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07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3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07화
#107화
며칠 후-
세상일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무릇, 역사를 관통한 현자들조차, 미시(微視)적 관점에선 잘못된 예측을 하는 일이 부지기수니 말이다.
‘골치 아프네.’
그런 점에선, 나 같은 현인(現人)도 별수가 없었다.
‘이게 무슨……?’
나는…….
아침 댓바람부터 내 거처 앞에 모여든 인물들을 보며 뒷골이 당기는 걸 느꼈다.
“……정말 후회들 안 할 자신 있냐?”
사건의 발단은 어제다.
나는 16강 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연우를 데리고 바로 다음 날 특훈을 시작했는데, 그 훈련에는 최근 내 청소부이자, 심부름꾼으로 활약 중인 강백산도 포함되었다.
한데 그게 문제였을까?
우리의 합동 수련(?)에 관한 풍문이 일파만파 퍼지더니, 대뜸 어젯밤 당소소, 당일기 남매가 찾아와 자신들도 수련에 가담하겠다며 끼워달라는 게 아닌가?
뿐만 아니었다.
심지어, 저녁에는 나와 대결했던 화산파의 백강조차 합동 수련을 하겠다며 부탁을 하는데, 그쯤 되니 나는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다른 놈은 몰라도 백강은…….’
그렇다.
백번 양보해서 당소소, 당일기 남매야 나보다 나이가 어린 녀석들이니 개 같이 굴려도 괜찮다지만…….
백강은 나이도 나랑 비슷한 데다, 출신 성분도 나보다 좋은 대(大) 화산파 제자요, 문파 최고의 기재라 불리는 인물이 아닌가?
게다가, 그는 백도구봉이란 이명까지 가진, 소위 잘나가는 무림인이었다.
내가 아무리 또라이라도 그런 인간을 ‘밑’에 두고 개처럼 굴린다?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후회 안 합니다!”
“안 합니다!”
“후회 안 해요, 소천 오라버니!”
그러거나 말거나…….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백강과 당소소, 당일기는 의지가 확고한 눈빛을 발산하며 고갤 끄덕이는 것이었다.
“일단……. 백강 도장부터. 나는 내게 가르침을 받는 모든 이에게 존대하지 않소. 그건, 교관으로서의 권위와 직결된 문제고 내 수련은 권위로 시작해, 권위로 끝나기 때문이오. 한데, 귀하는 나와 서열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 아니오?”
“진 문주님…….”
“정녕 내 수련에 끼고 싶으면 앞으로 날 형님으로 모셔야 하오. 비슷한 또래에게 형님 소릴 내뱉는 게 귀하의 강호 위치상 쉽지 않을 일인 텐데?”
“저보다 한 살 많으시지 않습니까? 당연히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오냐.”
“???”
“그건 그렇고. 그럼 백강아.”
“네?”
“너 사문에 허락은 확실히 받았냐? 괜히 구파일방의 잘난 제자 놈 데려다가 굴리기엔 나도 부담이 크다. 예컨대 수련하다 뼈 부러지고 연골 내려앉고 살 거죽 찢어지는 날엔 내가 화산파 영감님들한테 혼날 수 있지 않냐는 소리다.”
일순, 내 말에…….
백강은 백강 대로, 당 씨 남매는 당 씨 남매 대로 눈알이 휘둥그레졌는데 나는 그 모습이 우스워서 실소를 터뜨렸다.
그러나,
“지, 진 문주님…… 아니! 소천 형님! 그 점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청문 장로께서 적극 추천해 주신 바람에, 다른 장로님들도 윤허하셨습니다. 왜 있지 않습니까? 대문파의 제자 중, 몇 년을 수련행에 나서는 이들도 있고, 요즘은 다른 문파끼리 교류 수련을 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장문인께서 작고하신 이후, 본파는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한지라, 매우 개방적인 기조를 유지 중입니다. 화산파가 꽉 막힌, 집단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십쇼.”
내 눈에는…….
자신의 입지 따윈 안중에도 없이, 저자세로 일관하는 백강이 멋져 보였다.
‘화산 애들이 대체로 인성이 바른편인가?’
그도 그럴 게…….
내가 아는 백도 놈들은 오만함이 기본 소양이었던 까닭이다.
하나 화산 제자 백강도 그렇고, 속가의 연우도 그렇고…….
이놈들은 당최, 오만함과 거리가 멀었는데 사실, 그래서 나는 녀석들이 좋았다.
“좋다. 나중에 다른 소리 하지 마라.”
“물론입니다, 소천 형님.”
