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99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3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99화
#99화
대회 당일-.
웅성웅성-.
드디어…….
모든 참가자가 학수고대하던 대회 날이 찾아왔다.
전일, 공지했던 대로 무림맹 중앙 연무장 단상엔 주최 측이 준비한 연설장이 마련되었고 묘시(卯時: 오전5시~7시)부터 모든 참가자는 집결하여 공지를 기다렸다.
-의외네. 이번에 백도구봉 전원이 출전할 줄 알았는데 결국 진후, 백강, 소선, 남궁윤까지 네 사람만 참가하고 나머지 다섯은 부재인가?
-아무리 무림 대회라도 각 문파마다 상황이 있고, 또 어떤 이는 폐관 수련이나 중요한 임무를 수행 중일 수 있으니까. 아홉 사람이 다 참가하길 바라는 건 욕심이지.
-에이! 아깝네. 이번에 백도구봉을 전부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럼 흑도 놈들 기가 팍 죽을 거 아냐?
-흐흐. 오히려 좋아. 강자들이 조금이라도 적게 나오면 우리 같은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올라갈 테니까.
연무장 단상 한쪽에는 대회의 ‘참가 대진표’가 걸려 있었다.
하나 많은 사람의 예상을 뒤엎고 백도구봉의 참가는 단 네 사람뿐.
무당파 진후, 화산파 백강, 아미파 소선과 현 무림맹주의 손자인 남궁윤의 이름만 기입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나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이번 무림 대회가 흑-백을 막론하고 치러지는 강호의 큰 행사라 하나…….
말마따나, 각 문파마다 사정이 있고 폐관 수련 중이거나 문파의 중차대한 일을 맡은 이들은 참가할 여력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엔 마교와 대치 중인 소림, 개방이 참가하지 않았으며 팔대세가 중 한 곳인, 제갈세가와 백도 최고수인 검황 독고황을 배출한 독고세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였다.
“무림 대회에 참가해주신 참가자 여러분. 모두 반갑습니다! 지금부터 무림 영웅 대회를 개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무림맹 첩보대의 대주를 맡은 장호원이 중앙 단상에 올라, 천리전음(千里傳音)으로, 군중을 향해 힘찬 음성을 내뱉었다.
그러자,
-와아아아아아아!!!
참가자들과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방문한 모든 방문객이 열화와 같은 함성을 터뜨렸고,
‘…….’
생애 처음, 이런 장관을 구경하게 된 진소천은 묘한 감흥을 느끼며 단상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게…… 무림 대회군.’
사실…….
진소천에게 이 같은 광경은 생경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비록, 전생에 진소천이 삼천 살수를 이끄는 살수회 대장이었다고는 하나.
언제 이런 커다란 규모의 비무 대회를 경험해 봤겠나.
또 마교 특성상 그런 성격의 행사가 치러질 리 만무하기도 했고.
어찌 되었든…….
‘누가 됐든, 이겨야지.’
현재, 진소천의 마음은 그러한 일념으로 가득 찬 상태였고,
‘우승해야 하니까.’
자신이 동년배의 누군가에게 질 거란 생각은 애당초 해본 적도 없다.
무엇보다,
‘상금이 얼마야, 상금이!’
진소천은 금원보 20개(금자 1,000냥)라는 천금이 걸린 대회의 상금을,
‘꼭 먹고 만다.’
결코, 놓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형님.”
“뭐냐?”
진소천이 속으로 그런 음흉한(?) 생각을 할 때였다.
마찬가지로 그의 옆에서 단상을 바라보던 석연우가 슬쩍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지금 형님이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맞혀 볼까요?”
“갑자기 뜬금없이 뭔 소리야? 그래. 맞춰 봐라.”
“상금 생각하고 있었죠?”
“???”
“왜요? 틀렸습니까?”
“너 요즘 관심법 수련하냐?”
“하하. 제가 형님이랑 하루 이틀 지내요? 방금 형님이 침을 꼴깍- 삼키면서 눈을 빛낸 거 알아요? 형님은 꼭 돈 욕심 부릴 때 그런 행동을 하거든요.”
“후……. 그런 거 아니다.”
“아니긴 개뿔. 저는 못 속입니다, 형님?”
“닥쳐라.”
“세상에 무림 대회의 참가를 앞두고 상금 욕심내는 사람은 형님이 유일무이할 겁니다. 하하하.”
“그런 거 아니라니까.”
“아니긴, 뭘 아니에요?”
