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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33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26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33화

#33화

 

 

 

 

 

동천, 석가장-.

 

“연우야. 나는 믿을 수가 없구나. 정말 그자가 사문도 없는…… 그러니까, 전혀 별호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소졸이란 말이냐?”

 

“그렇다니까요, 아버지. 소천 형님은 진소천이란 이름 석 자 외에 드러난 게 없습니다.”

 

“이름을 속인 것도 아니고?”

 

“아닙니다. 물론 제게 과거를 상세히 들려준 적이 없긴 하나, 최소한 정체를 감추기 위해 자기 이름 속일 만큼 치밀한 사람도 아니고요.”

 

“허…… 진소천이라. 생소한 이름이건만. 게다가 나이도 아직 서른이 되지 않았다지?”

 

“네. 대충 20대 후반쯤 되실 겁니다.”

 

“혹시 반로환동의 노고수는 아니냐? 아니면 역용술과 축골공으로 얼굴과 체형을 속였다든가…….”

 

“참… 아버지도.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그런 짓은 귀찮아서라도 안 할 사람인데다, 형님한테는 소윤이라고 4살짜리 딸도 있습니다. 딸 앞에서 거짓부렁 하겠습니까?”

 

“어린아이니 속일 수 있지 않으냐?”

 

“소윤이가 어려도 총명하기로는 일고여덟 살 아이와 맞먹으니 아닐 거예요.”

 

“음…….”

 

석대방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는 비록 화산파의 수많은 속가 중 하나일 뿐이지만 화산파 7대 검객인 청문도장을 스승으로 두고 석가장을 일구며 세력을 키워 동천의 실력자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무림사에 대해 식견도 넓었는데 이번 ‘흑사회 토벌’ 건은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에 부합하지 않아 납득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연우야. 네 말이 사실이면 이는 반길 만한 일이구나. 그러잖아도 화산과 종남의 고인들이 무림맹과 마교 간의 충돌로 상시 출타 중인 현 섬서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백도 소속 신흥 고수의 등장은 기쁜 일이다. 어찌 복이 아니겠느냐.”

 

“저…… 한데 말입니다, 아버지.”

 

“그래.”

 

“소천 형님은…… 그…… 백도 인물이 아닌데요.”

 

“응?”

 

“형님이 저한테 몇 번이나 대놓고 못을 박으셨습니다. 자기는 백도니, 명문 정파니 하는 것들과 결이 다르다고요. 그리고 형님 성격상 뭔가 무림의 대의를 위해 힘을 보탤 것 같지도 않고……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필시, 그가 장안의 ‘청방’이란 조직을 와해한 것을 시작으로, 흑사회의 서안 분타를 괴멸시켰다고 하지 않았느냐? 게다가 혈도마인 곽성호와 흑도의 고수로 이름깨나 날린 살마존 백귀호도 죽였다면서?”

 

석대방의 물음에 석연우는 난처함을 감출 수 없었다.

 

‘확실히 형님 행보만 보면 백도에 가깝지만…….’

 

그랬다.

 

진소천의 행적은 명백히 백도에 가까웠다.

 

하나 진소천이 그런 행보를 걸어온 데는 무림의 ‘대의’와 ‘명분’ 또는 ‘정의’의 가치보다 자신의 ‘이익’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터….

 

더불어 진소천의 성향상 향후도 그가 ‘백도’란 기치 아래 소속된 정파인들과 화합할 수 있을지 계산해본다면?

 

이내 고갤 젓는 석연우였다.

 

“아버지. 설명하긴 굉장히 복잡한데…… 일단 소천 형님과 소천문이 악당들을 토벌하고 마도를 경멸하는 건 사실이니, 결코 정파의 적이 될 일은 없습니다. 하나, 그렇다고 형님이 또 ‘정의’와 ‘명분’에 입각해 활동하는 사람이냐? 그건 또 아니거든요.”

 

“허어!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게냐? 알아듣게 말을 해라. 그러니까 진 소협이 정파인이란 거냐, 아니면 사마외도란 거냐?”

 

“굳이 따지자면…… 중도랄까요?”

 

“허! 참나. 안 되겠구나. 내 친히 진 소협을 만나봐야지. 나는 지금 화산파로 서신을 띄우마. 사부님과 함께 그자를… 아니, 그분을 한번 봬야겠다. 향후 섬서의 의인이 될지, 어떨지 궁금해서라도 안 되겠어.”

 

“맞습니다. 어차피 우리 석가장도 이 일에 개입된 이상 아버지도 소천 형님을 만나 보셔야겠죠.”

 

“그래. 하니, 너는 그분을 본가로 초대하거라.”

 

“아버지.”

 

“응?”

 

“죄송하지만 그건 안 될 말씀입니다만…….”

 

“그건 또 무슨 소리냐?”

 

“그 형님한테 오라 가라 했다간 머리통이…… 아니, 제가 욕을 먹을 게 뻔해서…….”

 

“???”

 

황당한 석대방이다.

