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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49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20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49화

#48화

 

 

 

 

 

“거…… 검황이라니…… 어르신이 지금 말씀하신 분이…… 혹시 제가 아는 그 검황이 맞습니까?”

 

“허허. 검황이란 별호를 쓰는 자가 흔한가? 내 알기로 한 사람밖에 없는데.”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어르신께서 말씀하신 그 검황이란 분이…… 독고세가의 전(前)대 가주이시자 무림일황(武林一皇)으로 칭송받는…… 백도최고수 검황 독고황 선배님이 맞다고요?!”

 

“클클. 그게 그리 놀라운가?”

 

“세상에!!!”

 

일황삼존오왕(一皇三尊五王)!

 

자타공인, 백도무림을 대표하는 최강의 아홉 고수를 일컫는 말이다.

 

물론 기인이사(奇人異士)가 모래알 같은 강호이니만큼, 지금은 행적조차 묘연해진 무당파의 ‘괴도사 주영천’이나 알려지지 않은 절세고수가 다수 존재하지만 그런데도 검황(劍皇) 독고황이 현 백도의 제일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아니.

 

이견이 존재할 수조차 없었다.

 

‘전전대(前前代) 마교 교주와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가려 승리한…… 최강의 사내, 독고황이라니! 그분이 어르신의 친구분이셨다니!!’

 

그랬다.

 

독고세가의 태상가주 독고황은 그 옛날, 전전대의 마교 교주이자 현(現) 천마의 조부(祖父)였던 위지록과의 승부에서 승리하여 강호의 역사를 쓴 바 있었다.

 

하니, 누가 그 무위를 의심하겠나.

 

그 찬란하고 위대한 이름을 듣는 순간, 석연우는 벼락 맞은 고목처럼 전율을 느꼈다.

 

“허허. 역시 자네 같은 젊은 사람들은 그 친구 이름을 듣고 끔뻑 넘어가는구먼.”

 

“다, 당연한 거 아닙니까, 어르신. 검황 선배는 저 같은 백도의 젊은 무인들에겐 너무 아득하여, 꿈조차 꿀 수 없는 입지전적 영웅이십니다. 한데 그런 대단한 분을…… 어르신이 친구로 두셨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한데…….

 

석연우의 말에 동벽 선생은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물론.

 

동벽 선생도 자신의 친구 독고황이 대단한 사람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안다.

 

하나 그렇다고 친구 삼지 못하라는 법 있나.

 

마치 ‘당신 같은 별거 없는 늙은이가 어떻게 그런 대단한 분과 친구인 거야!’라며 놀라는 듯한 석연우의 언행에 동벽 선생의 눈썹이 팔자로 휘어졌다.

 

“험험. 이보게. 그 친구가 대단하긴 하지만…… 노부도 내 분야에선 그 못지않은 성과를 내며 살았네. 내가 독고황 그 친구한테 꿀릴 게 없단 말일세.”

 

그제야 석연우는 자신의 실언을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

 

“앗…… 어르신. 저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됐네. 핑계 댈 거 없네. 자네가 뭘 알겠는가, 자네가!”

 

“아…….”

 

“세상엔 별일이 다 있네. 생각해보게. 자네 같이 무공도 별 볼 일 없는 데다 어리숙하고, 정신력도 나약해 빠진 작자가 소윤 애비 같은 사내와 호형호제하지 않는가?”

 

“네?”

 

“그러니까 자네도 안목 좀 기르게, 안목 좀. 쯧쯧…… 난 아직도 문주의 속을 모르겠단 말이지. 어떻게 자네 같은 한심한…… 그냥, 됐네.”

 

“???”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군. 뭐 하고 있는 겐가? 체력 단련하러 가야지. 오늘은 노부가 직접 수련을 감독할 것이니 마음 단단히 먹게. 참고로, 문주보다 내가 더 수련에 진심인 편이네.”

 

뭔…….

