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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06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21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06화

#106화

 

 

 

 

 

“형님…… 당최 이해가 안 되는데요? 만천화우는 당문 최고의 비전이잖아요. 한데, 당 소협이 만천화우를 쓰게끔 만들어야 된다니. 그게 뭔 말입니까?”

 

이제 곧 펼쳐질 승부를 앞두고…….

 

연우는 내 말귀를 알아듣지 못해, 다급히 물었다.

 

나는 그런 연우의 심정을 십분 이해했다.

 

비단 연우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내 말은 비논리적으로 들릴 테니까.

 

하나 이런 내 지론은 ‘진실’이었다.

 

“연우야.”

 

“네?”

 

“만천화우는 무서운 무공이지?”

 

“당연하죠.”

 

“그럼 생각을 달리해보자.”

 

“어떻게요?”

 

“만천화우는 무서운 무공인 만큼, 익히기가 까다롭다. 화산의 이십사수매화검보다 더 오묘기 때문에 여간해선 완숙하게 펼칠 수 없단 소리다.”

 

“그…… 그 정도인가요?”

 

“어. 그 정도다.”

 

“한데요? 그렇다 한들, 그 순간이 제게 기회로 온다는 게 무슨…….”

 

“만천화우는 그만큼 어려운 무공이니까. 지금의 당맹호는 완벽히 시전할 수 없을 거란 소리야.”

 

“어? 그러고 보니……”

 

“자고로 어려운 무공을 어설프게 펼치는 것보다 쉬운 무공을 완벽히 펼치는 사람이 싸움에서 승리하는 법이다.”

 

“아……!”

 

그제야…….

 

연우는 내 말에 감을 잡은 듯했다.

 

나는 녀석의 어깨를 두드리며 덧붙였다.

 

“연우야. 네가 승리하기 위해선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우선. 시작하자마자 전력을 다해라. 그때 진주언가의 언헌과 싸울 때 펼쳤던 장기(掌氣)의 감을 기억하겠지?”

 

“네.”

 

“그걸 검으로 펼치는 거야.”

 

“아…….”

 

“검기(劍氣)다. 초반부터 밀어붙이면 당맹호는 당혹스러워서 만천화우를 쓸 거다. 그때, 그의 당혹감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빈틈을 놓치지 마. 그때가 아니면 못 이긴다.”

 

“근데, 형님. 만약 당 소협이 만천화우를 펼칠 때 빈틈이 보이지 않으면요? 정말 그가 제대로 만천화우를 펼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럼 어쩔 수 없지. 만약 당맹호가 그 정도 수준이면 네가 아니라 백도구봉의 진후나 소선, 남궁윤, 백강 같은 놈들도 못 당해.”

 

“후…….”

 

내 말에 연우는 한숨을 내쉬다가 돌연, 눈빛을 바꾸었다.

 

뭐랄까?

 

그전엔 안절부절못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한층 갈무리된 것 같달까?

 

아무튼, 심적으로 안정기에 접어든 게 확실해 보였다.

 

“중원 최고 미남자! 동천 최고의 거부, 석가장의 대공자! 무일푼으로 소천문의 객식구 생활을 하는 석연우의 승리를 기원한다!”

 

그래서…….

 

나는 연우에게 힘을 주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택한 방법은 주변이 떠나가라 고함을 지르는 것이었는데, 생목으로 지른 게 아닌, 사자후의 묘리를 담아 발산했기에 비무대 아래 모든 중인의 시선이 우리 쪽으로 확, 쏠렸다.

 

-클클클.

 

-허허. 진 문주도 못 말리겠군.

 

-뭐 하는 짓이래? 하하하.

 

일순…….

 

나를 아는 청문도장, 석가장 사람들, 무림맹주, 사도맹주는 물론 나를 잘 모르는 중인들도 웃음을 터뜨렸는데 정작 내 ‘응원’의 수혜자인 연우는 쪽팔렸는지 얼굴을 붉히며 핀잔을 털었다.

 

“형니이이이임! 부끄럽게 왜 그러는 거예요, 갑자기!!”

 

낄낄…….

 

나는 연우의 머리를 쿡, 쥐어박은 뒤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기든 지든 최선을 다해라.”

 

 

 

 

 

* * *

 

 

 

 

 

내가 연우를 좋아하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다.

 

이를테면 요즘 보기 드문 순수한 청년이라든가, 본성이 선하다는 점, 강자 앞에 강하며 약자 앞에 약한 의협심을 꼽을 수 있겠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나는 연우가 말을 잘 들어서 좋다.

 

‘잘하네.’

 

나는…….

 

비무가 시작되기 무섭게 내가 시킨 대로 전력을 다해 당맹호를 밀어붙이는 연우를 보며, 칭찬해주고 싶었다.

 

‘연우는 그간 3무 수련을 해왔으니까. 초반부터 전력을 다해도 체력 면에서는 꿀릴 게 없다.’

