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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53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0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53화

#52화

 

 

 

 

 

“큭…….”

 

“크읏…….”

 

나는 사람의 비명만 들어도 대충 얼마나 아픈지 안다.

 

해서, 놈들이 ‘고자’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그 때문에, 더 이상 폭력을 행사하는 대신, 아랫도리를 붙잡고 구르는 놈들의 머리를 슬쩍 밀며 나는 정문에 일권(一拳)을 뻗었다.

 

싸움할 때는 기선 제압이 생명이므로, 주먹에 ‘역’ 속성을 실어 거대한 완력을 덧붙였다.

 

와지끈, 와장창-!

 

그러자, 흑단목으로 만들어진 정문이 박살이 났다.

 

나는 부서진 정문의 파편 조각을 휘휘, 걷어내며 노가살수문으로 발을 디딘 후, 외쳤다.

 

“문주야. 소천문 문주가 왔다. 이리 오너라.”

 

그 순간.

 

마치 날 기다렸던 것처럼 대략 30여 명의 인원이 튀어나와 흉흉한 눈빛을 뿜었는데, 사람 모가지 따는 살인자들이라 그런지 외부 침입에 신중한 모양새였다.

 

“조무래기들아. 니들 같은 어설픈 놈들이랑 할 말 없으니 문주 데리고 와라. 뒈지고 싶지 않으면.”

 

노가살수문에 대한 내 태도는 초지일관 투박했다.

 

하나 그것은 의도한 것이다.

 

최대한 분노한 것처럼.

 

하늘이 두 쪽 나도 용서 못 할 것처럼.

 

너희가 어마어마한 잘못을 저질렀단 사실을 주지시키고자 함이랄까?

 

그래야 싸움을 하든 보상을 뜯어내든.

 

유리한 고지를 점유할 수 있지 않겠나.

 

챙, 챙, 챙-.

 

하지만.

 

노가살수문의 식솔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사실 문주 나오라며 고함 지를 때, 공력을 실어 흡사 ‘사자후’ 형태의 발성을 내질렀는데.

 

놈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은 채, 패용하고 있던 검을 끄집어내, 상단세로 날 겨누었다.

 

“네놈은 누구냐?”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있느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쐐애애애애액-.

 

이런 용기 가상한 놈들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그 때문에 나는 쓸데없는 입씨름 대신, 곧장 열 냥짜리 철검을 발검(拔劍)하여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채채채채채채챙-!

 

찰나…….

 

검과 검이 맞부딪히며 수백 수천 개의 불티가 장내를 뒤덮었다.

 

마치 붉은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듯한 광경이 연출됐는데 내 눈에야 예뻐 보이지만 놈들에겐 화탕지옥의 시작이 아닐까?

 

슉, 슈슈슈슈슈슉-.

 

채채채채채챙!

 

나는 장기인 쾌검류(快劍流)의 묘리로, 빛살처럼 검광(劍光)을 흩뿌렸다.

 

놈들의 손목 끄트머리를 칼날로 살짝 베어냄과 동시에 회전력을 가미해, 그들이 검을 떨어뜨리게끔 조치했는데 그 덕에 30여 명의 인영은 창졸간 병기를 잃고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날 응시했다.

 

“졸개들아. 너희는 100명 이상 덤벼도 상대가 안 된다. 이번엔 손목 끄트머리였지만 다음엔 동맥을 끊어줄 생각이다. 먼저 저승 가고 싶은 놈은 들어와.”

 

순간, 나는 저들의 멍청한 표정이 역겨워 확, 전부 죽여버릴까 하는 충동에 휩싸였다.

 

하나 이번 생은 무분별한 살인광이 되지 않겠다 다짐한 터라, 속으로 태경심법의 구결을 외우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우와! 소형제. 검이 특기라더니 진짜네? 아니, 그보다! 너무 센데?!”

 

그때.

