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50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50화
#49화
백발노인의 되지도 않는 소리에.
“흐흐.”
“크흐흐.”
“푸하하하하하!!!”
산적들은 안왕산이 떠나가라 박장대소했다.
“크하하하하! 영감탱이야. 그러니까 네가? 우리 총채주님과 아는 사이고, 젊었을 땐 마교 교주와 붙기도 했고. 아무튼 X나 잘나갔다고 말하고 싶은 거지? 응? 하하하하하하하!”
산적 무리 중 하나가 조롱 섞인 시선으로 백발노인을 응시하며 비웃었다.
나도 그 말에 공감이 갔다.
누구라도 그렇지 않을까?
하지만,
“헤헤헤! 그래. 이제야 노부가 어떤 사람인지 눈치챈 게로구나? 엣헴! 그럼 이 녀석아. 당장 밥상 내오지 않고 뭐 하냐? 술도 한 사발 해야겠으니 두강주나 죽엽청으로 내놔. 흐흐흐.”
노인은 산적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분위기 파악조차 안 되는 듯했다.
‘확실히 미X 영감이 맞는데. 경신법만 놓고 보면 보통은 아닌 거 같고. 뭘까…….’
상황이 얄궂게 흘러가자.
노인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증폭됐다.
분명, 뭔가 있는 영감인 건 확실한데…….
대체 정체가 뭘까.
“이봐, 영감.”
그때.
미X 듯이 폭소만 터뜨리던 산적의 얼굴이 돌연, 야차처럼 일그러졌다.
“우리는 녹림의 협객들이다. 우리는 일반 산적 나부랭이들과 차원이 달라. 그래서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이거나 재산을 몽땅 뺏진 않는다. 해서, 적절한 통행료만 내면 곱게 보내줄 요량이었거늘. 감히 어쩌고 어째? 총채주님의 이름을 판 것도 모자라, 천마? 정말 노망이 들어 미X 거면 가진 돈을 모두 내놓고 가라. 그럼 살려주마. 하나, 한 번만 더 어설픈 격장지계(激將之計)를 쓰거나 잔머릴 굴렸다간 뼈와 가죽을 분리해 줄 것이다!”
근데…….
그렇게 말하는 산적의 시선은 백발노인이 아닌 내게 쏠려 있었다.
예상이지만, 확실히 노인은 미X 거라 판단한 모양이고. 나와 노인이 일행인 것 같으니 멀쩡해 보이는 내게 돈 내놓으라는 심산인 듯한데…….
“산적아.”
“???”
나는 산적을 향해 나지막하게 입을 뗐다.
“어디서 못 배워먹은 산적 새끼가 사자성어를 쓰고 앉았냐? 격장지계? 그건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지.”
“너…… 너!”
“그리고 나는 저 노인과 아무 관련이 없다. 돈을 받을 생각이면 노인한테 받아.”
“네놈도 저 영감이랑 같이 돌아버린 게로구나!”
“한 번만 더 주둥아리 함부로 놀리면 오리처럼 입이 튀어나올 때까지 팬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언행에 유의하도록.”
진짜 그럴 생각이었다.
애초에 나는 산적 나부랭이들에게 통행세? 그딴 걸 주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기 때문이었다.
놈들이 푼돈을 갈취할 목적으로 내 길을 막아선 순간부터.
나의 폭행은 정해진 절차였다.
그랬는데.
“헤헤, 헤헤헤! 니들 싸우는 거야? 응? 나 싸움 구경 좋아하는데. 어서 싸워 보거라, 이것들아! 노부가 심판을 봐주마.”
백발노인이 대뜸 끼어들더니 이내 내 옆에서 어슬렁거리다 다시 산적 옆에서 어슬렁거리다…….
마치 아이처럼 배시시 웃으며 지랄 염병을 떠는 것이었다.
“이 미X 영감탱이야. 네놈부터 요절 내주마!”
그 순간.
옆에서 방방 뛰며 앵앵거리는 노인이 못마땅했던 산적은 곧 큼지막한 주먹을 뻗어 노인의 안면을 후려쳤다.
아니, 후려치려 했다.
“응?”
하지만,
“엥? 너 지금 나 때리려고 한 거냐? 후! 난 니들이 녹림도라길래 장번팔 녀석의 체면을 생각해 봐주려 했거늘. 감히! 날 때리려고 해? 니들은 집구석에 할부지, 할무니도 없어? 이놈 새끼들아?”
일순, 노인의 신형이 신기루처럼 미끄러지며 산적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미쳤네, 미쳤어.’
그제야 나는…… 확신했다.
‘저 노인… 노망이 들었을 뿐, 진짜 고수다.’
그것도 엄청난 고수 말이다.
