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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4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7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4화

#14화

 

 

 

 

 

‘…결국 무리하는 수밖에 없나?’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은데.

 

동동이 형제가 끼어든 이상 이렇게까지 해야겠네.

 

내가 전생에 고금제일살수가 될 수 있었던 건 자연결을 일상에서도 자연스레 토납할 수 있는 고도의 집중력 덕분이다.

 

그렇다.

 

나는 남들이 의식해야 발동되는 자연결을 밥 먹을 때도, 잠잘 때도, 심지어 무의식중에도 토납하는 기질을 가졌다.

 

때문에, 이시진 선생의 산장에서 생사를 헤매던 와중에도 자연결의 호흡 태세를 유지했고 그 결과 빠르게 몸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나 나는 결코, 자연결을 남용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연결의 특징 때문인데, 자연결의 힘은 타고난 신체 토양을 완전히 바꾸는 엄청난 변화를 도모한다.

 

그 때문에 신체에 무리를 야기하는 건 물론, 주화입마로 치닫거나, 자연결의 호흡에서 파생되는 ‘속성의 힘’을 갈무리하지 못해 폭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불문율을 깨고서라도 무리할 수밖에 없다.

 

남은 강도의 수는 대략 70명.

 

1대 70의 싸움이라면 우보만리의 심정으로 한 놈, 한 놈 대가리 터뜨려주겠다만, 동동이 형제의 안위를 보전하며 전원을 상대하려면 방대한 ‘힘’이 필요했다.

 

‘싸움이 오래갈수록 동동이 중에 한 놈은 크게 다친다. 속전속결로 마무리 지어야 된다.’

 

“호오옵….”

 

나는 평소와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깊은 호흡을 일으켜 대기 중에 분산된 자연의 힘을 흡기했다.

 

그러자, 하단전 깊숙한 곳에 뿌리박힌 역 속성 덩어리가 미친 듯이 꿈틀대더니 창졸간에 세맥 구석구석으로 준동하고, 흐르고, 궐기하였다.

 

고오오…!

 

일순, 신형 주위의 대기가 서서히 일그러진다.

 

동시에 몸에서 파생되는 무형의 압력과 역 속성의 기운을 느낀 것인지, 동동이 형제를 향해 칼을 들이밀던 강도 모두가 내 쪽으로 시선을 옮기고,

 

“저… 저게, 대체?”

 

“뭐, 뭐지?”

 

“……!”

 

나는 그들의 눈에 점차 공포가 서리는 것을 목도하였다.

 

“죽지 않을 정도로 힘 조절해 줄 테니까 너무 걱정들 하지 마라.”

 

말은 그리했다만 말처럼 될지는 나도 모른다.

 

이렇게 무리하게 자연결을 운용한 건, 전생에 화산파 장문인을 죽일 때와, 청마왕을 죽일 때밖에 없었으니 힘 조절이 완벽할지는 미지수다.

 

하나 힘 조절이 안 돼서 강도들이 죽는다고 해도 그건 놈들 팔자니 내 알 바 아니고.

 

나는 그저 역 속성이 폭발할 때 펼쳐지는 파동권(波動拳)의 오의를 전방으로 흩뿌리는 데 전력을 다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짜릿했다.

 

주먹 끝에 모이는 역의 기운이 손아귀 마디마디를 터뜨릴 정도였고 하단전에서 한 번, 중단전에서 한 번, 마지막으로 상단전과 내부에서 각각 한 번씩 폭발하는 압력이 몸을 집어삼키는 느낌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악!”

 

“쿠에에엑!”

 

동시에 파동권은 권기(拳氣) 형태를 이루고 전방을 추풍낙엽처럼 쓸었다.

 

단 일격.

 

그 일격의 여파는 적잖았다.

 

강도들은 반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꽁무니를 빼기 시작했으나, 한 번 방출된 역 속성의 파동권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욱 번져가 전-측-후방 가릴 것 없이 사위를 가로막던 강도들을 강타했다.

 

‘음….’

 

그러나.

 

승부를 결정지은 순간에 나는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돌겠네.’

 

단전에서 요동치던 역 속성 덩어리가 자아를 집어삼키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아직 공력이 부족한 탓이요, 전형적인 폭주 현상이었다.

 

마교 최고위급 간부들은 대부분 자연결을 익히지만, 그들이 나처럼 속성의 힘을 자유롭게 다루지 못하는 까닭은 이런 부작용 때문이었다.

 

“혀, 형님!”

 

“큰형님!”

 

“소천 형님!”

 

그때, 동동이 형제가 흉신악살처럼 강도들을 후려 패는 내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저들 눈에도 지금의 나는 ‘마(魔)’에 빠진 살인귀처럼 보이겠지?

