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30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5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30화
#30화
“솔직히 말해 자네가 싸우는 모습은 인상 깊었네. 서안 분타의 150인은 본회의 정예에 속하며 곽 호법은 나와 본회를 이끌어 갈, 수장격 인물이었어. 한데, 자네 같은 듣도 보도 못한 인간이 혈혈단신으로 본회를 급습해 모두 도륙했으니, 이것도 어쩌면 운명 아닐까 하네. 생각해보니 어이없군. 언젠가 흑사회가 몰락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게 자네 같은 무명소졸에 의한 것일 줄 상상도 못 했건만.”
내가 연신 웃음을 터뜨리는 와중에도, 노인장은 차분한 어투를 고수하며 말을 이었다.
나는 그 점이 불쾌했다.
저 여유…….
대관절 노인장은 어떻게 저리 태연자약할까.
“영감탱이야. 세상사 원래 그런 거다. 특히, 강호는 더 그래. 언제 어디서 어떻게 뒤질지 모르거든.”
“그 말이 자네에게도 적용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나?”
“물론 나한테도 적용되는 말이다.”
“한데, 그리 오만하게 구는 겐가?”
“그래. 그래도 나는 오만하게 군다. 왜냐면 나라는 인간 자체가 죽음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믿지 못하겠지만, 나는 일생을 죽음에 초탈한 채로 살아왔다. 그래서 누구에게든 항상 오만할 수 있고, 또 그래도 되지.”
“죽음 앞에 초탈한 사람은 없네. 적어도 나는 살면서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지.”
“네가 모른다고 해서. 네가 못 봤다고 해서, 그게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단언하는 게 얼마나 멍청한 건지 모르나 본데. 그를 두고, 대개 ‘우물 안 개구리’란 표현을 쓴다. 이 무식한 영감아.”
“허허. 좋네. 하면 자네가 과연 나 같은 우물 안 개구리를 어찌 넘을 수 있는지 궁금하니, 보여주게나.”
“오냐. 참고로 나는 오늘 널 썩은 송장으로 만들어 시체를 불태우고 그 향내를 맡으며 편안하게 숙면 취할 생각이다. 삼동이가 그러던데 요즘은 향초 피워놓고 냄새 맡으면서 자는 게 유행이라더라고.”
“…….”
좋아.
내 스스로 생각해도 광인이 아닐까 싶을 만큼 개소리를 쉴 새 없이 퍼부었더니 노인장의 얼굴에 서서히 노기가 서린다.
아니면.
지금 내가 진짜 반쯤 돌아버린 걸 수도 있고…….
그만큼 지금의 나는 체력이 부족하다.
딱 봐도 한가락 할 거 같은 노인과 상태 좋을 때 붙어도 될까 말까 한 데 ‘역’ 속성 덩어리를 죄다 녹여낸지라, 공력도 여의치 않고.
“영감. 혹시 댁이 강호 선배니까 삼초를 양보해 줄 생각 있냐?”
그러거나 말거나.
어차피 나는 노인과 생사 혈투를 펼쳐야 하는 입장이다.
해서, 마지막까지 그의 심기를 건드리며 기습의 때를 기다렸다.
기다렸는데…….
“이제 그 입 좀 다물게나!”
파앙-!
기습은커녕, 나는 노인의 선공에 기습을 받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타탁!
다행히 노인은 나와 같은 적수공권의 박투술을 펼쳤는데 그 선공은 기를 손가락에 집중시킨 조법(鳥法)의 일종이라 나는 간신히 첫 공격을 각법으로 쳐낼 수 있었다.
하나 만약 노인이 조법이 아닌 검(劍)이나 도(刀)를 사용했다면 사정권이 길어서 미처 반응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반응이 빠르군.”
파파팟!
노인은 첫 격돌의 짤막한 소회를 남기고 더 예리한 공격을 펼쳐 날 압박했다.
필시 내 체력 상황을 짐작하고 틈을 주지 않을 심산일 텐데, 나는 눈앞에 날아드는 날카로운 조법을 ‘철두공’으로 받아내 거리를 조절했다.
꽈앙, 꽈앙, 쾅!
‘얼얼하네.’
진짜 머리가 얼얼했다.
나는 평소 머리통으로 자연석을 깨뜨리는 차력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데, 그런데도 두개골이 얼얼한 걸 보면, 노인의 손가락에 실린 경력이 웬만한 날붙이를 상회할 것이었다.
샤아아악-!
그렇게 노인의 조법에 맞서 나는 머리통, 팔꿈치, 퇴법, 주먹, 무릎 등 신체 모든 부위를 사용하며 공방을 주고받았는데 어느 순간, 조법에 실린 기세에서 칙칙하며 불쾌한 기파가 전해졌다.
“혹시…… 독(毒)이냐?”