 

천진한 눈망울로 뒷짐을 지고 내 뒤를 퐁퐁- 따르던 주영천 영감이 만개한 웃음으로 입을 열었다.

 

“…….”

 

나는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 *

 

 

 

 

 

“어떤 개X식이냐?”

 

살수 아니랄까 봐…….

 

희끗희끗한 백발이 드문드문 보이는 중년 사내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시커먼 흑색 무복과 흑색 장포 차림으로 돌연 튀어나왔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쫙- 깔고 대뜸 욕을 뱉었는데 누가 봐도 놈이 문주여서 나는 본론을 끄집어냈다.

 

“네가 노가살수문의 문주겠지?”

 

“한데 너는?”

 

“나는 장안 소천문의 문주다.”

 

“……!”

 

“왜? 놀랐냐? 지금쯤 송장이 되어 있어야 할 놈이 멀쩡하게 집까지 쳐들어오니까 뜨끔한 모양이네?”

 

“…….”

 

계속되는 내 물음에 중년 사내는 말을 잇지 못했다.

 

당연할 것이다.

 

아마 속으론 황당해서 피가 거꾸로 솟겠지?

 

“네 혼외자 아들내미가 날 죽이려다 외려 처맞고 지금 반 병X이 됐다. 정확히 말하면 본문의 ‘살아있는 수련용 목각인형’으로 기생 중인데 우리 문도들이 매일 놈의 머리털을 뽑고 배를 주먹으로 치고, 얼굴을 발로 차는 것도 모자라 팔, 다리를 유술로 꺾고, 다시 치료하고, 또 두들겨 패고…….”

 

“???”

 

“한 마디로 그의 ‘인권’을 모조리 박탈한 상태다. 이대로 지속되면 노호영은 1년 채 못 가 정신병에 걸리게 될 거다. 아! 참고로 놈이 자살조차 할 수 없도록 매일매일 혈도를 찍어주고 있으니 괜한 희망은 버려. 아무튼 그렇게 나는 현 노호영의 주인으로 사는 중이다. 나는 문주 네가 이 부분에 대해 나와 할 말이 있을 거라 믿는데?”

 

“일단 들어가지.”

 

“그럴 줄 알았다, 병X.”

 

“욕 그만하게. 새파랗게 젊은 놈이……”

 

“닥쳐라.”

 

“후…….”

 

나는 그렇게.

 

일단 협상 자리를 만드는 데까진 성과를 거두었다.

 

 

 

 

 

* * *

 

 

 

 

 

사실…….

 

지금 내 행보는 썩 영리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하지하(下之下)의 그릇된 결정이라고는 할 수 없다.

 

본래 문파 간의 분쟁이 일어났을 때.

 

특히, 누군가 살수를 보내 암살을 시도했을 땐, 문파의 모든 것을 걸고라도 정면승부 하는 게 맞다.

 

나도 마음은 그러고 싶었다.

 

노가살수문이든 장가살수문이든 새끼들이 날 죽이려 한 이상, 무슨 놈의 협상이고 타협인가?

 

하나 나는 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달인이자, 경세치용(經世致用)론의 신봉자며, 하나를 주고 열을 끌어내는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답게 역겨운 문주의 면상을 지그시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린 채였다.

 

“헤헤. 니들 왜 아무 말도 없냐? 뭐라 말을 해, 이것들아.”

 

그때.

 

침묵을 깬 것은 우습게도 주영천 영감이었다.

 

문주는 나와 주영천 영감을 문주실로 데리고 간 후에도, 침묵한 채 눈치를 살피는 중이었는데 주 영감이 어색함을 참지 못하고 말을 꺼낸 것이다.

 

그러자,

 

“당신은 누구요? 소천문의 사람이오?”

 

문주, 노정주가 주영천 영감을 보고는 불쾌한 음성으로 물었다.

 

“아닌데?”

 

“그럼 누군데 끼어드는 거요?”

 

“헤헤. 이봐. 딱딱히 굴지 말라고. 나는 그냥 무림의 선배쯤으로 생각하고 니들은 니들끼리 볼일 보면 되잖아?”

