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68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6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68화
#67화
“…….”
나는 매사 차분하고 심계 깊으며 웬만하면 이성을 잃지 않는 냉철함의 소유자다.
말인즉슨 여간하면 놀라지 않는 바위처럼 묵직한 사내란 뜻이다.
그러나.
그런데도 현 상황은 나조차 놀라게 했다.
내가 아무리 육 호법과 생사결을 벌이기로 했다지만.
이 섬서 장안 촌구석에 사도맹주가 직접 발걸음한다고?
그것도 내 비무를 보러?
더욱 놀라운 건, 사도맹주란 자의 행실에 있었다.
그는 등장하자마자, 정신병 걸린 사람처럼 큰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는데 목청이 얼마나 큰지 나는 처음에 육합전성이라도 쓰는 줄 알았다.
게다가 사도맹주를 바라보는 청문도장이나 원일도장의 눈빛, 말투, 행동에 긴장과 경계가 한껏 깃든 것을 봤을 때, 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종잡을 수 없는 인간처럼 보였다.
“당신이 사도맹주군요.”
하지만…….
나는 당혹스러움을 철저히 숨겼다.
어차피 현 상황에 사도맹주면 어떻고, 무림맹주면 또 어떠리.
게다가 정-사 양측의 중진들이 보는 앞에서 펼쳐지는 정정당당한 비무니 사도맹주가 왔다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크화화화화홧! 자네 이야기는 들었네. 아주 재미난 사내라고 하더군? 게다가 젊은 나이에 무공도 상당하다지? 좋은 비무를 보여주게.”
“그 전에 말입니다.”
“뭔가?”
“혹시…… 나와 육 호법의 대결에 외압을 행사하거나 끼어들 생각은 아니겠지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나는 사도맹주로부터 확언을 듣고 싶었다.
나중에 딴소리하면 골치 아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진 문주. 나를 뭐로 보고 그런 소릴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걱정은 하지 말게. 나는 자네가 육 호법을 패 죽인다 해도, 개입하지 않겠네. 알겠나?”
“좋소. 그럼 잘 보시오.”
“???”
“소천문의 문주가. 귀맹의 호법사자를 패 죽이는 광경 말이오.”
* * *
북적북적한 인파 속에서.
나와 육 호법은 대치한 채, 잠시간 서로를 말없이 바라봤다.
내 눈에 비친 육 호법의 모습은…….
‘너 따위 애송이에게 내가 질쏘냐?’라는 위풍당당함, 오만함이 동시에 느껴졌는데 사실 저럴수록 속으론 겁먹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면, 나는 어떤 감정도 실리지 않은 건조한 눈으로 육 호법을 응시했다.
물론, 실제로 육 호법을 바라보며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저 빨리 손을 섞고 싶은 마음만 피어오를 뿐.
“육 호법.”
“뭐냐?”
“강호의 도리 알지?”
“???”
“삼초 양보…… 같은 거 안 함?”
“흐흐. 망둥이 녀석 같으니라고. 네놈은 처음부터 단 한 번도. 날 선배로 대우하지 않았거늘 내가 왜 그래야 한단 말이냐?”
“쫄았네.”
“뭐야?”
“내가 만만하다면 삼초를 양보하고도 이길 수 있다며 큰소릴 칠 텐데. 잘못했다간 역으로 당할 수 있겠다 싶으니까 쫄아서 양보 못 하는 거렸다?”
“……어쩐 일로 오늘은 얌전해 보인다 했더니. 또 쓸데없는 개소릴 나불거리는군, 문주.”
“싫음 말고.”
“……오냐. 해주마, 양보.”
육 호법의 입에서 양보란 단어가 튀어나오기 무섭게 나는 처음으로 그를 향해 묵례하며 포권지례했다.
“고맙소, 육 선배.”
“정녕 미X놈이군.”
그러자, 육 호법은 질린 표정으로 고갤 흔들었는데 나는 그가 당혹감을 씻기도 전에, 출수를 감행했다.
파파팡-.
여느 때처럼 선공은 쾌경보로 시작되었다.
나와 육 호법의 대치 거리는 대략 3장 정도였는데 전력으로 쾌경보를 펼치자 창졸간에 그의 안면이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쾅-!
내 선공은 권법이었다.
‘역’ 속성의 호흡을 하며, 주먹에 거력(巨力)을 가미했으니 순간 내 일권(一拳)은 쇳덩이 같은 무게감이 실릴 것이었다.
그러자 육 호법은 재빨리 양팔을 교차해 주먹을 막았다.
하나 권격에 실린 경력이 적잖았음에 나는 그의 팔이 부르르 떨리는 걸 목도했다.
