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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66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05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66화

#65화

 

 

 

 

 

세상에.

 

나만큼 ‘극한’이란 단어를 사무치도록 깨닫고, 체득하고, 실행한 사람이 또 있을까?

 

단언컨대, 그런 인간은 없다.

 

그 ‘극한’의 발현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애당초 나 같은 ‘고통 전문가’가 아니면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단기적 ‘극한’은 경험할 수도 있다.

 

하나 그런 극한을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은?

 

말해 뭐 하나.

 

그게 되면 세상 모든 인간이 다 현자고, 다 고수지.

 

말인즉슨, 나야말로 ‘극한’을 온전히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극한 권위자, 극한 연구자, ‘극한 전문가’란 뜻이다.

 

그 때문에…….

 

‘3무 수련’에 돌입한 나는 자신을 하루 열두 시진 내내 극한으로 내몰았다.

 

처음 3무 수련을 시작할 때, 나와 다섯 시진 간 대련을 펼친 문도들과 인근 관원들은 모두 쌍욕을 내뱉고 질린 얼굴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게 눈을 천으로 가린 상태에서 공력도 끌어올리지 않으며 나는 50명을 박살 냈기 때문이다.

 

우리 문도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미 타관 관주들에게 양해를 구한 터라, 다른 관원들도 사정없이 두들겨 팼는데, 그 탓에 동벽 선생이 부상을 치료한다고 고생깨나 했었다.

 

하지만.

 

그런 극한이 열흘 정도 지속될 때쯤, 문도들과 관원들은 내 손속을 탓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이 진심으로 감복하기 시작한 까닭이다.

 

「문주님.」

 

「식사라도 챙겨 드시면서 수련하시지요.」

 

「그러다가 정말 탈 납니다. 비무 전에 뒤지시…… 아니, 돌아가시겠다고요.」

 

나는…….

 

문도들의 말처럼 3무 수련이 시작된 이후, 곡기를 끊었다.

 

물론, 곡기를 끊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육광과 비무를 치르기 전, 욕구를 제한하여 신체를 가장 민감하고 예민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는 일종의 ‘직관’과 ‘감각’을 깨우는 훈련의 일환이다.

 

금식(禁食)이야말로 신체를 예민하게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이니.

 

하나 굶는다고 기력이 달리거나 체력이 모자른가?

 

그렇지 않다.

 

인간은 본래 하나의 소우주(小宇宙)적 존재로 태어난다.

 

하나, 살아가면서 입으로 들어오는 화식과 생활 습관, 경험, 지적 이기 등으로 본래의 인간에서 멀어지게 되는데 나는 욕구를 절제하고 몸을 극한의 예민함으로 몰아넣으며 태초의 순수함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 수련의 방향성은 보름째 되던 날,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세…… 세상에!」

 

「어떻게 눈을 가리고 팔방을 전부 다 방어하지?」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마치 전신에 눈이 달린 맹수 같잖아!」

 

보름째의 나는 살짝 건드리면 폭발하는 ‘벽력탄’ 같은 인간이 되었다.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눈을 가린 상태지만 등 뒤에서 진검을 휘두르는 상대의 동작이 명확히 보인달까?

 

이게 불가에서 말하는 마음의 등불이자 마음의 눈이라는 ‘심등’은 아닐까?

 

어쨌든 나는 그렇게 ‘3무 수련’을 시작한 지 보름 만에 건드릴 수도 없는 ‘예민함 대종사’가 되는 데 성공했다.

 

대련을 끝내고 하산할 때면 산 중턱에 부는 한 점 바람의 연원마저 심상에 그려지는 듯했고, 숲에서 기어 다니는 풀벌레의 움직임마저 감각에 새겨졌으니.

 

“어르신. 오늘부터 보름간 폐관 수련할 생각입니다. 정확히는 폐관이라기보단 혼자서 행하는 입산 수련이지요. 아무튼 그동안 소윤이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본격적인 2부 수련에 돌입할 요량으로 동벽 선생에게 소윤이를 부탁한 뒤, 입산에 나섰다.

 

2부 수련은 철저히 혼자 치르는 고독한 수련이 될 터다.

 

바로, 폭포에 앉아 열두 시진 내내 잠자지 않고 금식하며, 배설까지 참은 상태에서 명상하는 것인데, 명상 중에 ‘역’ 속성의 호흡과 ‘뢰’ 속성의 호흡을 최대한 토납하며 체내 불순물을 깨끗이 비우고 오직, 영육에 전투 감각만 꾹꾹 눌러 담는 정신 수련인 것이다.

 

이를 통해 나는 심-기-체의 일원화를 도모하고 어떤 상황에도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는 몸 상태를 만들 것이다.

 

그런 믿음으로 입각해, 나는 쏴아아- 쏟아지는 폭포 아래 가부좌를 틀고 떨어지는 물방울 하나하나를 ‘심등’으로 관조해 나갔다.

 

“호오오오오옵…….”

 

자연결의 묘리로 호흡을 토납하되, 공력은 운용하지 않는다.