확, 그냥!
순간, 저도 모르게 석연우의 정수리에 당랑 꿀밤을 박을 뻔했지만.
다행히 같은 대열에 합류해 있던 석대방의 시선을 고려해 참을 인자를 가슴에 새기는 진소천이었다.
* * *
의외로…….
대회 개막식의 축사를 맡은 사람은 무림맹주 남궁학이 아닌, 사도맹주 홍금부였다.
사실 이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아무리 이번 대회가 흑-백을 막론한 행사라고 하나, 주최 측이 무림맹이기 때문이다.
하나, 이 모두는 무림맹주 남궁학의 제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남궁학은 당초, 이 대회를 흑-백 화합의 시발점으로 만들 생각이었고, 그 때문에 사도맹주를 전면에 세워 분위기를 상쇄하려 했던 것.
다행히, 사도맹주 홍금부 역시 그 의중을 받아들여 단상 위에 축사의 포문을 열었다.
“강호의 동도 여러분, 반갑습니다. 다들 제가 개막식 축사를 맡은 것에 놀라셨을 겁니다. 하나 대회를 치르기에 앞서, 무림맹주와 저는 흑-백도의 모든 은원을 잊고 무엇보다 대회를 성황리에 끝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하니, 사사로운 은원은 당분간 묻어두고, 모두 정당한 비무를 통해, 강호의 번영과 발전을 모색하는 한편, 천하를 지배하려는 마교의 야욕을…….”
그렇게…….
홍금부의 원론적인 말이 길어질 때였다.
‘거참, 늙은 영감탱이. 더럽게 지루하네.’
군중 속에서 강철 같은 근육이 드러나는 민소매 무복 차림에 까무잡잡한 피부가 인상적인 삼십 대 초반의 속으로 투덜거렸다.
‘무림 대회라 해봤자, 그냥 싸움하는 건데, 뭔 중언부언 말이 많은 거야? 하여튼, 중원 것들은 이래서 재수 없다니까?’
그는…….
천마신교로부터 무림 대회의 깽판(?)을 사주받고 거금을 획책한 남만 철각문의 7대 문주, 강백산이었다.
‘일단……. 대회가 시작되면 반드시 중원의 병아리들을 때려눕히고 우승을 차지한다.’
사실…….
거듭, 중원을 깎아내리는 강백산 또한 남만 출신이 아닌 중원 출신이었다.
다만, 그는 어릴 적 부모에게 버림받고 남만 노예 시장으로 팔려 와 열두 살 되던 해, 탈출을 감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추포되어 반 병X이 될 때까지 매질을 당하다, 철각문 6대 문주의 눈에 들어, 구사일생한 것이다.
하나 이후 그의 삶은 외려 더 비참해졌다.
하루 열두 시진 중, 아홉 시진을 수련에 매진했고, 남만의 척박한 환경과 무시무시한 맹수들 속에서 인간이기를 포기한 채 살아갔던 것이다.
그리고 그 지옥을 버티게 해주었던 건, 그의 ‘야망’이다.
‘반드시! 우승 상금까지 쌍끌이로 쓸어 담아서 뜬다!!’
그의 인생 최대 목표는 다름 아닌, ‘호의호식’.
사부가 작고한 지금, 그를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는 오직 흥청망청 원 없이 돈 쓰며 살겠단 일념에 내기 도박 싸움을 하다, 마교와 접선하기에 이르렀다.
‘중원 놈들이든, 마교 놈들이든. 알량한 니들 권력 싸움에 말려들 생각은 없다. 나는 돈만 챙기고 조용히 잠적하면 그만이니까. 흐흐흐!’
석연우는 무림 대회를 두고, 상금 욕심내는 사람은 진소천이 유일할 거라 말했지만…….
사실 그쪽으로는 진소천보다 훨씬 더한 게 강백산이었다.
‘누가 됐든 상관없다. 진짜 오지게 두들겨 패줄 테니까.’
그리고…….
진소천과 강백산에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건,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우승을 믿어 의심치 않는단 점이었다.
애당초 진소천은 전생에 일황삼존오왕 중 한 사람인 화산파 장문인을 암살한 데다, 워낙 무공의 자부심이 강했으니 그럴만했고…….
강백산 역시, 동년배의 누군가가 자신의 ‘철권(철각문의 박투공)’을 능가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고려로 갈까요~~~ 동영으로 갈까요~~~? 아니면 해남으로 갈까요~~~? 낄낄낄!’
