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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98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32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98화

#98화

 

 

 

 

 

-이튿날, 오전.

 

“형니이이이임!”

 

아침 댓바람부터 석연우가 호들갑을 떨며 한 장의 서찰을 들고 진소천의 거처를 찾았다.

 

석연우는 석가장이 당도한 후, 진소천과 함께 묵지 않고 석가장의 거처에서 지냈는데, 그 덕에 진소천의 잔소리 신공과 심부름에서 벗어난 터라, 얼굴이 밝아진 상태였다.

 

“뭔 일인데, 아침부터 난리야? 배신자야.”

 

“네? 뭔 배신자요?”

 

“몰라서 묻냐. 석가장 사람들이 오자마자, 나를 버리고 홀라당 좋은 숙소로 도망친 네가 배신자지, 배신자가 아니냐?”

 

“아……. 당연히 저는 석가장 거처에서 머물러야 맞죠. 모처럼 식구들을 만났는데, 왜 형님이랑 계속 지냅니까?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닥쳐라. 오늘부로 너는 소천문의 객식구 자격을 잃었다.”

 

“시끄럽고요.”

 

“?”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형님 앞으로 편지가 당도했습니다.”

 

“아…….”

 

“일전에 소천문으로 서신을 띄우셨잖아요. 답장이 온 모양이에요. 제가 본관에서 대리 수령 해왔으니 읽어보자고요.”

 

어째…….

 

소천문에서 온 편지에 진소천보다 외려 석연우가 더 기쁜지 반색한 얼굴이 되었다.

 

진소천은 냉큼, 석연우의 손에서 편지를 빼앗아 봉투를 뜯고 서찰을 읽어나갔다.

 

『소천문 문주, 진소천에게.

 

문주. 잘 지내는가? 의약당주일세.

 

자네의 서신은 잘 받았네.

 

별 내용은 없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무림맹에 당도해 참가 의사를 밝혔다 하니, 마음이 놓이네.

 

혹여, 가는 길에 또 시비가 붙거나 하진 않았는지 모르겠으나, 걱정하진 않겠네.

 

자네가 사춘기 어린아이도 아니고, 다소 마음에 병이 있지만 매사, 손익을 계산할 줄 아니, 별 탈이야 있겠나?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러잖아도 동동이 형제가 자네의 행방을 두고 온갖 억측을 펼치고 있기 때문일세.

 

부디 주먹 쓸 일이 있거든, 대회가 시작된 후에 쓰도록 하게.

 

그건 그렇고…….

 

소천문의 상황이 궁금하겠지?

 

우선, 자네가 미치도록 그리워할 소윤이에 대해 몇 마디 하겠네.

 

소윤이는 현재 생애 첫, 친구를 사귀어 잘 지내네.

 

그 친구는 바로 연리원이란 아이인데, 지부대인의 딸로, 지부대인이 워낙 강권한 터라, 현재 소천문에서 임시로 소윤이와 글공부도 하고, 무공도 익히네.

 

리원이 역시, 소윤이처럼 또래 아이보다 월등히 똑똑해서 둘의 수준이 제법 맞아 보는 내가 흐뭇할 지경이지.

 

클클클.

 

물론, 리원이를 정식 문도로 받아들일지는 전적으로 자네가 결정해야겠지만, 나는 그리했으면 싶네.

 

아무튼 소윤이는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란 소리일세.

 

더불어, 문도들 또한 열심히 생활 중이네.

 

자네의 명성을 듣고 도처에서 각종 분쟁 해결부터, 운송 업무, 입문 신청 등의 일이 쏟아지는 중인데 자네가 없어 큰돈이 걸린 막중한 의뢰는 받지 않고, 자잘하며 쉬운 일만 받고 있지.

 

또한 입문 신청은 체력과 인성을 수차례 검증하여 근성 있고 쓸만한 녀석들을 임시로 거두었는데 이들의 정식 입문 또한 향후, 자네가 최종 판단하게.

