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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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1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37화
#37화
동천, 석가장-.
“이…… 이게 다 어찌 된 일인가?”
석가장으로 들어서는 200여 명의 인영.
그를 본 가주 석대방의 눈이 놀라움을 머금은 채 화등잔만 해졌다.
“가주님. 이자들은 흑사회 흥평 분타의 잔당들입니다. 함안 분타는 현재 비어 있으니 이들이 남은 흑사회의 전원인 셈입니다.”
석가장으로 들어선 인영들은 진소천이 ‘정리’한 흑사회 잔당과 장안으로 출타해 있던 석가장의 인물들이었다.
“장 무사. 하면, 본가의 인원이 자력으로 이들을 추포하였단 건가?”
“아닙니다.”
“아니라고?”
“그렇습니다.”
“하면……?”
“……그게 말입니다.”
무슨 영문일까?
평소 강직하고 거침없는 장 무사가 웬일인지 말끝을 흐리자, 석대방이 답답하다는 듯 이맛살을 찌푸리며 재차 물었다.
“장 무사. 무슨 일인데 말을 더듬나? 허심탄회하게 말해 보게.”
“……가주님.”
“말하게.”
“이자들은 소천문 문주께서 처리하셨습니다. 도합 150여 명 중, 십여 명은 비명횡사하여 본가와 소천문 문도들이 뒤처리했고, 남은 자들 중 부상이 심각한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이처럼 생포하여 잡아 왔습니다.”
일순, 석대방은 어안이 벙벙했다.
소천문의 문주가 서안 분타에서 혈도마인 곽성호와 살마존 백귀호를 처리한 지 불과 며칠 되었다고…….
또한, 듣기로 문주는 심각한 부상으로 요양 중이라 하지 않았나.
“장 무사. 내가 연우에게 들은 소천문은…… 문주 외에 강한 자가 없다고 하던데. 한데, 문주도 없이 문도들의 힘만으로 이 자들을 제압했단 말인가?”
“아닙니다, 가주님.”
“???”
“이자들은 모두 진 문주께서 혼자 처리하셨습니다.”
“뭣이라?”
“서안 분타를 혈혈단신으로 처리하셨듯이…… 이자들 또한, 진 문주 혼자 처리하셨다고…….”
“…….”
‘이게 대체…….’
순간, 석대방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어떻게.
대체 어떻게 무명의 젊은 무인 하나가 홀로, 이런 기상천외한 행보를 보인단 말인가?
‘뭔가…….’
뭔가 있는 자가 틀림없다.
아들에게 전해 들은 진소천은 확실히 호걸이라 할 만한 사내였다.
이미 무공은 과거 악명을 떨쳤던 살마존 백귀호를 죽인 것으로 검증이 끝났고…….
석연우가 이르길, 그는 태풍 앞에서도 한점 흔들리지 않을 올곧은 사내라 했는데.
때문에 석대방은 그에게 강한 호기심을 느꼈고 한편으로는 섬서에 그와 같은 무인이 탄생한 것에 대해 감읍할 따름이었다.
한데…….
‘내 생각이 틀렸다.’
석대방이 고갤 절레절레 흔들었다.
‘진소천은…… 그런 단순한 논리로 판단할 자가 아니야.’
석대방.
그는 무림인인 동시에 수단 좋은 사업가, 다방면으로 능력 있는 중년인으로 세상사에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그런 경험 많은 무인의 본능이,
‘진소천. 이 자는 직접 보기 전까지…… 아니. 오랜 시간 지켜보지 않고서는 파악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렇게 말하고 있음이었다.
“장 무사. 당장, 사부님을 모시고 와야겠네. 자네는 이자들을 심문하여, 흑사회와 사도맹의 유착 관계가 어느 정도인지 명확히 밝히게.”
“알겠습니다, 가주님. 하나 이자들이 쉬이 입을 열겠습니까? 이미, 심문했던 서안 분타 잔당들도 모르쇠로 일관 중인 터라…….”
“고문을 해도 좋네.”
“아…… 알겠습니다.”
“이번 일로 우리 석가장, 넓게는 화산파까지. 사도맹과 대놓고 척지게 된 셈이네. 조만간 사도맹에서 어떤 식으로든 기별이 올 테니, 그 점 유념하고 각별히 방비하게.”
“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석대방은 길을 나섰다.
하루빨리 이 사태를 사부에게 알려, 후일을 대비하고자 함이지만…….
그보다,
‘사부님께선 진소천이란 자를 과연 어찌 생각하실지.’
사부와 함께, 섬서에 혜성처럼 나타난 사내.
진소천과 그 휘하 소천문에 관한 담론을 속히 나누고 싶은 까닭이었다.
* * *
“형님!”