“비열하다 원망 말게. 이는 내 암향조법(暗香鳥法)을 7성 이상으로 펼치면 자연스레 발동되는 기운일 뿐일세.”
독이라…….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워낙 노인의 결 자체가 고고했던지라, 이 양반이 흑도의 인물임을 간과한 터였다.
이래서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
말하는 본새만 보면 거의 무당파 학도사 느낌인데 싸움을 시작하기 무섭게 ‘독질’이라니…….
“원망은 무슨. 나는 싸울 때 정정당당이니 뭐니 씨불이는 병X은 아니니 걱정 말도록. 영감은 영감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하나 나는 노인의 독수에 외려 공감했다.
이게 무슨 명문정파 무인 간의 비무도 아닐진대, 목숨 걸고 싸우는 와중 독이면 어떻고 암기면 어떠랴.
무릇 싸움이 그런 거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싸움은 온갖 수작을 펼쳐서라도 이기는 놈이 장땡이고 나는 항상 이기는 싸움을 해왔다.
“이해해 주니 고맙네, 진소천. 그럼 자네 말대로 최선을 다해 독수를 펼치겠네.”
그렇다고 최선을 다할 것까진…….
야비한 새끼 같으니라고.
* * *
‘끙…….’
대충 70합의 공방이 넘어가니 몸에서 신호가 온다.
비단 체력이 문제가 아니었다.
노인의 ‘암향조법’이 품은 독성이 하필이면 ‘신경독’의 일종인지 신체 세포가 둔화되는 게 느껴졌는데 순간, 절로 전생에 ‘사천당문’의 인물을 암살하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진짜 뒤질 뻔했지.’
말 그대로 그땐 지금보다 상황이 심했다.
일격에 상대의 모가지를 따지 못한 바람에, 상대가 쏟아내는 ‘만천화우’라는 필살 절초를 감당해야 했는데, 그때 미처 다 쳐내지 못한 암기에 적중당해 전신의 피부가 새파랗게 질렸었지.
아마 당시, 싸움이 조금만 더 장기전으로 치달았다면 죽는 건 상대가 아니라 나였을 것이다.
이후, 나는 독(毒)의 무서움을 절실히 깨달았고 그래서 의술 공부도 열심히 했었다.
“허허. 자네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네. 누가 봐도 중독된 게야.”
그때, 조법으로 내 사위를 점유하며 공격을 펼치던 노인이 비릿한 조소를 머금고 말했다.
“나도 안다, 영감.”
“한데도 기세가 꺾이지 않았군. 다소 무모하다고 할까? 아무튼 자네는 재밌는 사람이야.”
“영감. 미안하지만 옛날이야기 하나 들려줄까?”
“…….”
“나는 예전에 당문의 ‘만천화우’도 당해 본 사람이다. 언제 노환으로 뒤져도 이상하지 않을 영감의 독수 정도야 사흘 밤낮 처맞아도 죽을 일 없다는 말이다.”
“농담이 지나치군. 만천화우는 당문의 필살 절초일세. 그를 당하고 살아남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네.”
“봐라. 이게 나와 영감의 차이다. 내가 이 와중, 영감한테 거짓말을 해서 무슨 이득을 얻겠나? 이래서 영감은 ‘우물 안 개구리’란 거야.”
“이제 보니 자네…… 심마(心魔)가 찾아온 게로군. 계속 정신 나간 소릴 지껄이는 걸 보니.”
쾅-!
일순, 노인의 안면에 각법을 집어넣으려 했는데 그가 십(十)자로 팔을 교차해 막아냈고 나는 반탄력을 이용해 한참 거리를 벌렸다.
“그래. 맞다, 영감. 어쩌면 나는 곽 호법을 상대할 때부터 심마에 빠진 상태일지 몰라.”
영감의 지적은 정확했다.
사실 나는 아까 전부터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곽 호법을 상대할 때는 정신이 멀쩡했다.
더불어, 노인장과 50합을 겨룰 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성의 끈을 잡기 위해 발버둥 쳤다.
하나 70합이 넘어가고 그의 독기가 내 신체를 점거하기 시작한 순간 나는 일종의 ‘무아지경’ 속으로 스스로를 던진 상태였다.
고오오-!
그러자, 나는 내면에 침잠한 거대한 본능을 마주하고 말았다.
「殺殺殺!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인다.」
나는 나의 본능이…….
두렵다.
타다다다다닥-!
노인의 암향조법과 내 십초무적공이 펑펑, 휘광을 터뜨리며 격돌하는 와중에도 나는 모골이 송연했다.
‘…….’
왜일까.
나는 대체 왜 두려움을 느끼는가.
제아무리 지독한 육신의 고통도 웃으면서 감당하고 죽음이란 영역마저 초탈하여 전생자가 된 내가 대체 무엇 때문에 이토록 본능을 두려워하는가?