 

나는 하는 수없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정주야. 영감님은 신경 끄고 나한테 집중해라.”

 

“뭐, 뭐야? 저…… 정주야?”

 

“그래. 네 이름 정주 맞잖아. 노정주. 아니냐?”

 

“……시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네 이노오옴! 내가 널 살려두는 건, 호영이의 생사 때문이다. 한데,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주둥아릴 함부로……”

 

콰아아앙-!

 

나는 노정주가 위세 등등하게 구는 순간, 바로 거대한 탁상을 ‘역’ 속성의 일장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탁상이 벼락 맞은 것처럼 와장창! 산산이 조각나고 말았다.

 

“노 문주. 정주야. 노정주, 이 등신 새끼야.”

 

“……!”

 

“아직도 감을 못 잡냐? 누가 갑이고 을인지? 내가 지금 전서응 한 장 띄우면 네 아들은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럽게 죽는다. 그뿐이야? 나는 노가살수문의 만행을 천하에 공표하고 정식으로 무림맹에 통보할 생각이다. 물론, 소천문이 무림맹에 가입된 문파는 아니지만, 그거야 인맥 동원하면 수일 내로 해결될 일이고. 하면, 네놈들은 백도의 무림 공적이 되는 거다.”

 

“네 이놈! 본 노가살수문은 50년간, 살수 가문으로 존립해왔다. 그간, 백도의 압박이 없었을 줄 아느냐? 하나, 우리는 멀쩡하게 존재하고 있다. 그딴 협박은……”

 

“정주야. 그건, 증거가 없을 때 이야기잖냐. 무림맹이 어떤 곳이냐? 명분에 살고 명분에 죽는 소위, ‘군자의 집단’인데. 노가살수문이 살수 가문인 줄 뻔히 알면서도 살려뒀던 건, 마땅한 증거가 없었을 뿐이다. 그게 너희 사파 새끼들과 명문정파의 차이고. 하지만 이번엔 달라.”

 

“헤헤. 다르고말고.”

 

내 말에 주 영감이 맞장구쳤다.

 

내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번엔 심증뿐만 아니라 물증과 증언까지 확보됐다. 공공연하게 돈 푼 받고 사람 죽여주는 쓰레기들이 현판 걸어놓고 무림 세가 행사하는 꼴을 무림맹이 보고 있을 거 같아? 어림도 없다, 이것아.”

 

“어림도 없다, 이것아!”

 

이 영감이 자꾸.

 

산통을 깨고 있어, 짜증 나게.

 

“아무튼 내 요지는 이러하다. 너희들이 날 죽이려 했던 명확한 이유. 예컨대 의뢰를 받았으면 어디서 의뢰를 받았는지 밝히고 강호에 공식적인 사과문을 돌려라.”

 

“…….”

 

“말하자면 이런 거다. 노가살수문의 문주 나 노모는 언제 어떻게 소천문의 문주를 해치려 했으나 외려 당해, 정식으로 사과하는 바입니다. 앞으로 노가살수문은 소천문의 속가(俗家)가 되어 그들을 보필하며 살 것을 만천하에 약속하는 바요. 이런 거랄까?”

 

“…….”

 

“싫냐?”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것이냐?”

 

“그럼 네 아들 죽일 건데?”

 

“차라리 죽여라. 호영이도 그걸 원할 것이다.”

 

“세게 나오네? 그럼 이건 어떠냐?”

 

“…….”

 

“금원보 100개 내놓자.”

 

“???”

 

“???”

 

내 말에 노정주는 물론, 주 영감도 황당한 눈치였다.

 

 

 

 

 

* * *

 

 

 

 

 

“건방진 노오오오옴! 감히 문주님을 희롱하는 것이더냐?!!”

 

복병.

