….’
돈 쓰는 거로는 어딜 가도 빠지지 않는 게 강백산이지만.
그는 오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라는 속담을 절감했다.
‘자기 돈 아니니까 더 그랬겠지? 어휴!’
그것은, 진소천의 가공할 만한 식탐 때문이었다.
오늘 진소천은…….
걸신들린 사람처럼 온갖 비싼 요리를 꾸역꾸역 처넣었는데, 단순히 음식만 먹는 게 아니라 술 중에서 가장 비싼 금존청을 혼자 무려 20병 가까이 들이켜는 기염을 토해버린 것이다.
더구나…….
진소천은 내력을 사용해, 손끝으로 주독(酒毒)을 몰아내며 일부러 술을 더 마셨다. 이건 필시 자신의 전낭을 털기 위한 심산임을 알기에 강백산은 더욱 이를 부득부득 갈 수밖에 없었다.
‘악마다……. 진가 놈이야말로 진짜 악마야.’
마음으로 진소천의 욕을 한 됫박 퍼부은 강백산은 거처로 돌아온 뒤, 곧장 가부좌를 틀고 운기에 돌입했다.
주루에서 진소천이 시침을 하고 내력을 주입해 준 덕에 내상이 한결 가벼워진 상태지만.
아직은 기혈을 다스리고 회복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우우웅……!
그렇게 운기에 여념 없던 강백산은 하단전 깊숙한 곳에 약동하는 진소천의 내력을 슥- 훑었다.
비록 하루만 지나도 휘발할 일시적 기운이나, 맑고 순수한 그 기를 느끼자니 진소천에 대한 의문이 더 깊어지는 그였다.
‘진형은 도대체 어디서 무슨 무공을 익혔길래……. 박투술은 그리 살벌한데, 내력은 또 이토록 순수한 건가?’
사실…….
강백산에게 진소천은 ‘신비함’ 그 자체가 아닐 수 없었다.
구파일방의 제자도 아니요, 그렇다고 별다른 기연을 거쳤거나, 전설의 ‘천무지체’도 아닌데.
어찌, 그토록 무공에 대한 식견이 뛰어나고, 또 그토록 강한 것인지.
‘워낙 영악한 인간이라 그런 건가?’
더불어, 강백산이 본 진소천은 전략적인 싸움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말하자면, 상대의 단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그 단점에 자신의 장점을 특화하여 싸움을 펼치는 지능적인 무인이랄까?
‘그래서 내가 패하기도 했겠지만.’
그러나…….
그런데도 강백산은 진소천이 자신보다 확실한 ‘강자’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진소천은 영리한 싸움을 고수할 뿐만 아니라 체력이나 내력에서도 자신을 압도했고, 특유의 여유와 침착함만큼은 가히 인세제일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 인간은……’
괴물이다!
그런 상념에 빠진 채로, 강백산은 계속 운기를 통해, 소선에게 당했던 내상을 다스려갔다.
그러던 중,
똑똑-.
누군가 거처의 문을 두드렸다.
* * *
“누구냐?”
긴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야심한 시각에 대뜸 복면을 쓰고 찾아온 불청객을 보며 강백산은 자신의 몸 상태가 최상이 아님을, 그로 인해 잘못하면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짜증이 났을 뿐.
하나 다행히 복면인은 강백산을 공격하지 않았다.
대신 몇 번이나 주변을 살피더니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는데,
“강백산 문주.”
그 음성이 어찌나 탁한지, 강백산은 본능적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누구냐고 물었다. 대답하지 않는다면 곱게 보낼 생각 없어.”
그러자,
“나는 천마신교의 사자 자격으로 귀하를 찾았소.”
복면인의 입에서 상상치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진형 말대로구나…… 한데 생각보다 일찍 접선이 들어오는군.’
일단…….
강백산은 상대에게 적의가 없다는 걸 알게 되어 안심하면서도, 경계의 끈을 놓을 순 없어 매서운 눈초리로 물었다.
