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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60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1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60화

#59화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찝찝한 얼굴로 반문하는 일동을 향해 동벽 선생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부문주. 말하지 않았나? 이 술식을 통해 소천문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소천문에서 기거하는 모든 이의 피를 최상급 경면주사(鏡面朱砂)에 섞어 부적을 만들걸세. 그 부적을 곳곳에 붙이고 술식을 행하면 유사시 술법 자체가 아군과 적군을 분별하여 외부 침입자를 공격하게 되네. 물론, 대부분 환식-환영을 바탕으로 술식이 펼쳐지지만 술법사의 도력에 따라 효과도 천차만별이니 모두 검지 끝을 날붙이로 베어 피나 모으게.”

 

기문둔갑술(奇門遁甲術)이나 환영술(幻影術) 같은 일종의 사술에 대해…….

 

사실 나는 잘 알지 못한다.

 

비록 전생에 마교에서 ‘천마성당’에 소속된 술법사들이 술식으로 요란한 짓을 벌이는 걸 어깨너머로 봤지만…….

 

그를 익힐 시간도 없었을뿐더러, 술법이란 게 무공과 궤가 다른 데다, 학문적 성취도 높아야 하고 무엇보다 무인의 ‘내력’과 다른 ‘법력’이나 ‘도력’도 배양해야 했으니.

 

사람 모가지만 따던 내가 언제 그를 익혔겠나.

 

하나, 그렇다고 내가 술법을 지양하나?

 

또 그렇진 않았다.

 

백도만 해도, 제갈세가가 과거, 술법으로 강호를 평정한 적 있고, 곤륜파 같은 종교 색채가 짙은 곳도 ‘도력’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술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말인즉슨, ‘술법’의 영역에 있어선 흑-백-정-사-마의 구분이 무의미하고 못 써서 문제지, 쓸 줄 알면 너나 할 것 없이 다 쓰는 게 바로 술법인 것.

 

나는…….

 

내가 모르는 분야도 존중하고 탐구하며,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갖춘 진취적 사내, 학구열이 활화산 같은 사내, 모르는 걸 알려주면 열등감에 화를 내기보다 내 무지를 탓할 줄 아는 사내, 세상 모든 진리를 연구하는 대(大) 현자적 기질이 다분한 사내다.

 

그 때문에 나는 소천문의 모든 이들을 아울러 힘차게 말했다.

 

“다들 의약당주께 피를 바쳐라. 당주께서 흡혈하는 마인(魔人)이라 피를 내놓으란 게 아니다. 너희 같은 무지렁이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알지 못하는 초상승의 환영 술법을 통해 본 소천문의 안전을 도모하고자 함이지. 그러니 모두 손가락 내놔.”

 

그러자, 문도들과 일꾼들은 어쩔 수 없단 표정으로 각자 검지를 내밀었다.

 

나는 자그마한 단도를 집어 들고 부지불식간에 그들의 손가락을 베어냈는데…….

 

똘망똘망-.

 

어느새 곳곳을 누비며 새집을 구경 중이던 소윤이마저 천진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손가락을 빼꼼 내미는 게 아닌가.

 

아…….

 

“어르신. 소윤이 피도…… 꼭 있어야 합니까?”

 

나는 차마 소윤이 손가락에 칼을 갖다 댈 수 없어 물었다.

 

그러자 동벽 선생이 침울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어쩔 수 없네. 이 짓도 다 소윤이 때문에 하는 거니까…….”

 

후…….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소윤이 손가락을 단도 끝으로 슬쩍 찔렀다.

 

그러자 새빨간 핏방울이 손끝에 몽글몽글 맺히는데…….

 

“어? 끝났어, 아빠??”

 

응?

 

눈물을 쏟을 줄 알았던 소윤이는 외려 어른보다 더 의젓하고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물었다.

 

“어…… 끝났는데.”

 

“히히- 하나도 안 아프네, 뭐.”

 

보통 네 살이면 피 흘리고 우는 게 상식 아닌가?

 

대체 저놈의 가시내는 누굴 닮아 저리 의연한 거야?

 

 

 

 

 

* * *

 

 

 

 

 

“고생많으십니다, 어르신.”

 

“괜찮네. 다 소윤이를 위한 일이니, 힘들지 않네.”

 

늦은 밤.

 

모든 문도가 잠을 청하는 새벽까지 동벽 선생의 술식은 이어졌다.

 

그는 중원의 말이 아닌 이국의 언어를 중얼거리며 우수에 쥔 종을 흔들어댔는데, 그럴 때마다 벽면에 붙은 부적이 붉고 영롱한 휘광을 번뜩였다.

 

‘새삼…….’

 

동벽 선생이 얼마나 다재다능한 사람인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비록 내가 술법엔 일가견이 없지만 나 같은 무지렁이 눈에도 동벽 선생의 술식은 굉장히 뛰어난 초상승 술법처럼 보였으니.

 

“어르신. 지금 행하는 술법은 어떤 효과를 발동시키는 겁니까?”

