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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34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2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34화

#34화

 

 

 

 

 

선악(善惡)…….

 

나는 인생을 두 번째 살아가는 전생자지만 아직도 선악의 기준을 잘 모른다.

 

물론 절대적인 선악의 방향은 있겠지.

 

예컨대, 타인의 권리와 이익을 침해한다든가, 인간이라면 배우지 않아도 응당 알 수 있는 인륜(人倫)의 상식에서 반하는 행위를 한다든가.

 

그것은 악이 틀림없으며, 반대의 경우는 선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평생 남에게 해악만 끼치다가 종내에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는 자가 있다면?

 

그건 또 기준이 모호해지지 않겠나.

 

물론 나는 그런 복잡한 ‘진리’를 심도 깊이 탐구할 마음 따위 조금도 없고, 그냥 꼴리는 대로 행하는 사람이지만 아무튼 선악을 명확히 정의하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그래서 나는 이런 신념과 가치들이 충돌할 때, 항상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한다.

 

그러고 나면, 일단 후회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니들이 하고 싶은 말은 이해했다. 그러니까 지금껏 인생의 모진 풍파 때문에, 흑사회에 몸담았고 거기서 더럽게 살았지만 회주도 죽었겠다, 받아줄 곳도 없겠다……. 그래서 소천문의 졸개라도 되어 회개하겠다. 뭐 그런 거 아니냐?”

 

“대충 맞는 말이오.”

 

“그래. 근데 나는 받아줄 수 없다. 물론, 너희 중에 어떤 녀석은 교육과 갱생을 통해 다시 태어나, 인간다운 삶을 살 수도 있을 거다. 흑도에 몸담았다고 악랄한 게 아니고 백도 명문정파의 도사라도 알고 보면 개X끼인 경우가 허다하니까.”

 

“그런 이치를 알면서 왜 우리를 받아주지 않겠단 거요?”

 

“잘 모르니까.”

 

“뭐요?”

 

“너희 하나하나의 성정을 알 수가 없는 데다, 너희 같은 악당들을 거두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확신이 없단 뜻이다. 결과적으로 내 행위가 선악의 모호한 경계를 밟게 된다면…… 나는 그냥 꼴리는 대로 하는 사람이다.”

 

“하면 우릴 죽이기라도 하겠단 거요?”

 

“아니. 비록 뒤지라고 말은 내뱉었지만 내가 살인을 즐기는 미치광이도 아닌데, 뭐 때문에 너희 같은 조무래기를 죽이겠냐? 다만, 근골 좀 부수고, 힘줄 좀 끊고, 대충 내공 있는 놈들은 단전을 폐해 두 번 다신 나쁜 짓 못 하게 만들어 주면 충분하겠지.”

 

“그게 죽이겠단 말과 뭐가 다른 거요?”

 

“다르지.”

 

“…….”

 

“그건 확실히 다른 일이야. 예컨대, 내가 너희를 죽일지 살릴지 알려주지 않는 상태에서 무작정 두들겨 팬다? 그럼 분명 너희 입에선 ‘제발 살려 주십쇼!’라는 말이 튀어나올 게 뻔하다.”

 

“…….”

 

“못 믿겠으면 믿게 해줄게.”

 

“문주. 말장난 그만하시오.”

 

“그 패기의 뜻은?”

 

“우릴 받아주지 않는다면 순순히 병X 될 마음은 없소. 차라리 당신과 싸우다가 이 자리에서 죽겠소.”

 

의외였다.

 

솔직히 흑사회 새끼들 전부 등신 양아치일 줄 알았는데.

 

놈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제법 남자다운 구석이 있는 게, 같은 사내로서 멋이 느껴진다고 할까?

 

물론,

 

“오냐. 어디 한 번 그 패기가 언제까지 가나 두고 보자.”

 

한 100대쯤 후려 패면 저 정신머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비굴하고 불쌍한 중생의 모습을 보일 게 자명하지만.

 

“덤벼라.”

 

 

 

 

 

* * *

 

 

 

 

 

몸이 날아갈 것 같다는 표현이 정확하려나.

 

아무튼 지금 내 상태가 그랬다.

 

‘‘역’ 속성에 ‘뢰’ 속성까지…… 두 가지 종류의 덩어리를 만드니 몸이 가볍네.’

 

‘속성’의 힘은 운용하지 않고 단전에 체득한 것만으로도 일종의 ‘공력’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역’ 속성 호흡을 일으켜 방대한 힘을 펼치면, 개방된 ‘뢰’ 속성의 힘도 일정 부분 자연스레 발현되는데, 덕분에 의식하지 않아도 펼치는 초식의 힘이 배가 된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무당파의 양의신공(兩儀神功)을 쓰는 도사가 동시에 화산파의 자하신공(紫霞神功)도 같이 쓰는 셈이니 얼마나 개꿀이겠나.