 

순간, 석연우는 황당하여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않았지만…….

 

확실한 건 아무래도 오늘 수련이,

 

‘X됐구나…….’

 

평소보다 더 힘들 거란 건, 기정사실인 듯했다.

 

 

 

 

 

* * *

 

 

 

 

 

저녁 무렵, 소천문 본관 의약당-.

 

“흐흐, 흐흐흐…….”

 

보통의 솥단지보다 두께가 세 배는 넘을 것 같은 거대한 무쇠솥의 뚜껑을 열어젖히자…….

 

솥 안에서 거대한 광휘가 폭사하듯 새어 나왔고, 그를 보며 동벽 선생은 기뻐 날뛸 듯한 얼굴로 웃음을 터뜨렸다.

 

‘……드디어 완성했구나!’

 

이내 그는 양손에 특수 제작된 천잠사(天蠶絲) 장갑을 끼고 솥 안의 내용물을 끄집어내, 자그마한 목갑으로 하나씩 옮기기 시작했다.

 

‘이 귀한 놈의 이름을…… 뭐라 붙이면 좋을꼬?’

 

그런 와중에도, 동벽 선생의 안면에선 웃음기가 가시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그래! 소윤단이다! 어차피 소윤이 먹이려고 만들었으니 소윤단으로 지으면 되겠구나. 크흐흐!”

 

지난 1년간, 미X 듯이 ‘영단 제작’에 매진한 성과가 오늘날 결과로 탄생한 까닭이었다.

 

‘비록 화산의 자소단, 무당의 태청단, 소림의 소환단 같은 영단보다는 효능이 떨어지겠지만…… 소윤단은 결코, 그것들의 아래라 할 수 없지! 그렇고말고!!’

 

동벽 이시진.

 

본래 그는 영단-단약 같은 영약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는 연단술 전문가는 아니었다.

 

하나 그렇다고 그가 연단법에 조예가 없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동벽 선생은 사람의 신체와 오장육부의 내실을 다지는 ‘보약’에 관심을 두기보다, 이미 고장 난 신체와 장기의 ‘회복’을 돕는 ‘치료술’에 매진하여 병자들을 긍휼히 여기는 의원이었던 것이다.

 

그런 동벽 선생이…….

 

오늘, 일생의 모든 의학지식을 총망라하여 ‘소윤단’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신념도 바꾼 채, 소윤단을 만든 까닭은…….

 

오직 소윤이의 성장 때문이었다.

 

‘소윤단은 여타 영단이 가지는 부작용을 완전히 없앤 보물이다. 주기적으로 복용해도 탈이 없고, 양생에는 이만한 게 없을 만큼 탁월하며 장복하면 무공 증진의 효과도 대단할 게야.’

 

게다가 놀라운 것은 ‘소윤단’ 가지는 극한의 ‘가성비’였다.

 

대개 백도의 유명한 영단으로 화산파의 자소단, 무당파의 태청단, 소림의 소환단 등이 있다.

 

하나 자소단-태청단-소환단 같은 이름난 영단은 제조 공법이 까다롭고 일단, 원재료가 너무 진귀해 하나 만드는데, 웬만한 부잣집 전 재산을 털어 넣어야 할 판이었다.

 

하나 ‘소윤단’은 달랐다.

 

애초에 영단을 설계할 때부터 일시적인 효험보다 부작용 제거에 초점을 기울인 데다, 장기간 복용할 것을 염두에 둬서 최대한 저렴한 원재료를 사용했던 것이다.

 

하니, 큰 재정적 출혈 없이 대량 생산 또한 가능했다.

 

“하하하. 소윤아. 할아비가 너만큼은 어른 될 때까지 잔병치레 한 번도 안 하게끔 만들어 주마! 그리고 혹시 아느냐? 만약 네가 아비처럼 무공에 뜻을 둔다면? 아마 소윤단으로 하여금, 너는 대해(大海) 같은 내공을 쉽게 체득할 것이다. 클클!”