 

내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처음 당맹호는 기수식을 취해 보이며 여유를 부렸는데, 싸움이 시작되는 순간 연우가 질풍 같은 검풍을 일으켜 거친 싸움을 걸자, 당혹감을 역력히 드러냈다.

 

“허……!”

 

“정말 발전했구나!”

 

그때, 연우의 활약을 지켜보던 석 가주와 청문도장은 감탄을 터뜨리기도 했다.

 

하나 나는 만족하지 않았다.

 

왜냐면 아직 연우에겐 비장의 한 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파아아아아앙-!

 

그것은…….

 

-거, 검기(劍氣)?!

 

-세상에…… 이번 대회는 복병이 많네. 어떻게 저런 청년이 지금까지 명성을 떨치지 않았던 거지?

 

-석가장이면…… 화산의 속가잖아? 속가의 무인이 벌써 검기를 펼친다고?

 

연우의 검봉에서 한 줄기 휘광을 흩날리며 파생된 검기(劍氣)였다.

 

“석 가주. 대단하구려. 석 공자 또래의 본산 제자들도 저런 깔끔한 검기를 펼치긴 힘들 터인데……. 이것 참,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소.”

 

그 광경이 얼마나 이질적이면 연우를 지켜보던 화산파의 장로들조차 석 가주에게 그런 말을 했겠나.

 

순간, 나는 내심 뿌듯했다.

 

오늘날의 연우가 저렇게 강해진 건, 모두 내 덕분이기 때문이다.

 

파파팟……!

 

그러나…….

 

연우의 검기에도 불구하고 당맹호는 수세에 몰리지 않았다.

 

물론 안면에 당혹감을 내걸고 있었지만, 그는 당문 특유의 날렵한 신법을 활용해, 거리를 벌리며 공세를 피해냈고, 이내 그가 허공으로 도약하는 순간, 나는 그의 손에서 당문 최고의 비전절기인 ‘만천화우’가 쏟아질 거란 걸 알아차렸다.

 

‘완전 속전속결이군.’

 

아니나 다를까, 이번 싸움은 섬전 같은 속도로 진행되었다.

 

시작하자마자, 검기를 뿌리며 맹수처럼 달려드는 검수와 또 그에 질세라, 곧장 최고의 절기를 펼치는 암기의 달인이라…….

 

하나 이런 낭만적인 구도는 금세 사라졌는데 그것은 당맹호의 손에서 방출된 많은 암기가 하늘을 덮은 채, 연우의 신형으로 쏘아진 까닭이었다.

 

촤촤촤촤촤촤촤촤……!

 

‘허…… 또 저걸 보게 되는군.’

 

그 찰나, 나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이게 한 번 당해본 자의 심리적 불안이자, 정신적 외상인 걸까?

 

아무튼 나는 이번 격돌로, 두 사람의 승패가 갈릴 거라 봤다.

 

채채채채채채챙-!

 

연신 검기를 일으켜 암기를 쳐내는 연우가 그를 뚫어낸다면.

 

대결은 근거리 싸움이 될 것이고 그럼 연우가 십중팔구 승리할 것이다.

 

하나 반대로…….

 

연우가 저 비처럼 쏟아지는 암기 폭풍을 다 쳐내지 못한다면?

 

패배는 물론, 깊은 부상에 빠질지 모를 일이었다.

 

고오오……!

 

그 때문에…….

 

나는 남몰래, 내력을 끌어올렸다.

 

‘…….’

 

만약 연우가 만천화우를 뚫지 못해, 치명상을 당할 거 같으면 싸움에 개입해서라도 연우를 구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내…….

 

‘위험하다…….’

 

나는 연우의 투로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걸 목도하고 말았다.

 

 

 

 

 

* * *

 

 

 

 

 

파파파파파파파-!

 

다행이었다.

 

사실…….

 

대회 규정상, 비무대에 다른 참가자가 끼어드는 건 탈락 사유니까.

 

그 때문에 방금 내가 끼어들어 연우를 구하려 했다면 나는 규정을 어긴 죄로 탈락자가 되었을 것이었다.

 

하나, 연우의 균형이 무너지고, 당맹호의 암기가 녀석의 몸을 관통하려던 순간…….

 

무림맹주의 신호를 받은 심판진이, 당맹호의 암기를 쳐내고 연우의 탈락을 선언했다.

 

“…….”

 

그러자…….

 

연우는 자리에 주저앉은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나는 연우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

 

전력을 쏟아부었으니 힘이 빠지기도 할 것이고, 아깝단 생각도 들겠지.

 

하나 그보다, 지금의 연우는 짙은 탈력감에 허우적거릴 게 틀림없다.

 

저벅저벅-.

 

그래서 나는 단상 위, 비무대로 발걸음을 옮긴 뒤, 주저앉은 연우를 일으켜 세웠다.

 

“일어나.”

 

“……형님.”

 

“잘했다.”

 

“저는…….”

 

“패배 없이 성장하는 무인은 모래성 같은 거야.”

 

“…….”