“형님!”
“형님!”
“형님!”
소천문으로 돌아온 일동, 이동, 삼동과 석연우.
그들은 태연한 얼굴로 본관에서 죽엽청을 까고(?) 있는 진소천을 향해 불만 가득 담긴 외침을 터뜨렸다.
정작, 당사자인 진소청은 태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지만.
“뭐 때문에 호들갑들이야?”
그러자, 일동이 씩씩 콧김을 뿜으며 말했다.
“형님. 저만 그렇게 놔두고 가셔놓고…… 태연하게 술이나 드시는 거요?”
“일동아.”
“왜요.”
“보름도 안 된 사이, 내가 한 일을 읊어볼 테니 한번 들어볼래?”
“까짓거, 들어나 봅시다.”
“나는 청방 두목 멧돼지를 비롯한 그 휘하 왈패 전원을 정리하고 흑사회 서안 분타로 향해 150명을 제압, 곽 호법과 회주인 백귀호의 모가지를 땄다. 그때 어찌나 무리했던지 독장에 당해 일주일간 혼절했지. 이후 깨어나자마자, 흥평 분타로 향해 남은 잔당을 소탕하고 당일 돌아와 소윤이랑 산책까지 했다.”
“…….”
“네가 아는 사람 중에 나 말고 이런 성실한 사람, 일 중독자, 근면함을 넘어선 신화격 인물을 본 적이 있냐? 아니, 본 적은 당연히 없을 거고 풍문으로라도 들어본 적이 있냐는 말이다.”
진소천의 말에 일동은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일동뿐만 아니었다.
이동, 삼동은 물론이고 석연우마저 감히 대꾸할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
‘형님이…….’
‘정말 많은 일을 하셨네.’
‘……사실이라 뭐라 반박도 안 되고.’
‘생각해보니 저럴 만하네.’
그랬다.
워낙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일관하는 진소천인지라…….
측근들은, 그가 보름간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했는지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나 곱씹어 보면 진소천의 행보는 듣고도 믿지 못할 수준임이 틀림없었다.
‘확실히 이건…….’
무공의 고하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분명 세상에 진소천보다 뛰어난 고수는 존재한다.
아니, 아마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하나 저런 집념을 가진 사내는…….
찾을 수 없을 거란 게 석연우의 생각이었다.
‘형님이 아니라면 누구도…… 이런 짓은 못할 거야. 쇠뿔도 단김에 빼라지만, 이건 단김에 쇠뿔 빼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강호의 역사를 쓰는 격이니.’
일동, 이동, 삼동과 석연우는 새삼 다시 한번 진소천의 ‘위대함’을 실감했다.
“험험. 어찌 됐든 고생한 건 인정하겠수. 그래도 그렇지! 문파의 존주란 양반이 대낮부터 낮술 때리면 어쩌자는 거요? 외인이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큰형님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일동이 헛기침을 뱉으며 말했다.
그러자, 진소천이 콧방귀를 뀌었다.
“일동아. 그러는 너는 문주한테 말투가 그게 뭐냐? 말했을 텐데. 형님 말고 문주님이라 부르라고. 여기가 도떼기 시장바닥도 아니고 엄연히 소천문 본관이다. 감히 백주에 일개 문도가 문주를 타박해?”
“아…….”
“오늘은 기분이 좋아서 꿀밤은 먹이지 않지만, 다음부턴 조심하도록.”
“음…… 알겠수. 한데, 문주님.”
“뭐냐?”
“근데 뭐 때문에 오늘 기분이 좋은 거요?”
“깨달음을 얻었다.”
순간, 진소천의 말에 일동, 이동, 삼동보다 석연우가 더 놀란 얼굴로 대뜸 물었다.
“혀, 형님. 깨달음이라고요? 또 무슨 깨달음을 얻었단 겁니까?”
“왜? 나는 깨달음 얻으면 안 되냐?”
“아니! 그게 아니고요…… 볼 때마다 강해지는 사람이 또 깨달음을 얻었다니 기가 막혀서요. 보통 무인의 깨달음이란 살면서 몇 번 찾아오지 않는 ‘영감’ 아닙니까? 근데 형님은 왜 그런 깨달음을 무슨 밥 먹듯 얻어요?”
“연우야. 깨달음이라는 게 별거 없다. 그냥 내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관조하고 또 앞으로 어떻게 강해질 수 있으며, 어떤 방법으로 그 시기를 단축할까 하는 고민으로부터 시작해 종내에 작은 결과라도 찾으면 그게 깨달음이다.”
“하,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물어도 될는지요?”
“1년.”
“네?”
“앞으로 1년 뒤에 나는 X나 강해진다. 그게 다야.”
“???”
