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5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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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5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54화
#53화
“그, 그게 사실이냐?”
“뭐가?”
“정말 네놈과 일대일의 대결에서 내가 이기면…… 호영이를 살려주고 자결하겠단 것이냐?”
“거기에 얹어서 노가살수문이 흉계를 펼쳤단 사실까지 불문에 부친다.”
“하겠다!”
“…….”
“하겠다. 나 노가살수문의 문주, 노정주는 소천문의 문주, 진소천의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는 거다. 이것은 무림인 간의 정식 비무니 꼭 약속을 이행하겠지?”
이놈 보소?
그러니까…….
노정주는 한 마디로 자신 있단 소리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단 뜻이다.
노가살수문의 임무 실패를 불문에 부치는 한편, 아들도 살리고 혹시 모를 주 영감의 간섭도 원천 봉쇄하겠단 건데, 나는 다른 것보다 나와의 대결에서 승리를 자신하는 놈의 태도가 거슬려 대뜸 욕을 박았다.
“개X끼야!”
“???”
“너는 왜 졌을 때를 생각 안 하냐? 네가 지면 가문의 모든 재산을 내놓고 섬서를 떠나야 한다. 게다가 다른 데서 나쁜 짓 못 하도록 네놈과 네 가솔들의 단전을 폐할 생각이란 말이다. 근데 이걸 받아? 가주란 새끼가?”
“다, 단전을 폐하다니? 그런 조건은 없지 않았느냐?”
“닥쳐라. 조건은 변하는 거다.”
“이, 이런 억지가!”
나는.
황당함으로 낯빛을 붉게 물들이는 노정주를 보며 한 차례 낄낄거리다 주 영감을 향해 말했다.
“영감님. 만약 제가 무림맹에 가입하고 싶으면 가입할 수 있습니까?”
“헤헤. 소형제가 원하면 내가 맹주한테 서신 한 장 써줄 수 있지. 하면, 바로 다음 날 처리될걸?”
“그럼 소천문과 제가 무림맹 소속이 된다 치고요. 무림맹 소속의 문주를 노가살수문이 암살하려다 실패했고 모든 정황이 남은 상탭니다. 그럼 무림맹은 어떤 조치로 맹원과 가입 문파를 보호합니까?”
“그거야…… 잘 모르지만 …… 상식적으로 노가놈들이 뒈진다는 건 기정사실 아닐까? 흐흐.”
주 영감의 말에 노정주가 뜨끔하여 눈을 화등잔만 하게 떴다.
내가 다시 말했다.
“정주야. 너희도 사도맹에 가입된 가문이란 거 안다. 하지만 사도맹이 일개 살수 가문 살리자고 무림맹이랑 전면전을 할까? 내 생각은 아니다. 기껏 해봐야 도와주는 척, 비실비실한 지원군 몇 놈 보내고 생색내거나 스스로 자결하라 공문을 내릴걸? 니들 사파 새끼들은 다 그렇잖아. 특히, 너희 같은 살수 가문은 쓰다 버리는 게 원칙인데. 안 그래?”
“…….”
노정주의 미간이 분노로 꿈틀거렸다.
사실…….
내 말엔 상당한 어폐가 있다.
솔직히 내가 당장 무림맹에 가입하고 싶다고 가입할 수 있을 리도 만무할뿐더러, 마교랑 대치 중인 무림맹이 미쳤다고 장안 촌 동네 작은 문파의 일에 신경을 쓰겠나?
하나 그런데도 내가 격장지계를 펼친 것은 노정주의 박살 난 지능과 주 영감의 무위를 십분 이용하고자 함이었다.
삼존 중 한 사람인 무당파 허원 진인의 사숙이 겁박을 일삼는 데다, 아들내미가 인질로 잡힌 상황이다.
이성이 마비된 노정주는 제안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좋다. 제안을 받겠다. 내가 패하면 노가살수문의 재산을 내놓고 가솔들의 단전을 폐한 뒤, 봉문하겠다.”
“섬서를 떠나겠단 약속도 잊지 마.”
“너 역시 약속은 지켜야 한다.”
“남아일언 중천금이다, 이 새끼야.”
일단 나는 웃었는데.
저놈도 슬슬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보니 패배할 거라고는 상상도 안 하고 있을뿐더러, 스스로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 모양이다.
정주야…….
노정주, 이 등신아.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네 발등에 벼락을 찍어도 그 표정 나오는지 두고 보자.
