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46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5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46화
#45화
“에이! 형님도, 참! 농담 좀 그만 하세요. 그런 뻥은 어린애들한테도 안 먹힌다고요.”
“노부가 들어도 과하군. 자네, 가면 갈수록 농이 지나친 것 같네.”
“문주님. 아무리 그래도 생각이란 게 있으신 분인데. 그럴 리가 없잖아요?”
“크흐흐. 문주님. 적당히 하십쇼. 제가 바본 줄 압니까?”
“문주님. 제가 아무리 뒷골목에서 왈패 짓 하던 놈이라지만. 노가살수문이라니요, 하하. 그놈들은 흑도에서 엄청 유명한 것들이잖아요. 백도로 치면 거의 석가장급 가문 사람을 죽도록 두들겨 패고 인질로 잡았다는 건데. 농담도 참 과하십니다? 하하하하하하!”
연우부터…….
동벽 선생-일동-이동-삼동까지.
사람들은 내 말을 믿지 않았다.
물론…….
예전의 나라면 이들의 반응이 왜 이럴까 하여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하나 이젠 안다.
내가 세상 사람들과 사고하는 체계가 살짝(?) 다르다는 걸.
그래서 나는 냉소적인 반응에도 그러려니 하고 말을 이었다.
“농담 아님.”
“???”
“???”
“???”
“???”
“???”
“비싼 밥 먹고 할 일이 없냐. 그런 농담을 하게? 정 못 믿겠으면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든가.”
내 말에 연우가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
“저…… 저기! 그러니까 살수 양반. 아니죠? 설마…… 아닐 거야. 그렇죠?”
연우가 불안한 기색으로 초주검이 된 노호영에게 물었다.
하나, 노호영은 대답 없이 원독 서린 눈으로 연우를 응시할 뿐이었다.
“살수 아저씨. 이봐요. 네? 대답하라고요, 어서. 당신! 노가살수문 출신 아니라고 말해. 어서 말하라고!”
“…….”
“이봐! 이 새끼가, 진짜!”
연우가 노호영의 멱살을 대뜸 움켜쥐고 이리저리 흔든다.
마치 제발 ‘아니라고 말해주세요!’라며 읍소하는 듯한 눈으로…….
나는 그런 연우를 만류하며 말했다.
“그만해라, 연우야. 그러잖아도 걔 지금 숨넘어가는 중이다. 그렇게 흔들어대면 죽을지도 몰라.”
그러자,
“형님!”
“자네!!”
“문주님!!!”
“아, 문주님!!!”
“진짜라고요? 진짜 노가살수문이라고요?!”
이내 사람들이 날 노려보며 발작하듯 소리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르신. 녀석의 목숨이 경각에 달했습니다. 죽으면 안 되니 우선 살려놓고 이야기하시죠.”
나는 동벽 선생에게 노호영의 치료를 부탁했다.
노호영이 노가살수문이든, 뭐든 간에.
일단, 살려놓는 게 급선무니까.
어쨌거나 노호영은 이제 소천문의 소중한 ‘자산’이자 ‘인질’이었으므로.
* * *
“대체 얼마나 두들겨 팬 겐가. 다 떠나서. 놈의 내장에 열상의 흔적이 있네. 이건 극양한 기운의 무공에 당했음을 방증하는바. 자네 혹시, 양강한 종류의 지법(指法) 같은 을 익힌 겐가?”
노호영의 의식을 마비산(麻沸散)으로 꺼뜨린 뒤, 진맥을 시작한 동벽 선생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아마 뢰기에 의한 비장의 손상을 이야기하는 듯했는데 단순 진맥으로 부상 정도뿐만 아닌, 그 연원까지 알아내는 선생의 의술에 나는 새삼 감탄했다.
“극양은 아니지만 비슷한 종류니, 열상이 맞습니다. 물론 지법은 아니고요.”
“지법이 아니라? 이 자의 부상은 단 한 점에 몰린 극양공에 의한 것이네. 지법이 아니면 어찌 이리 압축된 열상일 수 있나?”
“정확히는 검법입니다. 물론, 검법을 차용했을 뿐, 진짜 검은 아니었지요. 저는 이 자를 죽검으로 찔렀습니다. 초식을 진공검 형태로 펼쳤으니 일반적인 검상이나 장(掌), 권(拳)에 의한 부상보다 범위가 좁긴 할 겁니다.”
“세상에…… 참 재주도 많군. 죽검(竹劍)으로 이런 공격을 감행하다니…… 허허! 미치고 환장하겠어.”
“…….”
“내 하나 물음세.”
“네, 어르신.”
“자네는 검수(劍手)인가 박투가인가?”