“한 번 더 갑니다.”
콰아아앙-!
나는…….
이어지는 초식을 무모한 공격으로 장식했다.
방금 육 호법이 내 권격을 막아낸 팔에 다시 한번 같은 투로의 일권을 꽂아 넣은 것이다.
사실…….
이는 멍청한 짓이다.
아니, 대부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미 한 번 막힌 공격을 같은 부위에 같은 방식으로 펼친다?
기껏 입을 털어 얻은 삼초의 선공 기회 중, 두 번을 소득 없이 날린 셈이니 어찌 좋은 전략이겠나.
아니나 다를까, 내 출수의 쾌속함에 눈을 희번덕거리던 중인들의 얼굴에도 실망한 기색이 서렸다.
그러나.
“어떻소, 육 호법?”
나는 여전히 교차한 양팔로 권격을 막은 육 호법을 향해 물었다.
“…….”
“아마 쇠망치로 팔을 두들겨 맞은 느낌일 텐데. 맞소?”
“닥쳐라.”
“아님, 말고.”
콰아아아아아앙-!
이어지는 삼초식.
역시나 나는 일초-이초식과 같은 투로로 다시금 육 호법의 팔에 권격을 꽂았고…….
‘……?’
우리의 대결을 지켜보던 관중들 대부분의 얼굴에 의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문주님이 왜…….”
“기껏 삼초식을 양보받아놓고…… 저렇게 날린다고?”
“뭔 생각인 거야?”
그때.
중인들의 속닥거림이 귓가를 스친다.
확실히…….
사람들은 내 공격의 무모함을 이해 못 하는 눈치였다.
물론, 나는 그들의 의문을 이해했다.
하나 내가 같은 투로의 같은 권격을 같은 부위에 꽂아 넣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어? 부러진 거 같은데?”
사실 내가 무식하리만큼 단순한 초식을 고수한 것은 바로, 육 호법의 우수(右手)를 봉쇄하기 위함이었다.
“문주. 참 영악한 놈이군.”
“내가 원래 그렇소. 아군에겐 자비롭지만, 적군에겐 지옥의 야차 같달까?”
“네놈을 오체분시하고 말겠다.”
육 호법의 음성에서 ‘진노’가 느껴졌다.
당연할 것이다.
방금 펼친 나의 삼초.
그러니까 육 호법의 신경을 건드려, 양보받은 삼초의 공격을 나는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뼈는 부러뜨리지 못했지만……’
방금 연환 공격으로 나는 육 호법의 오른팔 근육과 힘줄을 상당 부분 손상시키는데 성공했다.
애당초…….
양보받은 삼초로 육 호법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우선, 현재 내 수준으로 육 호법을 이기려면 그와 손속을 섞는 중,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빈틈’을 포착해 그 빈틈을 물고, 뜯고, 털고, 늘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 그가 방어에 몰두하는 삼초 동안.
나는 ‘빈틈’을 발견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럴 수 없다면…….
오른팔에 조금이라도 충격을 주어, 지속해서 신경을 긁는 편이 낫단 계산이었다.
예컨대.
나는 방금 ‘역’ 속성을 한껏 가미한 권격을 펼쳤음에도 육 호법의 팔을 부러뜨리진 못했다.
그의 호신강기가 두꺼운 탓도 있고, 본래 방비에 치중한 상태를 ‘단타’로 부술 도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근육과 힘줄을 손상시킴으로, 육 호법은 싸우는 내내, 미세한 불편함을 느낄 터였다.
그리고 그 ‘미세한 불편함’은 승부를 가르는 큰 요소가 될 것이다.
쐐애애애액-.
그때, 육 호법이 불편한 오른손으로 발검하여 섬전 같은 검격을 휘둘렀다.
나는 일곱 걸음 뒷걸음질 쳐, 공세에서 벗어나 허리춤의 철검을 꺼냈는데 쾌검(快劍)하면 진소천, 진소천 하면 쾌검인지라 내 발검도 육 호법 못지않게 섬전 같았다.
채채채채채채챙-!
창졸간…….
나와 육 호법의 검이 50여 번 충돌하여 장내에 붉은 검화(劍花)를 피워냈다.
‘육 호법도…… 쾌검류인가?’
다소 의외였다.
내가 본 육 호법은 기골이 장대하고 육중한 데다, 느낌 자체가 묵직한 인간이라 쾌검보다 중검(重劍)의 묘리를 기반으로, 검법을 구사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그의 검은 정밀하고 쾌속하기 짝이 없었다.
“허. 정말 기가 막힐 만큼 빠른 공수 변화군.”
“육 호법도 대단하지만, 굴하지 않는 문주의 무공도 대단하오.”