방금 노인이 보여준 신법은 웬만한 ‘무공의 이해도’가 아니면 흉내도 못 낼 상승 무학이었다.
만약, 노인이 대단한 공력이나 화려한 초식을 선보였다면 외려 이 정도까지 놀라진 않았을 것이다.
하나 저런 상승 무학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펼친다는 건…….
‘최소 초절정을 넘어섰다.’
노인이 깊이를 알 수 없는 막강한 고수임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이, 이런 개 같은! 다들 무엇 하느냐? 이 미X 영감탱이 잡아!”
헛손질을 하고 만 산적이 부아 치민 음성으로 소리쳤다.
그러자, 이미 산채 밖으로 나와 있던 산적들에 더불어, 산채 안에 있던 수십여 명의 산적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박도, 손도끼, 쇠몽둥이를 움켜쥐었다.
“죽어라, 이 노망난 영감!”
“감히 총채주님의 이름을 팔고도 무사할 성싶으냐?”
“어차피 살날도 얼마 안 남은 미X 노인네. 며칠 더 일찍 죽여주마!”
나는 산적들의 단합심과 행동력에 혀를 내둘렀다.
놈들이 진짜 녹림도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내가 동동이들과 상대했던 산적, 마적들과는 기도부터 다르다고 할까?
게다가 병장기 휘두르는 동선만 봐도, 나는 놈들이 체계적인 무공 체제하에, 어설프게라도 수련했던 흔적을 발견했기에 어쩌면 진짜 ‘녹림칠십이채’에 적(跡)을 둔, 녹림도들이 맞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어라? 이것들이 진짜 날 죽일 셈인가? 와! 세상 말세네, 말세야. 살다 살다 장번팔의 졸개들이 감히 날 죽이려 드네. 아이고! 천지신명님! 저 천둥벌거숭이 녀석들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낄낄낄.”
뭐…….
그러거나, 말거나.
노인은 아무런 생각도 없어 보였다.
* * *
나는 노인이 왜 쏟아지는 병장기 속에서도 뇌를 비우고 헛소리를 지껄였는지 알게 되었다.
쉬쉬쉬쉬쉬쉭-!
그건 바로, 노인의 ‘압도적인 무공’에 의한 자신감이었던 것이다.
“이, 이 인간이!”
“죽어, 죽으란 말이다!”
“이 영감탱이가!”
아니나 다를까, 근 50여 명의 산적이 노인을 에워싸고 무기를 휘두르는 와중에도 노인은 단 한 번의 공격조차 허용하지 않는 신기를 선보였다.
그도 그럴 게…….
보통 아무리 뛰어난 보법을 지닌 자도, 저렇게 전후좌우- 사위(四圍)가 완전히 봉쇄된 상태에선 공격을 다 피할 수 없는 법이다.
오직, 눈앞의 상대를 부수고 쓰러뜨리는 반격만이 상황을 타개할 방책인데.
그런데…….
“헤헤. 귀여운 녀석들아. 그렇게 해선 평생 휘둘러도 날 때릴 수 없을걸?”
노인은 일체의 반격도 없이 그저, 휙! 하고 몸을 연기처럼 미끄러뜨리며 산적들의 공격을 무위로 돌리고 있었다.
‘분명 제운종에서 파생된 경신법을 썼으니 무당파와 연이 있는 건 맞는데…….’
나는 노인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일부러 격전의 여파가 미치지 않는 후방으로 신형을 물린 뒤, 노인을 관조하였다.
‘그렇지만…… 무당파에 저런 노망난 영감이 있단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단 말이지.’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
노인은 동벽 선생과 얼추 비슷한 연배로 보인다.
그렇다면 무당파에서도 최소 장문인과 동배분이거나 아니면 한 배분 높은 노고수일 텐데.
비록 내가 구파일방의 역사를 줄줄이 꿰고 있는 정보통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생에 살수로 살며, 흑-백-정-사-마를 막론한 강호의 굵직한 인물사는 대부분 익힌 터였다.
내 식견으로 떠올릴 수 없다면.
노인의 정체는 더 오리무중일 수밖에 없다.
“흐흐흣! 이 망아지 녀석들아. 이제 그만 하자. 니들과 놀아주다 보니 허리가 아프구나.”
그때.
획획, 신기루처럼 신형을 미끄러뜨리던 노인이 돌연, 턱 하니 제자리에 서서 입을 열었다.
하나, 노인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산적들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닥쳐라, 이 썩은 송장 새……”
파파파파파파파파-!
‘…….’
그것은 창졸간의 일이었다.
솔직히 너무 빨라서 지금 내 안력으로는 명확히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쾌속하고 정확한…….
“큭.”
“으윽.”
“아아악!”
“크으윽.”
“쿠헥.”
“아이코!”
“크으윽!”