 

아무튼 자네가 없는 소천문은 무탈하게 흘러가고 있으니 자네는 모든 마음의 짐과 머릿속 번민을 내려두고 대회에만 전념하게.

 

아.

 

석 공자는 잘 지내는가?

 

그래도 석 공자가 현 소천문의 객식구이고 지금껏 소천문의 발전에 많이 기여한, 개파 공신이니 각별히 신경 써주게.

 

마지막으로, 소윤이가 자네에게 전해달라고 하더군.

 

소윤의 입을 빌려, 말하자면.

 

「아빠, 돈 많이 벌어와.」

 

라던데…….

 

평소 애한테 무슨 소릴 지껄인 겐가?

 

쯧쯧…….

 

이제 소윤이도 마냥 어린아이가 아닐세.

 

내년이면 여섯 살이고 사고력은 이미 일곱, 여덟 살 아이들을 웃도는 실정이니 앞으론 말을 가려 하게.

 

이만 줄이겠네.

 

건승하게나.

 

소천문 의약당주, 이시진』

 

대략…….

 

편지의 내용은 그러했다.

 

‘역시 깐깐한 영감이라니까…… 이게 안부 편지야, 아니면 잔소리야?’

 

글을 읽은 진소천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

 

하나, 그런데도 이내 그의 안면엔 자그마한 미소가 번졌는데.

 

‘소윤이한테 친구가 생겼다라……. 후후.’

 

그것은 소윤에게 친구가 생겼단 소식을 들은 까닭이다.

 

그것도 무려, 지부대인의 딸이란 엄청난 배경을 가진 친구가.

 

‘거기다 소윤이와 수준이 비슷한 동갑내기 친구라니……. 잘된 일이다.’

 

사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지만 언제나 소윤에 대한 걱정을 품고 있던 진소천이다.

 

물론, 자신 외에도 동벽 선생, 동동이 형제, 석연우와 예린이에, 글 선생까지.

 

소천문의 모든 식구가 소윤이를 딸처럼, 손녀처럼, 조카처럼, 동생처럼 예뻐하지만 그런데도 ‘엄마의 부재’는 결코 메울 수 없는 빈자리기 때문이었다.

 

하나, 그런 소윤에게 친구가 생겼단 소식은 그만큼 소윤의 외로움이 상쇄될 만한 요소임에.

 

진소천에겐 무엇보다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연우야.”

 

“네, 형님.”

 

“너는 친구 있냐?”

 

“친구……요?”

 

“그래. 친구.”

 

“있지요.”

 

“누군데?”

 

“뭐…… 강 소협 형제들도 제 친구가 되겠고…… 형님만 해도 크게 보면 친구나 다름없잖아요?”

 

“뭐?”

 

“왜요? 제가 친구라고 하니 기분 나빠요?”

 

“어. 굉장히 나쁘네.”

 

“하…… 어이없네.”

 

“근데, 너……. 진짜 나랑 동동이들 말고는 친구가 없냐?”

 

“…….”

 

“진짜 친구가 없다고?”

 

“그만하시죠?”

 

“그럼 사귀는 사람도 없고?”

 

“그만하라니까요?”

 

“세상에나…….”

 

순간.

 

진소천은 충격받은 ‘척’ 시늉을 하다가 이내 한심하기 짝이 없는 눈초리로 석연우의 아래위를 쓱- 훑고는,

 

“찐연우라…….”

 

영문을 알 수 없는 한 마디를 내뱉으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형니이이이이임!”

 

오늘도 진소천과 말 섞다가 자연스럽게 노발대발하게 되는 석연우였다.

 

 

 

 

 

* * *

 

 

 

 

 

늦은 밤-.

 

야심한 시각이었다.

 

똑똑-.

 

방구석에서 가부좌 틀고 명상에 빠져 있던 나는 대뜸, 문 두드리는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일어났다.

 

“뭐냐, 또?”

 

나는…….

 

당연히 연우가 찾아왔을 거라 생각하고 문을 열었다.

