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65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0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65화
#64화
“맞네. 강호에 불가능은 없지.”
“어르신…….”
“나는 자네를 믿네.”
이래서…….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란 대단하다.
사실 젊음의 패기로 가득 차야 할 동동이들이나 연우보다 외려 동벽 선생이 현 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게 상식적일 터.
그러나 실상은 반대였다.
동벽 선생은 내 말에 수긍했는데 그 순간,
“문주님…… 아니, 형님! 저도 형님만 믿으렵니다.”
불안한 기색을 떨치지 못하던 일동도 생각이 동했는지, 결연한 눈으로 말했다.
이윽고,
“에이! 까짓거 죽기밖에 더 하겠소? 저도 형님 믿고 이까지 왔으니. 끝까지 믿어 보죠.”
“저도요.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크크.”
일동의 말이 기폭제가 되었다.
이동과 삼동 역시 달관한 표정으로 동의했는데.
“형님.”
이번에는 연우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말했다.
“그래, 연우야.”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형님 선택이 옳은 것인지. 지금이라도 아버지와 태사부님께 상의를 드려, 연대적으로 상황을 수습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고요.”
“…….”
“하지만, 제 생각이 틀리길 소망하겠습니다.”
“…….”
“꼭 이기십시오.”
동시에 연우가 대뜸, 나를 향해 고갤 숙였다.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잠깐 얼떨떨했는데 그 순간, 연우뿐만 아닌 일동, 이동, 삼동도 내게 포권지례하며 고갤 숙이는 게 아닌가?
“형님! 건승입니다.”
“이기실 겁니다, 형님.”
“형님을 믿습니다!”
아…….
당연히 이길 건데.
이것들이 왜 이래?
낯간지럽게.
나는 냅다 네 녀석의 머리에 섬전 같은 속도로 당랑 꿀밤을 쥐어박았다.
콰콰콰쾅-!
“아!”
“악!”
“으악!”
“으아니! 이게 대체 또 뭔 짓……”
“닥쳐라!”
그러자, 동동이들은 통증을 호소했고 연우는 눈을 부라렸는데 나는 녀석들의 말허리를 자른 뒤, 다시 말했다.
“이기는 건 당연한 거다. 물론, 육광이 나보다 더 셀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럴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그런데도 나는 어떻게든 이긴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걱정들 하지 마라. 주제넘게.”
내 호언장담에 동벽 선생이 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역시 문주답군.”
“어르신…….”
“나 역시 부탁하네.”
“…….”
“이기게.”
* * *
“…….”
문주실을 빠져나온 나는 한동안 정처 없이 걸었다.
저잣거리를 지날 땐, 상인들의 호객을 구경했고, 장안교를 건널 땐, 꽁꽁 얼어붙은 호숫가를 하릴없이 바라보다 넋도 놓았다.
그러다 문득, 죽림(竹林)이 보고 싶어 광양산으로 올랐는데 경신법을 쓰지 않고 유유자적 걸은 터라, 어느덧 서산마루 넘어가는 붉은 석양이 시야에 들어왔다.
‘…….’
그제야…….
내가 정말 큰일을 치르게 생겼단 사실을 깨달았다.
사도맹, 호법사자 육광.
객관적으로 육광은 확실히 고수다.
물론, 내가 지금껏 상대했던 백귀호, 노호영, 노정주 모두 나름 고수였지만, 육광은 그들과 확연히 다른, 누구나가 인정하는 강호의 고수였던 것.
그리고 이 견해는 흑-백-정-사-마의 구분을 막론한 중론임에…….
‘제대로 임자 만났네.’
나는 이번에, 환생 후 최악의 악전고투를 치를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러나.
‘그래도…… 이건 기회다.’
이 대결은 내게…… 그리고 소천문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이기도 했다.
대결의 조건 대로, 육광의 패배 시 나와 소천문이 사도맹과 얽힌 모든 일을 상쇄할 수 있다면?
향후, 소천문이 승승장구하는 데에, 이번 일은 기폭제가 될 것임이 자명했다.
“그래…… 가자.”
그래서 나는 가볼 것이다.
육광이든, 육시럴이든.
상대가 누구라도 도망치지 않을 것이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반드시.
반드시 이기고야 말 것이다.
한데…….
‘할 수 있겠지?’
문득 머릿속에 그런 의문이 떠올랐다.
과연…….
지금의 나는 육광을 꺾을 수 있을까?
‘아니면…….’
자고로.
무인이 불안할 때 그를 떨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수련’이다.
그 때문에 나는 육광과의 대결이 한 달 남은 이 시점에서…….
‘3무 수련이라도 해봐야지.’
본격적인 3무 수련에 돌입하고자 다짐했다.