 

“사…… 살려주시오.”

 

나는 그 개꿀이란 걸 몸소 체험하는 중이었다.

 

“내 말 맞지? 신념이 올곧은 놈도 죽기 직전까지 처맞으면 생각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건 폭력 전문가인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나는 흑사회 놈들을 향해 무지성 폭력을 행사했다.

 

우선, 선봉에 덤비는 놈들에겐 그 용기를 높이 사, 목울대에 권격을 퍼부었고, 쫄아서 덜덜거리는 놈들에겐 그 등신 같음을 단죄키 위해 뺨따귀를 대충 50대씩 하사한 뒤, 부X을 차 줬다.

 

또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다, 도망치려는 자들에겐 그 비열함에 상응하는 형벌을 내렸는데, 신체 골격의 마디마디를 ‘역’ 속성이 가미된 완력으로 비틀어, 뼈와 힘줄을 터뜨렸고 광대뼈를 붙잡은 채 꾸욱- 눌러 면상을 내려 앉혀 버렸다.

 

그런데…….

 

그 지랄을 하고서도 내 체력은 아직 남아나는 상태다.

 

순간, 나는 서안 분타를 습격할 때와 지금의 내가 완전 다른 수준이 되었음을 체감했다.

 

‘회주 영감과 싸우다 독살(毒殺)당할 뻔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벽을 넘은 셈이네.’

 

이는 당초 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성장이었다.

 

전생 후, 나는 힘을 되찾는 시기와 그 정도에 대해 심도 깊은 연구를 거쳤다.

 

대략 지금 정도의 힘은 내년이나 내후년쯤 회복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이런 식이면 내년엔 진짜 ‘우내오십대고수’인지 나발인지에 이름 석 자 올릴지도?

 

“지, 진 문주! 살려줄 수 없다면…… 부디 단칼에 죽여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때.

 

나와 맨 처음 말을 섞었던 남자다운 사내가 입가로 피를 흘리며 무릎을 꿇더니 애걸복걸했다.

 

“너 이름이 뭐냐?”

 

“이, 이름 말입니까……?”

 

“그래.”

 

“헌원수요.”

 

“원수. 이름 한 번 뭐 같지만, 됐고. 아무튼 원수야.”

 

“네.”

 

“어차피 병X이 될 놈한테 무슨 의미겠냐마는, 적어도 내 철학이 네 신념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한마디 하는데, 앞으로 살면서 무슨 일에도 확신하지 마라.”

 

“아…….”

 

“네가 그랬지? 병X이 될 바엔, 차라리 여기서 싸우다 죽겠다고? 그래서 죽도록 패니까 어떠냐? 바로 살려달란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

 

“인간은 원래 그런 거다. 그러니까 앞으론 목숨 귀한 줄 알고 살아.”

 

“명심하겠소.”

 

“아. 그리고 원수야.”

 

“네.”

 

“물론, 언제나 예외는 있다.”

 

“…….”

 

“예컨대 나 같은 사람이 예외다. 내가 만약 너였으면 죽는 한이 있어도 살려달란 말을 안 했을 거다. 왜냐? 살려달라 해봤자 상대가 죽일 생각이면 어차피 죽을 거고, 죽여달라 사정해도 상대가 살릴 생각이면 결국 살게 되거든.”

 

“…….”

 

“뭐. 그냥 알아만 두라고. 어차피 나 같은 인간은 세상에 거의 없으니까.”

 

자랑처럼 떠든 소린 아니다.

 

원래 나란 인간 자체가 특정 ‘현상’에 대해 명확히 마무리하려는 경향이 있어 그냥 사실을 말해준 것뿐.

 

한데 왠지 놈들 표정을 보니 내가 이 와중에 제 자랑 늘어놓으며 잘난 척하는 꼴불견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더러워졌다.

 

쾅-!

 

“크악!”

 

그래서 나는 원수란 녀석의 머리통에 ‘당랑 꿀밤’을 강력하게 선사했다.

 

했는데…….

 

“원수야.”

 

“…….”

 

“원수. 인마. 숨 쉬어, 숨.”

 

원수가 답이 없다.

 

 

 

 

 

* * *

 

 

 

 

 

서안 분타에서처럼 악당들을 ‘정리’하고 난 뒤 체력이 달려 곯아떨어지거나, 내력 소모가 심해 운기조식을 한다거나….

 

그런 종류의 추태를 보이진 않았다.

 

다만, 150명 중 안타깝게 뒤진 시체는 장원 구석에 모았고,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병X이 된 악당들은 포승줄로 꽁꽁 감아 무릎을 꿇린 채 무료해서 코딱지를 파던 와중…….

 

일동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타났다.

 

“헉…… 헉. 아니…… 이게 다 뭔 일이래?”

