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64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1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64화
#63화
사실…….
나도 사람이고 생각이 있는 인간이다.
지금 내가 얼마나 또라이 짓을 하는지 나라고 왜 모를까?
나도 안다.
현재 내 앞에서 분기탱천해 눈을 이글거리는 육광은 지금껏 내가 상대했던 두목 멧돼지, 곽 호법, 백귀호, 살수 노호영이나 호영이 애비 노정주보다 훨씬 강한…… ‘진짜배기’란 것을.
어디 일신의 무공뿐인가?
그는 사도맹의 30대 ‘호법사자’고 소싯적 장강수로채에서 활약했던 육광의 명성은 전생의 나도 들어봤으니 실은 내가 얼마나 큰 싸움에 휘말리고 있는지 정확히 인지한단 뜻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강단 있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내가 무모한 인간이어서도 아니고, 화를 주체 못 하는 다혈질이라 그런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기회니까.’
이건 두 번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진소천. 정말 듣던 대로 광오하기 이를 데 없는 놈이군.”
그때.
드디어 육광이 날 하대하며 본격적으로 이빨을 드러냈다.
해서 나도 감췄던 발톱을 드러내며 말했다.
“육시럴, 육광아. 네가 어디서 어떻게 내 소문을 들었길래 자꾸 듣던 대로, 듣던 대로 거리는 지 모르겠지만 어디서 뭘 들었든 그건 빙산의 일각이란 것만 알아둬라.”
“무어라?”
“광아. 육광아. 이 육시럴 아저씨야. 나는 천하의 누구도 함부로 재단할 수 없는 고금제일의 또라이다. 그러니 네가 들었다는 내 소문은 일부에 지나지 않고 뭘 상상하든 나는 그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상식의 파괴자란 말이다.”
순간.
고오오……!
육광과 놈의 부하 두 놈의 신형에서 밀도 높은 살기(殺氣)가 뿜어져 나왔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찰나, 연우와 이동, 삼동은 오금이 굳었는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경직됐고 그나마 일동은 긴장한 눈빛으로 그들을 대응, 오직 나와 동벽 선생만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
그때, 아주 나지막한.
마치 귓속말을 속삭이는 듯한 이국(異國)의 언어가 동벽 선생의 입에서 슬며시 흘러나왔다.
그러자, 육광과 부하들의 안색에 경악의 빛이 스쳤다.
“……환영 술법인가?”
육광은 창졸간 식은땀을 흘리며 동벽 선생을 향해 물었다.
동벽 선생이 끄덕이며 답했다.
“환영은 경고일 뿐. 조금이라도 경거망동했다간 너와 네 부하들의 오장육부를 터뜨릴 수도 있음이야.”
나는 잘 모르지만…….
두 사람의 대화를 유추해보면 육광이 살기를 폭사시키기 무섭게, 동벽 선생이 미리 펼쳐놓은 술법을 발동시켰고 그 여파가 환영이 되어 육광과 그 부하들에게 영향을 끼친 듯했는데…….
“놀랍군. 이런 초상승의 술식을 부리는 술법사라니. 영감은 누군가?”
“알 것 없네. 다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당장, 누구라도 이곳 소천문 안에서만큼은 혈겁을 펼칠 수 없다는 것이지. 물론 나보다 법력이나 도력이 높은 술법사면 모를까……. 하나 그런 술법사는 마교, ‘천마성당’의 술법사들 뿐이니 나는 적어도 소천문만큼은 능히 지킬 수 있네.”
그제야…….
나는 대화를 듣는 중에도 명확히 ‘인식’할 수 없는 무형(無形)의 ‘파동’이 육광과 그 부하들에게만 쏘아짐을 어슴푸레 알았다.
물론 이마저도 내 감각이 범인을 뛰어넘은 ‘육감’에 가까운 것이기에 가능했을 뿐, 내가 아닌 다른 무인들. 예컨대 무공은 높되, 술법엔 문외한인 보통 무인들은 결코, 알 수 없을 미지의 영역이었다.
“자자……. 그러니까 흥분 좀 가라앉히고.”
나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불쑥 끼어들어, 짙은 살기를 환기했다.
“육 호법. 그러니까 왜 갑자기 선을 넘어서 일을 그르치나? 이게 뭐야, 이게? 서로 피곤하게.”
“…….”
“싸웁시다. 피차, 물러설 수 없고 나도 사도맹 가입은 못 하겠으니 어쩔 도리 없잖소? 나도 무인이고 당신도 무인이니까. 우리는 백 마디 말보다 주먹 한 번 휘두르는 게 빠른 인간들 아니요.”
“그, 그리하겠다만…… 우선 저 영감에게 술법이나 풀어달라고 해보는 게 어떤가?”
“아…….”
그런 거였군.
사도맹의 호법사자든 뭐든.