‘3무 수련’의 ‘3무’란 ‘무분할’, ‘무지성’, ‘무공’을 의미하는데 이 3무 수련은 전생에 일황삼존오왕 중 오왕에 속했던 화산파 장문인 ‘청진’을 암살하기 한 달 전 단행했던 ‘수련법’으로 ‘수라 나찰 수련’보다 곱절이 힘든 아수라 지옥 수련이다.
특히, 심법과 외공-내공을 나누어 수련하는 일반 수련에 비해 3무 수련은 하루에 모든 과정을 채워 ‘아무 생각 없이’ 단련하는 특징을 가졌고, 이는 육체와 정신을 극도로 피폐해지게 만드는 위험한 수련법인바.
살수회 대장으로 재직하던 전생에도 나는 나 외의 누구에게도 이 수련을 권한 적이 없었다.
왜냐?
3무 수련을 버틸 만큼 초인적인 정신력과 대막을 횡단하는 낙타 같은 끈기의 소유자는 천하에 오직 ‘나’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모자라지.’
거기에, 나는 또 하나의 묘책도 고안해냈다.
전생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비단 공력뿐 아닌, 감각에서도 현재의 나는 전생의 ‘나’에 비해 한없이 둔감해진 상태.
내가 생각하는 싸움꾼의 근본은 바로 ‘감각’이다.
감각은 칼날과 같아서 벼르고 벼르면, 종내에 한없이 예리해지지만, 반대로 갈고닦지 않으면 둔화하고 만다.
나는 육광과의 대결에 앞서 인간 ‘진소천’의 ‘감각’을 극대화할 작정이었다.
그럼 뭐…….
어떻게 해서든.
이길 각이 나오지 않겠나.
* * *
동천, 석가장-.
『강호 동도들에게 고함.
삼월(三月) 보름날.
소천문 문주 진소천과 사도맹의 호법사자 육광의 비무가 장안에서 펼쳐질 예정이오.
이 대결은 소천문과 사도맹 간에 얽힌 불미스러운 일을 한 번에 만회하는 친선적 성격을 띠고 있으나, 모순적이게도 대결 방식은 ‘생사결’로 치러지게 되었소.
하나 누가 죽더라도, 양측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며 만약 이 대결에서 진소천이 승리할 경우, 사도맹은 향후 소천문에 대한 모든 은원을 잊기로 하며, 반대로 육광이 승리할 경우, 소천문은 봉문 후, 섬서 지역을 떠날 것을 약속드리는 바요.
흑-백의 구분을 막론한 강호 동도들의 많은 참여를 소망하며 모처럼 치러지는 강호의 행사이니 만큼, 자리를 빛내주실 것을 부탁하는 바입니다.
이월(二月) 십칠일(十七一).
소천문 문주 진소천, 사도맹 호법 육광 배상』
“……대체 이게 무슨!”
석가장 가주 석대방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대체.
진소천은 뭐 하는 인간인가?
그가 얼마 전, 무당파의 괴도사 주영천과 노가살수문을 봉문 시킨 사실을 입소문으로 들은 터였다.
그때도 황당해 말이 튀어나오지 않을 지경이었건만.
이번엔 뭐?
한술 더 떠, 사도맹 호법사자인 육광과 비무를?
생사결의 방식으로?
“진 문주가 보통 아닌 줄은 알았지만…… 이건 기상천외하기 짝이 없지 않은가…….”
분명…….
아들과 막역하게 지내는 진소천의 성장을 지켜보는 건 달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나 세상엔 ‘정도’가 있는 법.
강호에 출도한 지 1년 만에 진소천처럼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나아가는 이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그리고 그런 자들의 최후는 대개 비참한 죽음이거나 또는 나쁜 결말로 끝이 나고 마는 법이었으니.
‘음…….’
마음에 스며드는 우려를 지울 수 없는 석대방이었다.
그때,
“허……. 진 문주가 일을 치르는군.”
석대방과 함께 서찰을 읽던 청문도장의 눈이 복잡하게 번들거렸다.
“대방아. 아무래도 진 문주를 과소평가한 것 같구나. 나는 그가 몇 년 안에 강호의 중심이 될지 모른다 생각했으나 그 생각은 한참 틀렸던 게다.”
“사부님…….”
“몇 년이 아니라 당장 1년. 1년 만에 그는 섬서 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섬서에서 진 문주를 모르는 이가 있더냐? 특히 이번 노가살수문의 봉문을 시작으로, 진 문주는 섬서를 강호 전체에 이름을 알리는 중이니 조만간 그를 모르는 이가 없어질 게다.”
“사부님…….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
“이번엔 그에게도 고비가 될 것이다.”