“역시…… 허명이 아니었구나!”
그렇게 나와 육 호법이 충돌하는 사이, 중인들의 경탄성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하나 나는 이내 그런 잡다한 생각을 머리에서 비웠다.
우선…….
잡념을 들고 싸우기엔 육 호법의 무공이 너무 강했다.
뭐랄까?
육 호법의 무공은 잘 정돈된 품세 같았는데 그 때문에 작은 흐트러짐이나 군더더기를 찾기 힘든 모범적인 동작을 견지하고 있달까?
그렇다고 그의 검에 실린 힘이 너무 방대해서 막을 방도가 없거나 아니면 너무 오묘해서 피할 도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자세가 철저히 정돈되었다는 건 그가 평소에 얼마나 기본에 충실한지 방증하는 부분이고, 보통 이런 ‘기본기’ 탄탄한 인간들은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법이었다.
물론…….
천하에서 가장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 나였으므로, 난처하긴 육 호법이 더할 테지만.
“…….”
채채채채채채챙-!
그러거나 말거나.
육 호법은 여전히 내 전면을 압도할 기세로 쾌검을 발산했다.
놀랍게도 폭풍 같은 연환 쾌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맹렬한 검풍(劍風)과 검광(劍光)을 뿜었는데,
‘후……. 인내력도 장난 아니네, 진짜.’
나는 내심 육 호법의 집념에 혀를 내둘렀다.
그도 그럴 게…….
지금 육 호법처럼 강맹한 검격을 연속으로 펼치려면 검을 쥔 손의 힘이 막대하게 소모되기 마련.
그 때문에 내가 양보받은 삼초를 그의 팔에만 쏟아부은 거기도 했고.
한데, 육 호법은 조금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은 채, 오직 내 목을 자르겠단 일념으로 공격 일변도였는데, 그 기세가 흉포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방어 위주의 싸움을 해나가는 실정이었다.
“후우……. 진소천. 역시 노정주를 꺾을 만하구나. 대단하다. 네놈에 대한 소문은 사실이었던 것이다.”
그때.
70여 합이 지날 무렵, 우리는 강력한 일격의 충돌로 몇 걸음씩 뒤로 물러났는데 그 찰나 육 호법이 숨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
“육 호법.”
“…….”
“내게 그런 말을 했던 놈들이 몇 있는데. 두목 멧돼지도 그런 소릴 했고, 흑사회 곽 호법과 백귀호도 그런 소릴 했었지. 심지어 지금은 소천문의 수련용 목인장이 된 노호영이나 노정주도 같은 말을 했었다.”
“무엇이?”
“참 희한하단 말이지. 왜 그렇게들 상대를 칭찬하고 싶어서 안달인지. 날 칭찬하면 현재 나를 압박하는 육 호법 당신 스스로를 올려 칠 수 있어서 그런 건가?”
“참으로 방종이구나. 무공에 걸맞지 않은 인성을 지닌 놈이야. 사실, 네놈이 아깝단 생각도 했었다. 모처럼 강호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를 내 손으로 죽이긴 싫다고 해야 할까? 하나 지금 보니 잘된 일이다. 너처럼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부는 놈은 내가 아니었어도 언젠가 객사를 면치 못했을 거다.”
“육 호법. 말이 심하군. 객사라니. 이 좋은 세상 좋은 거 먹고 좋은 옷 입고 좋은 곳 구경 다니면서 놀기만 해도 모자라는데. 객사라니. 내가 객사라니!”
“…….”
“육광아.”
“…….”
“이런, 육시럴 육 선배야.”
“미X놈.”
“잘 들어라.”
“…….”
“지금까지는 몸풀기였다. 뭐…… 당신도 진신 전력을 다하진 않았겠지만 나는 진짜 내 힘의 심분지 일도 사용 안 했단 뜻이다.”
“만약 네 말이 사실이면 너는 고금제일인일 것이다.”
“맞다.”
“뭐야?”
“정확히 말해, 고금제일인은 아니고…….”
고금제일살수다, 육광아.
파츠츠츠츠츠츠츠츠-!
나는…….
‘역’ 속성의 호흡과 ‘뢰’ 속성의 호흡을 동시에 토납하며 검을 고쳐잡았다.
그러자, 방대한 거력과 뇌전을 머금은 내 열 냥짜리 철검에서 무시무시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저, 저게…… 무슨?”
“허…… 검신에서 번개라…….”
“진 문주가 대단한 한 수를 선보일 모양이구려.”
그렇게 중인들의 감탄을 뒤로한 채…….
파파팡-!
나는 본격적으로 칼춤을 추기 위해 지면을 때려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