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76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7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76화
#76화
츠치치치치치-!
솔직히…….
이 광경을 보면 태화방의 오원중이 내게 쌍욕을 퍼부을 거다.
세상천지에 의뢰인의 표물을 이용해서, 적을 상대하는 표사는 나밖에 없을 테니까.
대충…….
놈들이 독염을 쓴다는 점.
그리고 처음부터 음양마고의 소리만 듣고도 고독임을 알아보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놈들은 필시, ‘음양마고’를 탈취할 목적으로 접근한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나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음양마고’를 지켜야 하고 그것은 곧 ‘신용’과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가 아닐까?
하지만 나는,
“가라, 음양마고야. 저 새끼들 전부 잡아먹어.”
그런 상식을 깡그리 무시하고 그냥 음양마고를 풀었다.
음양마고는 기다렸다는 듯, 무지막지한 독기를 뿜으며 놈들을 향해 쏘아졌는데 그 생김새가 기다란 지렁이를 닮은 듯하면서 실선처럼 몸집이 가늘었고 범인의 안력으론 식별조차 불가한 미세하고 날카로운 이빨이 수백 개나 돋아있는…… 흡사 지옥의 독충(毒蟲)같은 모습이었다.
“으, 음양마고다!”
“음양마고야!”
“이, 이런 미친 작자가!”
우스웠다.
놈들은 분명 음양마고를 탈취할 목적으로 접근한 게 틀림없는데…….
막상 풀어놓으니 왜 저 지랄들인지?
츠치치치치치-!
그러거나 말거나 음양마고는 날카로운 비수처럼 쾌속하게 사방팔방 퍼져나갔고 이내, 놈들의 발등을 시작으로 몸을 타고 올랐는데,
“저, 저리 가!”
“저리 가라, 독충들아!”
“히, 히이이익!”
달라붙은 음양마고를 보며 놈들은 대경실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이내…….
“크아아아악!”
“카아아아아악!”
“사, 살려줘어어어!”
음양마고가 놈들의 몸을 뜯기 시작했다.
‘살벌하다, 살벌해.’
나는…….
일순, 기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음양마고에 물린 놈들의 피부색이 강시처럼 시퍼렇게 변색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크, 크아아아아악!”
창졸간에 장내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음양마고에 물린 놈 중 어떤 놈은 정신이 나갔는지 독염 더미 속으로 몸을 던졌고 또 어떤 놈은 오공에서 핏물을 쏟아냈는데, 이는 살수 대장이었던 내게도 몸서리쳐지는 광경이었다.
“죽여라! 죽더라도 저놈을 죽이고 죽어라!!”
그때…….
놈들을 진두지휘하던 노인의 외침이 터졌다.
지금껏 노인은 시종일관 침착했지만…….
음양마고를 꺼낸 순간 학을 뗀 표정이 됐는데, 아마 내가 내 손으로 음양마고를 풀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진소천……. 네놈 정말 미X 작자로구나!”
노인이 원독 섞인 시선으로 날 바라보며 입술을 짓씹었다.
나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내가 좀 그렇지. 그래도 나는 니들처럼 쓰레기 같이 살진 않아.”
“닥치지 못할까!”
순간.
분기탱천한 노인이 허리에 차고 있던 무기를 끄집어 들었다.
나는 처음에 그 무기가 허리띠를 가장한 연검일 거라 생각했는데,
“편(鞭)인가…….”
그것은 끄트머리에 날붙이가 달린 희한하게 생긴 채찍의 일종이었다.
촤르르르르-!
노인은 조금의 전조도 없이 곧장 출수하여 편법(鞭法)을 흩뿌렸다.
‘빠르네…….’
예상대로 노인은 뛰어난 무공의 소유자였다.
그의 우수에서 쏘아진 채찍은 한 마리의 독사처럼 호선을 그리며 쾌속하게 날아들었는데 나는 쾌경보로 어지러운 편로(鞭路)의 공세를 간신히 빠져나왔다.
콰콰콰콰콰콰쾅-!
“오우야!”
채찍이 닿은 갑판의 이곳저곳이 가루처럼 바스러졌다.
“채찍이야, 망치야?”
저런 막중한 위력이 가미된 채찍에 한 번이라도 적중당하면 호신강기가 박살 나는 건 물론, 뼈도 가루가 될 게 자명해 보였다.
“닥치지 못하겠느냐, 진소처어어언!”
그러나 노인은 여전히 대로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며 광인처럼 채찍을 휘둘렀다.
촤르르르, 콰아앙!
‘후…….’
나는 다시 한번 쾌경보로 채찍의 광범위한 공격권을 벗어났지만…….