* * *
『무림 동도들에게 고함. 금월, 보름께 나 소천문의 문주 진소천과 노가살수문의 문주 노정주는 개인 간의 은원(恩怨)으로 기인한 시시비비(是是非非) 가리고자 하오. 그 방법은 생사를 초탈한 비무가 될 것이며 무당파의 주영천 진인께서 이번 비무의 중개자가 되어 공증하실 터이니, 나 진소천과 노정주 외의 어떤 타인의 개입도 불허하오. 산양부터 넓게는 섬서의 흑-백-정-사를 막론한 많은 무림 동도들의 참관을 소망하오.
비무 장소 : 영풍산, 장운봉.
비무 일시 : 금월, 보름날.
장안 소천문 문주, 진소천 배상』
나는 이 같은 방문을 산양 곳곳에 붙였다.
손이 모자라 인력 시장 전전하는 고아들에게 두둑이 삯을 주고 골목 어귀마다 방문을 붙였는데 한 마디로 이번 ‘노가살수문행’의 규모는 말도 못 하게 커진 셈이다.
솔직히 처음부터 이럴 계획은 아니었다.
만약 나 혼자 노가살수문을 찾았다면 애초에 대응 방식부터 달랐을 것이다.
하나 나는 기연에 가까운 인연의 덕을 봤다.
괴도사 주영천.
일황삼존오왕이 깍듯하게 모시는 주 영감의 파급력이 어디 보통인가.
최소한 주 영감이 함께한다면 거리낌 없이 노정주의 대가리를 깰 수 있고, 사도맹주가 직접 왕림하지 않는 이상, 누구도 날 건드리지 못할 터였다.
그렇다면 잘하는 거 하는 게 맞다.
나는 싸움을 잘하니 싸움을 할 생각이고, 많은 사람에게 대결을 알린 후, 소천문의 이름을 높이는 한편, 노가살수문을 강호에서 사라지게 할 작정이었다.
“소형제. 한데, 이런 방문을 붙이는 건…… 노가 놈이랑 협의가 되지 않은 거 아니야?”
“협의는 무슨 협의입니까. 내 마음이죠.”
“낄낄. 소형제는 너무 화끈하다니까?”
“어쨌거나 영감님. 고맙습니다.”
“뭐가?”
“영감님이 없었다면 이런 계책은 상상도 안 했을 테니까요.”
“원래는 어쩔 생각이었는데?”
“일단 이것저것 뜯어내 보다가 말 안 통한다 싶으면 문주부터 간부들까지 매일 한 놈씩 죽일 생각이었습니다.”
“와……! 그게 더 무섭다, 야.”
“어차피 날 먼저 죽이려 한 놈들이니 그래도 명분은 제가 쥔 셈 아닐까요?”
“맞지. 다른 문파에게 살수를 보낸다는 건, 그냥 전쟁하자는 의미니까.”
“아무튼 영감님 있어서 든든하네요.”
후…….
원래 입에 발린 소릴 안 하는 편이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방지축 주 영감이 날 버려두고 훌쩍 떠나기라도 할까 봐 욕지기를 참으며 밑밥 까는 중이다.
다행히,
“흐흐흐. 소형제. 그런 말 말아. 나는 재밌는 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노망난 영감이라 그런 거니까. 그리고 내가 해줄 게 뭐 있겠어? 싸움은 소형제가 하는 거고 나는 구경만 할 뿐인데. 안 그래?”
주 영감은 내 행보의 끝을 볼 모양이었다.
“저는 수련하러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련을 핑계로 객잔을 빠져나왔다.
* * *
객잔을 나선 후, 곧장 대결 장소인 영풍산 장운봉에 올랐다.
싸울 장소를 미리 탐방하고 주변 지형과 사물, 자연환경으로 인한 요인, 외부 변수 등을 철저히 점검코자 함이었다.
그렇게 한 식경쯤 장운봉의 이곳저곳을 심유하게 살핀 나는 이내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었다.
그러고는 노호영과의 대결을 찬찬히 복기했다.
쐐애애애애애액-.
노호영의 검초는 전형적인 살수의 무리를 바탕으로 운용되었다.
말인즉슨 일격, 쾌검류에 가까웠단 뜻인데 그에 걸맞은 역수검(易手劍)의 전환이 돋보인달까?
아무튼 노호영의 검도 그랬으니 놈의 아비인 노정주도 비슷한 형태의 초식을 구사할 게 뻔하다.
물론, 그보다 빠르고 날카로우며, 정밀하겠지만.
‘노호영도 검기를 줄기줄기 뽑아낼 만큼 공력이 깊었으니. 노정주의 공력은 대단할 거야.’
