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20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2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20화
#20화
“이럴 줄 알았지!”
“미친!”
“큰형님.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요?”
얘들 반응이 왜 이래?
순간, 동동이 형제는 학을 뗀 표정으로 고갤 절레절레 흔들었다.
물론,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뭔 실언이라도 한 건가?
“니들 왜 그러냐?”
내 물음에 일동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소천 형님. 난 형님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소. 솔직히, 형님 실력과 배짱이면 잘나가는 명문정파 일원이라 해도 한 수 접어야 할 거요. 하나, 형님은 가끔 너무 무모하오. 청방은 일개 왈패 집단이지만 역사가 오래되었소. 말인즉슨, 섬서 전체의 흑도와 연줄이 닿았단 거요. 뭔가 계책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요?”
일동의 말을 곱씹어 보니 일리가 있었다.
하나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
청방은 오래 묵은 악당들이니 섬서 이곳저곳의 흑도와 연줄이 있을 터다.
한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일동아.”
“네, 소천 형님.”
“뭔가 착각하는 거 아니냐?”
“무슨 착각요?”
“너 혹시 우리가 체계적인 문파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 우린 고작 네 사람으로 이루어진 현상금 사냥꾼, 악당들 털어먹는 악인, 일개 소윤 애비와 어제의 동네 양아치 3인방에 불과하다. 그런 우리가 왈패 놈들 털어먹는 데 무슨 놈의 계책이야?”
“혀, 형님. 그래도 그렇지….”
“일동아.”
나는 당혹스러워하는 일동의 항변을 가차 없이 자르며 말했다.
“사람이 일을 할 땐, 이것저것 가리지 않아야 한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되면 결국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거야.”
“그게 뭔….”
“너도 그렇고. 이동, 삼동이도. 너흰 존X 단순하고 무식한 동동이 형제다. 어울리는 행동을 하도록. 너희한테 장고 재는 건 안 어울린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아….”
나는 이 순간, 스스로 청산유수란 생각을 했다.
솔직히 내 말은 궤변이다.
그건 말을 뱉은 당사자인 내가 잘 안다.
하나, 내 언변은 거침없었고 일동은 말문이 막혀, 답변도 못 한 채 말끝을 흐렸으니 결과적으로 나와 일동의 촌각 토론은 내 승리였다.
“가자. 청방으로.”
* * *
까놓고 말해서….
지금의 내 행동은 병X 그 이상, 이하도 아님을 인지한 상태다.
고작 네 사람이 장안 최고 건달패를 찾아가는 데 아무런 방비 없이 무지성으로 돌진하는 게 말이 되나.
아마 일동, 이동, 삼동도 그 점에서 어이가 없을 것이다.
하나, 어쩔 수 없다.
나는 이미 전생을 체험한 전생자이지만 내 전생은 오직, 살인으로만 점철되어 있었다.
쉽게 말해, 평생 강호 바닥에서 칼 밥 먹고 살았지만 사람 모가지 따는 것 외에 이렇다 할 경험도 재주도 없다는 뜻이다.
때문에, 나는 전략적인 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분명 앞으로도 설익고, 어설픈 행보를 많이 보일 것이고.
그런데도 나는 이러한 직진을 고집할 생각이다.
왜냐?
그것밖에 모르고 살아왔으니까.
“이놈이냐? 두목님을 뵙자고 한 새끼가?”
청방의 본거지인 연화각에 당도하니, 문지기가 날 아래위로 훑으며 일동에게 물었다.
어투만 봐도 과거 동동이 형제가 청방 소속일 때, 놈들의 사형쯤 되는 인물인 듯했는데.
“말 함부로 하지 마쇼. 우리가 모시는 형님이니까. 그러다 큰코다칠 거요.”
그때, 일동이 문지기를 향해 언짢은 기색을 완연히 드러냈다.
하긴….
문지기가 과거, 일동의 형님이었든 동생이었든 이제 일동은 내 사람이니 내가 받은 모욕에 화를 내는 게 당연하다.
“뭐? 강일동. 많이 컸구나? 내 진작, 네놈들이 청방을 탈퇴할 때, 손모가지를 잘랐어야 했는데. 까불지 마라. 이제 곧 이 미친 새끼를 두목님이 보고 나면 다음은 네놈들 차례다. 듣자 하니, 요즘 관청이랑 붙어먹고 동업자들 뒤통수를 친다지? 의리라고는 쥐뿔도 없는 새끼들. 아무튼 니들은 오늘 뒤졌다.”
일동의 경고를 들은 문지기는 잘도 개소리를 지껄였다.
뭐?
관청과 붙어먹고 동업자 뒤통수를 쳐?