 

순간 일동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사위를 두리번거리다 내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뭔 일이긴. 보다시피 다 정리했지.”

 

“허…….”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일동의 저 허탈한 한숨과 복잡미묘한 표정 말이다.

 

내가 철혈방 출신 강도들을 죄다 목줄 채워 관청으로 데리고 갈 때도 저 표정이었고 청방 두목한테 ‘멧돼지 새끼’라는 모욕을 퍼부을 때도 저 표정이었던 거 같은데.

 

이번에도 저 표정을 짓는 거 보니까 짜증이 치솟았다.

 

“일동아.”

 

“네.”

 

“그 표정 좀 안 지을 수 없냐? 마치 길 가다가 괴물을 발견한 사람의 표정이랄까? 아무튼 네 그 표정…… 좀 역한 게 거슬린다.”

 

“아! 형님. 그냥 놀란 표정 아닙니까. 그리고 세상에 이 꼴을 보고 누가 안 놀라겠수. 혼자서 이 많은 놈들을 죄다 후려 깠는데.”

 

“일동아.”

 

“왜요.”

 

“앞으로 소천문의 삼인자로 살다 보면 이런 일은 수도 없이 겪을 거다. 그때마다 놀랄 거냐?”

 

“됐고요. 그나저나 내가 왜 삼인자입니까? 명색이 부문주인데.”

 

“지랄. 나는 너한테 부문주하라고 한 적도 없고 네가 삼인자인 건 당연한 일이다.”

 

“???”

 

“소천문의 일인자는 문주인 나고. 이인자는 새로운 식구가 된 동벽 이시진 선생이야. 네가 어르신 위에 군림할 생각이었냐? 장유유서도 모르는 놈 같으니라고.”

 

“아…….”

 

“물론 향후 내부 사정에 따라 너는 사인자 내지 오인자. 아니면 그보다 더 밑으로 추락할 수도 있으니 그 점 명심하도록.”

 

“…….”

 

일동이는 어이가 없는지 경멸의 시선으로 날 뚫어져라 쏘아 보았다.

 

나는 태산만 한 덩치와 전혀 안 어울리는 일동의 그런 행동이 우스워서 잠시 킥킥거리다가 다시 말했다.

 

“일동아. 이 새끼들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겠냐?”

 

“형님…… 아니, 문주님이 알아서 결정하시죠.”

 

“그럼 방도를 일러줄 테니 잘 들어.”

 

“네?”

 

“외울 자신 없으면 어디 적든가.”

 

“뭔…….”

 

“우선 이미 뒤진 놈들의 시체에는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여 화장을 진행해라. 대충 열댓 명 되는데 너 혼자, 야산에 묻어주는 건 무리니까 그렇게 처리하고. 포박한 나머지 놈들은 석가장과 협의해서 최종 결정할 생각이다.”

 

“석가장이요? 언제는 왜 석가장한테 맡겼냐고 염병을 떠셔놓고.”

 

“뭐?”

 

“아…… 미안합니다. 아무튼 흑사회를 석가장과 공유하지 않을 거라고 했잖습니까.”

 

“그건 그냥 말뿐이었고 ……. 석가장이 이번 일에 개입한 건, 다 연우의 복안이 있기 때문일 거다.”

 

“후…… 뭐, 알겠수. 하면 석가장에 기별을 넣을까요?”

 

“그래야지. 근데 그건 내가 할 테니 너는 여기 있어.”

 

“네?”

 

“석가장에 기별을 넣는 것도, 놈들과 협의를 하는 것도. 전부 내가 할 일이니 너는 여기서 대기하란 말이다.”

 

“아니…… 나 혼자서요?”

 

“그럼, 여기 우리밖에 없는데 누가 대기를 해? 그리고 말했다시피 나는 오늘 늦기 전에 소윤이랑 산책도 해야 하고, 잠도 재워줄 생각이니 일단 너만 여기서 대기.”

 

“…….”

 

“목석처럼 움직이지 말고 대기.”

 

“…….”

 

“그게 싫으면 온갖 비바람과 태풍을 이겨내고 제 자릴 지키며 무성히 뻗어나는 한 뿌리 잡초처럼 굳건히 대기.”

 

“…….”

 

“혹시, 그것조차 마음에 안 들면 천하제일 점혈 고수한테 혈도를 제압당해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 비참한 무림인의 그것처럼 하릴없이 멍하게 서서 대기해도 되……”

 

“닥치쇼.”

 

“그래. 아무튼 난 간다.”

 

하필이면 소윤이가 갑작스레 보고 싶어진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일동만 남겨둔 채, 쾌경보를 펼쳤다.

 

좀 있으면 밤이 깊어질 텐데…….

 

혼자서 시체에 염하고 기름 부어 화장한 뒤 병X들 추슬러서 무한정 대기할 일동의 고생을 생각하니…….

 

슬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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