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마교대장 13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219회 작성일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3화
#13화
전생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면 어떨까.
우선 정신적인 측면에서 지금의 나는 전생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성숙해졌다.
밥 먹고 사람 죽일 궁리만 하던 내가, 내 손으로 물건도 팔아보고 집도 사보고 난데없이 생긴 딸내미 덕에 육아까지 해봤으니 훨씬 더 인간적인 삶에 근접한 거 아니겠나.
하나 무공적인 측면에선 외려 정반대다.
이시진 선생의 산장에 머물 때, 자연결의 호흡을 통해 내력을 치환하고 각종 외공과 내가공법을 연성해 몸의 ‘토대’는 만들었지만, 전생과 비교하면 백분지 일의 힘도 되찾지 못했다.
그 때문에 지금의 나는 일당백의 전투가 힘들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100여 명에 달하는 눈앞의 강도들을 향해 도발을 감행했다.
분명 좋은 선택도, 좋은 전략도 아니지만, 그냥 왠지 그러고 싶었다.
“형님!”
“큰형님!”
“혀, 형님!”
아니나 다를까, 동동이 형제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당연할 터다.
얘들이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100명의 강도들을 상대로 강짜 부릴 용기는 없을 테니.
하나 나는 동동이 형제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쫄 거 없다. 너희도 강호에서 밥 먹고 살 생각으로 날 찾아온 거 아니냐? 살다 보면 별일 다 겪는 법이고, 앞으로 이런 일은 일상다반사다.”
“혀, 형님….”
“큰형님.”
“괜찮겠습니까, 형님….”
일동, 이동, 삼동의 눈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물론 나도 속으로는 긴장했다.
하나 어쩌랴.
나는 될 대로 되란 심정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가자.”
* * *
“니들… 혹시 돌았냐?”
금호 산장을 차지한 100명의 강도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텁석부리 장한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뭐가 그리 어이없는지는 모르겠지만, 놈이 그러기에 나도 어이없이 대답했다.
“안 돌았는데?”
“……???”
“다시 말한다. 이곳 금호 산장을 차지하고 있던 오룡문 출신의 왈패들 어디 갔냐? 나는 그 새끼들이 백성에게서 강탈해간 재산을 몰수할 계획이다. 너희가 협조하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거고… 반항하면 물리적으로 응징을 가할 생각이다.”
나는 그저 가진 생각을 담백하게 털어놨을 뿐인데 주변 사람들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놈들은 놈들대로 얼굴이 붉어졌고 내 옆에 서 있던 동동이 형제의 낯빛도 잿빛으로 질려갔다.
“야이 X발 어디서 굴러먹던 개뼈다귀 새끼가 개아리를 틀고 있어? 금호 산장 새끼들은 죄다 팔다리 분지르고 모가지 썰어서 길바닥에 던져 줬다. 니들도 그렇게 되고 싶은 거냐?”
우두머리 강도는 화가 치밀었는지 대뜸 허리춤에 차고 있던 박도를 뽑아 들었다.
솔직히 날붙이를 끄집어 드니 섬뜩했다.
내가 당할까 봐 그런 건 아니고 혹여 동동이 형제가 크게 다칠까 봐 불안했던 것이다.
나는 대번에 전음입밀(傳音入密)의 수법으로 동동이 형제에게 전음을 보냈다.
[애들아. 싸움이 시작되면 병장기가 난무할 거다. 몸으로 치고받는 거면 괜찮지만, 칼이나 둔기가 횡횡하면 크게 다친다. 그러니까 멀리 떨어졌다가 상황 정리되면 그때 뛰어들어.]
전음을 들은 일동, 이동, 삼동의 얼굴에 난처함이 깃들었다.
내가 못 미덥기도 할 테고, 저들끼리만 몸을 내빼는 게 수치스럽기 때문일 터다.
하나 나는 다시 한번 녀석들에게 강력히 경고했다.
[이건 명령이다. 내 명령을 어기는 순간, 무공을 가르쳐 주는 건 고사하고 두 번 다신 안 볼 작정이니 알아서 해라.]
그제야 동동이 형제는 침울한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해서 나도 본격적으로 본색을 드러냈다.
“어이, 강도야.”
“뭐야?!”
“너무 그렇게 욕하고 윽박지르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시원하게 한판 붙는 건 기정사실인데.”
“이, 이 미친 새끼가!”