의리라고는 쥐뿔도 없어?
나는 문지기의 황당한 사고방식에 혼란스러워 잠시 뇌 정지가 왔는데 때마침, 일동이 나섰다.
“이게 감히 어디서 겁박이야? 이봐, 돌석아. 네 눈에는 아직도 내가 청방에서 똘마니 짓 하던 강일동으로 보이냐? 너 우리 소문 못 들었어? 우린 동업자 뒤통수치는 게 아니라 악당들을 털어먹는 악인. 현상금 사냥꾼이라고.”
그런데.
어휴….
일동이도 낯부끄러운 소릴 하긴 마찬가지였다.
악당들을 털어먹는 악인, 현상금 사냥꾼….
이런 소린 상황에 맞춰서 농담 식으로나 한 마디씩 던지는 거지….
그걸 이 상황에 진짜 내뱉는다고?
“뭐가 어쩌고 어째? 악당들을 털어먹는 악인? 크하하하. 네놈이 미쳐도 단단히 미친 모양이구나!”
아니나 다를까, 문지기가 박장대소를 터뜨렸고 이동, 삼동도 나처럼 쪽팔렸는지 얼굴을 붉혔다.
“아, 아니… 뭐가 웃긴 것이냐? 내 말에 무슨 문제라…”
“일동아.”
“네, 소천 형님.”
“닥쳐라.”
“……???”
나는 일동이 더 수치스러운 말을 뱉기 전에 말허리를 자르고 문지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신형에서 풍기는 기도(氣道)도 그러했고, 골격이나 근육, 체형 전반을 살펴도 정말 별 볼 일 없는 한낱 중생에 지나지 않았다.
[일동아.]
그 때문에 나는 일동에게 문지기 ‘처리’ 맡기기로 하고 전음을 보냈다.
[네, 소천 형님.]
[저 새끼 사타구니 걷어차라.]
[네?]
[알려줬지? 이런 싸움은 기선 제압이 중요하다고. 말빨로는 네가 털렸으니 육탄으로 제압하란 소리다.]
[혀… 형님. 그래도 사타구니는 좀…. 저 새끼 진짜 고자 될 텐데요.]
[저 새끼가 고자가 되든 병X이 되든 내 알 바냐?]
[아, 알겠습니다.]
내 전음을 들은 일동은 고갤 설설 흔들며 한 차례 한숨을 쉬더니 그대로,
뻐어어억-!
문지기 사내의 사타구니를 걷어차고 말았다.
그러자 문지기는 비명 한 번 내지르지 못한 채 끄윽, 거리며 바닥을 나뒹굴었는데 타격 순간의 마찰음으로 봐선 평생 아랫도리를 쓸 수 없을 터였다.
“이봐. 일동이가 그간 하체 단련을 죽도록 했으니 당분간은 오줌도 제대로 못 눌 거야. 불알은 물론이고 거시기도 뭉개졌을걸?”
나는 여전히 소리도 못 내고 입만 벌린 채 나뒹구는 문지기에게 ‘고자 확정 선고’를 내린 후에야 연화각의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게….
강호에선 입조심 했어야지, 이 사람아.
* * *
청방의 본거지인 연화각은 장안에서 가장 큰 기루다.
보통 기루는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술과 음악으로 단순 접대만을 하는 기루, 또는 대놓고 매춘을 하는 기루로 나뉘는데 연화각은 매춘뿐 아니라 세상에 팔 수 있는 건 뭐든지 파는 악의 구렁텅이라 할 수 있겠다.
따라서 1층은 술과 음식을, 2층에선 매춘을, 3층은 그 모든 걸 한데 엮은 종합 유흥의 체계를 갖추었고 4층부터 일반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아마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4층부터가 본격적인 수입원일 텐데, 동동이 형제 말로는 마약과 벽력탄 같은 위험물을 팔 때도 있고, 고독을 포함한 독극물과 인신매매의 장이 열릴 때도 있다고 했다.
솔직히 이쯤 되면 규모만 적다 뿐이지, 마교나 진배없다.
한낱 왈패 조직도 이 정도인데 이놈들의 뒷배가 되는 흑도들은 얼마나 악랄한 짓을 벌이며 배를 불릴까?
나는 이제야 최근 섬서의 치안이 심각해져, 새로 부임했다는 지부대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살다 살다 너처럼 겁대가리 상실한 놈은 처음 보는구나….”
연화각으로 진입해 두목 나오라며 고함을 질렀더니 2층에서 금룡이 그려진 비단 장포를 걸친 거한이 내려와 읊조리듯 말했다.
나는 한눈에 그 거한이 청방의 두목임을 알아보았다.
보았는데….
