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82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5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82화
#82화
“참가하셔야 합니다.”
“고민할 필요가 없는 부분인데요…….”
“문주님이 무림 대회에 나가서 우승한다면…… 소천문은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 아닐까요?”
일단…….
일동, 이동, 삼동의 반응은 그러했고,
“형님. 이걸 왜 고민하는 겁니까? 이건 형님을 위해 차려진 밥상이나 마찬가집니다! 백도만의 행사라면 모를까, 이번엔 흑도도 참가한다지 않습니까.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어디 속박되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형님은 참가해서 좋은 결과만 취득해도 명성을 떨치는 겁니다.”
연우는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길길이 날뛰며 강권했는데…….
“음…….”
정작 나는 땡기지가 않았다.
“나도 참가하고 싶긴 하다만……. 이런 강호의 대회는 준비 기간도 길뿐더러, 참가자가 한둘이 아닐 테니 행사 기간도 길어질 게 뻔하다. 그럼 최소 몇 달을 소윤이 얼굴 못 본다는 건데. 그건 영…….”
내가 무림 대회에 부정적인 까닭은 바로 소윤이 때문이었다.
그러자,
“문주님! 소윤이야 저도 있고, 이동이도 있고, 삼동이도 있고. 글 선생에 예린이에 동벽 어르신까지 있잖습니까. 뭐가 걱정입니까? 게다가 요즘 소윤이는 무공 익히랴, 공부하랴 형님이랑 시간 보낼 여가도 없어요. 수련 끝나면 종일 서고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하는 아인데. 아마 형님이 다녀온다 해도, 소윤이는 괜찮을 겁니다.”
일동이가 나름 논리적인 일장 연설로 날 안심시키려 들었다.
하나 그런데도 나는 고갤 저으며 말했다.
“네가 몰라서 하는 소리다. 소윤이가 날 얼마나 좋아하는데. 세상에 소윤이처럼 아빠 좋아하는 꼬맹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라.”
근데…….
“…….”
“…….”
“…….”
“…….”
내 말에 얘들 반응이 왜 이래?
갑자기 분위기가 썰렁했다.
“뭐냐, 그 반응은?”
“…….”
“…….”
“…….”
“…….”
“못 믿겠다는 거냐?”
“…….”
“…….”
“…….”
“…….”
나는…….
화가 났다.
“체력 단련하련다. 다들 대(大) 연무장으로 집합.”
“아! 아닙니다, 문주님.”
“못 믿기는 뭘 못 믿어요.”
“저는 세상에서 문주님을 가장 신뢰하는뎁쇼?”
“형님! 못 믿어서 그런 게 아니잖습니까. 소윤이가 형님 좋아하는 거야, 제가 제일 잘 아는데요.”
새끼들…….
태세 전환하는 속도가 예술이네, 예술.
“그래. 그렇게 잘 알면서 왜 헛소리들 하는 거냐. 내가 몇 달 집을 떠나 있겠다고 하면 소윤이가 어지간히도 잘 다녀오라 그러겠다. 아무튼 장기간 집 비우는 건, 애비 입장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이번 무림 대회를 놓치는 건, 아까운 일이었다.
그러잖아도 지난 반년 간, 소천문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내가 명성을 떨치기라도 한다면?
삼동이 말대로, 소천문은 그야말로 날개 단 호랑이가 되는 격이었다.
그러나 환생 후의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소윤이고 둘째도 소윤이다.
소윤이가 싫어하는 일이면 할 생각이 없고, 만약 그 일이 소천문 전체의 향방을 가르는 중차대한 문제라 해도, 내겐 소윤이보다 우선시 될 수 없었다.
해서, 나는 이번 무림 대회를 포기하려 했다.
했는데…….
“자네는 참가해야 하네.”
순간, 동벽 선생이 문주실의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왔다.
“어르신…….”
“문주. 자네는 자네가 했던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가?”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네가 내게 소천문의 의약당주가 되어 달라며 부탁했을 때. 그때 분명, 소천문을 멋지게 키우겠노라 선언했네. 그것이 강호에서 소윤이를 가장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길이며, 또 소윤이를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 길이라고 했었단 말일세.”
“제가…… 그랬습니까?”
사실 나도 알면서 그냥 그렇게 물어봤다.
그러자,
“끙……. 아무튼 자네는 미련한 사람이야. 물론…… 딸내미랑 떨어지기 싫은 아비 마음을 왜 모르겠냐만……. 소윤이가 보통 아인가? 그 아인 또래를 넘어 일고여덟 살짜리 아이보다 더 의젓한 구석이 있네. 그러니 공사다망한 아비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걸세.”
