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9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2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9화
#19화
“판을… 키우자고요?”
“정말입니까, 형님?”
“그럼 이제 우리도 제대로 무림인이 되는 겁니까, 소천 형님!?”
판을 키우자는 말에 동동이 형제의 얼굴엔 화색이 감돌았다.
“그래. 우리도 판을 키울 때가 됐다.”
“소천 형님. 뭔가 심경 변화라도 겪은 거요? 그간 내가 판 좀 키우자고 닦달할 땐, 꿈쩍도 안 하더니 갑자기 왜 그러는 거요?”
일동이 턱을 매만지며 신기한 눈초리로 물었다.
나는 진지한 음성으로 일동, 이동, 삼동을 아우르며 말했다.
“언제까지 현상금 따먹기나 하며 살 순 없다. 나도, 너희도 그렇게 시답잖게 살기 위해 무공을 익히는 게 아니기도 하고. 이만하면 판을 키울 때도 됐지.”
“잘 생각하셨습니다, 소천 형님!”
“사실 뭘 하든 크게 해 먹으려면 우리 네 사람으론 적지요. 하하.”
“소천 형님! 그럼 저도 이제 동생 생기는 겁니까? 이놈의 막내 생활 지긋지긋했는데 잘 됐군요!”
아….
예상은 했지만 정말 예상을 조금도 벗어나질 않으니 확 짜증이 나네.
아무래도 동동이들은 판을 키우자는 내 말을 힘깨나 쓰는 왈패 몇 놈 섭외해서 덩치나 키우자는 말로 해석한 듯했다.
나는 녀석들의 뒤통수를 힘껏 후려치며 인상을 찌푸렸다.
쾅, 쾅, 쾅-!
“아야!”
“아! 소천 형님. 또 왜 때립니까?”
“아 씨! 진짜 이럴 거요, 형님?”
그러자, 동동이들도 악다구니를 쓰며 날 노려봤는데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계획을 설명했다.
“잘 들어라. 판을 키우자는 말은 너희 같은 멍청한 녀석들 몇 명 데려다가 더 크게 강도들 털어먹자는 일차원적인 생각에서 한 말이 아니다. 나나 너희나 지금 같이 살아도 하등 억울할 거 없는 막장 인생이긴 하지만, 기왕 무림인으로 살 거면 건설적인 방향으로 삶을 도모해도 나쁘지 않다. 이젠 너희도 웬만큼 쓸 만해진 데다, 최근 나도 잃었던 힘을 꽤 많이 찾았으니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적기고, 충분히 가능한 일이란 판단이다.”
“형님이 잃었던 힘을… 찾았다고요?”
“언제 힘을 잃은 적이나 있습니까?”
“무슨 주화입마 걸렸던 고인처럼 말씀하시네. 참나!”
순간, 동동이들이 대화의 본질을 흩트리며 딴죽을 걸었는데 나는 다시 한번 녀석들의 뒤통수를 후려칠까 생각하다 그냥 포기했다.
지금까지 녀석들을 오지게도 팼지만, 놈들은 아무리 맞아도 개도의 한계가 명확해서 이젠 때리기도 귀찮을 지경이었다.
“그건 훗날 알게 될 테니 넘어가고. 아무튼 이제 너희도 제법 싸움을 할 줄 알게 됐으니 이대로 강도 사냥이나 하면서 살기는 아까워진 셈이다. 그래서 판을 키우려는 거다. 하나 판을 키우자 함은, 단순히 인원을 늘려 덩치를 키우자는 말이 아니다. 나는 섬서에 기승하는 악당들을 순차적으로 부수고, 그들의 사업권을 탈환해 부를 축적하는 한편, 지역 치안에도 힘쓰는 하나의 문파를 만들 생각이다.”
그러자 일동, 이동, 삼동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저마다 물었다.
“형님! 그냥 장안 바닥 전체를 휘어잡겠다는 소리 아닙니까?”
“제 귀엔 아예 새로운 조직을 만들겠단 소리로 들리는데요?”
“와! 큰형님은 확실히 생각하는 것도 통이 크시네.”
한데 세 녀석 중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는 녀석은 한 놈도 없었다.
답답한 놈들 같으니라고.
“장안 바닥 전체를 휘어잡겠단 말도 틀렸고, 새로운 조직을 만들겠단 말도 틀렸다. 뭐… 내가 통 큰 사람은 맞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 넘어가고. 어쨌든 나는….”
“…….”
