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48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2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48화
#47화
“형님!”
“문주님!”
“문주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문주님! 서신이 아니라…… 직접 대면하실 생각이라고요?”
노가살수문으로 향하겠단 말에 문도들 전원이 놀란 눈치였는데, 특히 연우와 동동이들은 학을 뗀 표정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는 녀석들을 향해 건조한 어투로 말했다.
“그럼 직접 대면해야지, 서신으로 가닥이 잡히겠냐? 놈들은 살수 집단이다. 서신? 그런 거로는 눈 하나 깜짝 안 할 거다. 자고로, 이런 일은 직접 얼굴 보고 받을 거 받고 줄 거 주는 게 낫다.”
그러자, 연우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뗐다.
“후……. 그래요. 형님 마음은 알겠습니다. 하나, 그거 아십니까? 지금 형님은 모순적인 발언을 하고 계십니다.”
“무슨 모순?”
“형님 말대로 노가살수문은 살수 집단입니다. 그런 피도 눈물도 없는 쓰레기들이 노호영 하나 때문에, 형님의 요구를 들어줄까요? 천만에요. 그들은 노호영이 죽든 말든 신경도 안 쓸 겁니다.”
연우 말엔 일리가 있었다.
명색이 살수 가문이 임무에 실패한 식솔 하나 때문에 제거 대상의 요구를 역으로 들어준다?
어불성설이다.
하나 내겐 복안이 있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라.”
“네?”
“노호영이 현 노가살수문 문주의 혼외자다. 말인즉슨, 문주 직계 혈통이란 뜻이다.”
“아…….”
“파렴치한 인간이라도 제 새끼는 끔찍이 여긴다. 더욱이 노호영의 배다른 형제가 모두 누님들이니, 현재 문주는 노호영을 차기 문주로 점찍어 뒀을 공산이 크다. 나는 물보다 진하다는 혈육의 약점을 공략하려는 거다.”
“하지만…… 노가살수문은 살수 집단이잖아요. 살수들이 혈육의 정에 얽매이겠습니까? 제 생각이지만…… 놈들은 임무를 실패한 노호영이 죽길 바랄 겁니다. 그게 노가살수문의 명예에도 이득일 테니까요.”
“음……. 듣고 보니 그럴 수 있겠네.”
“맞죠? 제 말 맞죠? 그러니까 형님…… 같이 머리 맞대고 더 나은 방법을 강구 해 보시죠. 제가 반기를 드는 건 아닙니다. 형님이 노가살수문을 적으로 둔다 해도, 아무 말 안 할게요. 하나, 이건 너무 경솔해요. 그러니…… 조금 더 신중히 생각……”
“연우야.”
나는 중언부언 길어지는 연우의 말허리를 자르고 간결하게 말했다.
“상관없다.”
“그게…… 무슨……!”
“놈들이 노호영을 토사구팽하더라도 상관없다는 말이다.”
“형님! 그럼 대체 어쩔 생각이신데요?”
“어쩌긴 뭘, 어째.”
“???”
“문주놈 모가지 부수고 작살 내야지.”
* * *
‘무모하다’라는 말…….
사실 전생의 내겐 적용되지 않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게 전생의 나는 살수였고, 살수의 실패란 죽음으로 직결되니 나는 나름의 객관성과 실현 여부의 타당성이 고려된 임무를 주로 배정받았던 까닭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정말 ‘무모한 일’에 도전하지 않는 안전 지향의 삶을 살았나?
전혀 그렇지 않다.
예컨대, 내 마지막 임무였던 ‘화산파 장문인 암살’ 건은 당시 스스로도 실현 가능성이 현저히 낮을 거라 판단했고, 교주마저도 원로원의 내부 결정에 반기를 들 정도로 위험한 임무임이 틀림없었으니까.
그런데도 나는 연화봉에 올랐다.
내가 그럴 수 있었던 건 바로, 내 ‘실력’을 온전히 신뢰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나는 어떻게 해서든.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궁여지책을 끌어낼 재간이 있는 것이다.
만약…….
노가살수문이 비협조적으로 나오거나, 놈들이 다짜고짜 나를 죽이려 든다면 나는 나름의 ‘복안’이 있다.
‘살수가 뭔지 가르쳐 줘야지.’
나는 그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살수(殺手)가 무엇인지 알려줄 요량이다.
일단 나 혼자서 노가살수문 전체를 상대한다?
그건 힘든 일이다.