“그게 다라고.”
“…….”
석연우의 표정에서 짙은 실망감이 드러났다.
아직 ‘깨달음’ 같은 건 경험해 본 적 없는 석연우다.
어쩌면 형님을 통해 뭔가 깨달음의 단서라도 얻지 않을까 해서 물었는데…….
진소천은 정말 진소천다운 한 마디로 그 깨달음을 ‘정의’해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후…… 저 인간을 믿은 내가 등신이지. 저 사람은 애당초 보통 사람이 아니잖아. 그래…… 나 같은 건, 죽어도 저 사람 이해 못 하지.’
그래도…….
“흐흐.”
석연우는 이내 웃었다.
‘1년 뒤의 형님이라…… 그땐 얼마나 괴물이 되실지.’
“연우야.”
“네?”
“그 웃음의 의미는?”
“네? 아…… 아무것도 아니……”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남색에 취미가 없다.”
“???”
석연우가 황당해하는 사이…….
슥슥-.
옆에 서 있던 일동, 이동, 삼동이 삽시간에 그의 곁에서 슬쩍 떨어지기 시작했다.
“뭐! 뭣들 하는 거예요? 저 그런 거 아닙니다? 그런 놈 아니라고요?”
그때, 진소천이 동동이 형제를 향해 말했다.
“일동, 이동, 삼동아. 연우를 각별히 조심하도록.”
“넵!”
“네, 문주님!”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석연우의 이맛살이 흉험하게 찌푸려지는 순간이다.
* * *
“진 대협!”
“문주님!”
“진 문주!”
…….
이건 또 뭔가… 싶었는데.
나는 이내 이 혼란스러운 사태의 근원을 파악했다.
“세상에! 당최 믿을 수가 있어야지. 청방을 박살 낸 게 엊그제인데 무려 흑사회를 토벌했다지요?”
“허! 이는 장안 무림의 홍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진 문주. 고백하겠소. 사실, 나는 문주와 소천문이 하루아침에 개파한 어중이떠중이라 생각하던 참이었소. 물론, 청방을 요절낸 게 대단한 일이라 하나, 솔직히 그들은 일개 왈패에 불과하지 않았소? 하나 귀하께서 흑사회를 토벌했단 소리를 듣고 나는 반성했소. 앞으로 나 ‘각문’ 문주 이 아무개는 소천문 문주 진 대협을 영웅으로 모시겠소!”
바로 내 소문이 알음알음 퍼져나간 지 반나절 만에…….
장안을 넘어, 서안-흥평-미현-종남산에 이르기까지 인근 섬서의 수많은 무관 관계자가 소천문을 찾은 것이다.
“우선 안으로들 드십쇼.”
머리가 복잡했지만 우선 그들을 성의껏 응대했다.
비록 방문객 중, 구파일방이나 팔대세가 같은 명문정파 인물은 없었으나 그래도 소천문보다 역사적 배경이 훨씬 나은 무관-문파의 관주와 문주들이기에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길복아.”
“네, 문주님.”
“당장 7층 귀빈실로 의약당주님을 모셔와라. 아. 그리고 석 공자와 강 씨 형제도 호출하도록.”
“네, 문주님.”
후…….
일단 나는.
이 양반들을 혼자 접객(接客)할 자신이 없다.
해서, 소천문 신관(청방이 점유하던 대형 주루 중, 두 곳을 신관으로 만들고 이곳 연화각을 본관으로 삼았다.)에 있을 동동이들, 연우를 불러들이는 한편, 동벽 선생을 모셔 올 요량이었다.
“허! 문주님. 그간 소천문에 의약당주도 생겼소? 개파식 때만 해도 의약당이 없었던 거 같은데.”
‘정무관’의 관주가 의문 섞인 음성으로 물었다.
나는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습니다. 어렵게 초빙한 분이지요.”
“허허! 진 문주 같은 분이 어렵게 초빙하신 분이라면 대단한 의술과 무공을 지닌 고인이시겠구려?”
“그런 편입니다.”
“내 부친께서 장안 의원이신지라…… 근처의 명의란 명의는 죄다 꿰고 있소. 과연 소천문의 의약당주께선 누구시외까?”
“동벽(東璧) 이시진 선생입니다.”
“허허. 동벽 이 선생이라. 공교롭게도 ‘본초학’을 집필하신 천하 삼대 의원, 동벽 선생과 별호도 같고 이름도 같은 분이구려.”
“네. 그분이니까요.”
“네?”
“바로 그분이 그분입니다.”
“허허허! 진 문주. 농담도 잘하는구려.”
“…….”
우리 의약당주가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이네.
아무래도 어디 가서 꿀릴 때마다…….
어르신 이름 좀 팔아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