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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12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9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12화

#12화

 

 

 

 

 

나도 전생에 수십 번쯤 마주친 적이 있다.

 

‘산적’이니 ‘마적’이니 ‘해적’이니 하는 강도 새끼들 말이다.

 

우습지만, 이 강도 새끼들에게도 나름의 질서와 규칙은 존재한다.

 

놈들은 무공이 강한 무림인에겐 한없이 자애롭고, 권력 가진 벼슬아치에게도 친절한 데 반해, 힘없는 백성에겐 야차로 돌변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나는 전생부터 놈들이 싫었다.

 

물론 내가 착하거나 정의로워서 강도들을 싫어한 건 아니다.

 

나쁜 걸로 치면 살수였던 내가 100배는 더하니까.

 

다만 나는 그들의 삶의 태도가 역겨웠다.

 

약자한텐 강하면서 강자에겐 쥐새끼처럼 조아리는 놈들이 입으로는 대장부니, 호걸이니 하는 개소리를 지껄이고 때론 의적 흉내까지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강도들을 반 죽도록 후려 까고는 했다.

 

정의감에 한 행동은 아니고,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후려 팬 건데 그때마다 강도들은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했다.

 

물론 이번에는.

 

아니, 앞으로는 손속에 사정도 좀 두고, 합리적으로 놈들을 손봐 줄 생각이다.

 

그래야 이 짓도 오래 해 먹을 거 아닌가.

 

그러고 보니….

 

강도 새끼들의 재물을 ‘강탈’하게 되면 나도 ‘강도’가 되는 건가?

 

솔직히 모르겠다.

 

이럴 땐, 정신승리가 필요하니 악의(惡意)를 가진 선인(善人) 정도로 스스로를 정의하자.

 

어차피 시시콜콜 잘잘못 따지다간, 이런 짓도 못 해 먹는 게 세상사 진리다.

 

 

 

 

 

* * *

 

 

 

 

 

“나리. 식사 올릴까요?”

 

“밥은 됐소. 소윤이는?”

 

“소윤이는 방금 잠들었어요.”

 

“날 찾지 않았소?”

 

“전혀요? 저랑 재밌게 놀다가 옛날이야기 들려주니까 금세 잠들었어요.”

 

“아.”

 

내가 없으면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고, 떼쓰고 투정 부리는 걸 예상했는데.

 

아예 찾지도 않았다고?

 

내심 어이가 없기도 하고 섭섭했지만 그래도 이 17살짜리 가정부가 제 몫을 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 뿌듯했다.

 

“나리.”

 

“말하시오.”

 

“다름이 아니라, 말씀 편히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모셔야 할 분이고 나이도 많으신데 존대를 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그래. 앞으로는 편히 대할게.”

 

“네. 감사합니다.”

 

우리 집 입주 가정부 예린은 천애 고아다.

 

어쩌다 고아가 됐는지 묻진 않았지만 내가 예린을 고용한 건, 고아라는 점이 크게 한몫했다.

 

나는 고아들에게 나름 각별한 연민을 느낀다.

 

물론, 그러한 이유는 전생의 나도 고아였기 때문이다.

 

고아들은 불쌍한 족속이다.

 

부모가 먹이고 입히고 열과 성을 다해 키워도 인간이 훌륭하게 장성하는 건 어려운 일.

 

하물며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한 고아들은 어떠하겠나?

 

대개, 중원의 고아들은 불행하게 살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나만 해도 마교에 납치당해 살인 전문가가 되었고, 보통 남자아이들은 시정잡배가 되거나 운이 좋아도 지역의 얄팍한 왈패 조직에 들어가 평생 못된 짓 하다, 길에서 칼 맞고 뒈지기 마련이다.

 

여자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재수 없으면 인신매매단에게 걸려 홍등가를 전전하고, 보통은 늙은 영감탱이 수발드는 시종이 되거나 비슷한 처지의 남자를 만나 고생만 숱하게 하는 게 운명.

 

외려 객잔에 의탁한 채, 월봉 100문이란 노동 착취에 시달리던 예린은 운이 좋은 축에 속했다.

 

“예린아.”

 

“네, 나리.”

 

“하루 일해 보니까 어때? 소윤이 돌보는 일이 녹록진 않을 텐데.”

 

“쉽진 않죠. 하지만 희망이란 게 생긴 덕인지 고되게만 느껴지진 않았어요.”

 

“희망이라….”

 

“저는 희망이 없었어요. 형편없는 월봉을 받으면서도 밥 굶지 않는 것에 만족해야 했고, 가끔 무례한 손님들이 역겨운 장난을 걸어와도 그러려니 했죠. 장안 바닥 고아 중 저보다 못한 사람이 수도 없이 많으니까요.”

 

“…….”

 

“하나 나리는 희망을 주셨어요. 이 월봉이면… 저도 언젠간 돈을 모아 제 이름으로 된 반점을 하나 차릴 수 있겠다는 희망. 전 이걸로 족해요.”