“사람이냐, 멧돼지냐? 정체를 밝혀라.”
내 눈에는 놈이 도무지 사람으로 각인되지 않았다.
나는 전생에 숱한 사람을 봤다.
그 와중, 일동처럼 덩치 큰 사람도 봤고 생긴 게 X나 재수 없는 사람도 봤으며, 또 어떤 사람은 너무 말라서 후- 하고 입바람만 불어도 바스러질 것 같은 체형이었는데….
진심으로 저렇게 돼지 같은… 아니, 그냥 숫제 멧돼지 자체로 존재하는 놈은 진짜 처음이었다.
“혀, 형님!”
“아이고….”
“졌다… 졌어.”
내 말에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청방 두목이 아닌 동동이 형제였다.
얘들은 내가 연화각으로 들어오자마자, ‘청방 두목 이리 오너라!’ 하고 고함을 지른 탓에 상황이 개판이 될 거란 걸 예상한 터지만, 그런데도 적잖이 당혹스러웠던 모양.
하나 의외로 두목 멧돼지는 차분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
“네가 진소천이구나. 소문은 익히 들었다. 최근 관과 결탁하여 흑도의 동지들을 공격한다더군. 그러잖아도 손봐 줄 작정이었는데, 며칠 전 일동의 전갈을 받았지. 잘 되었구나. 내 오늘 네놈을 벌하고 강호의 법도를 세우겠다.”
물론 어투가 차분했을 뿐, 말의 내용은 영 개 같은 소리여서 황당했지만, 나는 문득 우스운 생각이 떠올라 잠시 두목 멧돼지를 골려주기로 했다.
“신기하네?”
“뭐가 신기하다는 말이냐?”
“분명 멧돼지인데 꿀꿀 소리를 안 내고 사람 말을 내뱉으니…. 혹시 너 천재 돼지… 뭐, 그런 거냐?”
농담이 과했나?
일순, 두목 멧돼지 옆에 서 있던 집돼지같이 생긴 놈, 원숭이 닮은 놈, 닭대가리처럼 멍청해 보이는 놈, 오리처럼 주둥아리 튀어나온 놈, 개 같이 생긴 놈, 토끼처럼 앞 강냉이 X나 큰 놈 등등.
이 동물 농장의 동물들이 날 죽일 듯 노려보더니 대뜸 박도며, 귀두도며, 낭아봉이며, 쇠망치 같은 것을 꺼내든 채 흉흉한 기세를 내뿜었다.
그러자 문득, 내가 동동이 형제와 처음 털어먹었던 철혈방 출신의 강도떼가 떠올랐다.
그땐 놈들이 무기를 꺼내는 순간, 동동이 형제가 다칠까 봐 내심 우려했었는데 이제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지난 몇 달, 나는 그만큼 동동이 형제를 쓸만하게 키워냈다.
녀석들은 아직 스스로의 힘을 자각하지 못하지만, 솔직히 지금 동동이 형제 수준이면 웬만한 흑도 방파나 명문정파의 졸병 하나쯤 멱줄을 끊어 놓고도 남을 터였다.
해서 나는 자신 있게, 고개를 쳐들고 멧돼지 휘하 동물들의 반격을 기다렸다.
“진소천. 듣던 것보다 더 또라이구나. 네놈이 관의 잘난 벼슬아치들 믿고 설치는 것 같은데… 흐흐. 틀렸다. 이미 본방을 비호하는 고관대작이 한둘인 줄 아느냐? 내 오늘 네 사지를 찢는다고 해도, 널 위해 나서줄 이는 아무도 없다.”
“당연히 그러시겠지. 관에 줄도 안 대고 니들처럼 나쁜 짓을 할 수는 없을 테니까. 근데, 멧돼지야. 나는 그런 거 아니다.”
“…뭐?”
“누굴 믿고 설치고 까불고… 그런 건, 적성에 맞지 않을뿐더러, 외려 혐오하거든.”
“하면 네놈은 뭘 믿고 내 앞에서 이리도 오만방자하단 거냐?”
풉….
멧돼지 놈 대사 한번 거창하기 이를 데 없네.
나는 한낱 왈패 대장 주제에 무림맹주처럼 거들먹거리는 멧돼지의 말에 절로 웃음이 나와 잠시 킥킥거리다 말했다.
“멧돼지야. 그만 꿀꿀거리고 당장 떠나라. 물론 가진 거 다 내놓고 손모가지도 하나 내놔야겠지만, 하체 관절이 가루 돼서 평생 앉은뱅이 되는 것보단 낫지 않겠냐? 참고로 한 마디만 더 대꾸하면 바로 실행할 생각이니 그 똥냄새 나는 주둥아리 그만 놀리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