 

해시(亥時: 밤 9시~11시)말 무렵이니 연우를 제외하면 찾아올 사람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례하겠소.”

 

방문객은 연우가 아니었다.

 

그는 나랑 비슷해 보이는 나이에 준수한 얼굴을 한 사내였는데, 허리춤에 달린 수실과 복대에 새겨진 태극 문양을 보아 무당파 도사처럼 보였다.

 

“누구요?”

 

“???”

 

“당신 누구냔 말이오?”

 

나는…….

 

그가 무당파 사람인 줄 알면서도 일부러 그리 물었다.

 

그러자 반응이 가관이었는데, 그는 마치 ‘내가 누군지 몰라?’ 하는 듯한 얼굴로 당혹감을 내비쳤고 나는 다시 한번 그를 채근했다.

 

“늦은 시간이오만. 방문객이면 신분부터 밝히는 게 예의 아니오?”

 

그러자…….

 

“아……. 흠흠! 미안하오. 내가 실례했소. 나는 무당파의 진후라 하오.”

 

그제야, 도사가 제 소속과 신분을 밝혔는데,

 

‘응?’

 

그 이름은 워낙 유명해 순간,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분명 연우가 가르쳐줬었는데…… 신경을 안 쓰고 있어서 까먹었던 모양이네.’

 

나는…….

 

이미 어제 연무장에서 이 도사를 본 적 있다.

 

그때 연우는 그가 백도구봉 중 일인이며, 무당파의 차기 장문인으로 손꼽히는 ‘진후’란 사실을 알려줬고.

 

하나 당시 별생각도 없었던 데다, 서로 통성명을 하지도 않았기에 까먹은 상태였는데 공교롭게도 제 발로 날 찾아와주니 얄궂은 감정이 들었다.

 

“일단 들어오겠소?”

 

우선…….

 

나는 진후가 무슨 목적으로 방문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축객령을 내릴 순 없어 들어오라고 권유를 했다.

 

했는데…….

 

어쩐 일인지 진후는 내 남루한(?) 거처를 한 번 쓱- 훑고는 이내 고갤 흔드는 게 아닌가?

 

“됐소. 그러지 말고 잠시 밤하늘이나 보면서 담소 나누는 게 어떻겠소?”

 

“???”

 

이놈, 이거…….

 

혹시 내 방이 더러워서 들어오기 싫다는 거야, 뭐야?

 

하긴, 연우가 석가장 숙소로 도망간 뒤부터 청소를 안 했으니 더러운 게 사실인데.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단칼에 자른다고?

 

하여튼 내가 이래서 도사들을 싫어한다.

 

순, 호랑 말코 새끼들 같으니라고.

 

“뭐……. 그리합시다.”

 

 

 

 

 

* * *

 

 

 

 

 

“오늘따라 유난히 밤하늘의 별이 반짝이는군요.”

 

웬걸…….

 

나는 당최 진후의 의중을 알 수 없었다.

 

대뜸, 늦은 밤에 찾아온 것도 모자라 갑자기 웬 별 타령인가?

 

하나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서 침묵한 채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자, 이내 다시 그의 입이 열렸다.

 

“저 수많은 별 중에. 가장 빛나는 몇 개의 별이 있소.”

 

“…….”

 

“나는 그런 빛나는 별이 되는 것이 꿈이오.”

 

그제야…….

 

나는 진후가 약간 또라이(?)란 사실을 깨달아버렸다.

 

“혹시…… 돌았소?”

 

그래서 나는 그리 물었다.

 

한데, 그 물음을 받아들이는 진후는 꽤 당황했던 모양인지, 금세 얼굴을 붉혔다.

 

“험험! 아……. 미안하오. 내가 뜬금없는 소릴 했나 봅니다.”

 

“돈 거 아니면 다행이오.”

 

“???”

 

“아무튼. 어쩐 일로 날 찾은 거요?”

 

내 퉁명스러운 물음에 진후의 눈빛과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진 문주.”