 

일순, 뜨악! 하는 아들의 언행을 보고야 석대방은 진소천이 어떤 성정을 가졌는지 어렴풋이 파악할 것 같았다.

 

‘허…… 아무래도 그 젊은 친구. 상당히 골치 아픈 작자인가 보군.’

 

 

 

 

 

* * *

 

 

 

 

 

“내가 이래서 혼자 가겠다고 한 거다. 아냐?”

 

답답한 인간 같으니라고…….

 

흥평으로 향한 지 한 시진도 안 돼 나는 일동을 면박했다.

 

이유는 바로 내 경신술을 일동이 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형님. 그냥 말 타고 가면 안 됩니까? 굳이 이렇게 전력으로 경공 펼쳐서 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요. 괜히 체력만 빠져서 나중에 싸울 힘만 소진하는 거 아니요?”

 

“일동아.”

 

“네.”

 

“왜 그렇게 멍청해?”

 

“뭐가요?”

 

“자. 우리는 오늘 안에 흥평을 처리하고 와야 된다. 왜냐? 바로 동벽 선생 때문이다. 혼절했다가 깨어나자마자, 기별도 없이 외박을 하면 어르신과 소윤이가 또 얼마나 걱정을 하겠어?”

 

“아…….”

 

“그리고. 흑사회 새끼들도 병X이 아닌 다음에야 회주가 뒤졌는데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뭔가 조치를 취하려 하겠지. 그럼 한시라도 빨리 쳐들어가 놈들을 정리하는 게 맞지, 세월아 네월아 콧노래 부르면서 말을 타고 가? 놀러 가냐?”

 

“아…… 진짜. 그렇다고 제가 언제 세월아 네월아 콧노래를 불렀다고…….”

 

“됐고. 지금부터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흥평으로 간다. 오늘은 흥평 분타만 정리하고 해지기 전까지 집으로 돌아갈 작정이니 그렇게 알아.”

 

“형님! 그게 인력으로 가능한 일입……”

 

“가능하다.”

 

나는 더 이상 입씨름할 시간도 아까워 곧장, 쾌경보를 전속력으로 펼쳐 몸을 날렸다.

 

일부러 빨리 가려고 관도 대신, 최단 거리인 산길을 택했는데, 그 탓에 일동이도 더 힘들 터였다.

 

하지만…….

 

그건 일동의 사정이고 나는 녀석이 따라오든 안 따라오든, 내 갈 길 바쁘기에 그냥 미X 듯이 앞만 보고 달렸다.

 

막말로 일동이가 늦게 오거나 설령, 안 온다 한들.

 

당락에 뭔 놈의 영향이 있겠나.

 

 

 

 

 

* * *

 

 

 

 

 

결국…….

 

나는 혼자서 흑사회의 흥평 분타를 찾았다.

 

일동이도 지금쯤 혀가 빠지게 달려오긴 하겠지만 녀석의 속도면 한참 더 걸릴 테니 그냥 혼자 흥평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장수상단’.

 

역시나, 서안 분타와 같이 흑사회의 거점은 ‘장수상단’이란 현판을 걸어놓은 채였다.

 

대체 저놈의 장수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들이랑 전혀 안 어울리는 ‘상단’이라니…….

 

어쨌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 나는 그저 콧방귀만 뀌고서 곧장 ‘장수상단’으로 위장한 ‘흑사회’의 대문을 두들겼다.

 

내가 살마존 백귀호를 죽인지 칠주야가 지났으니 녀석들도 단단히 방비하고 있을 텐데.

 

과연 어떤 수작을 피울지도 궁금하고 또 나 혼자 패기롭게 쳐들어온 걸 알게 되면 무슨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한 찰나였다.

 

똑똑똑-.

 

“거, 계슈?”

 

답이 없다.

 

똑똑똑-.

 

“장수상단 아니요?”

 

그래도 답이 없다.

 

똑똑똑-.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쿵짜라 쿵짝.”

 

이래도 회신이 없어서…….

 

“야이 상놈의 새끼들아. 빨리 튀어나오지 않으면 서안 분타에서 생포한 네 동료들의 머리털을 몽땅 벗기고 거기에 광양산 특제 벌꿀을 잔뜩 발라서 땅에 묻겠다. 그러면 산짐승이며 벌레며 독사 새끼며 온갖 금수와 독충들이 너희 동료들의 정수리부터 머리통 전체를 갉아먹다가 나중엔 뇌수까지 쪽쪽 빨아먹겠지? 모르긴 모르지만 아마 진심 X나게 고통스럽지 않을까? 니들도 양심이란 걸 손톱의 때만큼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당장 기어 나와서 내게 큰절을 올리고 겸허히 철퇴를 받아라!”

 

일순.

 

나는 내가 욕을 퍼부어 놓고도 어찌 이렇게 차지고 맛깔나는 쌍욕을 구사했을까 싶어 실소가 터졌다.

 

생각해보면 나는 전생에 욕을 별로 한 적이 없다.