그렇게…….
쾌재를 부르다 못해, 속으로 노랫가락까지 만들며 즐거워하는 강백산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던 이가 있었으니.
‘음…… 쟤는 몸이 좋군. 싸움 좀 하겠는데?’
동류(同類)는 동류를 알아본다던가?
어쩐지 희한하게도.
강백산의 탄탄한 신체 골격을 보며 내심 감탄하는 진소천이었다.
* * *
사도맹주 홍금부의 길고 지루한 연설이 끝나고.
무림맹 측은 대회 대진표와 절차를 상세히 공표했는데 나는 그들의 방식이 참 효율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단…….
대회는 총 10번의 비무를 거쳐 10일간 펼쳐지는데 중간에 하루씩 휴일을 둬서 도합 스무날이 소요된단다.
참가자는 대략 1,000명에 육박하고 그중 백도인이 700여 명, 흑도인이 300여 명인데 오늘 첫, 예선은 4개 조로 나뉘고 같은 문파의 참가자는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각각, 다른 조에서 예선을 치르는 것이다.
그 때문에 나와 연우는 각자 다른 조에서 싸우게 됐다.
내심 재수가 없어서 첫날부터 내 손으로 연우를 쥐어패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런 일은 안 생겨서 다행인 셈.
물론…….
이후라도 연우가 나랑 붙어야 한다면…….
눈물을 머금고 녀석의 머리통에 당랑권을 쥐어박아야겠지만?
아무튼, 대규모로 펼쳐지는 첫 예선인 만큼, 첫날 비무는 중앙 대大 연무장에서 각 조의 인원이 동시다발적으로 싸우는데 인산인해의 군중이 한 번에 싸움하니, 누가 어떻게 싸우는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실정이었다.
그야말로 도떼기시장에서 호객하는 상인들을 보는 듯하달까?
-1번 승!
-38번 승!
-97번 승!
하나 어찌 되었든 각 대결에 맞춰 심판들은 참가자가 부상을 입기 전, 고하(高下)를 가늠해 승패를 결정했는데 모든 병장기는 목(木)기 형태만 사용할 수 있고, 쉬이 승패가 나지 않을 땐, 각 진영에 배치된 주심과 부심이 다수결로 승자를 가렸다.
물론, 이런 방식이 대회 마지막 날까지 지속되진 않는다.
다만, 첫날은 워낙 인원이 많아 효율에 중점을 두고, 될 성싶은 떡잎을 가리는 데 의의를 두는 것인데, 5차 비무가 끝나는 32강부턴 규제 없이, 마음껏 대결을 펼치는 구도로 전환될 예정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내가 속한 조의 대기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비무를 대충 훑었는데,
“179번 참가자 앞으로 나오시오.”
어느새, 내 차례가 되어 나도 연무장에 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새삼, 느끼지만 사람 인연이란 건 참으로 희한하고 얄궂고…… 또 신비하다.
왜냐?
“제, 젠장할!”
하필이면 내 첫 상대가 나를 보며 칠색 팔색한 얼굴이 되었는데 그는, 나랑 일전에 객잔에서 시비가 붙었던 형산파의 ‘종회’란 애새끼였기 때문이다.
씨익-.
나는…….
일단 종회를 비릿하게 쳐다보며 웃음을 날려줬다.
아마도…….
종회도 종회지만 그날 내게 파묻힌(?) 형산파 놈들은 대진표의 내 이름을 보고 식겁을 했을 터였다.
그러니 당사자인 종회는 어떤 심정이겠나?
아니나 다를까, 종회의 면상에는 두려움과 분노, 억울함 등의 복잡한 감정이 적절하게 섞인 채였다.
“안녕?”
나는 모처럼 재회한 종회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네…… 네놈…….”
“놈?”
“…….”
“너 방금 놈이라고 했냐?”
“…….”
“뒈지려고, 진짜.”
“히, 히이이이익!”
내 한 마디에 종회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떨었다.
그 꼴은 마치 의기양양 산중을 거닐다 재수 없게 호랑이를 만난 여우 새끼의 모습 같았다.
한데…….
“시, 심판! 나는 기권! 기권하겠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첫날부터 기권을 때린다고?
그것도 형산파의 제자가?
“???”
“기권하겠단 말입니다!”
“아, 알겠소…….”
참…….
요즘 것들은 싸가지만 없는 게 아니라 근본도, 패기도 없구나.
병X 같은 새끼들 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