그 번개 같은 한 번의 출수에 50에 달하던 산적들은 동시다발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환생 후, 내가 가장 놀랐던 적을 꼽아보자면.
아마 동벽 선생의 정체를 알았을 때와 그가 방문좌도의 술식을 익힌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일 터다.
하나 현재의 놀라움은 그것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만약 지금 저 노인과 내가 싸우면…….’
나는 죽는다.
정말이지 나는 그의 10여 합도 받아내지 못하고 절명할 게 틀림없었다.
‘눈앞에서 나보다 강한 사람을 보는 건…… 오랜만이네.’
솔직히 말해, 전생의 나라 해도 노인과 승부를 가린다면 승리를 확신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물론, 목숨을 주고받는 생사결이라면 동귀어진해서라도 노인을 죽일 수 있겠지만 그건 전생의 힘을 찾았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고.
“이놈들아. 너희 같은 버르장머리 없는 놈들은 머리털을 벗겨 대머리로 만들어야 하지만……. 내 소싯적 총채주 놈과 연이 닿아, 그 체면을 봐서 봐준다. 다음부턴 노인 공경 좀 해라!”
그러거나 말거나 노인은 고통에 설설 기는 산적들을 향해 조롱 섞인 비아냥만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헤헤. 소형제. 내가 저 작자들을 혼냈으니 자네는 참게. 알겠지?”
대뜸, 내게 희한한 소릴 하는 게 아닌가?
* * *
“소형제. 어디서 무공을 익힌 거야?”
“…….”
“헤헤. 그러지 말고 말 좀 해 보라니까?”
“…….”
나와 노인은.
산적들의 산채에서 거나하게 밥 한 그릇씩 비우고서야 다시 길을 나섰다.
사람을 후려 패고 밥 달라고 떼쓰는 노인이나, 좋다고 같이 밥상에 젓가락 갖다 대는 나나, 해괴하기로는 별반 차이 없었지만 그래도 노망든 노인보단 내가 정상에 가까우니 정신적으론 내가 더 나은 셈이다.
“소형제. 합죽이처럼 입을 다물고 있을 거야? 너도 노인 공경할 줄 모르는 망나니인 게야?”
근데, 이 양반 아까부터 자꾸…….
날 더러 ‘소형제’라 불러대며 옆에서 떨어질 줄 몰랐는데 일견하기에도, 80줄 되는 노인이 아직 이립(30세)도 안 된 나한테 뭔 놈의 소형제 타령인지.
“혼자 익혔습니다.”
“엥?”
“저 혼자 무공을 익혔다고요.”
“소형제! 스스로 무공을 창안했다는 거야?”
“그런데요?”
나는 그냥 되는 대로 지껄였다.
내 무공의 연원을 알려줄 수 없는 노릇이고, 침묵하자니 자꾸 귀찮게 굴어서 대충 얼버무린 것이다.
하나 노인은 확실히 노망난 게 틀림없었다.
저걸 진짜 믿는다니.
미X…….
“맞습니다. 제가 무공을 직접 창안했습니다.”
“와! 신기하네. 소형제처럼 어린 친구가 직접 만든 무공이 내 제운종과 맞먹는단 거잖아? 이거…… 참. 헤헤헤.”
노인이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헤살 맞게 웃었다.
참고로 우리 두 사람은 현재 가파른 안왕산을 경신법으로 가로지르는 중이다.
말인즉슨, 전력으로 질주하면서도 태연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단 뜻이다.
“역시 제운종이 맞았군요. 영감님의 경신법.”
“응? 알고 있었던 거야?”
“제운종과 비슷한데 운용 방식이 달라서 긴가민가하던 찰납니다.”
“와! 소형제는 식견 또한 대단하군. 내 제운종은 본파의 무공 체계가 간결화되기 전의 것이라서, 웬만하면 알아차리기 힘들거든.”
“무공 체계가 간결화되다뇨? 무당파의 무공이 수정이라도 되었단 겁니까?”
“맞아. 호랑 말코 같은 도사들이 자꾸 사조(師祖)께서 창안한 무공 몇 개를 지들 입맛에 맞게 변형시키고 갈고 닦아 지금의 기조가 완성됐지.”
“사조(師祖)요?”
“응?”
“방금 사조가 창안한 무공이라고 하셨소?”
“그런데?”
“제운종을 창안한 사람이 무당파의 개파조사(開派祖師) 아닙니까?”
“맞는데?”
“???”
“맞다고. 제운종을 창안한 게 본파의 개파조사이자 내 사조시다. 한데 왜 그러나, 소형제?”
“그러니까…… 지금 영감님이 장삼봉 조사의 사손(師孫)이란 겁니까?”
“응.”
“아…….”
녹림총채주에 천마에 이젠 하다 하다 장삼봉까지 나온다고?
후…….
어질어질하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