“내가 협박에 물러날 거였으면 너희들 쪽수 보고 진작 도망갔을 거다. 근데 도망 안 갔지? 그게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나? 머리가 장식이 아니면 생각 좀 하자.”
동시에,
콰악!
나는 강도 두목의 턱주가리에 일권을 꽂아 넣었다.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기세’다.
그리고 이 ‘기세’를 가장 쉽게 점유하는 방법으론 ‘선빵’이 있다.
휘청-.
주먹으로 전달되는 감촉이 나쁘지 않았다.
팔을 뻗는 순간, 자연결의 역 속성을 주먹에 담았으므로, 두목의 턱뼈가 산산이 조각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철퍼덕-.
예상대로 두목은 한 방에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역시 ‘기세’를 선점한 효과가 있었다.
간단한 주먹질 한 방에 두목이 혼절하자, 다른 강도들은 쉬이 덤비지 못한 채 머뭇거렸다.
“일동, 이동, 삼동. 멀리 떨어져 있어라!”
나는 곧장 동동이 형제에게 명령을 내린 뒤, 본격적인 싸움에 돌입했다.
상대는 100여 명.
전생 같으면 사자후 한 방으로 단숨에 쓰러뜨리겠지만, 지금 내겐 그만한 공력이 없으니 이 많은 인원을 일일이 박살 내야 했다.
그 때문에 지금부터 열심히 후려 패도, 최소 한 식경 이상의 시간이 소모될 것이다.
일타일피의 정확하고도 효율적인 박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퍼어어억!
우선 나는 가장 건장하고 힘이 좋아 보이는 놈들부터 공략해 나갔다.
이렇게 덩치 크고 목이 굵은 놈들은 맷집이 상당해서 웬만하면 일격에 제압이 안 되지만 그것도 평범한 주먹질에 한정된 이야기다.
나는 내 외문무공의 근본인 ‘십초무적공’ 중, 가장 폭발적인 화력을 자랑하는 철두공. 일명, 박치기로 강도들의 안면을 쾌속하게 들이받았다.
퍼어어억, 퍼어어억, 퍼어어억!
“크아아악!”
“아아아악!”
“크으으!”
역시 철두공은 철두공이다.
괜히 소림사 땡중들이 7년 이상 정성스레 익히는 ‘신공’이겠나?
“미, 미친놈이야!”
“죽여!”
“저 새끼, 잡아 죽여!”
공포란 때론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지만, 어떨 땐 용기와 기백의 도화선이 된다.
지금이 딱 그랬다.
두목부터 가장 강한 놈들이 속수무책으로 기절하자, 공포가 각인된 강도들은 외려, 고함을 내지르며 날 감싸기 시작했다.
어떤 놈은 낡은 검(劍)을, 어떤 놈은 녹이 슨 도(刀)를, 또 어떤 놈은 뾰족한 못이 잔뜩 박힌 몽둥이를 휘두르며 내 주위를 감쌌는데, 나는 마땅한 무기가 없어 여전히 박투를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X새끼야!”
“죽어라, 미친 자식아!”
“죽어어어!”
이놈도 죽어, 저놈도 죽어!
이놈, 저놈 구분 없이 강도들은 죄다 내가 죽길 바랐는지 온갖 악담과 저주를 퍼붓기 시작했는데, 그럴수록 이상하게 힘이 샘솟았다.
무림인 중 간혹 욕을 들으면 외려 잘 싸우는 변태들이 있다던데 내가 그런 유형인가?
파앙, 파앙, 파앙!
나는 두 팔을 들어 안면과 흉부를 방어함과 동시에 다리는 어깨너비만큼 벌린 채로 지면을 팡팡, 밟기 시작했는데 가까이 붙는 놈은 족족 퇴법으로 보기 좋게 걷어차며 거리 유지에 만전을 기했다.
콰아아앙-!
“크헉!”
내 발차기의 궤도는 일반적인 퇴법과 다소 결이 다르다.
보통 무림인의 퇴법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뉘는데 백도의 퇴법은 허리를 비틀고 다리를 접었다 다시 펴면서 발목과 발등으로 상대를 가격한다.
반면, 흑도나 마도의 퇴법은 강력하게 단련된 정강이를 사용, 몸을 앞으로 내밀면서 최대한 무게를 싣는 일격필살을 추구하는데 내 발차기는 이도 저도 아닌 나만의 묘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 이 자식… 어떻게!”