물론, 목숨을 걸고 싸우는 와중 살마존 백귀호를 상대할 때처럼 심마(心魔)에 의한 새로운 깨달음을 체득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건 기연 중의 기연이니 대계(大計)로서 무가치하고.
대신, 내겐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영육에 축적된 ‘살수의 경험치’가 있지 않은가.
정면승부가 힘들면 측면이건 후방이건 물불 안 가리고 노가살수문 문주의 모가지를 따버릴 생각이다.
한 마디로 안 되겠다 싶으면 냅다 도망쳐 기회를 기다린 다음, 적절할 때 문주부터 간부들 하나하나 죽여나가면 된다는 말이다.
물론, 이 또한 미X 짓인 건 맞다.
세상에 어떤 또라이가 혼자서 중형 문파 하나를, 그것도 문주부터 간부까지 점진적으로 암살할 생각을 하겠나.
하나 나는 이 ‘무모한 짓’을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또한 정밀하게 분석했으니 마냥 불가능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일단, ‘노가살수문’은 그렇게 강한 문파가 아니다.
예를 들어, ‘노가살수문’이 구파일방이나 팔대세가 같은 초대형 문파라면 이런 망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 노가살수문은 ‘살수 가문’일 뿐이며 살수 집단의 특성상, 초절정에 달하는 ‘진짜배기 초고수’는 존재하지 않을 터다.
그렇다면…….
내 경험과 감각, 지금의 실력을 최대 효율로 버무리면 문주 모가지 못 딸 것도 없다는 계산이다.
“후…….”
그렇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머릿속의 계산은 차치하고.
심경이 복잡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두렵거나 무서워서는 아니다.
다만, 나는 복잡한 걸 싫어하고 협상이 결렬되는 순간, 행해야 할 많은 일에 미리 피로함을 느끼는 거랄까?
그 때문에 나는 노가살수문으로 향하는 중에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호오오옵.”
‘역뢰(力雷)의 호흡.’
나는 현재 개문한 두 가지 속성을 토대로 대기에 흩뿌려진 ‘자연결’의 힘을 단전 깊숙이 응축하고 또 밀집시켜 공력의 알짜를 키웠다.
‘풍(風) 속성의 힘을 개문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텐데.’
내 전생의 장기는 섬전쾌검류(閃電快劍流).
‘뢰’ 속성 특유의 섬전과 ‘풍’ 속성의 본질인 ‘쾌속함’을 조합하면 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강력한 ‘섬전쾌검’이 발생하는데 나는 거기에 더불어, 십초무적공의 오의 중 하나인 ‘질풍’의 힘을 얹어 검강(劍罡)을 폭사하는 공격 일변도의 싸움 방식을 고수했었다.
그런 이유로, 지금 내겐 ‘풍’ 속성을 개방하는 게 급선무였다.
비록, 당장 개방한다 해도, 전생의 힘을 온전히 찾을 순 없지만.
그래도 그나마 고금제일살수(古今第一殺秀)였던 대(大) 천마신교의 ‘7호’ 흉내는 내 볼 수 있지 않을까?
* * *
“어르신. 정말 이대로 괜찮은 겁니까? 소천 형님을 혼자 보내도 되는 거냐는 말입니다. 소천 형님의 의중이 암살의 배후를 밝히려는 거라면 노호영을 죽도록 고문해 불게 만들면 될 일입니다. 한데, 굳이 노가살수문에, 그것도 혼자서 찾아가는 게 말이 됩니까? 저는 당최 이해가 안 갑니다.”
쇠심줄 같은 고집을 관철해 혼자 떠난 진소천을 뒤로하고.
석연우는 허탈한 표정으로 동벽 선생에게 물었다.
그러자,
“자네는 정녕 소윤 애비가 그런 의중으로 노가살수문을 찾아갔을 거라 생각하는가?”
외려 동벽 선생이 석연우에게 되물었다.
“네?”
“문주는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걸세. 자네 말대로 노호영을 쥐잡듯이 잡으면 그가 사건의 내막을 털 수도 있겠지. 문주라고 해서 그를 모르지도 않을 것이고. 하나, 문주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노호영은 인질일 뿐. 문주는 그를 명분으로 삼고, 이 사건의 흑막 외에도 또 다른 이문을 뜯어내려는 심산인 게야.”
“뜨…… 뜯어내다니요?!”
“예컨대, 공식적인 사과문이 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면 뭐. 한두 가지겠는가?”
“어르신. 저는 진짜 이해가 안 됩니다. 풀어서 고견을 말씀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음…… 이를테면 금전 같은 거 말일세.”