 

오물오물 소윤단을 씹어 먹을 소윤이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튀어나오는 동벽 선생이었다.

 

 

 

 

 

* * *

 

 

 

 

 

휘이잉-.

 

소복…… 소복.

 

칼바람 불어오는 산로(山路)를 거니는 중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안쓰럽단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얼굴과 귀는 추위로 빨갛게 물들어 동상(凍傷) 걸리기 직전이었는데, 그런데도 많은 짐을 짊어진 보부상들과 보따리 상인들은 먹고살기 위해 저처럼 용을 쓰고 있었다.

 

물론,

 

‘누가 누굴 걱정해?’

 

그런 내 단상은 이내 씻은 듯 사라졌지만.

 

생각해보면 저들의 삶이 강호인의 삶보다는 더 나을 것이다.

 

강호인은 노동 대비 돈도 잘 벌고, 능력에 따라 범인은 상상할 수 없는 출셋길에 오르지만…….

 

대신 까딱 잘못하면 뒈질 수 있단 위험이 존재하지 않나.

 

일종의 부나방 같은 생이라고 할까?

 

‘저 양반들 짐 좀 들어줄까 싶었는데…… 그냥 때려치우자.’

 

해서 모처럼 좋은 일 좀 하려던 나는 생각을 묵살하고 묵묵히 내 갈 길만 걸었다.

 

따지고 보면 내가 뭐라고.

 

저렇게 열심히 사는 누군가의 아버지들에게 싸구려 호의를 베풀겠나.

 

그것도 시건방이지.

 

퐁- 퐁- 퐁-.

 

그때.

 

뚱뚱하고 작달 만 한 키를 가진 백발노인이 요란한 굉음을 터뜨리며 얄궂은 경신법으로 보부상 무리에 다가섰다.

 

‘뭐지? 저런 경신법도 있나?’

 

순간 나는 놀라 마지않았다.

 

노인의 경신법은 마치, 어린애들 장난하듯 폴짝폴짝 지면을 밟으며 펼쳐졌는데 그 묘리가 생소할뿐더러, 쾌속함은 또 괴이쩍을 만큼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헤헤헤. 애들아. 내가 대신 짐 좀 들어줄까? 무거워 보이는데. 너희들 그렇게 소처럼 느리게 걷다간 해지기 전에 이 산을 못 넘을걸? 잘못하면 얼어 뒤질 수도 있다?”

 

근데…….

 

대뜸 등장해 보부상들의 짐을 대신 짊어지겠다는 노인의 언행이 좀…….

 

‘노망난 영감탱이네.’

 

또라이(?) 같았다.

 

“히, 히익! 아…… 아닙니다, 어르신. 우리는 유사시를 대비해 장작과 고래기름을 들고 다니니, 오늘 내로 산을 넘지 못하면 군불을 붙이고 노숙해도 됩니다요.”

 

아니나 다를까, 딱 봐도 정신 나가 보이는 영감이 짐을 들어주겠다며 접근하자 보부상들은 질겁하여 고갤 흔들었다.

 

당연할 터다.

 

내가 저들이라도 웬 미X놈인가 싶을 테니까.

 

“엥? 그래? 그럼 알겠어. 나 먼저 간다?”

 

한데 다행히.

 

노인은 그저 정신이 이상할 뿐, 악의를 가진 건 아니었는지 이내 사람들을 뒤로하고 다시금 희한한 경신법으로 퐁퐁- 지면을 때리며 비탈진 산로를 거슬러 올랐다.

 

‘진짜 빠르네. 대체 뭐야?’

 

비단, 노인의 경신법만 신기한 게 아니다.

 

내가 그에게 진짜 놀란 것은 그가 겉으론 전혀 무공을 익힌 ‘테’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물론, 삼화취정(三花聚顶)을 거쳐 환골탈태(換骨奪胎)하고, 오기조원(五气朝元)도 넘어, 반박귀진(返朴歸眞)을 체득했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하나 내가 누군가.