「너는 고금제일의 살인자니까.」
그래.
그랬었지.
나는 대(大)천마신교의 3000 살수회를 이끄는 ‘살수대장.’
고금제일의 살인 전문가였지.
전생 후의 나는…….
어쩌면 본능을 애써 외면해왔을지 모른다.
‘더 이상 살인광으로 살지 않겠다.’
이러한 각오와 의지가 정체성을 부정하고 뿌리치고 회피하려 했던 게 아닐까.
「너는 고금제일의 살인자다. 운명을 피하지 마라.」
어느새 점점 본능의 ‘전성’이 내 뇌리 전체를 뒤흔든다.
「너는 고금제일의 살인자. 죽이고, 죽이고, 또 죽여야 하는 살성(殺星)의 운명.」
두 눈의 망막은 진득한 혈광(血光)으로 빛나고 입에선 짐승의 울부짖음이 흘러나왔다.
역동하는 핏줄기는 활화산의 용암처럼 뜨겁게 달아오르고, 영혼과 육신은 필살(必殺)의 집념으로만 점철되어가는데.
“낄낄낄.”
그 와중 입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를 본, 노인장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 * *
「7호. 내가 왜 자네를 중용하는지 아나?」
「모르겠소, 교주.」
「자네는 정말 강한 사람이네. 그 때문에 그런 것이야.」
「단순히 그뿐이요?」
「그러하네.」
「천하에 나보다 강한 사람은 많소.」
「그렇지. 하나 그런데도 자네보다 강한 사람은 천하에 없네.」
「무슨 말이오?」
「자네는 스스로의 ‘심기체’를 완전히 이해하며 다룰 수 있지. 자네보다 높은 경지의 무인(武人)은 있을지언정, 더 완벽한 무인은 없다는 말일세.」
「어렵군. 이해가 안 될 만큼.」
「언젠간 알 수 있는 날이 오겠지.」
「…….」
「그리고 그날이 오면. 자네는 비로소, 나보다 강해질 거야. 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천하제일인’이 되겠지.」
전생에 교주와 나누었던 대화다.
그때는 그저 교주가 술 한잔 걸치고 고적해서 헛소리하는 것이라 여겼는데.
나는 이제야 교주가 했던 말의 진의를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파지직-!
“자, 자네…….”
일순, 내 신형에서 번개가 번뜩였다.
돌연 기도(氣道)가 완전히 전환되었고, 어느새 눈에 가득했던 혈광조차도 서서히 가라앉았다.
“고맙다, 영감.”
“…….”
“덕분에 심마에 빠졌고 그 심마 때문에 깨달음을 얻은 셈이니, 영감은 내 은인이야.”
새삼, 깨달음이라 할 것도 없다.
다만, 나는 방금의 심마로 인해 기억에 잠들어 있던 한 가지의 ‘자연결’ 속성을 ‘잉태’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
“대, 대체 그게……”
내 기도의 변모에 따라, 노인의 기도 또한 점점 변화했다.
시종일관 여유로웠던 그는 이제야 두려움을 드러냈는데, 나는 그 두려움을 이내 공포로 바꾸어 줄 생각이다.
콰앙-!
섬전일격(閃電一擊).
내 질풍권은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노인은 그를 목도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나 질풍권에 격중당하는 순간, 그도 깨닫겠지.
‘뢰(雷) 속성을 개방했다.’
자신의 죽음을….
콰콰콰콰쾅-!
“크학!!!”
나는 하단전에 새로 생성된 뢰 속성 덩어리를 세맥 구석구석으로 유도하며 승화했다.
그렇게 도합 열두 번의 질풍권에 번개의 힘을 씌운 뒤, 권격 세례를 퍼붓자, 노인의 전신이 벼락으로 불타고, 부서지고, 살갗이 터지며 피범벅이 되었다.
콰콰콰콰콰쾅-!
“크아아아악!”
노인은 벼락에 타들어 가는 와중에도 살고자 애를 썼다.
양팔을 가로질러 권격을 막아내려 했고, 거북이처럼 몸을 둘둘 말아 급소를 보호하다가, 그도 부족했는지 등을 보이며 도망도 쳐봤다.
하나 그 모든 행위는 내 폭력 앞에서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몸부림에 불과했다.
‘후…….’
‘살인자의 본능.’
아무리 씻어내려 해도, 씻을 수 없는.
아무리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그 지랄 맞은 본능의 심마(心魔)를.
나는 그저 온전히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마주했다.
그리고 그것은 풍(風)-뢰(雷)-수(水)-화(火)-역(力)의 자연 속성 중, 가장 강력한 살상력을 자랑하는 뢰(雷) 속성을 개문(開門)하는 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