 

원래 살수라는 게 상대와 말 두 마디 이상 섞지 않고 칼부터 휘두르는 인간들이니 언제 욕을 많이 했겠나.

 

하나 전생 후의 내가 이처럼 욕을 잘하게 된 건, 모두 동동이들 때문이다.

 

그런 말도 있지 않나.

 

성인군자라도 양아치들과 어울리면 그 행세를 닮게 된다고.

 

없나?

 

없으면 말고…….

 

아무튼 내가 일동, 이동, 삼동과 ‘악당들 털어먹는 악인’으로 살다 보니, 종종 아가리로 싸움해야 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욕질에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했다.

 

예를 들면 ‘욕설’의 천무지체랄까?

 

끼익-.

 

그때였다.

 

내 환상적인 쌍욕 신공에 녀석들이 감동 받은 건지 굳게 닫혔던 대문이 슬쩍 열리며,

 

“……!”

 

이내 눈알이 화등잔만 해진 텁석부리 장한이 고개를 빼꼼히 내미는 것이었다.

 

“잡았다, 요놈.”

 

나는 대뜸 슬쩍 튀어나온 장한의 귓불을 꽉 거머쥐고 씨익 미소를 선보였다.

 

근데 그게 그냥 거머쥔 게 아니라, ‘역’ 속성 덩어리 기운을 약간 녹인 상태여서 아마 놈은 지옥을 체험 중일 것이다.

 

“노, 놓으시오!”

 

“응.”

 

그래도 녀석은 서안 분타 문지기처럼 다짜고짜 하대하거나, 욕을 퍼붓지 않길래 나는 귓불을 놔주며 대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오. 이것들 보소.”

 

그러자, 눈앞에 대략 150여 명쯤 되는 인영들이 들어온다.

 

딱, 봐도 면상에 ‘나 악당이요!’ 하고 쓰여 있는 사내들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내 등장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분위기는 다소 수더분했다.

 

“혹시 당신이요?”

 

그 순간.

 

개중에 옥석이라고 150인의 못생긴 악당 중 그나마 사람 같이 생긴 놈이 무리를 비집고 나와 물었다.

 

“뭐가?”

 

“당신이 바로 소천문의 문주냔 말입니다.”

 

“그래. 내가 소천문의 문주, 진소천이다.”

 

“이야기 들었소. 귀하가 단신으로 서안 분타를 작살 냈다고. 회주님마저도 당신 손에 죽었다지요?”

 

“그래. 네 회주는 죽는 순간, 살려주면 안 되냐고 묻기까지 했다. 그래도 백귀호는 그나마 낫지. 곽 호법 새끼는 비명도 못 지르고 한 방에 심장이 터져 뒤졌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복잡하게 말해도 된다.”

 

“서안 분타의 몰락과 회주의 작고 소식을 듣고 우리는 이곳에 모두 모여 회의를 거쳤소. 혼자 서안 분타 형제 전원과 곽 호법, 회주를 제압할 정도의 무인이라면 우리 같은 조무래기는 한 식경 만에 쓸어버릴 테지요.”

 

“한 식경은 뭔 놈의 한 식경이야. 촌각이면 니들 머리, 어깨, 무릎, 발까지 몽땅 가루 만들어 줄 수 있지.”

 

“해서 우린 무의미한 항쟁을 하기보다 투항하기로 마음먹었소. 보다시피 여기 있는 인원이 흑사회 전원이라고 생각하면 되오. 나머지 동도들은 회주의 사망 소식을 듣자 회를 탈퇴하고 제 살길 찾아 떠났지만 우리는 끝까지 남아 이곳을 지키는 중이요. 솔직히 말해, 우리 같은 하류 인생이 무리 짓지 않는다면 뭐로 먹고살겠소?”

 

“그래서. 네 말의 요지가 뭔데?”

 

“말했잖소. 투항하겠다고. 화산파의 속가인 석가장과 장안, 소천문이 섬서의 평안을 유지하기 위해 흑도를 섬멸 중이라 들었소. 갈 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받아줄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니 우리는 당신 밑에 들어가겠소.”

 

“여봐.”

 

“……?”

 

“일단 잘못된 거 하나, 정정하자. 소천문은 섬서의 질서 유지를 위해 흑도를 섬멸하려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딱히 흑도를 처단하는 정의의 사도가 되고 싶지도 않다.”

 

“그럼…… 장안에 파다한 풍문은……”

 

“그딴 풍문 나는 모르고. 아무튼 소천문은 화산판지 뭔지 걔들 속가도 아니고 석가장이랑 하등 관계없다는 뜻이다.”

 

“……그렇소?”

 

“그리고 이 새끼야.”

 

“뭐요?”

 

“누구 마음대로 내 밑에 들어오겠다는 거야? 소천문이 어디 동네 쉼터인 줄 아나?”

 

“…….”

 

“니들에게 갱생의 기회는 없다.”

 

“하면 어쩌란 거요?”

 

“그냥 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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