“오냐. 그럼 이번에는 당소소, 당일기 차례다. 너희도 정말 백강이처럼 내 밑에서 구를 준비가 됐냐?”
내 물음에, 당소소와 당일기는 다시 한번 확신에 찬 음성으로 답했다.
“물론입니다, 형님!”
“물론입니다, 오라버니!”
일이 이쯤 되니…….
나로서는 더 이상 만류할 핑계도, 명분도 없었다.
나는 하는 수없이 고갤 끄덕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럼 오늘부터 너희 전원을 일시적 소천문의 객식구로 인정한다. 참고로, 소천문의 모든 문도 및 객식구는 소천문의 법도를 열외 없이 따르고, 지켜야 한다.”
“네!”
“네!”
“네!”
“그럼 지금부터 서로 간 호칭부터 정리하자. 우선 내가 최고 큰형님이 되고. 다음은 강백산이다. 그다음은 백강. 그다음은 연우. 다음이, 당소소. 당일기는 막내로 한다.”
수련에 앞서…….
나는 우선, 수련자들의 서열을 확실히 정리했다.
괜히 수련 중, 이리저리 서열 정리가 되지 않으면 감정 소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나 내 정리에 셋째가 된, 백강이 의문을 터뜨렸다.
“소천 형님. 형님과 제가 한 살 차이지 않습니까? 한데, 강 소협이 둘째라니. 하면 강 소협과 제가 동갑인데, 저는 왜 셋째가 되는지요?”
“……그건 말이다.”
“…….”
“강백산은 사실 나보다 나이가 많다.”
“네?”
“하나, 나이가 뭐 중요하냐? 사람 됨됨이가 중요하지.”
“지금까지 나이 따지신 분이 형님이시면서……”
“닥쳐라!”
나는 꼬치꼬치 캐묻고 따지는 백강이를 향해 노호성을 질렀다.
호랑말코 도사 아니랄까 봐, 대충 넘어가면 되지. 거, 더럽게 따지네.
내가 이래서 도사를 싫어한다.
“백강아. 세상엔 나는 되는데 너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이 일은 그런 범주의 일이야. 알겠냐?”
“……네.”
“앞으로 교관의 말은 법이라 생각해라.”
“네…….”
내가 백강을 나무라는 모습을 바라보며…….
“……!!!”
연우는 대경실색한 얼굴로 입을 벌렸는데, 아마 화산파 제자를 뉘 집 개처럼 다루는 내게 학을 뗀 모양이고, 또 그에 순응하는 백강을 보며 기가 막혔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튼 이것으로,
“지금부터 수라 나찰 수련을 시작한다. 첫 수련은 천진산 정상을 찍고 오는 건데, 내력을 운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순수 체력만으로 달린다. 만약 쥐새끼처럼 몰래 경신법 쓰다 들키면 형벌을 내릴 생각이니 이점 유의할 수 있도록.”
나는 새로운 내 ‘똘마니’들을 구성했다.
* * *
‘진짜 오지게도 재수 없게 물렸네, X발!’
남만 철각문 7대 문주이자, 살인 격투기의 전승자, 강백산.
그는 지금껏 자신이 운 좋은 사람이라고 믿으며 살았다.
물론, 어릴 적 버림받고 갖은 고초를 겪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론 사부의 눈에 들어, 오늘날 경천동지할 무공을 손에 넣지 않았나.
게다가 도박 싸움판을 전전하던 그가, 우연히 마교의 눈에 들어, 막대한 돈과 의뢰를 받은 건, 본인 스스로 일생일대의 기회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그런 그의 생각은 ‘진소천’이란 인간을 만난 이후, 부스러기처럼 와르르 부러졌다.
‘무슨 저런 인간 말종 개새X가 다 있지?’
강백산은…….
실로 진소천이 무서웠다.
처음, 자신의 정체를 맹주에게 알리겠다며 협박할 때부터 야비한 줄 알았지만…….
막상 겪어보니 이건 야비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고금을 통틀어 이런 개망나니가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약하기라도 하면 죽여버리기라도 하겠는데…….’
하나 강백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 터였다.
말마따나 진소천이 자신보다 약하면 진작 멱 줄을 비틀었겠지만.
애석하게도 진소천은 자신보다 강한 사람이었고, 도무지 인세에 그를 죽일 수 있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을 듯한, 악랄하고 무시무시한 무언가(?)를 지닌 놈처럼 같았다.
‘그래도…….’
그런데도 강백산은 점점 진소천에게 빠져들고, 또 순응하게 되었다.
‘왠지 저놈이 없는 말을 할 것 같진 않으니…….’
