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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74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21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74화

#73화

 

 

 

 

 

「쇠뿔도 단김에 빼라.」

 

내가 좋아하는 속담이고, 또 언제나 옳다고 믿는 신념이다.

 

특히, 돈과 관련된 사안일수록 빠르게 밀어붙이는 게 중요한데, 이는 상대의 장고 잴 시간을 빼앗는 효율적인 전략.

 

더구나…….

 

나는 상인이나 사업가 출신이 아닌 ‘살인 전문가’ 출신으로 돈과 관련된 숫자 놀음에 약한 편이다.

 

해서 나는 눈앞의 오원중이란 사내가 머릿속으로 주판 튕길 시간을 원천 차단하며 얼마 줄 건지부터 물어보는 치밀한 거래 방식을 택했다.

 

‘후…… 좀 뻘줌하긴 한데.’

 

역시…….

 

직설적인 내 물음에 오원중은 묘한 표정으로 묵묵부답이었다.

 

“오 소협. 혹시, 내가 무례한 겁니까?”

 

“……문주님. 아닙니다. 무례라니요. 다만, 보통 표국이나 무림문파가 운송 의뢰를 받을 때는…… 가격을 역제안하기보다 자체적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아서…… 제가 얼마를 드려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 뿐입니다.”

 

일순…….

 

오원중의 표정과 음성이 진지하다 못해, 비장하게 느껴졌다.

 

대체…….

 

물건 하나 맡기는 것뿐인데 왜 저리 긴장한 기색이 역력할까?

 

“오 소협. 그냥 솔직히 말하겠소. 소천문이 운송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소. 그래서 운영 자체는 미숙한 게 사실이지요. 하나, 운송업이란 게 기본적으로 ‘물건을 배달하는 일’이니 만큼 소천문은 어떤 표국과 비교해도 꿀릴 게 없다는 생각이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이런 대형 의뢰의 가격을 책정하는 건 처음이라 역제안을 한 거요.”

 

“음……. 문주님.”

 

“말하시오.”

 

“……일단 이번 의뢰가 얼마나 위험한지부터 소상히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

 

“우선, 이번 의뢰는. 문주님이 직접 사천당문 본가까지 이송해야 하는 조건이 붙습니다.”

 

일단…….

 

문주 출장비 추가하고.

 

더 들어볼까?

 

“계속하시오.”

 

 

 

 

 

* * *

 

 

 

 

 

“이는 대외비이지만. 현재 본 태화방엔 내부 첩자가 있습니다. 물론, 누군지 밝히진 못했으나 그 때문에, 이 운송엔 상당한 위험이 존재합니다.”

 

“위험이라……?”

 

“그렇습니다. 운송 물건인 음양마고란 고독(蠱毒)은 일반 고독과 달리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설명하면 길어지니 접어두고. 우선, 이 음양마고를 노리는 자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하나, 음양마고는 워낙 위험한 물건이라 본가나 당문이 아닌 다른 곳에 들어가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고 음양마고 자체가 본가와 당문의 비전 독충인지라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중요한 물건입니다.”

 

“말인즉슨. 이 의뢰는 탈취, 도난의 위험이 큰 편이고, 운송 난이도 또한 까다롭단 뜻으로 해석하면 되겠소?”

 

“그렇습니다. 그래서 문주님이 직접 운송을 맡아주셔야 합니다. 또한…….”

 

“또한?”

 

“소천문은 도난과 분실을 10배로 보상한다고 하더군요. 그 점이 소천문에 의뢰를 맡기게 요소이기도 하고…….”

 

이제야…….

 

나는 왜 태화방 같은 유명한 ‘독 전문 집단’에서 이제 막 운송업에 발을 디딘 소천문에 의뢰를 맡기는지 이해가 갔다.

 

한 마디로 태화방의 의뢰는 ‘매우 위험’한 의뢰기 때문에 일반 표국이나 다른 문파가 의뢰 자체를 거부할 공산이 컸고, 의뢰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천문학적인 대금을 요구할 터.

 

하면, 무공이 고강하다고 알려진 내게 직접 의뢰해, 합리적인 대금을 지불하는 한편, 만에 하나 내가 물건을 분실하거나 도난당할 경우, 막대한 보상금으로 손실을 메울 생각이 아닐까?

 

말인즉슨 소천문의 가성비가 뛰어난 데다, 혹시 잘못돼도 ‘책임’을 묻기 좋은 까닭일 것이다.

 

그렇다면…….

 

“하겠소.”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해줄 생각이다.

 

“정말이십니까, 문주님?”

 

“그렇소. 물론, 귀방의 의뢰가 쉽지 않은 의뢰란 걸 알지만. 강호에서 밥 먹고 사는 무림인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지요.”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럼 의뢰는 받기로 하고.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봅시다.”

 

“네, 문주님.”