“사부님….”
“육광이 무슨 생각으로 진 문주 같은 젊은 자와 생사결을 펼치겠다고 나선 건진 모르겠으나…… 사도맹의 이름이 걸린 이상, 전력을 다할 게 틀림없다. 그리고 내가 아는 육광의 무공은 구파일방이나 팔대세가의 장로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
“육광이 그 정도입니까?”
“그렇다. 물론, 그가 사도맹 호법사자 중, 강한 축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 하더라도 호법사자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닌, 실력에 의한 것임에. 나는 지금의 진 문주가 육광을 이기는 건, 무리란 생각이다.”
“하면…… 사부님은 진 문주가 패하여 소천문을 봉문할 것이라 보십니까?”
석대방이 걱정스러운 음성으로 물었다.
그러자, 청문도장은 고갤 내저었다.
“그것은 아니다.”
“네?”
“물론 내가 생각하는. 그리고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상식에 비추어 봤을 때, 진 문주는 육광의 상대가 안 된다.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상이자, 상식의 선일 뿐.”
“…….”
“지금껏 진 문주는 언제나 상식을 뛰어넘어 기적을 만들어온 사내지.”
“아…….”
청문도장의 말에 석대방은 깊이 공감했다.
그 역시, 진소천이 육광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지 않았다.
하나 진소천은 항상 그런 예상을 격파했고, 왠지 그라면 이번에도 ‘기적’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두 사람의 가슴에 작은 파문이 되어 번지는 중이었다.
“대방아.”
“네.”
“아무래도 안 되겠구나.”
“무엇을 말입니까?”
“이번 대결은 인간 진소천과 인간 육광의 대결이 아닌, 강호의 신흥 문파와 사도맹의 비무가 되었다. 어찌 가만있을 수 있겠느냐? 나는 이 길로 출타하여 본파와 종남파에 들러야겠다.”
“하면……?”
“무림맹 측에서도 소식을 듣게 되겠지만 한 달 남은 기간 전선을 정비하여 사람을 보내는 건 무리일 테고. 그렇다면 내 본파와 종남의 도사들이라도 대동하여 진 문주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겠느냐?”
“사부님. 그렇게만 된다면 진 문주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럼 한 달 뒤, 소천문에서 보자꾸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청문도장은 석가장을 나섰다.
* * *
“문주님…….”
“괜찮겠습니까?”
“새벽 내내 심법을 수련하시고 오전 중엔 외가기공에 몰두하시더니. 오후엔 대련이라니요. 그것도 이처럼 무식한…… 대련이라니!”
나는…….
곧장 ‘3무 수련법’에 돌입할 요량으로 문도 전원을 비롯해 근처 무관의 관원들을 초빙했다.
더불어 양 손목과 발목에 강철 팔찌-발찌를 주렁주렁 차는 것도 모자라 온몸에 쇳덩이를 칭칭 감았는데, 그 탓에 몸은 천근만근 둔해진 상태였다.
“길복아. 천 가져와라.”
“네, 문주님.”
이후, 나는 기다란 흑색 천으로 눈까지 가렸다.
그 모습에 기함했는지 중인들의 놀라움 섞인 음성이 귓가를 스쳤다.
“저게 가능할까?”
“정말 이러고 대련을 한다고?”
“이건…….”
만약 우리 문도들 뿐이었다면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이 곧장 대련에 접어들었겠지만…….
인근 무관 관원들까지 초대한 터라, 아무래도 짤막한 해명(?)이 필요할 듯했다.
“제군들. 잘 듣도록. 지금부터 나는 맨손으로 50명에 달하는 여러분과 대련에 돌입한다. 1차는 맨손 대련, 2차는 목검 대련이며 3차는 제군들에게 진검을 제공하는 한편, 나는 다시 맨손을 지향하며 대련할 생각이다. 본 수련은 나 개인의 무공 함양을 위한 목적도 있지만, 함께 대련하는 귀군들의 무공 증진을 위함이기도 하다. 때문에, 전력을 다해 날 죽일 생각으로 덤벼. 만약 봐준다거나, 설렁설렁할 생각이라면 그런 생각은 버려라. 왜냐하면.”
“…….”
“니들 같은 X밥은 내가 눈 가리고, 쇳덩이로 몸을 묶고 맨손만 써도 쉽게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있는 힘껏 자존심 긁어 도발했는데.
“이…… 이 말이나 못 하면!”
“에라, 문주님. 진짜 각오하쇼.”
“뒤지십시오, 문주님!”
다행히 도발이 잘 먹힌 모양인지 문도들과 타관 관원들이 쌍욕을 내뱉으며 달려들었다.
“와라, X밥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