역시나, 강도들은 내 발차기의 괴랄한 궤도에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그럴 수밖에.
내 발차기는 백도의 것처럼 몸을 뒤로 빼면서 다리를 접지도 않고, 흑도나 마도처럼 몸을 내밀면서 완력을 싣지도 않는다.
전무한 선행 동작.
한마디로 처맞기 전까진 절대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물론, 퇴법을 시전함에 있어 예비, 예행 동작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건 이론상 말이 안 되는 언어도단이자, 어불성설이다.
하나 이 무시무시한 퇴법의 비밀은 고도로 단련된 ‘고관절’에 있다.
수천수만 번이나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신체를 괴롭히며 형성된 강인한 고관절은 ‘무반동’의 공격을 가능케 한다.
비단 퇴법 뿐인가.
내가 사용하는 외공 전반의 박투술은 대부분 ‘무반동’의 대원칙을 고수한다.
따라서 상대가 고수라 할지라도 웬만하면 ‘수’를 읽히지 않으니 이는 ‘무쌍’의 살인 기술로 이어지는 것이다.
콰아아앙!
“크아아아악!”
나는 처음보다 더욱 맹렬하게 강도들을 후려쳤다.
박치기, 주먹질, 팔꿈치 찌르기, 무릎 찌르기, 어깨치기, 발차기 등 신체 모든 부위를 흉기처럼 부렸는데 가끔 강도들의 병장기와 내 신체가 닿을 때면 찌릿한 통증이 밀려오기도 했다.
하나 이런 단점도 향후 수련을 통해 보완할 것이다.
그리고 종국에 자연결의 역 속성 덩어리를 단전에 완벽히 심은 후, 다른 속성의 힘도 부릴 수 있을 때쯤엔 내 몸도 도검불침지신(刀劍不侵之身)이 될 테니 애석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괴, 괴물이다….”
“이 자는….”
“진짜 괴물이야!”
그때.
창졸간에 맨몸으로 무기 든 덩치들을 삼십 놈쯤 박살 내니 놈들도 질렸는지 안색이 파리해졌다.
‘이걸로 기세는 완전히 잡았고.’
물론 아직 작살 내야 할 인원이 70이나 남은 탓에 한동안 부리나케 주먹질을 해야겠지만, 기세가 기운 이상 나는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확신할 수 있었는데….
“형님!”
“큰형님!”
“감히 우리 큰형님이 당하게 놔둘 성싶으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멀찍이 떨어져 상황을 관조하던 동동이 형제가 성난 멧돼지처럼 돌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 새끼들 말 안 듣네.’
동동이 형제가 격전에 섞여버리면 나로선 외려 짐을 지고 싸움하는 꼴이 된다.
혼자 100명 후려 패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동동이 형제의 안전까지 챙기려면 얼마나 성가시겠나.
하나 원망하기도 뭣한 상황이었다.
예상컨대, 방금 전까지 나는 100명에게 둘러싸인 채 중앙에서 사위를 밟으며 퇴법으로 거리를 유지했고 이따금 적수공권으로 기습하며 상대의 수를 줄여나갔다.
하니, 먼발치에서 보던 동동이 형제의 눈엔 내가 강도들에게 둘러싸여 봉변을 당하고 있을 거라 착각했을 공산이 크다는 말이다.
전생에 교주가 그랬다.
진정한 아군은 ‘위기’를 통해 드러나는 법이라고.
일동, 이동, 삼동은 내 곤궁함을 예상하고 겁 없이 덤빈 것이니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 산적 새끼들아!”
“어디서 굴러먹던 놈들인지 모르겠지만, 너희는 터를 잘못 잡았다!”
“이곳 장안 광양산은 우리 구역이야, 이 새끼들아!”
어이쿠.
일동, 이동, 삼동의 외침이 왜 부끄럽게 느껴질까.
저런 대사는 진짜 산적, 마적, 해적, 도적, 강도, 왈패들이 밥그릇 싸움할 때 내뱉는 말인데.
“후….”
한숨이 튀어나왔다.
내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닌데.
비록 ‘의적’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충 삼류 무림인 비슷한 형식으로다가 나쁜 놈들 응징하고 자금 마련할 생각으로 뛰어든 일이건만….
“우리 큰형님 놔줘라, 이 새끼들아!”
전직 왈패 동생들이랑 일하다 보니 뭔가… 개판으로 치닫는 느낌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