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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63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05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63화

#62화

 

 

 

 

 

우선…….

 

소천문을 찾은 방문객은 총 3명이었는데, 누가 봐도 혈포 중년인이 대장인 듯했고…….

 

그를 호위하기 위해 따라온 사내 둘은 모두 흑색 무복을 걸쳤는데, 셋 다 기도(氣道)가 범상치 않은 데다 기골도 장대해서 중압감이 느껴지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여기가 어딘가?

 

바로 소천문이다.

 

소천문엔 기골 장대하기로 천하제일인 세 덩치 사내가 있으니 그게 바로 일동, 이동, 삼동이고 방문객들의 등장에 동동이들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그들을 경계했다.

 

“부문주, 1번대 대장, 2번대 대장.”

 

“네, 문주님.”

 

“네, 문주님.”

 

“네, 문주님.”

 

혈포 중년인의 입에서 ‘사도맹’이란 이름이 나오기 무섭게 날을 세우는 동동이들을 향해 나는 전음을 흘려보냈다.

 

[발톱 감춰라. 원래 꿀리는 놈이 먼저 화내는 법이다. 일단 무슨 말을 어떻게 하는지 들어보고 결정은 내가 할 테니까. 니들은 경거망동하지 마라]

 

[네, 문주님.]

 

[네.]

 

[넵.]

 

나는 그렇게 동동이들을 진정시켰다.

 

그러는 중에도 나는 새삼, 동동이들이 진짜 많이 커버렸단 사실을 깨달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동네 왈패였던 놈들이 이젠 사도맹의 이름을 듣고도 무서워하긴커녕 발톱을 드러내다니.

 

격세지감이었고, 이래서 자리가 사람 만드는 게 아닐까 싶었다.

 

“곡차 하시겠소?”

 

“좋소.”

 

나는 문주실로 그들을 데리고 가, 착석을 권유한 뒤 술을 한 잔씩 따라줬다.

 

문주실엔 육광이란 혈포 중년인과 그의 부하 두 놈을 비롯해 우리 측에선 나와 동동이들, 동벽 선생과 연우가 합석했는데, 연우는 긴장한 기색이고 동동이들도 경계심을 갈무리 못 했는데 동벽 선생만은 그저 무미건조한 눈으로 육광을 지그시 응시했다.

 

“문주. 올해 나이가 몇이오?”

 

“아직 이립이 안 됐소.”

 

“젊군. 강호는 사해가 동도라 했으니 귀하도 어찌 보면 내 강호 후배쯤 된다고 할 수 있소.”

 

“어림도 없소.”

 

“???”

 

“됐고. 바로 본론에 들어갑시다. 사도맹은 강호의 사파 연합이라 할 수 있는데…… 소천문은 사파라기엔 지향점이 상이하오. 해서, 그쪽이 날 찾았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닐 텐데 틀렸소?”

 

나는…….

 

그래도 나름 최선의 예의범절을 갖추며 육광을 대했다.

 

명색이 사도맹의 호법사자이기도 한 데다, 놈이 대놓고 내게 욕을 퍼붓는다거나, 겁박을 일삼진 않았기 때문이다.

 

“화끈해서 좋군. 맞소. 나는 몇 가지 일에 관해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방문했소.”

 

꿀꺽-.

 

육광이 술을 한잔 들이켜더니 다시 말했다.

 

“문주는 지난 몇 달간 사도맹과 관련된 두 곳을 공격했소. 첫째, 그대는 본맹에서 독립하여 새롭게 개파한 흑사회 회주 백귀호를 죽였소. 둘째. 사도맹 섬서 분타의 일원인 노가살수문의 문주를 공격했고 그들을 산양에서 쫓아냈소. 첫 번째 사안은 백번 양보해 넘길 수 있다 하더라도 두 번째 사안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오. 노가살수문은 사도맹의 일원이기 때문이오.”

 

의외로.

 

육광이란 사내는 사도맹답지 않은 침착함을 유지하며 차근차근 말을 이었다.

 

저들이 저렇게 나오는 이상, 나도 상놈처럼 굴 수 없어 외려 답답할 지경.

 

그러나 반박할 건 반박해야 하기에 나는 고갤 내저었다.

 

“육 호법의 말은 틀렸소.”

 

“어떤 점에서 그러하오?”

 

“일단 흑사회는 넘길 수 있다고 하니 차치하고. 노가살수문의 경우에도 나는 아무 잘못이 없소. 왜냐? 그들이 먼저 날 암살하려 했기 때문이오. 피비린내 나는 강호에서 타 문파의 문주를 암살하려 한다? 이것은 전쟁하잔 의미나 다름없소. 하나, 나는 미치광이 살인마가 아니기에 군자적으로 노 문주와의 비무를 펼쳤고 그는 약속대로 봉문한 뒤, 산양을 떠난 것이오. 내 행위 중 어디가 잘못되었소?”