 

“말하시오.”

 

“나는 얼마 전 본파의 사숙조 어르신께 귀하에 관한 일화를 들은 적이 있소.”

 

“혹시, 주 영감님 말이오?”

 

“맞소. 주영천 사숙조에게 말이오.”

 

하긴…….

 

이제야 상황이 짐작이 간다.

 

내가 본 주영천 영감은 ‘괴도사’란 별호답게 별종 중의 별종인 양반이었다.

 

그런 양반이니 무당파로 돌아가 나에 관한 이야기를 얼마나 떠들었겠나?

 

“주 영감님은 잘 계시오?”

 

“그렇소. 아마 대회가 시작되면 오시지 않을까 하오.”

 

“그렇구려. 한데 그건 그렇고……. 귀하가 날 찾은 이유는 무엇이오?”

 

“나는…….”

 

내 물음에 진후가 무슨 영문인지 잠시 말을 머뭇거리다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우……. 사실, 당신이 어떤 인물인지 직접 보고 싶었소.”

 

“그래. 직접 본 소감이 어떻소?”

 

“솔직히 말해도 되겠소?”

 

“물론이오. 나는 솔직한 사람이 좋소.”

 

“……음. 사실…… 참 괴짜 같단 생각이 드오.”

 

피식-.

 

진후의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나 스스로 생각해도 공감되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주 사숙조 어른께 듣기로, 당신은 무공에 대한 이해도가 믿기 힘들 정도라 했소. 그 때문에 나는 당신이 진중하고 무거운 사람이 아닐까 하던 참이오. 한데, 직접 보니 무겁긴커녕, 참……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방지축 같은 느낌이 드오.”

 

“잘 봤소. 나는 무겁지도 진중하지도 않은 사람이 틀림없으니.”

 

“…….”

 

“하나 내 무공은 다를 거요.”

 

“무공은…… 다르다?”

 

“그렇소. 내 무공은 굉장히 진중하고 또 무거운 것이기 때문이오.”

 

나는 그렇게 말한 뒤, 잠시 진후의 표정을 심유히 살폈다.

 

과연…….

 

작금, 진후의 마음은 복잡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주 영감에게 전해 들은 나에 대한 이야기와 실제로 본 내 모습의 괴리가 상당할 것이며, 거기다 내가 무공 운운하며 호승심에 불까지 지피니 어질어질하지 않을까?

 

“하하하!”

 

그러나, 그는 화통하게 웃으며 날 바라보더니 외려 개운한 어투로 말했다.

 

“무공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하시오, 진 문주.”

 

자신감?

 

밤하늘의 빛나는 별이 되는 게 꿈이라던 너만 할까요?

 

“이하동문이요.”

 

“진 문주.”

 

“왜 그러오?”

 

“나는 정말 당신의 무공이 궁금하오. 대체 어떻길래 주 사숙조 어른이 당신을 그리 평가했는지.”

 

“기회가 된다면 이번 대회 때 견식할 수 있을 거요.”

 

“그리되길 바라겠소.”

 

“막상 그리되면 후회할걸?”

 

“뭐요?”

 

“아니오.”

 

“후……. 아무튼. 나와 붙게 되기 전엔, 누구에게도 지지 마시오.”

 

“나는 걱정 없소. 당신이 문제지.”

 

“뭐요?”

 

“아. 미안하오. 내가 좀 솔직해서…… 할 말 못 할 말 구분 못 하는 병이 있소.”

 

“하아…….”

 

나는…….

 

이 늦은 밤에 고작, 기 싸움하겠다고 날 찾은 이 귀여운 도사를 적당히 골려준 뒤에야 속이 풀려 웃음 지었다.

 

“진후 도장. 만약 귀하가 나랑 붙기 전에 다른 참가자한테 처맞아서 지기라도 한다면.”

 

“???”

 

“이후라도 소천문에 찾아오시오.”

 

“…….”

 

“언제든 한 수 가르쳐 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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