 

“이는 외부 침입자에 대항하기 위한 술법이네. 적이 소천문으로 들어오면 내가 술식을 발동시킬 수 있지. 하면, 오늘 피를 바친 이들을 제외한 모두가 술법의 환영세계에 갇히게 될 게야.”

 

“신기하네요.”

 

“허허. 이 또한 별거 아닐세. 향후 천둔술식이나 지둔술식 같은 재앙급 술법 또한 소천문에 걸어둘 작정인데, 이러한 술법은 하루아침에 적용할 수 없으니 시일을 두고 차근차근, 해나가되 일단 할 수 있는 모든 방비를 할 참일세.”

 

“술법이란 거…… 생각보다 유용한 듯합니다.”

 

“이를 말인가. 자네도 알겠지만 제갈세가 같은 곳은 별채만 30곳이 넘는 방대한 가옥에 100여 개의 기관을 설치한 것도 모자라 각종 대술법을 걸어둔 용담호혈(龙潭虎穴)이지. 놈들이 무공은 그냥 그래도 아마 멸문지화 당하는 일은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게야. 그만큼 ‘술법’은 잘 쓰면 무공 못지않은 유용한 무기니까.”

 

“어쨌든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잘 되었습니다.”

 

“허! 생각지도 못했다니.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딨나?”

 

“네?”

 

“자네는 강호에 출두하자마자, 많은 사파인을 적으로 돌렸네. 한데, 이 정도 방비도 없이 살 작정이었던 겐가? 혹시 자네가 없을 때 누군가 소천문을 노리면? 그 결과가 소윤이의 위험으로 이어진다면?”

 

“아…….”

 

“소윤 애비.”

 

“네, 어르신.”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무공을 갈고닦는 것도 좋고, 일문의 문주로서 소천문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도 좋네. 하나 그 전에 자네는 소윤이 애비네. 언제 어디서든 소윤이부터 생각하게.”

 

“명심하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쉬운 길만 걸으란 소린 아니네. 노부가 있는 한, 소윤이는 언제나 안전할 것이니 날 믿으면 되네.”

 

“감사드립니다, 어르신.”

 

동벽 선생의 말이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이게…….’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감정이려나…….

 

복기해보면, 전생의 나는 누구에게도 심적으로 ‘의지’한 적이 없다.

 

물론, 죽은 ‘3호’나 ‘교주’는 벗으로 여겼지만, 그것은 그저, 인생을 함께 나아가는 동지적 관점이자, 친우를 향한 우정이었을 뿐, 그들에게도 나는 의탁하고 싶다거나 기대어 쉬고 싶단 생각을 떠올린 적조차 없었던 것이다.

 

하나 동벽 선생은 달랐다.

 

우선 동벽 선생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부터 학문, 의술, 술법, 무공에 이르기까지 너무도 박식했고, 그를 통해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더불어 그는 나를 제외한 세상의 누구보다 소윤이를 아꼈다.

 

그런 점들이 쌓이고 쌓여 나는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 깊이 동벽 선생을 의지하게 된 게 아닐까?

 

“그나저나 자네.”

 

그때.

 

뭔가 떠올린 듯, 동벽 선생이 대뜸 입을 열었다.

 

“자네가 노가살수문을 정리하고 돌아온 후, 일사천리로 많은 일이 진행되었던 지라 자세히 묻지 않았지만…… 대체 ‘괴도사 주영천’은 어찌 연을 맺게 되었나?”

 

그러고 보니.

 

나는 주영천 영감의 도움을 받아 노가살수문을 정리했다고만 했지, 그와 어떻게 연이 닿았는지 설명한 적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산양으로 가는 길에 산적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주 영감님과 함께 산적들을 ‘처리’하고 경신법 시합도 좀 하고…….”

 

“…….”

 

“가끔 술도 마시고 대련도 펼치고. 뭐 그렇게 인연이 된 셈이지요.”

 

내 말에 동벽 선생이 크게 웃었다.

 

“허허허! 자네 정말 운도 좋은 사람이구먼. 주영천 그 영감이 좀…… 노망이 들어 문제지, 그런 식으로 인연을 맺어 놓으면 장차 큰 도움이 될 걸세. 게다가 무당파 특유의 오만함과 고집스러움도 없는 양반이라 향후 자네와 형제 맺자고 덤빌지도 모르지. 아무튼 잘 처세해서 아예 골수까지 쭉쭉 뽑아 이용하게. 껄껄!!”

 

“아. 벌써 저를 소형제라 부르긴 하더군요.”

 

“……뭐?”

 

“그렇다고 제가 형님이라고 한 건 아니지만요.”

 

“쯧쯧. 그거 완전히 돌아버린 작자군. 아예 강호의 족보를 모조리 꼬아놓는구먼.”

 

“어르신도 그분을 잘 아십니까?”

 

“알다마다.”

 

“…….”

 

“소싯적 내가 그 인간을 형님이라 불렀네.”