‘이대로 뒀다간 배가 작살 날지 모르겠군.’
일다경만 이처럼 영감의 채찍이 갑판 이곳저곳을 부숴가다간.
머지않아 배가 반파돼서 침몰을 면치 못할 듯했다.
‘안 되지.’
나는…….
수공(水功) 전문가가 아니지만, 물에 빠져도 살아남을 재간이 있다.
일단 기공의 달인답게 ‘무호흡’ 상태로 오랜 시간 버틸 수 있을뿐더러, 날씨가 풀려 동사할 걱정도 없는 데다, 수영도 곧 잘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체력이 깡패라고 아무리 움직여도 웬만하면 안 지치니까 목숨이야 부지하지 않을까?
하나 문제는 음양마고다.
내겐 이 독벌레들을 반드시 당문까지 호송해야 할 ‘임무’가 있다.
그래서,
휘리리리리릭-.
덥석-!
결국 나는 용단을 내렸다.
“지, 진소천…… 네놈……!”
내 안면을 함몰시킬 기세로 날아드는 채찍을 손으로 덥석 낚아챈 것이다.
취리릭, 파앗-!
그러자…….
채찍 끝부분이 내 손목을 칭칭 감았는데 채찍에 실린 경력 때문인지 금세 손목에서 핏물이 콰직, 쏟아졌다.
‘따끔하네…….’
역시 채찍의 위력은 가공할 만했다.
단순히 손목에 감겼을 뿐인데, 호신강기를 뚫고 살갗을 짓이기는 걸 보면 급소에 적중당했을 땐, 뼈도 못 추리고 말았을 것.
하나 그게 중요한가?
나는 결국 안 처맞았는데?
“와라, 영감탱이야.”
나는.
기세를 몰아 곧장, 채찍을 힘껏 잡아당겼다.
말인즉슨, ‘역’ 속성의 완력으로 노인을 끌어당겼단 뜻이다.
노인은 아마 찰나의 순간, 엄청나게 번민했을 것이다.
과연 채찍에 몸을 맡기고 내게 접근하여 근접 공격을 감행할지.
아니면 채찍을 놓치더라도 신형을 물린 뒤, 후속적으로 대처할지.
물론 내 입장에선 어떤 경우의 수가 펼쳐져도 상관없다.
전자엔, 내 장기인 박투술로 노인을 후려 패면 될 일이고.
후자라도 무기를 잃어버린 노인을 상대하는 일이 한결 쉬워질 테니까.
“……!”
노인의 선택은…… 전자였다.
쌔애애애액-!
노인은 결국 채찍을 놓지 않았다.
짐작하건대, 이 지X 맞게 생긴 채찍이야말로 노인의 ‘전력’이지 않을까?
그 때문인지, 내 당기는 힘을 감당하지 못한 노인은 채찍과 함께 내 쪽으로 날아들었는데 나는 순간 노인의 입에서 번뜩이는 휘광을 목도했다.
‘진짜 악랄하기 이를 데 없는 영감이구먼.’
나는…….
본능적으로 노인이 입에 특이한 암기가 물려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사실, 저런 행위는 시전자 스스로를 위태롭게 하는 위험한 행태다.
그러나 노인은 자신의 안위보다 날 죽이겠단 의지가 더욱 짙었던 모양.
‘누가 이기나 해보자.’
전생엔 아주 가끔.
그리고 이번 생엔 대부분.
나는 무공에 진심인 ‘편’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환생 후 나는 진정한 ‘무인으로서의 자아실현’을 갈망하고 있다는 건데.
예컨대, 전생에는 살수의 임무에만 몰두한지라, 무인의 자아 실현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목표물을 제거하는 데만 집중했다면…….
이번 생은 백귀호와 싸울 때도, 노호영, 노정주 부자와 싸울 때도.
심지어는 육광과 싸울 때도 나는 무인으로서 도전하는 싸움을 지향했다.
그러니까…….
“영감님. 뒤지십시오!”
나는 노인의 공격이 악랄한 함정임을 알면서도…… 정면 승부를 감행한 것이다.
콰아아아앙-!
나는 십초무적공 중, 가장 강한 살상력을 자랑하는 팔꿈치 공격으로 노인의 안면을 내리쳤다.
그 순간, 노인이 입에 물고 있던 암기가 폭발을 일으켰는데 아무래도 화약의 일종인 듯했다.
“음…….”
다행히 내 육감이 폭발의 여파보다 빨랐다.
물체가 폭발함과 동시에 나는 ‘역뢰’의 힘을 모두 분출해 호신강기를 최대로 둘렀는데, 그 덕에 상의가 찢기긴 했지만, 치명상을 피했고,
“크으으으으…….”
