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47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6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47화
#46화
『가주님께.
아버지. 강녕하신지요? 저는 첫 강호행의 교두보로, 소천문을 택하여 현재 수련 매진 중입니다. 비록 소천 형님의 수련 방식이 괴이하여 곤란할 때가 잦지만, 그런데도 제 나름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고련 중이니, 이 시간이 결코 헛되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무튼 저는 성장하고 있으니 염려 놓으시란 말씀 올리며, 중요한 소식을 알려드리기 위해 전서응(傳書鷹)을 띄워, 서신을 전달합니다.
그 소식은 바로, 소천 형님에 관한 것입니다.
며칠 전, 소천 형님은 광양산에서 암살자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놀랍게도 그 암살자는 살수 가문으로 유명한 ‘노가살수문’의 ‘노호영’이었으며 지금은 소천 형님이 제압하여 인질로 잡아두셨는데…….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소천 형님은 향후, 살수 노호영을 앞세워 노가살수문과 일종의 거래를 하시려 합니다.
물론, 그 거래가 ‘금전’은 아니겠으나, 어떤 방식이든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굳이 아버지께 이런 말씀을 드리는 까닭은 이번 ‘노호영 암살 소동’이 흑사회의 괴멸과 연관성이 있다고 파악되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이 점을 염두 하시고 향후 ‘흑사회 괴멸’ 사태와 관련하여 대비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아들, 석연우 배상』
“이…… 대체 무슨!”
아들의 편지를 받은 석대방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
“이건 정말이지, 선을 넘는구나, 선을!”
노가살수문.
석대방 또한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가문이며, 수많은 무인이 그 이름을 두려워했다.
했는데…….
“노호영이라면 노가살수문에서도 이름 있는 살수이거늘. 그런 자를 제압한 것도 신기하지만…… 인질로 삼아, 거래를 하겠다? 허……. 진 문주. 당신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외까?!”
이쯤 되니, 석대방은 진소천을 두 부류 중 하나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자는 그저, 남들의 이목 끌기를 좋아하고 관심에 목마른 관심 종자일지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무모한 짓을 감행할 리가 없지 않은가!’
첫째.
그야말로 천방지축,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또라이(?)거나.
‘그게 아니면……!’
어쩌면…….
진소천은.
마교와 무림맹이 충돌하여 사도맹이 창궐하는 혼돈의 시기에.
무림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난세의 영웅’이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
그런 단상으로 석대방이 혼란스러워할 때, 때마침 서신을 훑어본 청문도장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허허허! 역시 내 사람을 잘 보긴 잘 본 모양이군.”
“사부님. 어찌하여…… 웃을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대방아. 놀랍지 않느냐? 불과 강호에 출도한 지 반년도 안 된 자가, 아무 세력도 없이 보인 행보치고는…… 기상천외하고 신기할 따름이구나.”
“그렇긴 하지만…….”
“대방아. 나는 이 자의 미래가 궁금하다. 과연 진 문주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 궁금해.”
“사부님…….”
“지켜보자꾸나.”
“…….”
“종종 영웅이 등장하고, 또 영웅이 되지 못해 승승장구하다 추락하는 자가 흔한 곳이 무림이다. 만약 진 문주가 전자라면 우리는 나름의 흥미를 느낄 것이며, 후자라면 그때 또 생각하고 처신하면 될 일이다. 우선 지켜보자.”
“사부님…….”
사부의 다독임에도 불구하고 석대방의 심정은 복잡했다.
‘사실, 진 문주가 어떤 일을 벌이든 나야 상관없지만…….’
문제는 석연우였다.
진소천을 대하는 아들, 석연우의 마음은 시종일관 진심이었으니.
만에 하나, 진소천의 행보에 아들이 연루되어 위험해지진 않을까 하는 아비의 우려가 석대방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흔들었다.
“대방아.”
“네, 사부님.”
“노부도 네 걱정을 잘 안다. 연우가 진 문주를 믿고 따르니 혹시, 위험에 빠지지 않을까 두려운 게 아니더냐?”
“그런 걱정이 있긴 합니다.”
“그것은 걱정하지 말거라. 연우는 내게도 손주 같은 녀석이다. 너와 연우. 그리고 석가장에는 내가 있지 않으냐? 본 화산파가 있는 한, 별 탈 없을 것이다.”
“사부님.”
든든한 사부의 말에도 불구하고 석대방은 쉬이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 * *
“에라!”
파파팍-.
“감히 우리 문주님을 암살하려 했다고? 네가?”
파파팍-!