술법에는 꼼짝 마라였네?
* * *
적절한 때에 나선, 동벽 선생의 술법 덕분에.
다시 가라앉은 장내의 분위기 속에서 나는 육광에게 대결 방안의 초안을 전달했다.
우선…….
나는 이번 대결을 끝으로 나와 소천문, 그리고 육광과 사도맹 간에 얽히고설킨 은원을 말끔히 청산할 작정이었다.
그것은 내가 육광의 방문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인지한 ‘근거’이기도 했다.
말인즉슨.
이런 조건을 걸지 않고 만약 싸워서 내가 이긴다 해도.
언제고 사도맹의 더 강한 놈들이 나를 찾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걸어오는 싸움 안 피하는 성격이지만 그렇다고 맨날 싸움만 하고 살 수야 있나.
다행히 내 조건은 육광의 ‘자존심’을 정면으로 꿰뚫었다.
“문주. 그 말은 내게 이길 자신이 있단 것인가?”
“이길지 질지 알 수 없지. 아니. 상식적으로 당신이 이길 확률이 더 높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러니까 이런 조건쯤 받아줄 수 있는 거 아닐까 싶은데.”
“좋다. 만약 네놈이 나를 꺾는다면. 나는 직위와 이름을 걸고 본청에 건의해 그간 소천문의 만행을 모두 묵인토록 조치하겠다. 됐는가?”
“좋고.”
“단. 네놈도 약조를 해야 할 것이다.”
“뭔데?”
“네놈이 질 경우. 소천문은 봉문 후, 장안에서 사라지도록.”
“그거야 당연하고.”
“더불어. 이 대결은 생사결을 원칙으로 한다.”
“왜? 아예 날 죽이고 싶은 모양이네??”
“그 또한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좋다. 어차피 당신쯤 되는 양반이랑 싸우면서 지더라도 살아남길 바라는 건 욕심이지. 반대로, 나 역시 당신을 죽여도 되는 부분이니 손해 볼 거 없겠네.”
“하하하!”
육광은…….
저 육시럴 육광 새끼는 그렇게도 내가 귀여운지 자꾸 처웃는 게 기분 나빴다.
그래서 하마터면 당랑 꿀밤을 쥐어박을 뻔했지만, 나는 심계의 달인, 인내력의 소유자, 참을 인(忍)자를 세 번 상기하면 살인도 면한다는 진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현자답게 참았다.
“육 호법.”
“또 뭔가?”
“그리고 대결은 한 달 뒤가 어때?”
“크흐흐. 당장 싸우기 두려운 것이냐? 아니면 한 달이란 시간을 벌어 석가장이나 화산파에 도움이라도 청할 작정인 건가?”
“농담이 심하네. 내가 등신도 아니고 그런 임기응변으로 당장 위기만 모면하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거라 믿을 거 같나? 나는 누구보다 삶을 정면승부의 마음으로 사는 상남자니 그런 걱정할 필요 없다.”
“과연…….”
“다만, 소천문 문주 대 사도맹 호법사자인 육광의 대결을 널리 알려, 이 일을 강호의 공식 비무로 굳힐 생각이기 때문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당연하지. 그래야 나중에 너나 사도맹도 다른 소리 못할 거 아니냐.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한 마디로 이번 대결에 소천문과 사도맹의 권위를 거는 셈이다. 말인즉슨, 승패에 승복하고 향후, 뒤에서 추잡한 짓 하지 말자는 뜻이야.”
일단…….
육광이 이 제안만 받으면 이 대결은 내게 무조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승패는 당일의 내가 좌지우지하겠지만 확실히 이기기만 하면.
차후, 사도맹은 강호의 이목 때문에라도 소천문에 협잡을 걸 수 없을 것이고, 이는 내 강호행의 정적을 제거하는 셈이 된다.
“문주. 영악한 구석이 있군.”
“내가 좀 심계의 달인이다.”
“좋다. 알지만 속아주지.”
“그렇겠지. 육 호법도 강호 선배로서 체면이 있는데 더 이상 자잘하게 장고 재고 계산하긴 쪽팔리겠지?”
“아까는 강호의 선배 같은 거 없다고 하지 않았나.”
“상황이 사람을 만드는 거다. 그땐 내가 꿀릴 때니까 그랬고 지금은 유리한 고지잖냐. 그럼 선후배 확실히 따져야지.”
“안하무인이군.”
“이하동문.”
그러자 육광은…….
기가 막힌 건지 피식, 헛웃음을 터뜨리더니 대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문주야. 네 제안을 모두 받으마. 하면, 나는 한 달 뒤, 다시 소천문을 찾겠다. 그땐 이런 입씨름도, 간계도 통하지 않을 거다. 나 역시, 이 대결을 널리 알릴 것이니 그때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려 하면 너와 소천문은 얼굴도 들고 다니지 못할 게야. 물론, 그전에 내가 소천문을 불태울 생각이지만.”