 

‘…자중하자.’

 

나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와중에 스스로를 향한 끊임없는 암시와 주문을 걸었다.

 

이대로면 나는 분명 놈들을 모두 죽일 것이다.

 

나쁜 놈들 죽이는 게 대수겠냐마는 이번 생은 살인귀가 되고 싶지 않았기에 마음을 다스리며 도가에서 파생된 내공 심법인 태경심법을 암송했다.

 

‘후우….’

 

태경심법(太鯨心法).

 

이 심법은 작자 미상의 내가공법으로, 연성 과정이 더뎌 단기간 내력을 축적하는 덴 비효율적이지만, 순수하고 웅혼한 고래의 기상을 표방하는바, 기운이 청명해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후웁….”

 

다행히 태경심법을 운용하자, 어느덧 폭주하던 역 속성 덩어리가 조금씩 차분하게 수그러들었다.

 

동시에 강도들을 향해 파동권격을 펼치고 있던 내 주먹질도 자연스레 멈추었다.

 

“끄으으윽….”

 

“사, 살려주….”

 

“그만…!”

 

정신을 차려보니, 장내는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반쯤 맛이 간 상태에서도 살인을 지양하겠단 의지가 반영된 덕인지, 죽은 이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100여 명에 달했던 강도 중 8할 가까이가 팔, 다리 등이 부러져 허덕였고, 나머지 2할은 의식을 잃고 혼절한 상태였다.

 

“형님!”

 

“큰형님!”

 

“형님!”

 

순간.

 

충격적인 광경에 몸을 떨던 동동이 형제가 걱정 반, 두려움 반 섞인 표정으로 다가왔다.

 

나는 녀석들의 뒤통수를 힘껏 후려쳤다.

 

파아악-!

 

“아!”

 

“혀, 형님!”

 

“갑자기 왜 때리십니까, 큰형님!”

 

그러자 동동이 형제가 머리통을 매만지며 볼멘소릴 털었는데, 어이가 없어 한 대 더 때리려다 그냥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 내가 끼어들지 말라고 했냐, 안 했냐?”

 

“큰형님….”

 

“저, 우리는….”

 

“형님이 당하고 계시는 줄 알고….”

 

덩치가 산만 한 동동이 형제가 똥 마려운 개 마냥 주눅 든 모습은 내심 우스웠지만, 이번 기회에 이들과 나의 수직적 상하 관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얘들아.”

 

“네, 형님.”

 

“네.”

 

“넵.”

 

“이번은 특별히 넘어가지만, 두 번 다시 명령을 어기지 마라. 내가 명령을 했을 땐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다. 너희가 싸움에 끼는 바람에 나는 안 써도 될 힘을 소진했고, 향후 며칠은 정양하게 생겼다. 한마디로 니들이 내 며칠의 시간을 잡아먹었단 뜻이다.”

 

“형님….”

 

“죄송합니다, 큰형님.”

 

“솔직히 형님이 이렇게 강하실 줄은… 상상도 못 했기에 돕겠답시고 어설프게 끼어들었습니다.”

 

“너희는 명령을 어겼기에 그에 합당한 처벌을 해줄 생각이다. 하나 그건 천천히 결정하고. 일단은 임무를 하달한다.”

 

“네!”

 

“넵! 형님!”

 

“말씀하십시오!”

 

“여기 쓰러진 새끼들 전원. 포승줄로 팔다리 꽁꽁 묶어서 면상에 찬물 한 바가지씩 뿌려줘라. 정신 좀 차리게.”

 

 

 

 

 

* * *

 

 

 

 

 

“후우….”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대략 반 시진 가량 지난 거 같은데.

 

자연결의 역 속성 덩어리를 마구잡이로 폭발시킨 후유증은 생각보다 적잖아서 나는 꽤 오랫동안 운기조식한 다음에야 신형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그사이 동동이 형제는 전투 불능 상태인 강도들의 팔, 다리를 꽁꽁 묶어 산채 중앙에 무릎 꿇려 놨는데 운기를 마친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놈들에게로 다가가 말했다.

 

“지금부터 몇 가지 질문을 할 텐데,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손톱부터 시작해 종국에는 머리털까지 뽑아줄 예정이다. 아마 죽는 것보다 더 괴로울 테니 선택은 알아서 하도록.”

 

내 말에 강도들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몸서리쳤다.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손톱부터 머리털까지 뽑는다는 말을 듣고 어찌 태연하겠나.

 

“이, 있는 대로 대답하겠습니다.”

 

“제발 그런 짓은….”

 

“한 번만 살려주십쇼, 형님!”

 

그러자 언제 봤다고 개중 몇몇이 형님 소릴 내뱉는다.