 

“물론. 명분으로 보면 문주의 말이 맞지. 하나 문주는 그 과정에서 무림맹의 도움을 받지 않았소.”

 

“그건 뭔 소리요?”

 

“괴도사 주영천. 그가 귀하를 도왔다고 하던데. 말인즉슨 문주는 무림맹의 절대고수를 등에 업고 개인적 원한을 빌미 삼아 불공정한 비무를 유도해 낸 것이오. 물론. 그 또한 개인의 재량이고 은원 관계에 관한 일이니 잘못되었단 건 아니오. 다만, 무림맹이 개입한 이상, 우리도 가만있을 순 없는 거요.”

 

나는 육광의 말에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뜨렸다.

 

세상에 이런 억지가 어딨나.

 

“육 호법. 하나 물읍시다.”

 

“말하시오.”

 

“만약 내가 주영천 영감과 함께 가지 않고 혼자 노가장을 박살 낸 거라면? 사도맹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을 거요?”

 

“그건 아니오.”

 

“……?”

 

“다만, 주영천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이처럼 공식적으로 호법인 내가 소천문에 찾아오진 않았겠지.”

 

“그러니까. 내가 암살을 당할 뻔했든 아니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노가살수문을 공격했다는 게 중요한 거고…… 중간에 개입한 주영천 영감은 사도맹이 대놓고 끼어들 일종의 명분이 되었다는 셈인데. 내 해석이 맞소?”

 

“정확하오. 다만 그런 말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상대의 면전에서 할 수 있는 문주의 용기가 놀라울 뿐이지.”

 

그때.

 

“너무하시는군요!”

 

좌중에서 가장 얼어붙어 있던 연우가 겁대가리를 상실했는지 다짜고짜 탁상을 탁! 치더니 일어서서 열변을 토했다.

 

“육 호법님. 까놓고 말하겠습니다. 당신네 사도맹은 대체 왜 이리 제멋 대롭니까? 당신들은 남을 공격해도 괜찮고, 남은 당신네 일원을 공격하면 안 되는 겁니까? 만약 소천문이 구파일방이나 팔대세가 같은 명문정파였어도 이리 억지 부릴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자네는 누군가?”

 

“나는 동천 석가장의 석연우라고 합니다. 제 아버지가 석가장의 가주이시자 화산파 7대검객이신 청문도장을 사사하셨고, 저는 청문도장을 태사부로 모시고 있습니다!”

 

캬…….

 

나는 이 와중에도 자신의 ‘신분’을 강조하는 연우의 치밀함에 기함했다.

 

물론.

 

연우가 자기 신분에 심취하여 오만하거나, 건방져서 저러는 건 결코 아니고…….

 

다만 녀석은 화산파 청문도장의 이름을 거론하여 육 호법의 마음에 부담을 지우는 한편, 전면전을 피하고자 하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하하하하하하하!”

 

그러나.

 

그런 연우의 계책은 패착이 되었다.

 

“정말 시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군!!!”

 

연우의 말에 광인처럼 대소를 터뜨리던 육 호법이 돌연 육합전성의 묘리로 내력을 실어, 사자후를 시전한 까닭.

 

“석가야. 감히 내 앞에서 알량한 석가장과 화산파의 이름을 들먹이면 겁이라도 먹을 줄 알았느냐? 외부인인 네 녀석이 어디 함부로 끼어들어, 훈수를 둔단 말이냐? 정말 오만방자한 정파의 애송이 녀석이구나!”

 

일순, 터져 나온 육 호법의 기세가 산중, 대호를 연상시키듯 강맹하고 웅후했음에…….

 

연우는 물론이고, 기세등등했던 동동이들도 이마에서 식은땀을 뚝뚝 떨어뜨렸다.

 

그러게…….

 

왜 본전도 못 찾을 거면서 깝치냐, 깝치기를.

 

“육 호법. 진정하시오.”

 

나는 그런 육 호법을 진정시키려 했다.

 

그러자 육 호법은 여전히 노기를 가라앉히지 못했는지 근엄한 어조로 말했다.

 

“문주. 나는 귀하와 최대한 평화적 협상을 해보려 했소. 한데, 이 새파란 자가 끼어들어 대화를 가로막으니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소? 내가 예의를 갖출 상대는 문주 당신이지, 저 애송이가 아니오.”

 

“인정하오. 당신도 사도맹이란 대형 단체의 고위 간부고 나도 일문의 문주니. 저런 쫄따구 놈이랑 겸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

 

“???”

 

내 말에 육 호법, 육 호법 부하 두 놈, 동벽 선생, 일동, 이동, 삼동에 연우까지 황당하기 그지없는 시선을 띠며 날 멀뚱멀뚱 쳐다봤다.

 

나는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나? 시커먼 옷 입은 쫄따구들?”

 

내 물음은 바로 육 호법의 쫄따구들을 향한 것이었다.

 

사실…….

 

처음부터 놈들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놈들은 시종일관 날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참았으나 육 호법이 연우를 탓한 이상, 내게도 명분이 생긴 셈이다.