“이 비루먹은 망아지 같은 새끼야! 네까짓 게 우리 문주님을? 진짜 미치지 않고서야! 쯧쯧. 뒤져, 이 새끼야!”
파파파파파파팍-!
‘세상에…….’
새롭게 개편된 ‘구타 수련’ 중, 석연우는 기함하고 말았다.
‘저게 노호영이라고? 진짜?’
노호영.
그는 비록, 살수임에 보통의 무인보다 가진 실력 대비 명성은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딜 가나 인정받는 고수임이 틀림없었다.
없었는데…….
“거, 문도들. 살살 패라. 너무 패면 의약당주께서 힘드실 수 있으니. 그렇다고 마냥 살살 패란 소린 아니다. 일단, 힘줄을 비틀거나 뼈를 안 부수는 선에선, 마음껏 구타하도록.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 법이라고, 사람 많이 패 본 놈이 싸움도 잘하는 법이다.”
진소천의 한 마디에 노호영은 삼류 문도들의 ‘살아있는 수련 전용 피륙 인형’이 되어 죽도록 매질을 당하는 중이었다.
물론,
[호영아. 근육 꿈틀거리지? 설치고 싶으면 설쳐봐라. 골통을 부숴버릴 테니까. 분명히 말했다. 문도들이 자신감을 쌓을 한 달 동안은 반격하지 말고 그냥 맞으라고. 너 인마, 외공도 적잖이 익혔잖아. 요리조리 요령껏 급소 피해서 맞으면 안 죽는다.]
동벽 선생에게 치료를 받고 회복한 노호영은 20여 명의 문도가 매질을 가하자, 반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비록 진소천에 의해 단전을 봉쇄당해, 내공을 쓸 수 없게 되었지만, 체득한 외공 기초만으로도 삼류 수준의 문도들쯤이야 제압할 자신이 있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맞는 도중에도 진소천이 전음을 통해 반격하지 말라며 엄포를 놓기 때문이었다.
‘악마란 표현으로도 부족할 새끼!’
온화한 표정으로 문도들의 폭행을 응시하는 진소천을 보자 절로 이가 갈리는 노호영이었다.
하나 그런 증오와 원망도…….
오래가진 않았다.
“야 이 새끼야! 네가 노가살수문이라고? 어? 너희 가문에는 너처럼 비실비실한 놈들만 있냐 이거야!”
퍼퍼퍽-.
“억울하냐? 억울해? 꼬우면 그냥 뒤지든가!”
퍼퍼퍼퍽-.
“건방진 놈 같으니라고. 감히 광양산에서 우리 문주님을? 진짜 죽으려고 작정했지? 앙?”
퍼퍼퍼퍼퍽-.
문도들의 폭행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단전의 내력을 상실한 노호영은 일체의 호신강기도 없이 그저 맨몸으로 폭력을 감내해야 했기에…….
“크아아아악!”
이전에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아찔한 육신의 통증 앞에 몸부림칠 수밖에 없었다.
“그만! 그만 좀 해라, 이것들아!!”
그러거나 말거나.
“그만 좀 해라? 어쭈? 아직 반말 찍찍 나오지? 존댓말 하라고, 이 상놈의 새끼야!”
파파팍-.
소천문 문도들이 누군가?
무식하고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전직 청방 왈패 출신들이다.
그들은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중에도 상대에게 측은지심을 느끼기보단,
“크흐흐. 맨날 문주님한테 일방적으로 맞다가 때리니까 기분 X나 좋군?”
외려, 진정 즐기는 모양이었다.
“문주님! 이거, 이거. 살아있는 목인장이라 그런지 성능이 죽입니다요!”
그렇게 주먹, 발차기, 박치기까지 이용해 신명 나게 ‘실전 타격감’을 배양하던 중, 승복이 진소천을 향해 물었다.
“당연하지. 승복아. 그거 비싼 거다? 천하에 그만한 고수를 목인장 마냥 무제한으로 깔 수 있는 문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라. 오직 소천문이 유일무이하다. 그런 점에서 너희는 참 운이 좋아.”
“흐흐! 맞습니다, 문주님.”
“옳소!”
“우리 문주님, 최고!”
진소천의 말을 들은 문도들이 저마다 쾌재(?)를 불렀다.
그 모습에 연우는 다시 한번 어질어질했고, 어느새 동동이들은 그들과 동화되고 있었으며.
‘이 미X 새끼들이! 대체 날 어디까지 괴롭힐 생각인 거야!!’