“그렇군. 한데 무슨 용무로 날 찾았소?”
“본교의 교지를 전달하고자 하오.”
“전달하시오.”
“귀하는 지금까지 잘 싸워 왔소. 앞으로도 선전하여 꼭 우승자가 될 수 있도록 하라는 명령이오. 물론 이후 다시 본교의 명령에 따라 귀하는 처신하면 될 것이오. 이후 본교는 약속대로 금원보 100개를 지급할 생각이오.”
“틀렸소.”
“뭐요?”
“우리의 약속은 그게 아니었단 소리요. 나는 대회에서 우승하는 순간, 곧바로 잔금을 받기로 했소. 물론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불하기로 애당초 약조했으니, 내가 당신들의 의뢰를 수행하는 건 돈을 받은 이후가 될 것이란 말이오.”
강백산의 말에 복면인은 잠시 침묵하다가 다소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좋소. 그 부분은 전달하겠소. 하나 이것만 알아두시오. 만약 귀하가 다른 마음을 품거나 본교를 기망할 경우, 본교는 귀하를 죽일 수밖에 없다는 걸.”
이에 강백산은 내심 뜨끔했지만, 평정한 어투를 유지하며 입을 뗐다.
“내가 당신들을 기망할 이유가 뭐겠소? 나는 애당초, 일가친척도 없는 고아요. 중원에는 아무런 연고도 없소. 괜히 마교와 중원의 싸움에 휘말릴 생각은 없으니 그저 내 할 일 하고 조용히 뜰 거요. 걱정하지 않아도 좋소.”
“하나. 귀하는 최근 백도의 인물들과 어울리고 있더군. 그뿐만 아니라, 당신과 함께 대회의 최대 유망주로 떠오른 소천문 문주와 각별한 사이로 보이던데.”
“뭐야? 날 의심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감시까지 하는 거요?”
“당연한 일이오.”
순간, 강백산은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일이 진형의 말대로 흘러가는구나…….’
그것은 당초, 진소천의 예상과 현실이 너무나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와 단순히 동년배 무인으로서 교류했을 뿐이오.”
“꼭 그래야 할 것이오. 만약, 아니라면…… 귀하는 곱게 죽지 못할 테니까.”
복면인의 협박 아닌 협박에도 불구하고…….
강백산은 그저 고갤 끄덕였다.
“그럼 또 기별하겠소.”
말을 끝으로 복면인은 다시 주변을 감지하더니,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신형을 돌렸다.
하나 그 순간, 강백산이 다시 말했다.
“이보시오.”
“…….”
“당신은 어느 문파의 누구요?”
그러자,
“말했잖소. 본교의 사자 자격으로 왔다고.”
“어이, 마교 양반.”
“…….”
“누굴 바보로 아는 거요? 여긴 무림맹 본청이오. 경비가 삼엄한 건 말할 것도 없고, 주변 30여 장까지 결계가 쳐진 터라, 확인되지 않은 인원은 발도 들일 수 없는데, 뭐가 어째? 마교의 사자로 왔다고?”
“…….”
“웃기지 마시오. 물론, 당신은 마교의 사자 자격으로 찾아온 거겠지만 진신 정체는 무림맹이나 사도맹에 적(跡)을 둔 사람일 게 자명하지 않소?”
“그에 관해 답하지 않겠소.”
“좋소. 아무튼 시간이 지나면 알 일이니 그만 가시오. 그리고 또 하나. 꼭 잔금을 받아야 남은 일을 수행할 것이란 걸 명확히 전달하시오. 나는 돈 받기 전엔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거요.”
강백산의 말에 복면인은 고갤 끄덕인 뒤, 홀연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하…… 진짜 첩자가 있었네. 한데, 누구지?’
필시 마교의 사자는 무림맹이나 사도맹 출신의 중원인 또는, 이번 대회의 참가자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나저나 진소천 이 인간은 대체 여기까지 어떻게 내다본 거야?’
우선 지금은.
진소천을 만나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