 

“모래성은 한 번 툭, 건드리면 와르르 무너지지만 패배하고 시련을 겪으며 성장하는 무인은 철옹성이 된다.”

 

“형님…….”

 

“그리고 그런 철옹성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

 

“오늘은 술이나 잔뜩 퍼먹자.”

 

 

 

 

 

* * *

 

 

 

 

 

“허허! 한잔 받으시구려.”

 

“껄껄! 연우야. 정말 잘했다.”

 

“석 공자. 대단했습니다. 저는 석 공자가 이토록 강한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요.”

 

연우의 대결이 끝나고 나는 석가장, 화산파 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내게 패배해 백도구봉의 이름을 갖고도 탈락한 백강도 참석했는데, 그는 연우의 선전을 두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들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제가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 해도, 운이 좋았습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다행히 연우도 볼썽사납게 우울해하거나, 풀이 죽진 않았다.

 

다만, 생애 처음으로 강호의 주목을 받은 터라, 얼떨떨한 눈치였는데 그래도 어딘지 아쉬워하는 구석이 엿보여 짠한 마음이 들었다.

 

“알아서 다행이구나.”

 

하지만…….

 

나는 마음에 없는 말을 내뱉었다.

 

사실, 석 가주와 청문도장이 보는 앞에서 연우를 놀릴 순 없는 노릇이지만, 조금이라도 녀석의 마음을 가볍게 풀어주고 싶었달까?

 

“무슨 말이에요, 소천 형님?”

 

“네가 여기까지 올라온 건, 지독한 운빨이 있었단 뜻이지.”

 

“아……. 알고 있습니다.”

 

“역시 내 동생답다. 주제 파악도 잘하고 제 분수를 정확히 알아서 보기가 좋네.”

 

“……하하. 그만 하세요, 형님.”

 

“나는 네 그런 점이 마음에 든다. 앞으로도 너는 주제 파악에 심혈을 기울일 수 있도록.”

 

“…….”

 

이쯤 되자…….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갑자기 싸-해졌다.

 

석 가주는 아들을 깎아내리는 내 언사에 헛기침을 터뜨리며 불쾌한 기색을 비쳤고, 화산파 사람들은 ‘대체 뭔 일이야?’라는 표정이 되었는데, 나는 그에 그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연우야.”

 

“네.”

 

“주제 파악하라는 건, 비하나 비난이 아니다.”

 

“그런…… 가요?”

 

“내가 말하는 주제 파악은, 자신을 객관화하라는 뜻이니까.”

 

“자기 객관화라…….”

 

나는 그때, 돌연 진지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주 예전에 말이다. 나는 내가 평생 이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 나 같은 자신감 넘치는 인간이 왜 그런 생각을 했겠냐?”

 

“허……. 대체 어떤 사람이었길래 형님이?”

 

“그 사람은 바로, 주제 파악의 달인이었다.”

 

“아……!”

 

농담 섞인 어조로 시작한 말이지만.

 

지금 내가 하는 말은 순도 10할의 ‘진실’이었다.

 

나는 전생에 교주를 보며 평생 이길 수 없을 거라 생각했고, 교주야말로 주제 파악의 최강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완벽한 자기 객관화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었다. 자신의 장단점을 명확히 인지했고, 또 그 단점을 보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지. 그 결과, 그는 무시무시한 인간이 되었다.”

 

“형님…….”

 

“나는 네가 그처럼 자기 객관화를 통해, 강자가 되길 바란다. 오늘의 네 패배는 그 밑거름이 될 거고, 그런 점에서 너는 승리보다 값진 경험을 했으니 지금부터, 처지거나 아쉬워하지 마라.”

 

“고맙습니다, 형님. 마음이 가벼워져요.”

 

“그리고…….”

 

“네!”

 

“이번 대회 이후. 너는 나와 특훈에 들어간다.”

 

“네?”

 

“앞으로 1년. 내 밑에서 개처럼 구르면 너는 당맹호에게 이길 수 있다.”

 

씨익-.

 

나는 묵직한 한 마디를 뱉은 후, 연우를 향해 웃음을 선보였다.

 

물론, 내 말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중인들은 우리의 대화에 진한 ‘형제애’를 느꼈겠지만.

 

3무 수련을 경험한 연우로선 치가 떨리지 않았을까?

 

“한데, 진 문주님. 한 가지 질문을 해도 될까요?”

 

그 순간.

 

백강이 호기심 서린 눈으로 물음을 던졌다.

 

“물어보시오.”

 

“그…… 대관절 진 문주 같은 분이 어느 문파의 고인에게 평생 이길 수 없을 거란 생각을 떠올리신 겁니까? 당최 상상이 안 가서 말입니다.”

 

“아…….”

 

그거였나?

 

하나 내가 ‘당대 천마요!’라고 답할 순 없기에.

 

나는 그냥 아무렇게나 지껄였다.

 

“있소. 진소윤이라고.”

 

“진소윤이요? 처음 듣는 이름이네요. 대체 어떤 분이죠?”

 

“한 40년쯤 후에. 검후가 될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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