 

“그럼…….”

 

주 영감이 날 소형제라 부르니 내겐 형님 되는 셈인데…….

 

하면 동벽 선생한테도 형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니냐?

 

“이상한 생각하지 말게. 어림도 없으니까.”

 

아무 말도 안 했건만….

 

내 속내를 읽기라도 한 것처럼 칼같이 선 긋는 동벽 선생이다.

 

전부터 느낀 거지만 이 양반은…… ‘관심법’을 익힌 게 틀림없다.

 

 

 

 

 

* * *

 

 

 

 

 

“금일, 단체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 산행은 비단 문도들뿐만 아닌, 소천문의 모든 식구가 함께하는 산행이다. 문도들은 무공을 모르는 다른 식솔들을 챙기며 천천히 대원봉까지 오를 수 있도록.”

 

인시(寅時) 말 무렵…….

 

꼭두새벽부터 나는 소천문의 모든 사람을 연무장으로 집합시켜, 단체 산행에 나섰다.

 

웅성웅성-.

 

그러자 문도들을 제외한 다른 식솔들은 당혹스러운 눈치였다.

 

소천문의 산행이 얼마나 지옥 같은지 그간 간접적으로 봐왔기에 겁을 먹은 듯했는데.

 

“안심들 해라. 수련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오늘은 새해 첫날이다. 다들 광양산 정기를 받으며 지난 한 해를 복기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자는 뜻이다. 또한, 다가올 한 해를 맞아 각자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겠단, 각오를 다지도록.”

 

말인즉슨.

 

문도들은 더 뺑이칠 각오하란 거고, 식솔들은 월봉 많이 받는 만큼, 소처럼 일하란 뜻이었다.

 

다행히 모두 내 말뜻을 알아들었는지 안면에 부담감이 그득했는데 그를 보니 나는 외려 뿌듯하달까?

 

“출발.”

 

이후 나는 소윤이를 번쩍 들어 올린 채, 유유자적 발걸음을 내디뎠다.

 

앞서 나가기도 했다가 또 후미에서 끙끙거리며 새벽녘 산기슭 거슬러 오르는 사람들의 ‘고통’도 견식했다가…….

 

가끔, 졸린 눈 비비며 투덜거리는 문도들의 엉덩이도 걷어찼는데 소윤이가 보고 있는지라 당랑 꿀밤을 쥐어박는 무지성 폭력은 행사하지 않았다.

 

“헤헤- 할아버지. 걷는 게 신기해요!”

 

그때.

 

또 요상한 축지법으로 산행 구보를 날로 먹는 동벽 선생을 향해 소윤이가 말했다.

 

소윤이 눈에도 신기루처럼 흐드러지듯 보행(步行)하는 동벽 선생의 축지법이 신기하게 각인된 모양이었다.

 

“허허. 소윤아. 이것은 할아비의 잔재주란다. 하나, 네가 원하면 가르쳐 줄 수도 있지.”

 

“진짜요? 나나! 할부지. 소윤이 그거 배울래요!”

 

“껄껄껄! 오냐. 이제 다섯 살이 됐으니 축지법도 가르쳐 주고 무공도 가르쳐 주고! 그냥 소윤이 하고 싶은 거 다 하거라!”

 

동벽 선생의 말에 소윤이는 물론, 함께 걸어가던 대열의 글 선생과 예린이, 연우와 일동, 이동, 삼동이 모두 흐뭇하게 웃었다.

 

그들은 모두 소윤이를 꿀 떨어지는 눈으로 바라봤는데 이럴 때마다 나는,

 

‘소윤이가 부모 복은 없지만…… 인복은 참 타고났단 말이지.’

 

그런 상념을 떠올렸다.

 

그렇게 웃고 헉헉대고, 저리는 다리를 툭툭 주물러 가며 사람들이 산에 오른 지 한 시진 반 정도 흘러…….

 

“해 뜬다.”

 

광양산 중턱에 있는 대원봉에서 우리는 발걸음을 멈추고 높다란 절벽에 선 채,

 

“경치 죽이네.”

 

지평선 너머로 붉게 물든 몸을 드러내는 거대한 여명(黎明)을 맞이했다.

 

그러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사람들은 저마다 하나둘씩 눈을 감고 합장을 했는데 아마 새해 일출을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게 아닐까.

 

“…….”

 

해서.

 

잠시, 나도 그들처럼 눈을 감고 마음으로 내 나름의 소망을 떠올렸다.

 

“아빠야.”

 

“응?”

 

“소원 빌었어?”

 

“응.”

 

“무슨 소원 빌었어?”

 

“소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달라고 빌었지.”

 

“헤헤-”

 

“소윤이는 무슨 소원 빌었는데?”

 

“비~~~밀.”

 

아빠한테 ‘비밀’을 만드는 다섯 살짜리 아이가 있다?

 

천하에 그런 애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라.

 

고로, 소윤이는 ‘천재’다.

 

아무튼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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