 

별빛에 비친 예린의 모습이 처연하게 느껴졌다.

 

일일이 캐묻지 않아도 나는 예린이 어떤 생을 살아왔는지 알 것 같다.

 

희망이 없다는 것.

 

그건 형용 불가한 고통이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칠흑과 같다.

 

전생의 나도 그랬다.

 

그때의 나는 예린이처럼 희망이 없었다.

 

“예린아.”

 

“네, 나리.”

 

“네가 얼마나 일을 하게 될진 모르지만 일하는 동안은 편히 지내라. 너한테 바라는 거 딱히 없다. 예컨대, 내 밥이나 내 앞가림은 알아서 하니까 너는 소윤이한테 집중하면 된다.”

 

“네, 나리.”

 

“내일부턴 글 선생이 올 거다. 너도 뜻이 있으면 공부해라. 유식한 건 무조건 이득이다. 고로 글은 배울 수 있을 때 배우는 게 낫다. 내일 오는 글 선생이 비록 과거 시험엔 낙방했지만, 아직 젊어서 전도유망한 데다 어릴 땐 천재 소리 들었다더라.”

 

“네! 나리. 저도 글을 배우고 싶었어요.”

 

“그래. 아무튼 이제 너도 소윤이 책임자다. 형편이 좋아질수록 월봉을 올려 줄 테니 몇 년 후면 네 이름으로 된 반점, 차릴 수 있을 거다.”

 

“그렇게만 되면 소원이 없겠어요.”

 

“늦었다. 그만 쉬어라. 보다시피 이 집은 방이 여러 개니까 쓰고 싶은 방 마음껏 써. 나는 주로 소윤이랑 같이 잘 테니 그리 알고 내일은 날 밝는 대로 일하러 나갈 예정이니 소윤이 아침 챙기고.”

 

“네. 아, 나리!”

 

“그래.”

 

“……외람된 질문이지만, 혹시 나리께선 어떤 일을 하시는지요? 주제 넘고자 함이 아니라 앞으로 제가 모실 분. 그리고 제가 보살펴야 할 소윤이의 아버지시니 하는 일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해서요.”

 

하는 일이라….

 

나는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이번에도 그냥 본능적으로 지껄였다.

 

“일단은….”

 

“네?”

 

“악의(惡意)를 가진 선인(善人) 정도로 해두자.”

 

 

 

 

 

* * *

 

 

 

 

 

“소윤아. 아빠 갔다 올게. 늦을 수도 있으니 해지면 일찍 자고. 예린 언니랑 놀다가 선생님 오면 공부도 해야 한다.”

 

“웅, 아빠! 소유니는 예린 언니랑 재미께 놀고 이쓸 테니까 다녀와!”

 

하.

 

보통 이맘때 아이들은 부모랑 떨어지기 싫어서 울고 보채지 않나?

 

신기하게도 소윤이는 이시진 선생의 산장에 살 때부터, 그런 면이 없었다.

 

다행스럽긴 하다만,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했다.

 

“예린아. 때 되면 밥 챙겨 먹고. 어쩌면 내일 새벽이 돼 서야 돌아올지 모르니까 부탁한다.”

 

“네, 나리.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그렇게 소윤, 예린과 간단히 인사 나눈 후 조식도 거르고 집을 나서 동동이 형제와 조우했다.

 

“일동아. 인근에서 가장 흉악한 산적들이 어디에 있냐?”

 

“네, 형님. 장안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대악산까지 가야겠지만, 인근에서는 광양산 중턱의 ‘금호 산장’이 가장 흉악합니다.”

 

“금호 산장이라… 대충 뭐 하는 놈들인데?”

 

“뭐, 산에 있으니 산도적이죠. 구체적으로 말하면 제가 몸담았던 ‘청방’의 경쟁 조직인 ‘오룡문’의 식구 출신으로 구성된 놈들인데 오룡문은 고아들을 납치해 앵벌이까지 시키는 지독한 놈들입니다.”

 

“왈패 새끼들이 다 그렇지, 뭐.”

 

“…….”

 

“왜? 너도 왈패 출신이라 뜨끔하냐?”

 

“좀 그렇습니다.”

 

“그러게 좀 잘 살지 그랬냐.”

 

내 면박에 동동이 형제는 대꾸도 못 한 채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하나 나는 계속해서 녀석들의 더러운 과거를 복기시킬 예정이다.

 

그렇게 잘못을 곱씹을수록 교화되지 않을까.

 

뭐….

 

이것도 지X이라면 지X이지만.

 

“가자. 금호 산장인지 나발인지로.”

 

나는 곧장 동동이 형제와 광양산 초입을 향해 발길을 내디뎠다.