 

사실 전생엔 형님 소릴 들어본 적 없어서 불쾌하진 않았지만, 강도들의 형님이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기에 불호령을 내렸다.

 

“이 새끼들아. 누가 너희 형님이야? 나는 너희 같은 강도 새끼들 형님 하고 싶은 마음 없으니까, 일동아. 방금 나한테 형님이라 부른 놈들 귀싸대기 한 대씩 쳐올려라.”

 

“네, 형님!”

 

내 명령에 일동은 솥뚜껑만 한 손바닥에 침을 퉤, 하고 뱉더니 안면이 돌아갈 정도의 완력을 실어, 놈들의 따귀를 걷어붙였다.

 

근데….

 

일동이 입꼬리가 스멀스멀 올라가 있는 게.

 

저 새끼 지금 즐기고 있는 게 틀림없다.

 

“너희 중 두목이 누구야?”

 

“저, 접니다요.”

 

나는 우선 강도들의 두목부터 색출했다.

 

예상대로 두목은 맨 처음 내게 박도를 들이밀다가 턱주가리를 처맞고 기절한 텁석부리 장한이었다.

 

“원래 이곳 산채를 장악하고 있던 금호 산장 놈들은 어딨나?”

 

“네. 그놈들은 저희가 쫓아냈습니다. 반항이 심한 녀석들은 죽였고, 그러잖은 놈들도 수족 하나씩 끊어 산자락에 버렸는데 운 좋은 놈은 살아남았을 거고, 운 없는 놈은 산짐승 밥이 됐을 겁니다.”

 

“잔인하네?”

 

“죄송… 합니다.”

 

“죄송할 건 없고. 어차피 너희 아니었어도 그놈들은 내가 털어먹을 생각이었으니까. 그건 그렇고 너희는 정체가 뭐야?”

 

“저희는 철혈방 소속의 마적단입니다. 근자에 흑사회를 비롯한 흑도 세력이 섬서에 집중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도 구역을 잃고 사분오열됐습니다. 해서 방황하던 중, 이곳 광양산에 자리 잡게 됐습니다.”

 

두목의 입에서 흑사회란 이름이 튀어나온 건 의외였다.

 

섬서를 장악한다고 설친다더니, 흑사회가 생각보다 탄탄한 흑도 방파인 모양이었다.

 

“처, 철혈방이라고? 네놈들이 철혈방 출신이란 말이냐?”

 

순간.

 

일동이가 강도 두목을 노려보며 놀란 음성으로 물었다.

 

“그, 그런데요?”

 

“그런데요? 이 새끼가!”

 

콰앙-!

 

일동이는 다시 한번 강철 같은 무식한 손으로 두목의 대갈통을 후려쳤다.

 

“아아악!”

 

두목이 비명을 내질렀다.

 

저런 손에 처맞았으니 얼마나 아플까.

 

나 같아도 울겠다.

 

“일동아. 왜 그러냐?”

 

“큰형님. 이 새끼들 완전 쓰레기들입니다. 철혈방이라고 한중에서 생활하던 놈들인데 민간인을 밥 먹듯 죽이는 놈들이에요.”

 

나는 또 뭐라고….

 

이놈들 심성이 천하의 상놈 새끼들이란 건, 이미 실토했잖아.

 

“일동아.”

 

“네.”

 

“흥분하지 마라. 나도 안다.”

 

“형님! 이런 놈들은 몸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붙여 태워버리시죠. 살아봤자 하등 쓸모없는 것들 아닙니까? 살려주면 훗날 보복하려 들거나, 아니면 다른 곳에서 악행을 저지를 겁니다.”

 

순간, 살짝 당혹스러웠다.

 

어제의 장안 저잣거리 최고 왈패였던 일동이 오늘은 대의로 가득 찬, 협객 행세를 한다고?

 

하긴….

 

자리가 사람 만들고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는 법이니, 이제 일동은 왈패가 아닌 나쁜 놈 잡는 나쁜 놈.

 

대충 반쯤 무림인 행세를 할 만도 했다.

 

“일동아. 당초 우리가 광양산에 오른 목적이 뭐냐?”

 

“금호 산장… 털어먹기 위해서죠?”

 

“그렇지. 말인즉슨 우리는 여기 돈 벌러 왔지?”

 

“그렇긴 합니다만.”

 

“그러면 이 새끼들 죽여서 되겠냐, 안 되겠냐?”

 

“네?”

 

“이 새끼들 아주 흉악한 놈들이라며.”

 

“네.”

 

“내가 잘은 모르지만….”

 

“……???”

 

“이런 놈들은 대개 관청에 현상금 같은 거 걸려 있지 않냐?”

 

내 말에 강도들의 얼굴은 파랗게 물들었고 동동이 형제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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