 

“사천까지는 빨라도 한 달. 문주인 내가 직접 운송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면…… 일문의 문주가 한 달이나 문파를 비우는 셈이니 비쌀 수밖에 없소.”

 

“동감합니다.”

 

“또한. 이 의뢰는 도난, 탈취의 위험이 상당하니 그 부분도 고려해야 하는 데다, 물건 자체도 ‘독충’이라 그 또한 위험하고…….”

 

“네네.”

 

“마지막으로 보안도 중요하다 하니, 사실 이 의뢰는 고금제일의 ‘까다로운 운송’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오.”

 

“……하……하하. 까다로운 건 인정하겠지만 운송에 고금제일씩이나……”

 

“금원보 3개.”

 

“네?”

 

“운송료는 금원보 3개 되겠소. 비싸다고 생각하면 다른 데 가도 좋지만 하나 알아두시오.”

 

“…….”

 

“본 소천문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귀방의 물건을 안전하게 운송할 것이며,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내 이름을 걸고, 10배를 배상하리다.”

 

 

 

 

 

* * *

 

 

 

 

 

운송 한 번에 금원보 3개.

 

사실 비싸다면 비싸고 싸다면 또 싸다.

 

예컨대, 구파일방 같은 곳에 위험한 의뢰를 맡기고 장문인이 직접 운송해야 한단 조건을 붙인다면 금원보 3개가 아니라 10개라 해도 모자랄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어느 정도 잘 나가는 표국에서 동일 조건의 의뢰를 맡긴다면 금원보 3개의 대금은 비싼 수준이다.

 

하지만…….

 

이제 막 운송업을 시작한 촌구석 방파에 한 달짜리 의뢰를 맡기면서 금원보 3개를 지불한다?

 

이는 누가 생각해도 ‘폭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

 

나는 오원중에게 ‘폭리’에 가까운 금액을 제시했다.

 

왜냐?

 

이 거래는 애당초 내가 철저한 갑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원중은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일단, 무엇보다 소천문이 약속하는 ‘도난, 탈취 및 분실 시 10배 보상’이란 대목에서 안정성을 확보했고, 문주가 직접 한 달이나 문파를 비워야 하는 조건상 이 정도 출혈은 감내해야 한단 입장이었으니까.

 

「문주님.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지불하겠습니다. 단! 꼭 무사히 운송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그렇게 오원중은 대금의 5할을 선지급하고 나머지 5할은 일이 끝난 후, 지급하겠단 ‘계약서’를 작성한 뒤, 돌아갔고…….

 

나는 동벽 선생, 일동, 이동, 삼동과 연우를 호출해 말했다.

 

“한 달에 금원보 3개를 버는 문파가 있다?”

 

그러자, 부문주 일동이 고갤 갸웃하며 물었다.

 

“난데없이 뭔 소립니까, 문주님.”

 

“태화방의 의뢰다. 사천당문까지 문주가 직접 ‘독충’을 운송해야 하는데 나는 금원보 3개를 불렀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금원보 3개요?”

 

“와…… 세게 부르셨네, 문주님.”

 

금원보 3개란 말에 일동, 이동, 삼동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고 연우도 내심 놀란 눈치였으며 동벽 선생은 잘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근데 사실…… 태화방 측엔 한 달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 한 달을 열흘로 줄일 작정이다. 쾌경보로 질주하면 충분히 가능한 시간이기도 하고.”

 

내 말에 일동이 반색을 표했다.

 

“문주님. 그럼……?!”

 

“맞다. 우리는 고작 열흘 만에 금원보 3개를 벌게 됐다.”

 

“와! 문주님. 대박이네요, 진짜. 이거 어디 가서 발설하지 마세요. 누가 들으면 날강도라고 욕합니다.”

 

“닥쳐라. 나 정도 인력을 부리는데 그 정도는 당연한 거다.”

 

“……그렇다고 칩시다.”

 

“그리고.”

 

“또 뭐요?”

 

“세상에 공짜가 있겠냐?”

 

“네?”

 

“태화방은 독을 다루는 방이니만큼 ‘독’한 놈들이다. 그런 독종들이 금원보 3개를 태울 정도면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냐, 이 말이다.”

 

그때, 연우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말했다.

 

“듣고 보니 그러네요, 형님. 아무래도 보통 일이 아닌 듯한데…….”

 

“연우야.”

 

“네?”

 

“이건 외려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위험이 나 같은 사람한텐 그저, 코딱지 파는 수준의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까짓, 독 벌레 몇 마리 운송하는 게 위험해봤자, 뭐 그리 위험하겠냐. ‘고독’ 같은 독 벌레를 쓰는 인간은 한정적이다. 쉽게 말해, 내가 버거울 정도의 인물들은 ‘고독’ 같은 거 안 쓰는 진짜 최강자들이란 말이지.”

 

“아…….”

 

“말인즉슨 웬만한 놈들은 내게 위협이 안 되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뜻이고, 니들은 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도록.”