“그래도……. 아이는 아이 아닙니까. 아직 소윤이는 저 없이 오랜 시간 버틸 수 없을 겁니다.”
“허……. 문주. 솔직해지게. 실은, 소윤이가 걱정이라기보다 본인이 걱정되는 게 아닌가?”
“네?”
“딸내미와 떨어져 몇 달을 보낼 자신이 없어서 그러는 거 아니냔 말일세.”
“그건…….”
순간…….
나는 대답을 이을 수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동벽 선생의 말이 옳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쩌면…….
나는 소윤이를 걱정하기보다 소윤이와 오래 떨어져야 하는 나 스스로를 걱정하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
그 때문에 나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러자 동벽 선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문주. 이건 기회일세. 물론 자네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이제 자네는 소윤 애비일 뿐만 아니라, 한 문파의 문주이기도 하네. 게다가 자네가 몇 달 자리 비운다고, 소윤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지 않나. 소윤이는 내게 맡기게. 내가 평소보다 더욱 열과 성을 다해 가르치고 또 보호할 걸세.”
이쯤 되니 나로서도, 빠져나갈 명분이 부족해졌다.
분명 이번 무림 대회는 소천문이 도약할 발판이 될 것이고…….
또 동벽 선생이 소윤이를 얼마나 아끼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입장에서 마냥, 소윤이 핑계를 대고 빠져나가려 한다면, 그건 일방적인 이기심이기 때문이다.
“…….”
그때.
주저하던 날 향해 연우가 외쳤다.
“형님! 이럴 게 아니라 소윤이한테 물어보는 게 어떨까요?”
“뭐?”
“형님도 대회 참가 자체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시잖아요. 그럼, 소윤이한테 허락을 구해보는 겁니다. 솔직히 저도 아직 어린 소윤이를 생각하면 마냥 참가하라고 권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러지 말고, 소윤이한테 물어보시죠. 만약 소윤이가 오랜 시간 아빠랑 떨어지기 싫어하면 저도 권유하지 않을 게요.”
연우의 말에 일동, 이동, 삼동이도 수긍했고 동벽 선생 또한 고갤 끄덕이며 수염을 쓸었다.
“좋다. 그럼 소윤이 결정에 맡기자.”
* * *
“된다니까아-?”
“…….”
“아빠야! 소윤이는 괜찮아. 아빠한테 필요한 일이면 좀…… 떨어져 있어도 괜찮다구.”
“…….”
“소윤이한테는…… 삼촌들도 있고 예린 언니도 있고, 글 선생님도 있고. 할아버지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빠는 내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 헤헤-.”
하…….
이렇게나 쉽다고?
아니, 다 떠나서…….
소윤이 너 아직 다섯 살 아니냐?
근데 이렇게 쉽게 아빠를 보내준다는 게 말이 되냐?
“소윤아. 잘 생각해라. 몇 달은 적은 시간이 아니야. 너 한 달이 며칠인지는 알고 있냐?”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혹시 소윤이가 몇 달이란 시간을 모르는 게 아닐까 싶어 물었다.
하나 내 예상은 처참히 박살 났다.
“한 달이 30일이니까. 대충 서너 달이라 쳐도 120일이잖아?”
“???”
“히히-. 아빠야. 소윤이는 진짜 괜찮아. 나는 그동안 할아버지가 만든 소윤단 열심히 먹으면서 육합권이랑 삼재검도 훈련하고 글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있을게. 그러니까 내 걱정 말고 다녀오래도?”
졌다.
내가…….
다섯 살짜리 딸내미한테 지고 말았다.
“하하하! 역시, 우리 소윤이는 의젓하단 말이야.”
“그럼요, 그럼요. 세상천지에 소윤이처럼 착하고 똑똑한 꼬맹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십쇼.”
“문주님. 부럽수다? 소윤이 같은 천재 딸내미가 있어서?! 클클클.”
순간, 일동, 이동, 삼동이 눈치도 없이 끼어들어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이것들은 내 속을 알까?
이 허-하고 공허한 내 심정을 알겠냐는 말이다.
나는 대번에 녀석들의 정수리에 당랑 꿀밤을 먹이고 싶었지만, 소윤이 앞이라 폭력은 자중했다.
한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우도 가담했는데,
“하하하. 형님. 보셨죠? 우리 소윤이가 어떤 아이인데, 떼를 쓰겠습니까. 소윤이는 중원 제일 천재라고 형님이 맨날 입이 닳도록 이야기했잖아요. 중원 제일 천재는 보통 아이로 재단해서 생각하면 안 됩니다, 형님?”
“중원 제일 아니고 고금 제일이다.”
“아, 네네. 고금 제일!”
그때.