그가 본 진소천은…….
확실히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비단 무공이 고강한 걸 넘어, 왠지 그의 말은 꼭 실현될 것 같단 느낌이랄까?
‘믿는 수밖에…….’
게다가 진소천의 말이 지닌 설득력은 대단했다.
가면 갈수록 그의 말마따나, 마교가 자신을 쉽게 놔줄 리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당분간 저 인간이 시키는 대로 하자. 만약, 일이 잘못될 거 같으면, 그때 가서 야반도주해도 되겠지.’
일단…….
지금의 강백산은 진소천의 말을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자신의 정체는 이미 노출되었기에…….
진소천의 의중에 따라 어쩌면 자신은 ‘무림공적’이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사부…… 제발 저승에서 날 굽어살피쇼. 제발!!!’
오늘따라 왠지…….
「백산아. 너는 어릴 적부터 교만하고, 욕심이 많았다. 노부는 그 점이 걱정되는구나. 부디, 내가 없어도 언제나 절제하며 무인답게 살거라.」
작고한 사부의 한 마디가 메아리처럼 떠오르는 강백산이었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강백산, 이 새끼야.”
“???”
“너 지금 뭐 하냐? 정신 안 차려? 내가 앉았다 일어났다 하라고 했지, 멀뚱멀뚱 한눈팔고 있으랬냐?”
“…….”
“소천문의 법률에 따르면 수련 중, 태만은 일각 동안 무지성 구타형을 받게 되어 있다. 마지막 경고다. 한 번만 더 정신 팔고 있으면 그땐 애들 보는 앞에서 처맞을 줄 알아라.”
“아, 알겠소…….”
악마, 진소천은 강백산의 인격을 철저히 무시한 채, 고난도의 수련을 지시할 뿐이었다.
‘어휴! 시X!! 차라리 마교로 투신을 하든가, 아니면 그냥 무림맹주 손에 뒤져 버려?’
순간, 극단적 선택의 충동까지 느낀 강백산은.
그저 하염없이 울고 싶었다.
* * *
내가 졸지에, 무림맹 본청까지 와서 교관 노릇을 하는 사이…….
남은 16강 대결은 치열하게 펼쳐졌고 강백산은 이번에도 승리하여 8강까지 이름을 올렸다.
물론 나는 녀석이 그럴 거라 봤다.
애당초, 강백산의 무공은 백도구봉인 백강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수준이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강백산은 나와 함께 이번 대회의 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
참가자들은 강백산의 신분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으며, 대체 남만 철각문이 뭐 하는 곳인지 궁금해했는데, 나이가 많은 노년인 중엔 과거 새외의 강자로 꼽혔던 철각문을 기억해내는 이도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나와 강백산은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8강 진출을 앞두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대망의 8강 대진표가 공개되었다.
『강호 무림 영웅 대회 8강 대진표.
1차전 : 강백산(남만 철각문) - 소선 (아미파).
2차전 : 남궁윤(남궁세가) - 단목진(단목세가).
3차전 : 진후(무당파) - 당맹호(사천당문).
4차전 : 진소천(소천문) - 이만기(녹림칠십이채).
이상.』
나는…….
공개된 대진표를 보고 다음 내 상대가 될 이만기란 놈을 훑어봤다.
‘녹림채라…….’
이만기는 아직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사도맹’의 일원이었다.
말하자면 사도맹주 홍금부의 마지막 ‘자존심’이랄까?
저벅저벅-.
그 순간…….
마찬가지로 대진표를 확인한 이만기가 내게로 다가왔는데 나는 그를 가까이서 보고야, 그의 덩치가 일동에 육박한단 사실을 깨달았다.
“진 문주. 나와 겨루게 되었군.”
“???”
“나는 진작부터 자네의 대결을 쭉- 지켜보았네. 검을 잘 다루던데.”
“하…….”
“게다가 자네는 사도맹의 호법인 육광 대협을 꺾은 이력을 지니고 있다지? 나는 그 점을 매우 높이 사네.”
“…….”
“하지만. 사실 육광 대협은 무공 쪽으로 위명을 떨쳤다기보다, 이런저런 궂은일을 도맡은 공로로 호법이 되셨지. 그 때문에 나는 자네가 나보다 대단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아.”
“후…….”
“자네는 참 운이 없네.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결승까지 올라갔을 텐데. 하나 어쩌겠는가? 이것도 운명인 것을. 대신, 너무 심하게 패진 않을 테니 걱정은 하지 말게.”
나는.
어쩌면 이 돼지 새끼가 심마에 빠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직하게 물었다.
“너…… 혹시 또라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