“장안 바닥이 아니라 섬서 전체의 악당들을 정리할 거고, 그들이 장악한 이권을 모조리 꿀꺽할 작정이다. 그 과정에서 투항하는 쓸 만한 녀석은 거둬서 무공도 전수하고, 정신도 개조해 인간 만들 생각이지만 우리가 구축할 세력은 건달 나부랭이와는 차원이 다른 온전한 강호 집단으로서 존재해야 한다. 그 때문에 명분 없는 싸움을 하지 않아야 하고 나쁜 일을 지양해야 하며, 무엇보다 민간인을 건드리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
“혀, 형님!”
“소천 형님!”
“큰형님….”
그렇다.
이것이야말로 내 포부였다.
나는 이런 큰 그림을 그리기까지 적잖은 번민을 거쳤다.
하나 나는 이 포부가 결코, 이룰 수 없는 막연한 꿈이 아니며, 반드시 해내야 할 일임을 잘 안다.
“쉬운 일은 아닐 거다. 문파를 구성하는 순간, 우린 흑, 백의 구분 없이 무림인들의 견제도 받게 될 테니. 하나 그런데도 우리는 이 길을 걸어야 한다.”
“소천 형님!”
“형님… 우리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요?”
“형님이야 그런 일이 어울리시지만…. 저희는 한낱 왈패 출신들 아닙니까.”
그래.
현재 일동, 이동, 삼동은 흥분되고, 불안하며, 초조할 것이다.
막말로 나는 지금 ‘문파’를 창설하자는 것이니 녀석들 입장에선 청천벽력 아니겠나.
하나 그건 지극히 녀석들 입장일 뿐, 내 입장에선 이 또한 별 거창할 거 없는 일에 불과하다.
나는 일종의 숙명을 지닌 전생자(前生子)다.
아직 내가 어떤 연유로 죽었다 살아난 건지 알 순 없지만, 그것은 신만이 주관하는 영역이기에 고심해봤자 해답이 없다.
하나 내게 주어진 숙명.
소윤이를 반듯하게 키워내는 것과 내 전생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기에 나는 숙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일은 내 숙명을 헤쳐나가는 과정이고, 넘어야 할 수많은 산봉우리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일동, 이동, 삼동아. 생각을 달리하면 큰일도 아니니 겁먹을 필요 없다. 당장 거대한 흑도 세력을 부수겠다는 것도 아니고, 잘나가는 명문정파를 씹어먹겠다는 게 아니니까. 물론 나중에는 영역을 확장할 테지만, 그건 나중 일이고 우선은 눈앞의 일에 집중하면 된다. 일단 너희는 나만 믿고 따라와라.”
내 비장한 어투 때문일까.
동동이 형제는 침을 꼴깍 삼키다 대뜸 호탕한 목소리로 외쳤다.
“알겠소, 소천 형님!”
“당연합니다, 형님. 저희는 형님만 믿고 가겠습니다.”
“어차피 지금까지도 그래오지 않았습니까. 어디 한번 해봅시다요!”
역시….
나는 이래서 동동이 형제가 좋다.
조금 전만 해도, 불안한 눈초리를 띠다가 내 한 마디에 바로 상남자로 태세 전환이라니….
세상에 이런 단순한 놈들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
“일동, 이동, 삼동아.”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짓다가 녀석들의 어깨를 두들기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고는,
“우리의 첫 목표는 청방. 너희가 몸담았던 조직이다. 담판은 내가 지을 테니 너흰 그쪽 두목 놈한테 다리 좀 놔봐라.”
* * *
찌르르…!
매미인지 귀뚜라미인지 잘 모르지만, 아무튼 대충 곤충 소리가 귓가를 스치는 한 여름밤이다.
근래 나는 자연결의 힘이 비약적으로 상승해 웬만한 더위와 추위에 구애받지 않는 육체를 만들었지만 소윤이는 지극히 평범한 4살짜리 아이라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나와 함께 집 앞의 호숫가로 나와 여느 때처럼 밤하늘을 구경 중이었다.
쉭쉭-.
나는 큰 부채를 쥐고 소윤을 향해 연신 부채질을 해줬다.
이건 동동이 형제나 예린이도 모르는 사실인데 나는 이따금, 밤새 잠든 소윤이 옆에서 부채질을 해줄 때도 있다.
남이 보면, 천하의 딸바보 등X 팔불출 소리를 하겠지만 어쩌겠나.
이렇게라도 해 줘야 속이 편한 것을.
솔직히 마음 같으면 당장 북해로 넘어가 만년한빙정으로 만든 침대를 구해 소윤에게 주고 싶지만 그런 돈지X을 하려면 갑부가 되어야 할 판이라 자중했다.