 

“어른들 말씀하시는데 어디서 머리 피도 안 마른 새끼들이 눈을 부라리냐? 확, 눈알 뽑아서 먹물을 쪽쪽 빨아 먹을까?”

 

“???”

 

“???”

 

그제야 우리 측 사람들은 내가 본격적인 도발 감행에 들어갔음을 직감했고 육 호법 측 인물들은 어안이 벙벙해 말문이 막힌 눈치였다.

 

“문주. 말이 심하군. 내 휘하 호위들은 모두 본맹 간부고 강호상 배분으로 따져도 귀하보다 어른일 텐데 경솔하지 않은가?”

 

그러자 되로 주고 말로 받았음을 눈치챈 육 호법이 다시 점잖은 어투로 말했다.

 

한데, 그 어투가 묘하게 ‘하대’로 바뀌어 있었기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육 호법. 뭔가 착각하는 거 같은데.”

 

“뭣이?”

 

“나는 소천문의 문주요. 말인즉슨, 한 문파를 이끄는 존주란 말이오. 한데 강호 배분이나 나이가 무슨 상관이오? 나는 당신이 아닌 사도맹주에게도 존주로서 존재하고, 무림맹주 앞이라 해도, 존주로서 존재하오. 그러니 시답잖은 소리는 하지 말고.”

 

“하하하. 과연…… 듣던 대로군.”

 

듣던 대로라고?

 

대체 나는 어디서 어떻게 소문이 난 건가?

 

이건 내가 생각해도…….

 

좀 미X놈 같은데.

 

 

 

 

 

* * *

 

 

 

 

 

“진 문주. 나는 귀하에게 기회를 주려 하오.”

 

긴장감이 팽배하게 흘러가는 와중에…….

 

육 호법의 입에서 생각지 못한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당장, 소천문을 박살 내겠다고 길길이 날뛰어도 모자랄 판에.

 

갑자기 뭔 놈의 기회란 말인가?

 

“들어나 봅시다.”

 

“사도맹의 일원이 되시오.”

 

“뭐요?”

 

“소천문은 무림맹에 가입되지 않은 문파라 들었소.”

 

“맞소.”

 

“하니, 사도맹의 일원이 되지 못할 까닭이 무엇이겠소?”

 

“…….”

 

“본맹은 그렇게 나쁜 곳이 아니오. 다만, 지향하는 바가 다르고 각자 이해관계가 다름에 오늘날 본맹과 무림맹이 분류된 것이지만, 사실 큰 틀 안에서 공존하는 것이오. 실제, 본맹 맹주님과 무림맹의 장로 중 다수가 사사롭게는 친우 관계라는 걸 알 거요.”

 

그제야.

 

나는 왜 사도맹의 호법사자가 지금까지 점잖은 척을 한 건지 이해가 갔다.

 

그러니까…….

 

지금 이놈은 말 안 듣는 망종인 나를 자기 쪽으로 감아서 두고두고 부려 먹겠단 심산인 거 같은데.

 

물론…….

 

나도 솔직히 크게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왜냐면 백도든 흑도든 그놈이 그놈이고 어차피 그런 걸로 선악(善惡)을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도움이 되면 도움받는 쪽을 택하는 거고, 사안 사안마다 적중의 선택을 하는 것이 살벌한 강호에서 살아남는 처세기도 하고…….

 

하나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일단, 사도맹에 가입하면 나는 사도맹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

 

게다가, 사도맹이든 무림맹이든 그런 큰 단체에 소속되면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해야 할뿐더러, 가끔 돈도 토해내야 하는데 미쳤다고 가입을 하겠나.

 

뭐…… 게다가 사도맹은 멋이 없기도 하고 말이다.

 

“싫소.”

 

“정녕 싫소?”

 

“그렇소.”

 

“결국, 벌주(罰酒)를 마시려는구려.”

 

“그 벌주가 뭔지 듣고 싶은데.”

 

“그 벌주는 너무나도 명약관화(明若觀火)하오.”

 

“그러니까 그게 뭐요?”

 

“문주가 본맹 소속의 노가살수문을 무공으로 봉문 시켰듯.”

 

“…….”

 

“본맹 또한 문주를 무공으로 굴복시킨 후, 소천문을 봉문하겠소.”

 

봉문이라…….

 

감히 내 삶의 터전이자, 소득처이자, 내 집인 소천문을…… 봉문하겠다라.

 

“육 호법.”

 

“…….”

 

“육광.”

 

“……?”

 

“이 육시럴…….”

 

“뭐요?”

 

“자신 있는 모양인데…… 한판 뜹시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동벽 선생은 슬쩍 입꼬리를 말아 올렸고 동동이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는데…….

 

어쩐 일인지 연우, 육 호법, 육 호법 쫄따구 두 놈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멍하니 날 쳐다보고 있었다.

 

“뭘 봐?”

 

내 말에 무슨 문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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