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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8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23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8화

#8화

 

 

 

 

 

“제 기분이 어떤 줄 아세요?”

 

“…….”

 

뭐 때문일까.

 

백의공자는 얼굴을 붉히며 대뜸 따지는 어투로 말했다.

 

혹시 말로만 들었던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경우’인가.

 

“고맙단 말을 할 줄 알았는데. 의외군.”

 

“그래요. 고마워요. 대형이 아니었다면 저들의 합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테니. …하지만 그래도요!”

 

“…….”

 

“왜 무공을 숨긴 거죠? 낮에 영약을 팔 때만 해도, 병약한 행세를 했잖아요?”

 

“내가 언제 병약한 행세를 했소? 단지 무공을 익혔음을 밝히지 않은 것뿐이지.”

 

“됐고요. 대체 어디 문하의 제자죠? 혹시 무림맹에 속해 있으신가요?”

 

“아….”

 

뭔가 일이 희한하게 돌아가는데.

 

나는 단칼에 백의공자의 쓸데없는 상상력을 도려냈다.

 

“무림맹은 무슨. 난 애당초 무림인도 아니오. 그저, 당신이 영약을 사준 덕에 돈을 벌었으니 도와준 것쯤으로 해둡시다.”

 

백의공자는 심유한 눈으로 내 이곳저곳을 살폈다.

 

아마 내 출신을 파헤칠 요량인 것 같은데, 일개 무가의 자제가 십초무적공을 알아볼 리 만무하니 별생각은 들지 않았다.

 

“좋아요. 어찌 됐든, 대형 덕에 위기를 모면했으니 감사해요. 하나, 대형은 한 가지 실수를 했어요.”

 

“실수?”

 

“그래요. 저자들은 흑사회로 근래 장안에 똬리를 트는 흑도 세력이에요. 비단, 장안뿐만 아니라 섬서 지역 전체를 장악하는 중이니 쉽게 보내줘선 안 됐어요. 최소한 추포하여 무림맹에 넘겼어야 해요.”

 

이 자가 지금 뭐라는 건가.

 

어이가 없어 코웃음이 나왔다.

 

뭐?

 

흑사회란 놈들이 섬서를 장악하려 해?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었다.

 

섬서는 구파일방 중 종남파와 화산파가 자리 잡고 있는 ‘백도 우세 지역’이다.

 

한데, 흑사회 같은 듣도 보도 못한 놈들이 섬서를 장악하려 한다는 게 말이 되나.

 

“화산파와 종남파가 바보도 아니고 저런 놈들에게 섬서를 넘겨줄 리 없잖소.”

 

그러자, 백의공자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휴…. 대형은 정말 현직 무림인이 아닌 모양이네요. 강호 소식을 전혀 모르는 듯하니.”

 

“무슨 말이오?”

 

“종남과 화산은 지금 지역 치안에 힘쓸 겨를이 없어요.”

 

“할 짓 없는 도사들이 그런 것도 안 하면 뭘 하오?”

 

“최근 20년간 팽배했던 무림맹과 마교의 균형이 깨졌어요. 때문에, 화산파와 종남파는 무림맹을 드나들며 힘을 결집시키는 중이고, 저희 석가장은 화산의 속가 무가인 탓에, 섬서의 치안을 유지하고자 동분서주 중이죠. 저도 흑사회를 조사하기 위해 동천에서 장안까지 출타한 거고요.”

 

마교라.

 

백의공자의 입에서 생각지 못한 단어가 튀어나오자 흥미가 일었다.

 

“무림맹과 마교의 균형이 깨졌다는 게 무슨 말이오?”

 

“1년도 되지 않은 일이에요. 화산파의 장문인이 암살을 당했죠. 그것도 무려, 화산파의 성지인 연화봉에서.”

 

“아….”

 

순간 뜨끔하며 반응할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그것은 화산파 장문인을 암살한 이가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세상에 화산파 장문인을 연화봉에서 암살할 세력이 어디겠어요?”

 

“마교뿐이겠지.”