 

나는 그런 이론을 씹어먹는 예리한 관찰자, 천리통의 소유자, 오감을 넘어 육감을 개방시킨 동물적 본능의 소유자, 무공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진심인 자, 상대를 훑는 것만으로 똥 누는 횟수까지 유추하는 분석의 대가다.

 

그런 내가 노인의 ‘무공’을 인지할 수 없다?

 

‘설마…… 아니겠지.’

 

진짜 아닐 것이다.

 

저 노망난 영감이 등봉조극(登峰造極)을 거친…… 현경(玄境)의 고수일 리가 없잖은가.

 

에라!

 

내가 지금 무슨 망상을 하는 거야.

 

 

 

 

 

* * *

 

 

 

 

 

파파팡-.

 

나는 궁금한 걸 못 참는 편이다.

 

때문에, 노인을 조금 더 관찰하고 싶은 마음에 쾌경보를 펼쳐 앞서 나가는 노인을 따라잡았다.

 

그러자,

 

“헤헤! 너 꽤 독특한 경신법을 쓰는구나?”

 

노인은 달리는 와중에도 한점의 호흡도 흩트리지 않으며 물었다.

 

“어르신도 만만치 않은데요.”

 

“오호! 그렇게 빨리 달리면서도 호흡이 정갈하네? 이야! 너 강한가 보다.”

 

“이하동문입니다.”

 

퐁퐁-.

 

파파팡-.

 

그렇게 나와 노인은 각자 경신법이 지닌 굉음을 터뜨리며 지면을 내달렸다가, 허공을 밟고 날았다가, 궁신탄영(弓身彈影)의 묘리로 화살처럼 쾌속하게 질주했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누가 더 빠르다고 할 것 없이 산등성이에 자리 잡은 거대한 산채에 도달했다.

 

‘제운종(梯雲縱)의 영향을 받았구나.’

 

나는.

 

노인과의 경주(?) 끝에 그의 경신법이 어느 갈래에서 파생된 것인지 파악하였다.

 

노인의 경신법은 확실히 무당파의 제운종을 닮아 있었다.

 

그렇다고 완전한 제운종이라기엔 어딘지 어설펐는데 우습게도 그 어설픈 운용법이 외려, 더 쾌속한 속도와 한결같은 동력을 유지하는 비결인 듯했다.

 

그때.

 

“껄껄껄! 이보시오들. 안왕산을 넘을 작정인 모양이오?”

 

때마침, 산채에서 몇몇 인영이 나타나 여유로운 음성으로 물었다.

 

그 순간, 나는 놈들이 이곳 안왕산에 똬리를 튼, 산적임을 직감했다.

 

반년 전만 해도 산적, 마적, 도적 털어먹던 악당 사냥꾼이 나였으니까.

 

‘저놈들 따귀 좀 때려주고 산채에서 밥이나 한 그릇 해야겠네.’

 

나는 그런 생각에 씩- 조소 지으며 놈들에게로 나설 요량이었다.

 

요량이었는데…….

 

“흐흐흐. 니들 뭐야? 산적이야?”

 

먼저 나선 것은, 노망난 노인이었다.

 

“어허! 이 무례한 영감 같으니라고. 산적이 뭔가, 산적이! 우리는 안왕산을 수호하는 녹림의 협객이거늘.”

 

“에이! 거짓부렁 하지 마라, 이 녀석들아. 녹림총채주 장번팔이 약골이긴 해도 사내답기 이를 데 없는데. 너희 같은 병X들을 거둘 리 없잖으냐? 헤헤헤.”

 

“뭐, 뭐야? 이 노망난 영감탱이가!”

 

“크흐흐. 나 노망난 거 아니다? 젊을 때 천마랑 푸닥거리하다 머릴 다치긴 했는데…… 그렇다고 노망이라니! 너무해!!”

 

???

 

이건 또…….

 

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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