 

공력을 올리는 순간, 신체는 모든 배고픔과 졸림, 추위와 고통에서 자유로워질 것이기에 나는 오직 생 육체의 인내와 정신의 궐기만으로 수련을 버텼다.

 

덜덜덜-.

 

그렇게 폭포에 앉아 호흡과 명상을 이어가던 중…….

 

때때로 신체는 말할 수 없는 추위에 시달렸다.

 

20일 넘게 굶은 상태에서 잠도 자지 않은 데다, 2월 산중이었으니 극한의 추위가 몰려오는 것은 당연한 일.

 

하나 그 시기쯤 나는 더 이상 배고픔을 느끼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육체의 불순물이 모두 정화되었음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배고픔이 사라지자 또 하나의 고통이 찾아왔다.

 

그 고통 역시, 추위와 마찬가지로 대개 새벽에 영육을 엄습했는데, 그것은 ‘환청’, ‘환시’와 같은 ‘환각 상태’의 돌입이었다.

 

사실 나는 내가 왜 환각에 시달리는지 연유를 명확히 알지 못했다.

 

전생에도 3무 수련을 하던 중, 환각에 시달린 적이 있으니 그러려니 할 뿐.

 

다만, 추정하건대…….

 

환각은 나 스스로의 ‘상상력’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다.

 

왜냐?

 

본래 인간의 공포, 불안, 초조함은 ‘상상’에서 기인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

 

예컨대, 오직 ‘직관’과 ‘감각’에 의존해 사는 ‘금수’들은 ‘상상력’이 결여됐기에 현상이나 본능에 의해서만 ‘공포’를 느낀다.

 

그러나, 인간은 상상력을 지닌 탓에, 쓸데없는 기우(杞憂)와 번민에 빠지고 그런 생각의 늪이 정신을 매몰시키는 게 아닐까?

 

어쨌든 그렇게 찾아온 ‘환각’은 지금껏 겪었던 배고픔, 졸림, 추위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나를 철저히 괴롭혔는데 나는 새벽마다 날 죽이려 했던 ‘천마용검대’ 대원들과 마도사천왕의 얼굴을 마주해야 했으며, 가끔 교주가 거목만 한 언월도를 들고 목을 자르는 환영에 치를 떨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나는 환각 속에서 온전히 ‘정신’을 지켰다.

 

우선, 이 환각조차도 전생에 경험해본 것이기도 하거니와, 더 이상 내게 마교 인물들은 ‘공포’가 아닌 넘어야 할 하나의 ‘산’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내가 전생의 굴레에서 온전히 자유로워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

 

나는 이제 마교 살수회 대장, 진소천이 아니며 천마용검대와 마도사천왕 손에 살해당한 전생자 진소천도 아니었다.

 

지금의 나는…….

 

소윤이 아빠요, 무식하지만 충직한 소천문 문도들의 문주고, 연우의 든든한 형이며, 동벽 선생의 정신적 아들 같은 존재다.

 

더불어 착한 예린이의 고용주, 글 선생의 학부모, 주영천 영감의 소형제가 나, 진소천의 정체성임에 현재의 나는 전생의 환영에도 잘 버텨야 했고, 또 잘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닷새가 흘러…….

 

그때의 나는 더 이상 환각, 배고픔, 추위도 느끼지 않았고 외려 머릿속은 명경지수처럼 맑아졌으며 마음은 깃털처럼 홀가분했다.

 

그렇다고 내가 산에서 도나 닦는 호랑 말코 도사처럼 ‘우화등선’의 깨달음 같은 걸 얻은 건 아니다.

 

다만, 정신과 마음이 지극히 안정적이되, 육체 감각만큼은 스치기만 해도 당랑 꿀밤을 창졸간 1000번쯤 날려줄 만큼 민감한 상태니…….

 

‘드디어…….’

 

드디어 나는 ‘싸움’만을 위한, ‘싸움’에 최적화된, ‘싸우기 위해 태어난 인간병기’의 상태를 이룩한 것이었다.

 

번쩍-.

 

그렇게 눈을 떴다.

 

새벽녘 기울어가는 달빛을 보며 나는 지옥 같았던 ‘3무 수련’의 종지부를 찍었다.

 

 

 

 

 

* * *

 

 

 

 

 

“아빠야?”

 

“자네…….”

 

“문주님?”

 

“형님!”

 

집으로 돌아오니.

 

사람들 반응이 심상찮았다.

 

특히 소윤이는 한동안 멍한 눈으로 내 얼굴을 이리저리 더듬었는데 이상한 낌새를 느낀 나는 동경(거울)을 살핀 뒤에야 그 반응을 이해했다.

 

“아빠야. 살이 왜 이렇게 빠졌어? 꼴은 또 이게 뭐야…… 힝!”

 

그랬다.

 

입산 수련 중, 나는 몰라보게 비쩍 말라버린 것이었다.

 

게다가 혈색이나 안광, 전체적 기도(氣道)가 나도 모르게 변모했는데, 이전의 내가 부분부분 굵직한 몸에 생기 가득한 얼굴의 소유자였다면 지금은 깡말랐지만 전신 근육이 가뭄이라도 난 것처럼 쫙쫙- 갈라진 상태였으며 눈에는 ‘맹수’를 연상시키는 흉포한 독기가 서린 채였다.

