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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83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1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83화

#83화

 

 

 

 

 

이튿날-.

 

“다녀온다.”

 

기왕 대회에 참가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머뭇거릴 필요가 없었기에 나는 곧장 무림맹 본청으로 나서려 했다.

 

“문주님. 정말 수발하는 녀석도 없이 가시려고요?”

 

“저라도 따라갈까요?”

 

“심부름할 사람은 있어야 할 거 아닙니까?”

 

그러자, 동동이들이 그리 권유했다.

 

아무래도 먼 길 떠나야 하는 데다, 이번 대회야말로 소천문의 첫 공식 강호 출도라 할 수 있으니, 수족 노릇 할 문도 몇쯤 대동하란 의미였다.

 

하나 나는 고갤 저었다.

 

“됐다. 어차피 연우도 가잖냐. 연우가 우리 문도는 아니지만, 공짜로 먹고 자는 객식구인데, 이럴 때 부려 먹어야지. 그러니 개의치 마라.”

 

사실…….

 

아무리 인원수 몇 명, 안 되는 자그마한 문파라도 강호의 행사에 참가할 때는 대개 문도 몇쯤 대동하기 마련이다.

 

이런저런 모양 빠지는 일을 할 땐, 문주 대신 문도가 처리해야 하고, 또 이 같은 여정을 통해 문도의 식견도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연우만 대동할 생각이었다.

 

엄밀히, 연우는 무림맹에 도착한 뒤 석가장 사람으로 움직일 테니, 크게 도움은 안 되겠지만…….

 

요즘 외부 의뢰가 많이 들어오는 데다, 이번 여정은 장기 체류가 불가피하기에 문도들의 수련 시간을 오래 뺏을까 봐 굳이 데려가기 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동은 생각이 달랐다.

 

“문주님. 아무리 그래도 무림맹에 처음 가시는 건데…… 문주 혼자 가는 건, 모양새 빠지지 않을까요?”

 

물론.

 

일동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하나 나는 내 고집을 고수하였다.

 

“안 된다. 최근 문도들은 수련에 물이 올랐다. 말인즉슨,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시기를 겪는 중이란 말이다. 그런 시기에 오래 수련을 쉬는 건 막심한 손해다. 또한, 나는 문도들의 수발이 필요 없다. 소천문에서 가장 밥 잘하고 빨래 잘하고 싸움 잘하는 사내가 나다. 누가 누구의 수발을 든다는 거냐? 너희는 나 없는 사이 문파나 잘 지키고 수련이나 열심히 해라. 다녀와서 시험 칠 테니까.”

 

내 말에 일동이 황당한 얼굴로 고갤 저었다.

 

“……쩝. 말로 어찌 문주님을 당하겠소. 그럼 혼자 잘 다녀오십쇼.”

 

“오냐.”

 

그렇게 내가 일동의 어깨를 다독일 때.

 

“문주님. 다녀오십쇼.”

 

“문주님. 꼭 우승하십시오!”

 

“문주님!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날 배웅하기 위해 정문 앞까지 나선 문도 전원이 고함을 내지르며 인사를 건넸는데…….

 

‘…….’

 

뭔가 표현하기 애매하고 낯선 감정의 파문이 야릇하게 마음을 적시는 순간이었다.

 

‘낯 간지럽긴 한데…….’

 

그래도…….

 

마음 한편이 고양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달까?

 

“내가 대회에 참가하는 순간, 우승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다. 앞으로 본문의 명성이 더 높아질 테니 너희도 그에 걸맞은 무공 수준을 체득하도록. 이상-.”

 

나는 그렇게 문도들을 타박하듯, 한 마디 건네고 걸음을 나서려 했다.

 

그때, 서고에서 글공부하던 소윤이가 예린이와 글 선생을 대동하고 나와 나를 향해 말했다.

 

“아빠야! 잘 다녀와. 알겠지이? 또 막 화난다고 아무나 붙잡고 싸우고…… 그러면 안 된다?”

 

나는 나도 모르게 슬쩍 웃음 지으며 소윤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

 

“걱정하지 말고. 만약 아빠가 너무 보고 싶으면 할아버지한테 말해서 무림맹으로 서찰 보내. 당장 튀어올 테니까.”

 

“응!”

 

다행히 소윤이는 작별 순간에도 보채거나 칭얼거리긴커녕, 여느 때보다 더 활기찬 모습.

 

“예린아.”

 

“네, 문주님.”

 

“소윤이 잘 부탁한다.”

 

“네. 걱정 마시고 다녀오세요, 문주님.”

 

“글 선생 양반.”

 

“네, 문주님.”

 

“내가 없을 땐. 글 선생과 예린이가 소윤이 보호자인 셈이오. 뭔 말인지 아시겠지?”

 

“문주님이 있을 때도 그렇고, 없을 때도 그렇고. 저는 언제 어디서나 소윤이 보호자입니다.”

 

“그런 마음 좋소.”

 

“…….”