 

“형님! 하면…… 이번에도 혼자 가시려고요? 사천당문까지요?”

 

“당연. 인력은 돈이다. 또한, 지금 우리 문도들은 하루도 수련을 거를 수 없거니와 니들이 날 따라오면 외려 방해만 된다. 내 쾌경보 따라잡을 수 있는 사람?”

 

내 물음에 동동이 형제와 연우는 꿍한 표정으로 대답을 못 했고, 동벽 선생은 허허로이 웃으며 말했다.

 

“허허. 문주. 좋은 건수를 물었군.”

 

“그렇지요.”

 

“하나 강호엔 귀계가 난무하는 법일세. 자네 무공이 아무리 뛰어나도, 잘못하면 눈 뜨고 코 베일 수 있단 말일세.”

 

“압니다. 하지만 제가 그런 멍청한 인간은 아니지 않습니까?”

 

“맞는 말이지. 자네는 비단 무공이 강해서 진짜 강한 게 아니라 심계도 뛰어나니 크게 걱정은 안 하네. 다만, 태화방은 전통있는 방파인 만큼 손해를 보는 법이 없는 인간들이네. 큰돈을 지급한다는 건,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님을 방증하는 것이니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네.”

 

“명심하겠습니다, 어르신.”

 

그때,

 

“아. 문주님!”

 

일동이 다급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뭔데?”

 

“문주님이 없을 때 운송 의뢰가 들어오는 건 어떻게 할까요? 입문 희망자도 그렇고…… 요샌 날마다 뭔가 결정해야 하는 일이 생기고 있으니.”

 

“일동아.”

 

“네.”

 

“너는 소천문의 부문주다. 문주가 없을 땐, 네가 문주 대행이란 말이다.”

 

“아…… 그래 놓고 또 나중에 마음에 안 들면…… 또 날 타박할 거잖수.”

 

“그러니까 제발 잘하자.”

 

“하…….”

 

“어려운 게 있으면 어르신한테 자문을 구해라. 그리고 웬만하면 ‘의뢰’ 비용을 최대한 비싸게 받아라.”

 

“그건 또 뭔…….”

 

“돈 버는 일에는…….”

 

“네?”

 

“최대한 눈탱이 치란 소리다.”

 

“참나.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네요.”

 

“나도 네 얼굴 볼 때마다 기가 막히니 이하동문아닐까?”

 

“…….”

 

일동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일그러지기 시작할 때.

 

이동이고, 삼동이고, 연우고, 동벽 선생이고.

 

모두가 킥킥 웃음을 터뜨렸다.

 

“근데.”

 

“???”

 

“연우야 절세미남자에 동벽 어르신도 나이를 감안하면 준미하시니 그렇다 쳐도.”

 

“…….”

 

“이동이 너랑 삼동이는 대체 왜 웃냐?”

 

내 물음에 이동과 삼동이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답했다.

 

“허! 지금, 뭐라고요? 문주님?”

 

“문주님. 저는 최소한 형님들보단 잘 생겼는데요?”

 

나는 황당하기 이를 데 없어 말문이 막혔지만 억지로 당혹감을 떨치며 다시 말했다.

 

“이동아. 그리고 삼동아.”

 

“뭐요?”

 

“왜요?”

 

“고백하건대, 일동이가 니들보다 낫다.”

 

사실…….

 

이거 소윤이 의견이다.

 

애들이 거짓말하는 거 봤나?

 

 

 

 

 

* * *

 

 

 

 

 

오원중을 다시 만난 건 이튿날이었다.

 

그는 십여 명의 태화방 인물들을 대동하여 자그마한 ‘철갑 상자’를 가지고 왔는데 아무래도 철갑 상자 안에 ‘음양마고’가 들어 있는 듯했다.

 

“문주님. 약속한 금액입니다. 일이 끝나면 나머지 차액도 지급하겠습니다.”

 

“맡겨주셔서 감사하오.”

 

“아닙니다. 저희가 감사해야지요. 그리고 이건…….”

 

선금을 건넨 오원중이 재차 ‘장갑’ 한 쌍을 다시 들이밀었다.

 

“이게 뭐요?”

 

“이건 금강천잠사로 만든 장갑입니다. 이걸 끼면 음양마고에 중독당하지 않으니 유사시 사용하십시오.”

 

“아…… 세심한 배려 고맙소.”

 

“아닙니다. 응당 그리해야지요.”

 

“한데, 오 소협.”

 

“네.”

 

“이 장갑…… 진짜 금강천잠사로 만든 게 맞소?”

 

나는 다른 것보다 그 부분이 궁금해 불쑥 물었다.

 

그러자, 오원중이 고갤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금강천잠사가 아니면 음양마고의 독기를 당해낼 수 없어서…….”

 

“그럼 혹시…….”

 

“…….”

 

“이번 일을 무사히 끝낸 후에.”

 

“…….”

 

“이 장갑…… 기념으로 가져도 되겠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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