뭐… 물론 언젠간 그런 돈지X도 가능한 날이 오겠지?
“아빠야. 팔 안 아파? 부채질 그만해도 되는데?”
“소윤아. 아빠는 무공을 단련해서 체력이 강하다. 부채질은 칠주야를 해도 끄떡없으니 걱정 안 해도 돼.”
“헤헤. 아빠는 무공 고수지?”
“어디서 그런 말을 배운 거냐?”
“글 선생니미랑… 예린 언니랑… 동동이 삼촌들이 다 그러던데?”
“아직 고수는 아니야. 물론, 고수 지망생이긴 하지만.”
“히히. 아빠는 무공 고수 될 수 있을 거야. 소유니가 힘을 줄게.”
소윤이가 슬쩍 자신의 손바닥을 내밀었다.
뭐, 자기 손 한 번 잡고 좋은 기운이라도 받으란 건가?
그런 소윤의 모습이 어이가 없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나는 킥킥거리다가 이내 소윤이 손바닥에 내 손을 가져다 댔다.
“소윤아. 글공부는 어때? 재밌고?”
“응, 재미써. 근데 아빠랑 이렇게 둘이 노는 게 더 재미따!”
소윤의 말에 순간, 나는 가슴 한편이 시큰거렸다.
생각해보니 나도 참 무심한 아빠다.
소윤이가 천재니, 뭐니 해도 아직 4살밖에 되지 않았고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데다, 얼어 죽을 뻔한 경험도 있으니 속은 상처투성일 텐데.
이 어린 것은 그런 상처를 드러내지 않으려 언제나 밝은 척을 하지만 나는 소윤이의 마음이 아픔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빠도 소윤이랑 노는 게 제일 재밌다. 하지만, 이시진 할아버지가 했던 말을 기억하지?”
“응.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공부를 해야 한대써!”
“그렇지. 그래서 아빠도 공부하느라 소윤이랑 매일 못 놀아주는 거다. 이해하지?”
“웅. 이해해, 아빠야.”
“대신 내년에 소윤이가 다섯 살이 되면 무공을 가르쳐줄게. 그러면 아빠랑 붙어 있을 수 있을 거야.”
“진짜아?”
“그럼.”
“아빠. 그럼 나도 무공 고수 될 거야!”
“무공을 배운다고 다 고수가 되는 건 아닌데?”
“왜에? 소유니는 천재라서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무공 고수는 천재랑 상관없어. 그저 참는 걸 잘하는 사람이 고수가 되는 거니까.”
“헤헤. 소유니는 참는 거 잘하는데?”
“아….”
그러고 보니.
소윤이야말로 천하에 둘도 없는 인내력의 소유자였네?
당시 3살짜리 아이가 혹독한 눈보라 속에서 얼음장 같은 추위를 참아내고 살아남았으니….
천하제일의 재목을 눈앞에 두고도 몰라본 내가 병X이었다.
“소윤아.”
“응?”
“아무래도 안 되겠다.”
“뭐가?!”
“너 커서, 검후(劍后)하자.”
“검후가 뭐야?”
“검을 다루는 여자 중, 최고.”
“아! 그러면 소유니는 검후가 될래.”
반쯤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왠지 소윤이는 진짜 차기 ‘검후’가 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 * *
“소천 형님.”
“괜찮을까요?”
“저는 아직도 심장이 벌렁벌렁합니다, 큰형님.”
이튿날 정오.
내 명령대로 청방의 두목에게 만나자는 의사를 밝힌 동동이 형제가 집 앞에 찾아왔다.
나는 흥분과 긴장으로 뒤덮인 녀석들을 진정시킨 뒤, 이내 청방으로 발걸음을 내디디며 말했다.
“근데 너희는 뭐가 무서워서 똥 마려운 개처럼 그렇게 긴장을 하냐? 고작 왈패 하나 정리하러 가는 것뿐인데.”
“형님. 누가 긴장을 했다고 그럽니까?”
“그저 형님이 어떤 식으로 놈들을 처리할지 궁금할 뿐입니다만.”
“맞습니다, 소천 형님. 어떻게 담판을 지을 생각인지 언질이라도 좀 해주시죠? 그래야 우리도 뭔가 방비를 할 거 아닙니까.”
녀석들의 물음에 앞서가던 나는 슬쩍 고갤 돌려 입을 열었다.
“일단 청방 두목한테 뒤지고 싶지 않으면 전 재산과 모든 사업권을 내놓고 꺼져달라 권고할 생각이다. 내 나름의 신사적이고도 평화적이며 근사한 제안을 구상해 본 건데 니들 생각은 어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