 

나는 글 선생과 예린의 어깨도 한 번씩 다독여주고 이번에는 동벽 선생을 향해 말했다.

 

“어르신.”

 

“말하게, 문주.”

 

“소윤이와 소천문을 부탁드립니다.”

 

“걱정 말게.”

 

“그럼…….”

 

“다녀오게. 석 공자도 조심해서 다녀오고.”

 

나는 마지막으로 소윤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아빠 갔다 올게.”

 

그렇게 나는…….

 

무림맹 본청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 * *

 

 

 

 

 

호북성-.

 

무당파, 장문인실.

 

“진후야…….”

 

나지막이 입을 뗀, 초로의 노인은…….

 

한눈에 보아도 헌앙한 기도가 철철 넘치며, 두 눈엔 또렷한 현기(賢氣)가 서려 있는…….

 

그야말로 천하에 한두 사람 있을까 말까 한 대(大)수행자의 면모를 지닌 사내였다.

 

사내는, 당대 무당파의 장문인이자, 현 백도 최고수로 손꼽히는 일황삼존오왕 중, 삼존의 일인인…….

 

‘허원’ 진인이었다.

 

“네, 장문인. 하명하십시오…….”

 

반면…….

 

허원의 맞은편에서 공손히 포권하는 도사는 이제 갓, 이립(30세)을 넘긴 청년으로 보였는데 그가 바로 현(現) 백도에서 가장 뛰어난 아홉 후기지수로 평가받는 ‘백도구봉’ 중 필두.

 

‘진후’였다.

 

“때가 되었구나. 너는 이번 무림 대회에서 우승해야 하느니라.”

 

장문인 허원의 음성엔 별다른 감정이 묻어 있지 않았다.

 

그저 지극히 평범한 목소리와 무미건조한 어투였을 뿐.

 

하나 그를 듣는, 진후의 가슴은 금세, 두방망이질 쳤다.

 

“장문인…….”

 

“진후야. 네게 쏠린 세상의 이목…… 네게 걸린 세상의 기대…… 그리고 너를 향한 무당파의 믿음을 알고 있느냐?”

 

“압니다.”

 

“무당파는…… 개파 이래 한 번도 최고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 조사셨던 삼봉 진인께선 당대 천하제일인이셨고, 이후 승승장구한 본파에 비견될 세력은 오직 소림이 유일했다.”

 

“…….”

 

“말인즉슨, 대(大) 무당파는 언제나 무림의 태산북두(泰山北斗)였다는 것이다.”

 

일순-.

 

허원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고, 진후의 마음엔 바다 같은 자긍심이 일었다.

 

무림(武林), 태산북두(泰山北斗), 무당파(武當派)…….

 

그 찬란한 이름은 오늘날 두 사람의 ‘긍지’ 자체로 존재했기에.

 

그러나,

 

“그러나……. 지금은 어떠하느냐?”

 

“장문인…….”

 

“물론. 아직 본파는 건재하다. 내가 세상에 삼존 중, 일존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네가 백도구봉 중, 일봉으로 손꼽히니…… 아직, 본파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하나…… 동시에 본파는 분명 쇠락하고 있다.”

 

허원의 말에, 진후의 두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장문인.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진후야. 나는 찬란한 무당파의 역사 속에…… 죄인이 되었다.”

 

“장문인!”

 

“그것은 내가 당대제일인이 되지 못한 까닭이다.”

 

“하지만…… 장문인께선, 삼존 중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고 계시지 않습니까.”

 

“틀렸다.”

 

“장문인…….”

 

“나도 그렇고. 나와 같이 삼존으로 꼽히는 소림의 원일 신승이나 아미의 대명 사태도 그렇고……. 우리는 구파의 선봉에 서 있으면서도 ‘한 사람’의 그늘에 가려진 허수아비인 게야.”

 

그렇게 말하는 허원의 표정엔 옅은 회한이 서려 있었다.

 

진후 역시 장문인의 공허한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움푹 고갤 숙였고.

 

“하나….”

 

“…….”

 

“진후, 너는 다르다.”

 

“장문인…….”

 

“나는 평생 검황의 그늘에 가려졌지만…… 너는 반드시 달라야 한다.”

 

“…….”

 

“진후 너만은…….”

 

“반드시 최강이 되어야 하느니라.”

 

“……!!!”

 

순간.

 

진후의 영혼과 육신은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로 휩싸였다.

 

최강이 된다는 것.

 

어쩌면 모든 무림인의 바람이자, 숙명일지 모른다.

 

진후 본인도 언제나 그런 웅심을 품고, 지금껏 정진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에.

 

“최강이 되겠습니다, 장문인.”

 

그는 그렇게…….

 

장문인과 자기 자신에게 다짐을 두었다.

 

“헤헤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때.

 

백발 성성한 노인이 문을 열어젖히며 등장하더니, 진중한 분위기에 찬물을 와락 끼얹는 게 아닌가?

 

“사숙…….”

 

“사숙조 어르신…….”

 

노인은 바로 허원 진인의 사숙이자, 현 무당파에서 가장 배분이 높은 ‘괴도사 주영천’이었다.

