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21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7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21화
#21화
“……!”
“……!”
“……!”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나를 제외한 장내의 모두는 아주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였다.
개중 어떤 놈은 어깨를 떨기도 했고, 또 어떤 놈은 손으로 입을 막는 시늉을 했는데 나는 저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분위기 왜 이래? 내 권고가 너무하다 싶어 그러는 거냐, 아니면 나 같은 무명소졸이 엄포 놓는 게 같잖아서 그런 거냐? 전자면 절충안을 고려해 볼 생각이지만 후자면 어떤 자비도 베풀지 않을 거다. 그러니까 빨리 결정해라. 여기서 버티다가 처맞고 X신 되든지, 아니면 고분고분 꺼지든지.”
그래도 나는….
성정이 다혈질이거나, 말이 안 통하는 고집불통 벽창호가 아니기 때문에 나름 기회를 줬다.
말 그대로 나는 놈들이 내 권고의 부당함을 피력하면 합리적 절충 방안까지 모색할 요량이었던 것이다.
하나 애석하게도….
“지, 진소천…. 네놈이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한 모양이구나!”
청방 두목 멧돼지는 내 넓은 도량을 이해할 마음이 없는 모양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대화로 끝내려 했는데. 역시 안 되겠네? 후….”
나는 아쉬운 한숨을 내쉬며 마지막 통보를 내뱉었다.
그러자, 두목 멧돼지가 또 분위기 파악 못 하고 끼어드는데,
“야이 개 같은 새끼야. 내 이름을 걸고 오늘 네 오체를 갈기갈기 찢고 그 시체를 태워 장안교 호숫가에 뿌려주겠다!”
나는 그 꼬락서니가 우습기도 하고, 때마침 슬슬 움직일 때도 됐기에 일동, 이동, 삼동을 아울러 말했다.
“자, 드가자.”
* * *
“덤벼라, 쓰레기 놈들아.”
“아주 피떡을 만들어주마!”
“들어와, 이 상놈 새끼들아!”
전투가 시작되기 무섭게 일동, 이동, 삼동이 고래고래 고함을 내지른다.
나는 저들이 왜 저렇게 꼴값을 떨면서까지 상대를 도발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일단 동동이 형제는 과거, 청방 소속.
놈들과 한솥밥 먹던 사이였다.
그렇다 보니, 동동이 형제는 현재 배신자 비슷한 처지가 되었고, 청방 놈들이 시시각각 발산하는 경멸의 눈빛을 심적으로 감당하기 힘들 터였다.
하나 나는 확신했다.
일동, 이동, 삼동이 그런 얄팍한 감성에 젖어 싸움을 그르칠 일은 없을 거란 걸.
그만큼 동동이 형제는 과거를 후회했고 조직을 탈퇴할 즈음부터 패악질을 일삼던 청방에 환멸을 느끼지 않았나.
그 때문에 오늘 일동, 이동, 삼동은 지난날의 과오를 스스로 청산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않았는데….
“이 배신자 새끼들!”
“죽여버려!”
“눈알을 뽑아주마!”
연화각 내부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인원이 대거 튀어나오며 동동이 형제를 향해 흉험한 병기를 들이대는 게 아닌가?
‘못해도 백 명 넘겠네….’
순간, 나는 동동이 형제를 도와줘야겠다 싶어 녀석들이 대치 중인 곳으로 신형을 옮기려 했다.
하나 그럴 수 없었다.
두목 멧돼지와 그놈의 오른팔, 왼팔로 보이는 집돼지 닮은 놈, 토깽이처럼 앞 강냉이 튀어나온 놈이 대도(大刀)를 들고 앞을 가로막은 까닭이었다.
“흐흐. 진소천. 연화각에 들어온 순간부터, 네놈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두목 멧돼지가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그 비릿함이 어느 정도냐면 보기만 해도 토악질 나오는 역겨움이랄까?
놈의 시커먼 피부에 살집이 흘러내리는 뚱뚱보 체형, 더불어 썩은 미소 사이로 흘러나오는 기름진 음성과 누런 치아를 보니 짜증이 치솟았다.
그래서 나는 일언반구의 대꾸도 없이 그대로 행동을 시작했다.
꽈아앙-!
나는 두목 멧돼지의 안면에 발차기를 먹여주었다.
“두, 두목!”
“두목!”
그러자, 두목은 떨어져 나가는 누런 강냉이와 함께 바닥에 처박혔는데 동시에 집돼지 닮은 놈과 토끼 닮은 놈이 불신의 눈으로 두목과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놀랐냐?”
나는 아직도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집돼지와 토끼에게 물었다.