 

세상 모든 일엔 ‘복병’이란 게 존재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노 문주의 옆에 서 있던 가솔 하나가 대뜸 검을 뽑아, 내 목을 찌르려 출수를 감행한 것이다.

 

하지만,

 

파아아아아아아아앙-!

 

“……!”

 

“……!”

 

“……!”

 

나도 노 문주도.

 

우리 둘 외에 문주실에 대기 중이던 모든 인물은.

 

별안간, 쏘아진 일권(一拳)의 풍압 아래, 감히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헤헤. 지금 막 재밌는 일이 벌어지는데 너는 왜 끼어드는 거야? 한 번만 더 방해했다간 노가살수문 전체를 날려버릴 생각이니 자중하라고! 낄낄낄.”

 

그것은 주 영감의 일권(一拳)이었고.

 

그것은 일종의 권강(拳罡)이었다.

 

‘미쳤네.’

 

그 권강을 보는 순간 나는 소름이 돋았다.

 

왜냐?

 

주 영감의 권격에 실린 강기는 일반 강기와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만약, 주 영감이 실제 저 사내를 향해 권강을 뿜었으면 사내는 물론, 이곳 가주실이 와르르, 무너졌을 것이다.

 

하나 주 영감은 권강을 펼치기 무섭게 다시 허공에서 그 여파를 회수하고 오직 풍압만으로 사내의 신형을 묶었다.

 

게다가,

 

“으…… 으으……”

 

풍압의 발현에 의복이 찢어져 알몸이 된 사내는 얼마나 무서웠는지 오줌을 지렸다.

 

아마 주 영감이 출수하는 순간, 방출된 ‘강기’가 사내의 모골을 송연하게 만든 탓이리라.

 

“다…… 당신은…….”

 

노 문주의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단순히 권강(拳罡)을 목도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노 문주도 고수일 테니, 방금 주 영감의 일격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아차린 거겠지.

 

“흐흐흐. 내가 누군지 알면 놀라 까무러칠 텐데?”

 

“…….”

 

“현(現) 무당파 장문인의 사숙(師叔). 그게 나야.”

 

“히…… 히익!”

 

후…….

 

웃으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킥킥거리고 말았다.

 

이래서 사람은 유명하고 봐야 하나?

 

무당파 장문인이면 일황삼존오왕 중 삼존에 해당하는 ‘허원’ 진인을 뜻하는 거니…….

 

정주 녀석 아마 똥줄이 탔을 것이다.

 

“영감님. 이건 소천문과 노가살수문의 일이니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나는 속으로 기쁘면서도 으레, 그리 말했다.

 

일단 이대로 잘못 가면 주 영감이 노가살수문을 봉문시켜버릴지 모를 일이었으니까.

 

“헤헤. 소형제. 그럼 다시 대화 나누라고. 나는 옆에서 가만있다가 누가 끼어들면 혼쭐 내줄게. 그건 괜찮지?”

 

“좋아요.”

 

“으흐흐!”

 

이렇게 보니까 저 영감…… 무서우면서도 귀엽네.

 

“정주야.”

 

“마…… 말하게.”

 

“대충 상황 판단될 거라 믿는다.”

 

“…….”

 

“그렇다고 쫄지는 마라. 나도 남자고 한 문파의 존주다. 영감님한테 기대서 일을 해결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하, 하나…… 금원보 100개의 요구는 너무……”

 

“대신.”

 

“???”

 

“이렇게 하자.”

 

“어떻게 말인가?”

 

“너랑 나랑 시원하게 일대일로 한 판 뜨자. 말인즉슨, 소천문의 문주와 노가살수문의 문주. 문주 대 문주의 싸움을 하자는 거다. 내가 이기면 니들 전 재산을 내놓고 조용히 처박혀 살아. 대신 내가 지면 호영이를 살려주고 나는 자결하겠다.”

 

원래 이런 무지성 싸움을 하려던 건 아닌데.

 

주 영감의 출현으로 나는 일대일의 싸움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일대일의 싸움이라면…….

 

내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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