“네에?!”
일순, 석연우는 자신의 두 귀를 의심했다.
노가살수문을 상대로.
아니, 자신을 죽이려 한 세력을 상대로 돈을 흥정하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형님은 분명, 동벽 선생과 이야기를 끝낸 후, 노가살수문으로 향했다. 그럼 동벽 선생도 어느 정도 아는 게 있다는 말인데…….’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진소천이 예측 불가능한 또라이(?)임은 진작 알았지만…….
설마, 이런 간덩이가 부은 작자일 줄은 꿈에서도 상상 못 한 석연우였다.
게다가 동벽 선생마저 은연중, 그를 찬동했다는 사실이 현재 석연우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어르신. 이건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당장 소천문 문도 전원과 더불어 본가에 도움을 요청하여 함께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합니다. 저는 지금 곧장, 석가장으……”
“석 공자.”
“네?”
“자네는 소윤 애비…… 아니, 문주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그게…….”
“나는 자네가 문주를 잘 이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군?”
“무슨 말씀이신지요?”
“부문주 일동과 1번대 대장 이동, 2번대 대장 삼동이를 보게.”
“…….”
“그자들이 자네처럼 안절부절못하던가?”
“아닙니다. 처음에는 함께 소천 형님을 만류하려 했으나…… 막상 형님이 결정을 내리니, 이상하게도 곧, 수긍하더군요.”
“왜 그러겠나?”
“그건…….”
“그들이라고 마냥 바보가 아닐세. 그들도 지금껏 문주를 보필하여 함께 소천문을 만들었고, 수련할 때 봐서 알겠지만 이젠 세 사람의 무공도 결코, 자네의 아래라 할 수 없네.”
동벽 선생의 말에 석연우는 반박할 수 없었다.
그랬다.
석연우에게 일동, 이동, 삼동은 그저 진소천이란 인물과 인연이 닿아 운 좋게 개과천선한 전직 왈패에 불과했다.
하나 그간, 객식구로 지내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들은 어떤 방면으로든 결코, 자신의 아래가 아니었던 것이다.
명망 있는 무가(武家)의 자제(子弟)로서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부문주와 1, 2번대 대장에 모든 문도. 더불어 노부까지. 우리가 바보 천치라 문주를 그냥 보낸 것이 아니란 말일세.”
“어르신…….”
“문주는 그런 사람일세. 어떤 난관이 닥쳐도. 어떤 위험에 빠져도. 응당, 상황을 타개할 능력을 지닌 자란 말이지. 나는 그를 믿어 의심치 않네.”
“아…….”
왜일까?
왜 눈앞의 현실이 미X 상황으로 치달아가고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왜 동벽 선생의 말에 수긍이 가는 걸까.
‘소천 형님…….’
창졸간에 석연우는 진소천을 향한 근심과 걱정, 더불어 그에 대한 강력한 신뢰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채, 골을 싸매야 했다.
“석 공자. 내 하나 말해줌세.”
“경청하겠습니다.”
“옛일이긴 하다만. 나는 젊은 시절부터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다고 스스로 자부해왔네. 그리고 그 믿음은 단 한 번도 부서진 적이 없지.”
“…….”
“소싯적 일이네. 당시, 내겐 목숨과 같은 친구가 하나 있었네. 그때 그 친구는 변변찮은 가문에 변변찮은 무공을 지닌…… 말 그대로 강호에 흔해 빠진 삼류 중의 삼류 무사일 뿐이었지.”
“아…….”
“한데 그 친구는 언제나 ‘천하제일인’이 되겠단 포부를 가지고 있었고,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의 야망을 자랑처럼 떠들고 다녔어.”
“…….”
“한데 말일세. 우습게도 나는 그 친구가 진짜 천하제일인이 될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네. 물론, 근거는 없었네. 그저 내 직관과 통찰이 언제나 그 같은 확신을 가지게 했지.”
“하! 천하제일인이라니. 정말 황당한 포부군요.”
“맞네. 그런 포부는 너무 황당해서 누구도 갖지 않는…… 한 마디로 과대망상에 지나지 않지. 하나 그는 10년 뒤 정말 백도 최고의 고수 중 한 사람으로 꼽혔고 20년이 지났을 땐 자타공인 백도 최고수가 되었네.”
“네?”
“그 친구가 바로 검황(劍皇), 독고황일세.”
“……!”
“나는. 언젠가 소윤 애비도 그런 역사의 한 축이 될 거라 믿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