하나 놈들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마 녀석들은 내 ‘무반동’ 발차기에 넋이 나갔을 것이다.
‘무반동 박투술’이 이렇게나 무섭다.
본래 모든 외공에는 일정한 선행 동작이 존재한다.
그 때문에 무인 간의 싸움은 범인들과 달리 공격을 보고 피하고, 다시 반격하는 등 격식 있는 전투가 가능한 것이다.
그만큼 선행 동작은 상대의 공격 형태와 투로(鬪路)를 예측하는 정보로 작용한다.
하나 내 ‘무반동’ 초식은 선행 동작이 전무하다.
주먹을 날릴 땐, 딱 주먹만 날아가고 발차기를 날릴 땐, 딱 발만 날아갈 뿐, 주먹질과 발길질을 위한 불필요한 움직임이 원천적으로 배제되는 것.
이는 내 살수 경험이 만들어 낸 장점이자, 내 무학의 근본이었다.
“너….”
“네, 네놈… 대체!”
순간, 집돼지와 토끼가 뜨악한 표정으로 말문을 더듬었다.
“이제 알겠냐?”
“…….”
“내가 연화각으로 들어온 순간…. 너희들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씨익-.
나는 두목이 내게 했던 대사를 그대로 돌려주며 놈의 역겨운 미소마저 모방해봤다.
이런 꼴값은 떨기 싫은데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됐다.
왜일까?
전생한 후로는 자꾸 재밌는 생각이 떠오르고 희한한 행동이 튀어나온다.
아마 전생과 다른 삶을 살아서 정신머리가 나간 게 아닐까?
퍼어어억-!
“크윽!”
빠아아악-!
“크아악!”
어쨌든 각설하고, 나는 곧장 다음 행동에 착수했다.
내 다음 행동은 눈앞에서 멍청하게 서 있는 집돼지와 토끼의 면상을 박살 내는 것이었다.
“저, 저런 X새끼가!”
창졸간에 집돼지와 토끼의 안면에 각각 일권(一拳)을 꽂아주니 놈들의 코에서 피와 부러진 뼛가루가 섞여 나왔고 우연히 그를 지켜본 다른 놈의 입에서 충격 섞인 쌍욕이 튀어나왔다.
나는 이내, 다른 놈의 정수리에도 찍어차기 한 방을 선사했는데 나도 모르게 각력(脚力)을 지나치게 줬는지 처맞은 놈의 머리통이 깨져 버렸다.
“컥!”
놈은 단말마에 가까운 한 음절의 신음을 내뱉고 썩은 고목처럼 쓰러졌는데 아마 죽거나 혹은 평생 바보가 될 것이다.
“너무 세게 때렸네. 미안.”
그러니까 강호에선 입조심 했어야지.
뭐, 사실 입조심 했어도 결과는 도긴개긴이겠지만.
* * *
확실히 나는 강해졌다.
이는 지금의 전투 양상이 방증하는 바였다.
전생한 후, 내 최초의 전투는 흑사회의 복면인 다섯을 상대할 때였고, 바로 다음이 철혈방 출신의 강도 100명을 상대할 때였는데, 그때마다 나는 내가 심각하게 약해졌음을 절감했었다.
특히 철혈방 강도들을 상대할 땐, 나도 모르게 심마(心魔)에 빠졌는데 그때 잘못했으면 아마 100명을 산 채로, 회 떠버리는 극악무도한 살상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
하나 이번엔 어떤가?
철혈방 강도들보다 훨씬 잘 싸우는 청방 왈패들 120여 명을 상대로 나는 숨 한 번 몰아 쉬지 않는 강철 체력을 뽐내는 중이었다.
강호엔 이런 말이 있다.
「강호엔 기인이사가 장강의 모래알처럼 많다.」
이 말의 요지는 강호 바닥에 별의별 인간이 다 있으니 항상 겸손하란 건데….
그를 감안하더라도, 사람이 몇 달 만에 나처럼 강해지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아마 교주나 정파 최고수인 검황 독고황 영감이 천무지체를 가르쳐도 이 정도 성장은 구현시키지 못할걸?
하나 나는 그런 불가능을 실현시켰다.
물론, 이는 내가 고금제일기재 같은 천재라서 이룩한 게 아닌, 전생자의 경험을 살린 이점 때문이지만 어쨌든 내가 대단한 건 사실이므로 자부심을 느껴도 된다.
특히,
“쉽게 당할 성싶으냐!”
“와라! 뼈가 부러져도 이빨로 깨물어서 죽여 줄 테니.”
“아직 안 끝났다, 이 새끼들아!”