“특기가 검이긴 하니까…… 굳이 분류하자면 검수겠지만 그렇다고 검수란 이름에 제 무공을 한정시키고 싶진 않습니다. 검이 필요하면 검을 쓰고, 장법이 필요할 땐 장법을 쓰고, 권법이 필요할 땐 권법을 쓰니까요. 물론 때에 따라서, 유술(柔術)도 즐겨 씁니다.”
내 말에 동벽 선생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묵묵부답이었다.
하나 이내.
그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문주.”
“네.”
“자네를 보면 그런 거 같네. 걸어 다니는 무공서고 같달까? 많은 종류의 무공을 익혔군.”
“그런 편이죠.”
“물론, 세상에는 자네 같은 사람도 많을 걸세. 무공이야 다다익선 아니겠나? 하나,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많은 무공을 익히면 한 가지에 정통하기 힘든 법. 하나…… 자네는 모든 것에 정통했으니 참 무서운 사람이군. 적어도 무공에 관한 이해도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게야.”
“음…….”
난데없는 칭찬에 살짝 당혹스럽다.
하나 그렇다고 ‘과찬이십니다!’라며 점잔 빼는 건 내 결이 아니라서 그냥 고갤 끄덕였다.
“그런 편입니다.”
“그러나. 그런데도 이번에는 경솔했네.”
“네?”
“물론, 자네를 죽이러 온 살수라면 상대가 노가살수문이 아닌, 마교의 인물이라 해도 죽여 마땅하네. 그건 당연한 이치지. 하나 이 자를 인질로 삼겠다? 그것도 모자라 소천문의 수련용 목각인형으로 삼겠다? 세상 사람들이 자네 결정을 알게 되면 기절초풍할 걸세.”
“물론 세상 사람들의 생각은 그럴 수 있지요.”
“…….”
“하지만. 어르신도 정녕 그리 생각하십니까?”
“무슨 말인가?”
“어르신도 제가 허황된…… 그러니까 무모한 짓을 벌였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노부는 소천문의 의약당주이기 전에, 소윤이의 후견인이네. 또한 자네의 인생 선배이자, 의술 선배요, 강호 선배지. 내 입장에서 이번 결정을 마냥 찬동(贊同)할 순 없는 노릇이네.”
동벽 선생의 말은 듣기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요지가 다분한…… 한 마디로 이도 저도 아닌 대답이었다.
해서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럼 질문을 바꾸겠습니다.”
“묻게.”
“어르신은 제가 이번 결정으로, 소천문을 말아 먹거나 문도들을 위험에 빠뜨릴 거라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여과 없이 말해주시면 됩니다.”
“아닐세. 물론, 자네 결정은 남이 보면 미X 인간이라 욕을 퍼부으며 손가락질할, 말도 안 되는 경솔한 짓이 틀림없으나…….”
“…….”
“노부는 자네가 어떻게든 상황을 타개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네.”
“…….”
“물론, 그 방도에 대해선 나로서는 알 수 없네. 하나 확실한 것은 자네가 이번 일을 수습함에 있어 나 또한 최선을 다해 도울 거란 걸세. 남루한 늙은이가 무슨 도움이 되겠냐마는, 그래도 경험이 적잖으니 조력자가 되어 줌세.”
“고맙습니다, 어르신.”
“허허. 참 희한하군. 생각해보면 나도 눈에 콩깍지가 씐 게야. 이상하게도 어떤 상황이든 간에 자네가 다 해결할 거란 근거 없는 믿음에 휩싸이니…….”
“저도 마찬가집니다. 만약 어르신께서 제 결정을 끝까지 타박하셨으면 저 또한 생각을 바꾸고 이 자를 단칼에 벴을 겁니다. 하나 어르신이 믿어주시고, 도와주신다고 하니 확신이 생기는군요.”
“어떤 확신 말인가?”
“노가살수문을 쥐고 흔들 수 있겠단 확신.”
“크크. 자네도 콩깍지 씐 게로군.”
그렇다.
나도 그렇고, 동벽 선생도 그렇고.
우리는 오래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지만, 첫 만남부터 서로 간의 근거 없는 신뢰로 둘러싸인 인연이다.
하나 인연이란 게 오래 묵었다고, 마냥 진국은 아닌 법.
따지고 보면, 환생 후의 내 인연은 전부 짧고 얕은 것들이었다.
동벽 선생, 연우, 동동이들, 예린이, 글 선생과 지부대인, 그리고 문도들.
또 우리 소윤이까지.
나는 그 짧고 얕은 인연에 인생을 걸었다.
“어르신. 아무튼 심려하지 마십쇼. 만약 제 결정으로 소천문이 위기에 빠지기라도 한다면…… 노가살수문 문주의 모가지를 비틀어서라도 수습하겠습니다. 어르신은 우리 소천문의 ‘자산’만 살려주시면 됩니다.”