반면 노인은 입안이 너덜너덜 찢어지고 이빨도 부서져, 흡사 마물 같은 흉측한 모습이 되었다.
츠지지지지직-!
그때…….
풀어놓은 음양마고들이 어느새 30인에 달하던 뱃놈 중, 20여 명을 초주검으로 만들어 놓더니 갑판에 흐드러진 독염과 섞여 한 마리씩 녹아가는 게 아닌가.
“X될 뻔했네.”
지금은.
다른 거 떠나서 일단 표물부터 지킬 때였다.
“와라, 음양마고들아.”
* * *
오란다고 올 리가 있나.
저 마물 새끼들이.
근데…….
“???”
그런 우스꽝스러운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오란다고 진짜 오네?”
와라, 음양마고들아!
라는 내 한 마디에 음양마고들은 방향을 틀어 내게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미친…….”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음양마고가 주인을 알아보는 영물인지.
그도 아니면 그냥 날 씹어먹을 생각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음양마고는 날 향해 스멀스멀 다가왔다.
다행히,
츠치치치치치-!
파파파파파파파파-!
내겐 ‘금강천잠사’로 만든 장갑이 있었고, 범인은 상상할 수 없는 반사신경이 있다.
덕분에 나는 일순, 번개 같은 금나수를 펼쳐 득달같이 달려드는 음양마고를 한 마리씩 잡아 철갑 상자에 넣었는데 그러는 와중에도 음양마고가 뿜는 독기에 머리가 핑핑 돌 지경이었다.
‘오 소협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새삼, ‘금강천잠사’ 장갑을 건넨 오원중이 고맙게 느껴졌다.
만약 금강천잠사 장갑이 없었다면 애당초 음양마고를 풀지도 못했을 거고, 그랬다면 악전고투를 면할 수 없었을 테니.
파파파파파파팟-!
어쨌든…….
나는 한동안 그렇게 미친 듯 금나수를 시전해 가까스로 음양마고 대부분을 회수했다.
물론, 개중에 몇 마리는 독소금 더미에서 녹아버린 터라, 전량 회수엔 실패했지만, 이 정도는 티 안 날 테니 괜찮지 않을까?
“끄으으응…….”
“크으으윽…….”
“크륵…… 크르륵…….”
그제야.
나는 갑판 위의 풍경이 흡사 지옥도(地獄道)를 연상시키고 있음을 깨달았다.
사방으로 파랗게 부패한 놈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고, 살아남은 놈들도 칠공으로 피를 뿜었는데 운이 좋아 음양마고에 물리지 않은 자들은 구석에서 오줌까지 지리며 벌벌 떨었다.
또한, 놈들의 수장인 노인은 암기 폭발의 여파로 안면이 박살이 나, 피를 분수처럼 흘렸는데 가만둬도 얼마 가지 않아 죽을 거라 굳이 손을 대고 싶진 않았다.
“해적들아.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구나. 세상에 내 물건을 강탈하려는 도둑놈들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본래 강호가 그런 곳이다만…… 아무리 그래도 내걸 뺏으려 들다니. 니들은 참 운이 없다.”
나는 이미 초토화되어 반격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놈들을 향해 나직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지금부터 나는 니들을 심문할 생각이다. 한데 내 심문은 일반적인 심문과 성질이 자못 다르다. 나의 심문 과정 중, 성의 없는 답변이나 거짓말이 튀어나올 경우 세상 끔찍한 형벌이 부여된달까? 예컨대 니들의 콧구멍과 입 구멍과 귓구멍. 심지어 똥구멍에까지 음양마고를 넣어줄 생각이다.”
“……!”
“잘 생각해라. 음양마고는 살에 닿기만 해도 피부를 부패시키는 고독이다. 그런 음양마고가 몸속으로 들어가면? 재밌는 일이 벌어지겠지? 특히 똥구멍으로 들어가면 뭐…… 오우야.”
일부러 너스레를 떤다거나, 유난 떠는 게 아니다.
나는 진심으로 그를 상상하는 순간, 몸에 닭살이 돋았는데 말하는 나도 이럴 지경이니 듣는 저놈들 심정이야 오죽하겠나.
“그러니까 좋게 가자. 니들의 정체. 니들의 목적. 태화방에 심어놓은 니들 첩자까지. 하나하나 낱낱이, 조목조목. 보고할 수 있도록.”
그러자,
“그…… 그렇게 하면…… 그렇게 하면……”
“아! 뭐 없냐?”
“그, 그렇습니다.”
나는 반색하며 끄덕이는 놈을 향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살려는 드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