 

“허원아. 너는 아직도 ‘천하제일’이란 허명 앞에 괴로워하고 있구나?”

 

주영천이 재밌다는 표정으로 허원을 향해 물었다.

 

허원은 고갤 절레절레 저으며 푹 한숨을 내쉬었다.

 

“사숙……. 어찌 본파로 돌아오시자마자, 또 저를 타박하십니까. 그리고 천하제일이란 것은 결코, 허명이 아닙니다. 사숙의 사조셨던 장삼봉 조사께서는 누구나 인정하던 당대 천하제일 아니셨습니까? 저는 검황의 벽을 넘지 못했으나…… 진후는 반드시 천하제일인이 되어야 하고, 또 그리될 것입니다. 하니 이 후학들을 나무라시기보다 덕담을…….”

 

“크하하!!!”

 

순간, 주영천이 허원의 말을 끊으며 박장대소했다.

 

이쯤 되자, 허원도 그렇고 진후도 그렇고…….

 

허탈한 표정으로 체념하고 말았다.

 

“허원아. 천하제일이 쉬운 게 아니다. 정말 진후가 제 세대의 최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이를 말씀이십니까? 진후는 가능할 겁니다.”

 

“내 생각은 다른데?”

 

“사숙…….”

 

“진후도 재능이 뛰어나지만. 저 녀석이 살아갈 시대는 전(前)대 보다 더 많은 고수들이 날뛸 게 틀림없다고.”

 

“…….”

 

“예컨대, 지금 마교 교주만 해도 봐라. 아직 새파랗게 젊은 놈이 벌써 십만대산의 주인이 되었잖냐. 게다가 무공은 전전(前前)대 천마였던 제 조부와 비교해도 안 꿀린다고? 그 정도면 뭐…… 말 안 해도 알겠지? 그놈은 사람이 아니다.”

 

“사숙. 어찌 마두(魔頭)를 감싸십니까.”

 

허원의 이맛살이 한껏 찌푸려졌다.

 

그는 강호의 일대종사이자, 당대 최강의 실력자 중 한 사람이지만…….

 

반쯤 미쳐버린(?) 사문의 어른을 대할 때면 곤욕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나 허원의 난처함은 안중에도 없는지 주영천은 계속 말을 이었다.

 

“진후는 죽을 때까지 천마를 이길 수 없을 거야. 만약 그럴 거 같았으면 지금 진후가 최소 너나 나 정도는 되지 않겠어? 한데 현실은? 아직 어림없지?”

 

“사숙……!”

 

“내 보기에 진후가 천마를 이기는 건 요원한 일이야. 게다가 세상에 강자가 천마뿐이야? 당장, 백도구봉중에서도 소림의 각원이란 얘가 진후보다 더 평판이 좋고. 화산의 백강이란 아이도 세다고 알려졌어. 게다가 무림 맹주의 손자인 남궁윤이란 아이도 벌써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을 할아비처럼 잘 펼친다던데…… 헤헤-.”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지만.

 

주영천은 계속 천마와 타 문파의 후기지수들을 거론하며 진후를 자극했다.

 

그러자, 돌연 진후가 진중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사숙조 어르신. 저는…… 반드시 그들을 꺾을 것입니다.”

 

“흐흐흐. 정말 자신이 있느냐, 진후야.”

 

“그러합니다. 이번 무림 대회에서. 저는 꼭 우승하여 그를 증명하겠습니다.”

 

“자신감은 좋군. 하나 네가 다른 구봉을 모두 꺾는다고 해도…….”

 

“…….”

 

“진 소형제한테 이기는 건 쉽지 않을걸?”

 

“진…… 소형제라면…… 일전에 사숙조 어르신과 노가살수문을 몰아냈다던… 그 장안의 작은 문파의 문주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순간.

 

진후는 물론이고, 허원의 얼굴에도 짙은 당혹이 서렸다.

 

“사숙! 농이 지나치십니다. 물론…… 그가 최근 섬서에서 명성을 떨친단 소식은 들었지만. 그래도 진후와 비교하는 건 무립니다. 그자의 무공을 직접 보셨다고 했으니, 잘 아실 거 아닙니까? 말씀해보십시오. 정말 그자가 진후보다 강했습니까?”

 

결국.

 

답답함을 참지 못한 허원이 짜증 섞인 투로 끼어들었다.

 

그러자,

 

“아니. 당시 진 소형제는 분명 진후보다 약했지.”

 

“한데 왜 진후가 이기기 힘들 거라고 하십니까?”

 

“……그건 말이야.”

 

“…….”

 

“소천이는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

 

“???”

 

“녀석은 나와 몇 번 대련을 펼쳤어. 한데, 대련을 펼칠 때마다 곱절은 강해지더군. 사실…… 살면서 그렇게 무공 성취가 빠른 사람은 난 본 적이 없다, 허원아.”

 

“그, 그런…….”

 

“아! 물론, 장삼봉 사조는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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