엄청난 수적 열세를 극복하며 고함을 내지른 채, 잘 싸우는 동동이 형제를 보니 가슴 한구석에 고양감이 일었다.
“저, 저것들이… 정말 강 씨 형제가 맞나?”
“강 씨 형제도 강 씨 형제지만… 저 진가 놈은 정말….”
“…실화야?”
또한 예상치 못한 우리의 선전에 청방 놈들은 충격의 눈으로 상황을 주시하며 대경했는데 나는 그들이 더 놀랄 틈도 주지 않고 철두공을 펼쳐 안면을 작살 냈다.
“크아아악!”
한 마디로 지금의 연화각은 흡사 아비규환, 수라지옥도, 악당들의 격전장, 장안의 치안이 우뚝 서는 역사적 현장, 소윤 애비와 전직 왈패 3인방이 X만 한 동네의 패권을 거머쥐는 기념비적인 현장이 되는 중이었다.
[일동, 이동, 삼동아. 니들 동작 완만해지는 거 보니 체력 고갈이다. 슬슬 방어하면서 내 뒤로 빠져라. 팔에 알배기고 다리 후들거리는 채로 싸우다가 재수 없으면 칼침 맞는다.]
나는 이리 번쩍, 저리 번쩍 청방 놈들을 휘젓다가 슬슬 행동이 느려지는 동동이 형제에게 전음을 보냈다.
전음의 내용대로 일동, 이동, 삼동은 어느새 체력적 한계에 봉착하고 있었다.
지금은 괜찮다지만 저렇게 무아지경으로 계속 싸우다간 자칫 잘못해 칼침 맞고 뒤지는 수가 있어서 걱정이 됐다.
뭐….
저만하면 녀석들이 제 몫을 충분히 하기도 했고.
[네, 소천 형님.]
[알겠습니다, 큰형님.]
[네, 형님.]
그러자, 뒤로 빠지란 내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일동, 이동, 삼동은 부리나케 내 뒤로 훌쩍 숨듯 이동했는데, 나는 황당해서 잠시 뇌 정지를 느끼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다시 전음을 보냈다.
[슬슬 방어하면서 뒤로 빠지랬더니, 그렇게 대놓고 냉큼 빠지냐? 양심이 있는 새끼들인가….]
하나 동동이들은 묵묵부답.
손 안 대고, 코 풀겠단 심보인 모양인데 이 부분은 나중에 응징하기로 하고.
파파파파파파…!
일순, 나는 자연결의 역 속성 덩어리를 녹여, 내력으로 치환하고 중단전을 거쳐 반사신경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그러고는 전방의 왈패들을 향해 고산팔벽-권-장-퇴-지의 일격을 무반동으로 시전했는데, 이 모든 신체 타격이 각, 12회씩 연환으로 펼쳐지는 데 소요된 시간은 그야말로 찰나였다.
“세, 세상에!”
“큰형님… 진짜 사람 아니었네.”
“내가 지금 뭘 본 거야?!”
내 연환 공격은 거의 번쩍하고 내리꽂는 번개 같았다.
이게 얼마나 빨랐냐면 시전하는 나도 놀랐고 동동이 형제는 멍청한 눈으로 감탄사만 터뜨렸으니.
물론,
“끄으으윽….”
“윽….”
“쿠헥…!”
당하는 청방 놈들은 내 공격을 목도조차 못 한 채, 팔다리가 부러지고, 안면이 박살 나고 대가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신음만 내뱉었는데.
“사, 살려… 살려주십쇼, 대형!”
“대형. 제발 그만하십시오!”
“자, 잘못했습니다. 대형이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요!”
이내 살아남은 멀쩡한 놈들은 무릎을 꿇고 날 향해 읍소를 하기 시작했다.
“이놈의 새끼들. 이제 그만할까?”
근데 왜일까?
나는 또 나도 모를 얄궂은 대사를 내뱉어 버렸다.
사실 이 대사는 얼마 전 일동이 산적들을 정리할 때, 으스대며 했던 말인데 그땐 녀석의 거들먹거림이 대사와 어우러져 상당히 역한 탓에, 뒤통수를 후려쳐줬다.
근데 그 등X 같은 대사를 내가 내뱉다니….
아니나 다를까, 일동이 표독스러운 눈알로 날 노려봤고 나는 그 눈빛이 민망해서 곧장 상황을 모면코자 초주검이 된 청방 놈들한테 다시 말했다.
“대충 상황 정리된 거 같고. 이제 슬슬 계산해 볼까?”
“……???”
“연화각 장부 몽땅 가져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