어제의 일류 살수에서 오늘의 ‘살아있는 수련용 목각인형’으로 변모한 노호영은 급기야,
“너 우냐?”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쯧쯧. 좀 처맞았다고 울어? 그러고도 네가 살수냐? 한심한 놈.”
노호영을 바라보는 진소천의 시선에 조롱과 경멸이 섞였다.
“문도들. 폭력을 마음껏 즐기도록. 오후 수련 때는 지독스러운 체력단련이 있으니,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라.”
그러나 이내, 씩- 미소 지으며 킥킥거리는 진소천이었다.
* * *
“아빠야. 아빠는 안 추워?”
십일월.
시간이 유수처럼 흘러, 어느새 겨울이 다가왔다.
첫눈 내리는 날이었다.
지천을 하얗게 물들이는 눈발을 보니, 나는 새삼 처음 환생하던 때를 떠올렸다.
‘그땐 캄캄했는데…….’
영문 모를 환생에 잃어버린 무공에, 느닷없이 생긴 딸내미.
그런 대격변 속에서도 용케, 살아남았네.
“아빠야! 왜 대답 안 해?”
“응? 미안. 뭘 좀 생각하고 있었거든.”
“뭐어?”
“너는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이시진 할아버지 만나기 전에 아빠가 다쳤었다. 피도 많이 흘리고. 그땐 정말 무서웠지. 새삼, 첫눈을 보니까 그때가 떠오르네.”
“히히. 소윤이도 당연히 기억하지! 그때 나도 많이 무서웠거든.”
“그래. 기억하는구나.”
당시 소윤이는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보다 3살 때의 일을 명확히 기억하는 소윤이가 신기할 따름이다.
“헤헤. 다 기억해. 소윤이는 천재니까.”
“맞지. 소윤이는 천재지.”
“근데 아빠 진짜 안 추워? 나 안 챙겨줘도 되는 데에?”
장안교를 거닐던 중, 쌀쌀해진 날씨에 나는 장포를 벗어 소윤을 감싸주었다.
한데, 소윤이는 외려 내가 추울까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소윤아. 아빠는 무공을 익혀서 웬만한 추위에는 끄떡없다.”
“아빠는 맨날 괜찮다고만 하지? 아파도 안 아프다고 하고 힘들어도 안 힘들다고 하고.”
“진짜야. 아빠는 아프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다.”
“에이!”
“진짜라니까?”
“진짜아?”
“물론. 아빠는 소윤이 웃는 모습만 보면 다 괜찮아진다.”
“헤헤헤. 그럼 아빠한테 맨날 웃어줘야지!”
“맞아. 그렇게 매일 웃어주면…… 아빠는 언제나 괜찮다.”
소윤이가 내 다리를 끌어안으며 대롱대롱 매달렸다.
나는 그런 소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신기한 일이지. 진짜 혈육도 아닌데…… 나는 왜 이렇게 소윤이를 끔찍이 여길까.’
그에 관한 생각은 이미 환생 후, 수십 차례 해 본 터였다.
‘아무래도…….’
이 육신의 본래 주인이었던 사냥꾼 진소천의 넋과 혼(魂)이.
강력한 본능이 되어 내 영혼에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닐까.
“히히히. 아빠 좋아.”
뭐…….
그게 아니라도.
이렇게 귀여우니 뭔 상관인가.
나는 그냥 이유 없이, 소윤이가 좋을 뿐이다.
“소윤아.”
“응?”
“내일부터 아빠가 몇 밤 자고 올 텐데. 할아버지랑 예린 언니랑 글 선생님이랑 연우 삼촌이랑 동동이 삼촌들이랑 잘 있을 수 있지?”
“힝…… 또 어디 가눈데?”
“일하러 가지.”
“그럼 돈 벌러 가는 거야?”
“음. 그런 셈이지?”
“어…… 알겠어. 그럼 아빠 돈 많이 벌어와. 소윤이가 또 웃어줄게.”
“고맙네.”
나는 그렇게 소윤이와 시답잖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산책 삼매경에 빠졌다.
내 일과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랄까?
아무튼 이러나저러나 소윤이와 있으면 마음이 참 편했다.
* * *
이튿날, 소천문 본관-.
“노가살수문으로 간다. 혼자 갈 테니 따라올 생각들 하지 말고. 내가 없어도 수련 게을리할 꿈은 꾸지 않는 게 좋다. 이미 의약당주님께 말씀드렸으니 당주님이 관리 감독하실 거다. 내가 없을 땐 일동이가 문주나 마찬가지니, 일동이 넌 애들 잘 챙기고. 연우는 수련 끝나면 소윤이랑 잘 놀아주도록.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