“시끄럽고. 이제 가라, 육광아.”
“…….”
“밥 시간 됐다.”
“???”
“본 소천문은 불청객에게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 * *
“…….”
“…….”
“…….”
“…….”
“…….”
육 호법이 돌아가고…….
한동안 문주실엔 무거운 적막이 감돌았다.
예상치 못 할 일은 아니었다.
육 호법은 지금껏 내가 상대했던 이들과 궤가 다른 거물이고, 그자 자체가 곧 ‘사도맹’과 다름없으니 현재 동동이들과 연우 심정이 얼마나 막막할까.
하나 이해가 안 되는 건 동벽 선생이었다.
동벽 선생은 ‘술법’으로 육 호법을 보기 좋게 압박해놓고 왜 죽상인가?
“어르신. 왜 그리 침울한 표정입니까? 어르신 술법에 육 호법이 꼼짝도 못 하던데. 막말로 그 정도 능력이면 육 호법보다 더한 자에게도 통할 게 아닙니까?”
“아……. 그건 아닐세.”
“네?”
“방금 나도 법력을 많이 소진해 기운이 없네. 또한, 육 호법과 그 졸개들이 내 술법에 상당히 저항하더군. 아무래도 나 역시 수련이 필요할 듯하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깐, 어떤 상황에서도 소천문은 지킬 수 있다고…… 게다가 마교, 천마성당의 술법사 수준이 아니면 결코, 어르신 술법을 깰 수 없을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거짓부렁일세.”
“네?”
“육 호법을 압박하기 위한 허세였단 말이네.”
미X…….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 없네. 소천문을 지키겠단 말은 사실이니. 다만, 술법도 꾸준히 갈고닦아야 유지되고 발전되는 것이라 지금은 미흡한 점이 없잖아 있을 뿐일세.”
“거짓부렁을 꽤 근엄하게 치시던데.”
“원래 거짓부렁일수록 더 그럴싸하게 치는 법일세.”
그건 인정인데.
하…….
저 양반도 가만 보면 은근히 황당하다.
“형님.”
그때.
잠자코 있던 연우가 말했다.
“제가 형님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아시죠?”
“모른다.”
“장난하지 마시고.”
“진짜 몰라.”
“형님! 아마 세상에서 형님을 가장 신뢰하는 사람 중 한 명이 저일 겁니다.”
“계속해라.”
“……하지만 이번에는 성급하셨습니다. 솔직히 무모하셨어요. 지금껏 어떻게든 형님을 이해하려고 했는데. 아무리 형님이라도 이번 일을 쉽게 받아들인 건 무리였단 생각입니다.”
솔직히…….
연우 말에 일리가 있었기에 나는 당장 녀석을 타박하기보다, 일동, 이동, 삼동의 생각도 물었다.
“부문주. 1번 대장, 2번 대장. 너희도 그렇게 생각해?”
“네, 문주님. 솔직히 아까 육 호법이 살기를 방출할 때…… 저는 오줌을 지릴 뻔했습니다. 그자는…… 제가 살면서 본 모든 무인 중 가장 고강한 자였습니다.”
“저도 마찬가집니다.”
“같은 생각입니다, 문주님.”
확실히…….
녀석들은 쫄았다.
살기(殺氣)란 게 이렇게나 무섭다.
연우야 머릿속에 근심, 걱정 가득 찬, 부잣집 샌님이라 그러려니 해도…….
분명 일동, 이동, 삼동은 처음 육 호법에게 쫄지 않은 상태였다.
하나 본격적으로 그가 적의(敵意)를 드러내니, 한순간에 얼어붙는 꼬락서니라니…….
한심해서, 원.
“얘들아.”
“…….”
“…….”
“…….”
“…….”
“니들은 항상 그랬다. 내가 두목 멧돼지랑 싸울 때도, 백귀호랑 싸울 때도. 노호영과 그 애비인 노정주를 꺾었을 때도 언제나 걱정뿐이었단 말이다.”
“…….”
“…….”
“…….”
“…….”
“대체. 얼마나 증명해야 날 온전히 신뢰할래? 아직도 보여준 게 부족하더냐?”
내 물음에, 연우가 다급히 외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다르지 않습니까? 놈은 사도맹의 고위 간부입니다. 무공뿐만 아니라 그 배경 또한 말할 수 없이 드높단 말입니다.”
“그래서 조건을 걸지 않았냐. 만약 이번 대결에서 내가 이기면. 소천문은 거대한 정적을 지우는 셈이다. 그게 얼마나 이득인지 몰라?”
“그…… 그거야 이겼을 때의 이야기죠.”
“믿어라.”
“…….”
“날 믿으란 말이다.”
“형님…….”
“다들 명심하도록.”
“…….”
“강호에 불가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