“무서운 사람 같으니라고. 흐흐, 알겠네. 내 이 자를 반드시 살리겠네.”
* * *
“오늘부터 소천문의 편제를 개편할 생각이다. 의약당주님과 부문주 일동을 제외한 이동과 삼동은 각, 1번대와 2번대로 나누어 10명씩 문도를 관리 감독하고 내 부재 시 알아서 단체 수련시킬 수 있도록. 또한 금일 이후, 구타 수련의 교육 과정이 변경된다. 지금까지 너희는 일방적으로 맞기만 했으나 향후, 본문의 ‘살아있는 목각인형’을 이용, 마음껏 권-장-퇴를 내지르고 ‘실전 타격 감각’을 배양하도록 한다.”
내 공표에 문도들 대부분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고.
‘…….’
‘…….’
‘……’
‘…….’
연우와 동동이들은 ‘포기’란 단어를 안면에 새긴 채, 영문 모를 한숨을 내쉬었다.
“문주님! 살아있는 목각인형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때마침, 승복이가 눈을 번쩍이며 물었다.
승복이는 처음 봤을 때보다, 눈에 총기가 서렸고 근육도 제법 붙은 게…… 그간 수련의 효과가 나타나는 듯해 나는 뿌듯하게 말했다.
“아. 우리 승복이네. 승복아. 잘 들어라.”
“네, 문주님.”
“일단, 소천문에 큰 이변이 있을 수 있다.”
“어떤 이변 말씀이십니까?”
“노가살수문이라고 아냐?”
그러자,
승복이뿐만 아닌, 다른 문도들 역시 ‘노가살수문’을 들어봤는지 끄덕이며 웅성거렸다.
“네, 문주님. 노가살수문은 유명한 집단이니까 들어봤습니다. 듣기론, 돈에 미X 가문이라서 흑-백-정-사-마를 막론하고 돈만 주면 누구든 모가지 따주는 살수 가문이라지요.”
“맞다.”
“한데 노가살수문은 왜요?”
“아. 내가 말한 ‘살아있는 목각인형’이 노가살수문의 인물이거든.”
“네?”
“노가살수문의 노호영이라고. 이 미X 작자가 날 죽이러 온 게 아니겠냐?”
“그게 무슨……”
“그래서 좀 팼다. 죽지 않을 정도로 팼는데, 사실 방치하면 죽을 수준이라 의약당에서 의약당주님이 치료 중이시다. 아마 수일 내로 회복할 테니, 그때부터 너희는 ‘목각인형 노호영’을 마음껏 패면서 타격감을 익히도록.”
“???”
역시나.
저놈들 눈에도 내가 미X놈으로 보이는지 쳐다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다들 반응이 왜 그래? 혹시 돈도 연줄도 없고, 출신성분도 볼품없는 문주 놈이 괜한 벌집 쑤셔서 X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쫄았냐?”
나는 무미건조한 어투로 문도들에게 물었다.
“그…… 그런 거 아닙니다, 문주님.”
“아닙니다…… 문주님.”
“아닙니다요. 문주님을 의심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새끼들.
쫀 거 맞네.
“다들 기분이 뒤숭숭할 거다. 나는 아주 이해심이 깊고, 생각의 폭이 넓은 사람이니 너희 심정을 안다. 하지만 너희는 걱정 안 해도 된다.”
해서, 나는.
녀석들의 마음에 용기와 기백을 심어줄 요량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딸내미 등에 업고 시장바닥 좌판에서 영약을 팔았다. 이후, 소담골 파락호 나부랭이 세 놈을 거둬, 왈패들을 잡아 지부대인과 친구 먹었고, 무지성으로 청방을 습격해 소천문 또한 개파했다. 그뿐이냐? 혈혈단신으로 흑사회에 쳐들어가 회원 전원과 회주의 모가지를 맨손으로 비튼 장본인이 바로 나다.”
꼴깍-.
일순, 마른침을 삼키는 문도들의 얼굴이 묘하게 들떴다.
“우리는.”
“…….”
“그런 놈들이다. 뭔가 계획이나 전략 없이, 그저 되는 대로 살아가는 놈들이란 소리다.”
“…….”
“하나 이런 무지성 돌격이 때로는 정답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
“우리답게 가자.”
그러자,
별안간 문도들의 눈빛이 돌변했다.
물론, 의기에 가득 찼다거나 웅심(雄深) 일어나는 눈은 아니었다.
다만…….
그 눈엔 흐릿하게나마 어떠한 ‘믿음’이 서려 있는 듯했다.
씨익-.
그제야.
연우와 동동이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새끼들…….
웃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