비슷한 경지의 무림인끼리 싸울 땐.
공력 깊은 놈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나도 최근 ‘뢰’ 속성을 개문하여 공력이 증진했지만, 노정주는 나이도 나이니 최소 두 갑자 가까운 공력을 쌓아놨을 터.
‘영리하게…… 영리하게…….’
이번 승부의 핵심은 바로, 노정주와 내 무공의 상성(相性)에 있을 것이다.
객관적으로 지금의 나는 ‘쾌속’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에서 노정주에게 미치지 못할 터.
그렇다면 내가 이기는 방법은 놈의 무공이 가지는 특징과 내 무공의 특징을 명확히 분석하여 상성의 유불리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는데.
“호오오오오옵!”
나는 그런 상념에 빠진 상태에서도 쉬지 않고 ‘자연결’의 호흡을 토납하며 육신을 관조했다.
이러다가 운 좋게 ‘풍’ 속성 같은 거 하나만 얻어걸려도…….
노정주가 아니라 노정주 할아비라도 패 죽이는 게 가능한데.
하나 그런 기연은 쉽사리 찾아오지 않고 본래 무공은 기연보다 노력으로 쌓는 게 종내엔 가장 좋다.
해서, 그냥 잡념을 비우고 노정주와의 가상 대결에 집중한 채 그를 찌르고 베고, 또 잘라 나갔다.
‘그래. 내가 언제 상성이니 뭐니 따졌다고…….’
그냥 싸우자.
본능에 따라 지지고 볶다 보면, 뭐…….
어떻게든 내가 이기지 않을까?
이건…… 진짜 내가 이기긴 이겨야 된다.
* * *
칠 일이 흐르고.
그사이 나는 수련에 매진하는 한편, 장안으로 서찰을 띄워 늦는다는 말만을 간략히 남겼다.
문도들이야 걱정할 거 없지만, 소윤이가 걱정할 수 있으므로, 취한 조치였다.
그리고 드디어 비무일이 되어.
나와 주 영감은 약속 장소로 걸음을 내디뎠다.
수련할 때는 긴장되더니 막상 싸울 날이 되니까 당장, 노정주의 아랫도리에 철각을 박고 싶단 생각이 떠오르는 걸 보면 나도 참 미X놈이다.
“먼저 도착했구나, 정주야.”
장운봉에 오르고 보니…….
노가살수문의 인물을 제외하고도 꽤 많은 구경꾼이 몰린 터였다.
개중에 백도 문파도 있어 보였고, 사파 놈들도 적잖은 듯했는데 아마 사도맹이 파견한 놈들도 다수 존재할 것이다.
“다들 반갑습니다. 내가 소천문의 문주 진소천이요.”
나는 모든 구경꾼을 아울러, 슬쩍 포권하며 인사를 건넸다.
어쨌든, 내가 방문을 붙여 구경꾼을 모은 셈이니, 따지고 보면 저들도 내 손님이다.
“반갑소, 일정문의 문주 방일태요.”
“장안 소천문의 이름은 들어보았소. 최근 섬서 전체에 위명을 떨치고 있다더니 대단하외다. 나는 산양 장가방의 방주, 장희권이요.”
“장강수로채의 17채주 이동하요. 내 비록 노가살수문과 같은 사도맹의 일원이나 개인적인 은원에 끼어들 생각은 없소. 좋은 비무 부탁하겠소, 문주.”
내 인사에 구경꾼들 또한 함께 인사했다.
확실히 주 영감을 공증인으로 내세우고 정식 비무를 치르는 거라, 백도니 흑도니 가릴 것 없이 예의를 지키는 모양새였다.
“진소천. 네놈은 무슨 생각으로 우리 대결을 산양 방방곡곡에 퍼뜨린 것이더냐?”
그때.
노정주가 원독 섞인 눈을 부라리며 날 주시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오늘은 문주 대 문주가 문파를 걸고 비무를 치르는 기념비적인 날이다. 최근 강호에 이처럼 공명정대하고 깔끔한 대결이 펼쳐진 적이 있냐? 너 같은 살수가 나 같은 강호 문파의 문주와 손님들 모시고 비무 치르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니 고까워하지 마라.”
“뭣이?”
그러자,
내 말이 기가 차고 황당했는지 구경꾼들은 풉! 하고 실소를 터뜨렸다.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
나랑 손님들은 다 웃고 정주만 죽상이 되어 있었다.
“자~ 드가자, 정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