하필 동벽 선생까지 끼어들어 입을 열었는데,
“껄껄껄! 소윤아. 우리 고금 제일 천재, 소윤아. 하면 네 아비가 다녀와도 되겠느냐? 그간 할아비가 아비 대신 네 손을 잡고 장안교 산책도 매일 하고, 여러모로 널 살뜰히 보살펴주마.”
“응! 할아버지. 알겠어요!!”
소윤이는 이제 아예 대놓고 더 기쁜 기색이 되었다.
‘인생무상이라더니…….’
누가 그러더라.
자식이란 세상사 마음대로 안 된다는 걸 알려주기 존재하는 거라고.
나는 무공이면 무공, 일이면 일. 다 잘하는 사람이지만 내 새끼 마음 하나 예측 못 하는 못난 놈이다.
“후……. 그럼 다녀오자.”
그 때문에 나는 결국, 무림 대회의 참가 의사를 결정지었다.
“정말이지요, 문주님?”
“문주님이 가신다면 우승은 떼놓은 당상입니다.”
“문주님! 그럼 이번 여정은 소천문의 첫 강호 출타나 마찬가지네요?”
내 다짐에 동동이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놈들은 지들이 참가하는 것도 아니면서 뭐 저렇게 좋아할까?
“형님! 잘 됐습니다. 저도 같이 참가해서 형님을 보필토록 하겠습니다.”
때마침 연우도 반색하며 자신 또한 무림 대회에 참가하겠노라 다짐을 두었다.
두었는데…….
“네가? 직접 참가자로 나선다고?”
“석 공자가요?”
“구경하는 게 아니라…… 선수로 뛰겠다고요?”
“에이! 보나 마나 이런 대회는 백도구봉이니 뭐니 하는 유명한 후기지수들도 나올 거 같은데. 석 공자가요?”
나와 동동이들은 불신의 눈초리로 그리 물었고,
“음……. 석 공자. 자네도 참가하겠단 말인가? 무려 백도와 흑도가 모두 참가하는 이 큰 대회에?”
동벽 선생까지 못 믿겠다는 투로 연우를 향해 물었다.
그러자, 연우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게 물들었다.
“아니, 이분들이 지금! 저 무시하는 겁니까? 저 석가장의 석연웁니다, 석연우! 형님처럼 우승 후보군엔 이름 올릴 수 없을지 모르나…… 저도 어느 정도 선방할 수 있단 말입니다!”
연우의 음성이 육합전성을 연상시키듯 웅장해졌다.
대충 열 받고 억울하고 짜증 난다는 의미로 보였는데.
“풉!”
“흐흐……. 석 공자. 인생 쉬운 거 아니더라고요.”
“하다 하다 진짜…….”
일동, 이동, 삼동은 그런 연우를 대놓고 핀잔주었고 나는,
“연우야. 만약 네가 1차전부터 어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에게 처맞기라도 한다면…… 아는 척하지 말아다오.”
연우에게 아예 그냥 쐐기를 박았다.
“후……! 다들 인생 그렇게 살지 마십쇼!!”
연우가…… 삐진 것 같다.
저 새끼 삐지면 오래가던데.
아무튼 내 잘못은 아니니까 신경 안 쓰는 걸로.
* * *
“아빠야.”
“응?”
“삐졌어?”
“뭐?”
“소윤이가 아빠 안 잡아서 삐졌어?”
늦은 밤…….
고작 다섯 살짜리 딸내미한테 삐졌냐는 말을 듣는 서른 줄 아비 심정을 누가 알까.
“소윤아. 아빠는 한 번도 삐진 적 없다.”
“에이- 아빠.”
“말해.”
“사실…… 나도 아빠랑 떨어지는 거 싫어. 그것도 몇 달이나 떨어지는 건 진짜루…….”
“근데 왜 다녀오라고 했어?”
“그냥……. 서책에서 그러더라고. 사람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없대. 마음 같아선 아빠랑 계속 놀고 싶지만…… 아빠는 아빠 일이 있고 나는 내 공부를 해야 하잖아?”
“적당히 천재여야 내가 응수를 할 텐데, 넌 너무 천재라서 가끔 무섭다.”
“헤헤- 나 정말 천재야?”
“고금 제일로.”
“아빠야!”
“응?”
“안녕히 다녀오세요.”
일순, 소윤이가 날 향해 꾸벅 묵례했다.
본래 예의 바르고 착한 아이지만…….
저렇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건, 처음이어서 나는 멍-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러다 이내,
“딸…….”
“응?”
“잘 다녀올게.”
나도 소윤이를 향해 담담한 음성으로 그렇게 인사를 건넸다.
‘…….’
오늘따라, 참…….
달이 밝다.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