 

“소윤아. 수련하다 보니 살이 빠져서 그런 거다. 며칠 뒤엔 원상 복귀될 테니 봐주라.”

 

“헤에- 알았어, 아빠.”

 

다행히 소윤이는 살 빠진 내 모습에도 금방 적응했고, 동동이들과 동벽 선생, 연우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빛이었다.

 

“자네. 일단 의약당으로 들게. 아무래도 진맥하고 침부터 놔야겠네.”

 

“어르신. 괜찮습니다. 외려 몸 상태는 훨씬 좋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러자, 일동이 재차 물었다.

 

“형님. 정말 괜찮으십니까?”

 

“괜찮다.”

 

“하면…… 접객당으로 좀 가시죠.”

 

“접객당엔 왜?”

 

“그간 장안에 얼마나 많은 손님이 모여들었는지 아십니까? 본문에도 거물급 손님이 잔뜩입니다. 일전에 형님이 자필로 쓴 비무대회장이 중원 전체로 퍼져, 인근 흥평, 함양, 미현, 부풍, 고릉현의 무인부터 위남, 여산, 동천, 상주의 무인들까지 형님과 육 호법의 비무를 보기 위해 찾아왔다고요.”

 

“진짜냐?”

 

“진짜냐니. 당연한 거 아닙니까?”

 

“너…… 왜 이렇게 건방진…….”

 

“됐고.”

 

“???”

 

“막말하는 거 보니…… 상태 좋아 보이네요. 그럼 어서 접객당으로 듭시다.”

 

“하…….”

 

“화산파와 종남파에서도 사람들이 왔다고요!”

 

알겠습니다.

 

알겠는데요.

 

얘 오늘따라 왜 이렇게 건방지냐?

 

 

 

 

 

* * *

 

 

 

 

 

“진 문주.”

 

“진 문주. 오랜만이오.”

 

장내로 들어서니…….

 

예상대로 석 가주와 청문도장이 날 맞이했는데, 생면부지의 몇몇 무인 또한 의미심장한 눈으로 날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이내 석 가주와 청문도장에게 포권한 뒤, 모르는 인물들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소천문을 방문해주셔서 감사드리오. 문주, 진소천입니다.”

 

그러자,

 

“반갑소. 나는 종남파의 원일이라 하오.”

 

“반갑습니다. 화산파의 백중입니다.”

 

“귀하가 장안의 화제인 소천문주셨구려. 반갑소. 나는 종남의 임종호요.”

 

세 사람 역시 자신을 소개했는데, 셋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이는 종남의 원일도장으로 현 종남파 장문인의 사제이자, 명성이 높은 인물이라 들어본 적 있고, 같은 종남의 임종호란 자나 화산의 백중이란 자는 나와 나이가 비슷하거나 몇 살 더 많아 보였으니 각파의 일대나 이대제자로 보였다.

 

“허허. 진 문주. 귀하 소식에 내 친히 종남에 들러 원일도장을 섭외하여 함께 왔소. 또한, 백중은 본파 제자로, 이번 여정을 통해 견식을 넓혀줄 생각으로 데려왔으니 이해하시오.”

 

그때, 청문도장이 허허로이 웃으며 말했다.

 

“별말씀을. 이렇게 와주셔서 저야말로 감사드리지요.”

 

그렇게 청문도장과 주거니 받거니 할 때.

 

종남파 원일도장이 다시 말했다.

 

“진 문주. 사실 이번 비무는 섬서 지역 강호인들의 행사와 같소. 해서, 본래 장문 사형을 비롯한 많은 장로들이 비무를 지켜보기 위해 찾았을 것이나, 지금은 무림맹이 마교와 대치 중이라, 다들 본청을 오가는 중이오. 그래도 빈도가 종남을 대표하여 왔으니 섭섭하게 생각지 말고 좋은 비무 보여주시오.”

 

나는 원일도장의 겸손함에 내심 감복했다.

 

사실 청문도장도 그렇고 원일도장도 그렇고…….

 

대형 문파의 장로급 인물이니 이립도 안 된 내게 겸양할 필요는 없다.

 

하나 진심이든, 표면적이든 간에 두 사람은 백도의 인물답게 젊은 나를 한 문파의 문주로서 대우해주었다.

 

한데…….

 

“진 문주. 초면에 외람된 말인지 모르겠으나…… 귀하가 정말 노가살수문의 노정주와 대결을 펼쳐서 이긴 게 맞소?”

 

같은 종남파건만.

 

임종호란 자는 왜 이리 다르지?

 

“맞소.”

 

“정말이오?”

 

“사실이오.”

 

“……그렇게 보이진 않는데.”

 

“???”

 

“참 희한한 일이구려. 노정주의 무공이 그럼 그만큼 허황된 것이었단 말인가?”

 

“…….”

 

이 새끼 또 뭐지?

 

진짜…….

 

뒤지고 싶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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