 

가는 도중, 소담골 마을 청년들이 동동이 형제를 발견하더니 놀란 눈을 휘둥그레 떴는데 개중에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놈도 있었고, 무작정 도망을 치는 놈도 있었다.

 

심지어는 다가와 손을 싹싹 비비며 아부하는 놈도 있었는데, 이것만 봐도 동동이 형제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 것 같았다.

 

“일동아. 그리고 이동, 삼동아.”

 

“네, 형님.”

 

“네.”

 

“네, 큰형님.”

 

“너희 대체… 얼마나 개차반으로 살았길래 주민들 반응이 저 모양이냐?”

 

“형님…. 그래도 저희는 그렇게 나쁜 짓 한 건 아닙니다. 그저, 술 퍼먹고 고함 좀 지르고 마음에 안 드는 놈들 매질 좀 하고… 그 정도랄까?”

 

내 물음에 일동과 삼동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하는 데 반해, 이동은 눈치도 없는지 항변을 내놨다.

 

동동이들이 이렇다.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성정은 제각각인데 첫째 일동은 과격하지만 섬세한 구석이 있고, 셋째 삼동은 가장 온순한 편이고….

 

중간인 이동은 대책 없이 무식하면서 약간 뻔뻔하달까?

 

“이동아. 차라리 백도든 흑도든 강한 놈이랑 치고받고 싸우는 건 외려 괜찮지. 한심하게 술 퍼먹고 민간인한테 시비 거는 게 제일 나쁘다.”

 

“아, 압니다. 큰형님. 그래서 저도 조직 탈퇴하고 사람답게 살아 보려 했는데.”

 

“이동아.”

 

“네, 큰형님.”

 

“그리고 일동, 삼동아. 셋 다 잘 들어라.”

 

“네, 형님.”

 

“네, 큰형님.”

 

“앞으로 이유 없이 민간인을 겁박하지 마라. 이런 말을 하는 건 내가 착해서가 아니다. 어차피 우린 나쁜 놈들 털어먹는 나쁜 놈이 될 거니까. 그런데도 당부하는 건, 나한테 무공 배운 놈들이 약자를 괴롭히는 건 보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너희도 자식 키우면 알게 된다. 내 새끼한테는 착한 사람 되라고 가르치면서 막상 내가 나쁜 놈 두목이면 말이 안 되지 않겠냐.”

 

“네, 형님.”

 

“알겠습니다, 큰형님.”

 

“명심하겠습니다.”

 

대화를 나누며 걷다 보니 어느덧 마을과 상당히 떨어진 촌로에 다다른 상태였다.

 

나는 서서히 보폭을 늘리고 걸음에 속도를 붙였는데, 그렇게 반 식경 넘어갈 때쯤 쾌경보를 시전해 동동이 형제의 체력을 가늠해보았다.

 

“헉! 혀, 형님!”

 

“그거 경공인가 뭔가 하는 그겁니까?!”

 

“가, 같이 가시지요, 형님!”

 

예상대로 동동이 형제의 체력은 금세 바닥이 났다.

 

남들보다 덩치가 두 배 큰 만큼, 비탈진 산길을 오르는 몸의 부담도 두 배 이상일 테니, 힘든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익숙해져라. 본격적으로 무공을 배우면 입에서 단내 풍기는 건 예사요, 하루에도 열두 번은 죽고 싶을 거다.”

 

내 말에 동동이 형제의 이맛살이 급격히 찌푸려졌다.

 

이게 놀랄 일인가?

 

설마….

 

무공을 고통 없이 배울 생각이라도 하고 있던 걸까?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특별한 비법으로 고통 없이 무공을 배울 생각을 하는 거라면, 꿈 깨라. 수련에 요행 같은 건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형님.”

 

“그럼 지금부터 전속력을 다해 달려봐라.”

 

“넵!”

 

“알겠습니다, 형님.”

 

“네!”

 

나는 경공을 거두고 녀석들의 속도에 맞춰주며 구박도 했다가 독려도 했다가 때로는 엉덩이를 걷어찼다가 온갖 지X을 해가며 어느새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산채, 금호 산장에 당도했다.

 

웅성웅성-.

 

산장에 다가가니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시선을 던졌다.

 

분명 일동이는 서른 명 남짓 될 거라 했는데 대충 봐도 놈들의 수는 백 명을 넘기고 있었다.

 

“형님. X된 거 같습니다.”

 

“왜?”

 

“저놈들…. 본래 금호 산장 놈들이 아닌데요?”

 

“그럼?”

 

“저도 모르죠. 처음 보는 녀석들인데. 아무래도 타향서 흘러들어온 외부 세력에 금호 산장이 털린 게 아닐까요?”

 

그러니까.

 

우리보다 먼저 금호 산장 털어먹으러 찾아온 놈들이 주인 행세하고 있단 말인데.

 

“이리 오너라!”

 

나는 험악한 눈으로 우릴 흘기는 백여 명의 강도들을 향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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