 

“그래요. 그 일을 기점으로 무림맹과 마교가 부딪혔어요. 서로 침범하지 않는, 20년의 불문율이 깨진 셈이죠. 하나 문제는 마교가 가진 힘이에요. 그들은 일개 단체에 불과하지만… 가진 힘은 무림맹 전체를 웃돌아요. 그 때문에 현 강호는 폭풍전야고, 대형 문파는 자연스레 지역 치안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으니 잔챙이 흑도가 활개 치는 형국이랍니다.”

 

백의공자의 기나긴 설명을 듣고 나니, 이제야 강호 돌아가는 판도가 읽혔다.

 

한 마디로 산중 호랑이가 자리 비운 사이, 여우가 대장질하는 어부지리 형세란 말인데.

 

어찌 됐든, 그 시발점이 내 암살로 인한 것이라 괜히 숙연해졌다.

 

“아무튼 알았소. 어쨌든 난 무림인이 아닐뿐더러, 공명심에 도운 게 아니라, 손님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나선 거요. 이만 가리다.”

 

“아! 대형. 이대로 가시면 어떡해요?”

 

“……???”

 

“이름 석 자라도 알려주셔야죠. 은인이신데.”

 

“진소천이오.”

 

“소천 대형. 아니! 아예 형님이라 부를게요.”

 

참.

 

이 잘생긴 친구는 낯짝이 두꺼운 건지, 붙임성이 좋은 건지 잘도 형님 소릴 해댔다.

 

하나 딱 봐도 나보다 최소 대여섯 살은 어려 보이니 그러려니 고개를 끄덕였다.

 

“맘대로 하시오.”

 

“그럼 소천 형님이라고 부르죠. 형님도 말씀 편히 하세요.”

 

거참….

 

“알았다.”

 

“소천 형님. 이리된 거 술이라도 한잔하실….”

 

“됐다. 소윤이 재워 놓고 나온 터라, 들어가야 된다. 자다 깼을 때, 내가 없으면 놀랄 거다.”

 

“네? 설마 소윤이 혼자 있는 거예요? 형수님은요?”

 

형수님이라….

 

그 순간 기억 속에서 병으로 사망한 소윤의 모친이 떠올랐다.

 

“죽었어.”

 

“……?”

 

 

 

 

 

* * *

 

 

 

 

 

이튿날.

 

“헤에? 손니미다, 손님!”

 

“하하하. 소윤아. 잘 잤어?”

 

백의공자는 끝내 내가 머무는 객잔에 방을 빌려 하루 묵더니 이른 아침, 숙소로 찾아와 식사를 대접하겠다며 소윤의 손을 끌었다.

 

“너 안 가냐?”

 

“형님. 왜 자꾸 못 보내서 안달이세요?”

 

백의공자.

 

녀석의 이름은 석연우라고 했다.

 

석연우는 그야말로 절세 미남이었다.

 

나는 전생에 교주가 천하제일 미남자인 줄 알았는데, 역시 세상은 넓고 미남미녀는 많은 모양이다.

 

“소윤아. 맛있어?”

 

“웅! 손니마. 너무 마시써!”

 

“뭐가 제일 맛있어?”

 

“만두우우?”

 

“많이 먹어, 우리 소윤이.”

 

“히히히. 손님이 너무 예쁘다.”

 

“하하핫! 진소윤. 예쁜 게 아니라, 잘생긴 거라니까?”

 

석연우는 소윤이와 장단이 잘 맞았다.

 

“연우야.”

 

“네, 형님?”

 

“언제까지 따라다닐 생각이냐?”

 

“아. 형님 집 구하시는 것만 보고 갈게요.”

 

“굳이?”

 

“그래야 다음을 기약할 거 아니에요? 지금 오갈 데도 없다면서요. 새로 구할 집이 어딘지는 알아야 다음에 들를 때, 찾을 거 아닙니까.”

 

이렇게까지 나와 친분을 쌓고 싶어 노력하는 석연우의 모습을 보니 더 이상 내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음….’

 

하나 석연우의 호의가 부담스럽긴 했다.

 

나는 아직 누군가를 친구로 여길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까닭이다.

 

전생에 나는 두 명의 친구가 있었다.

 

한 놈은 나와 살수회의 동기였던 3호인데 놈은 내 손으로 죽여버렸고.

 

다른 한 놈은 교주였는데 정확히 말해, 놈은 날 친구로 생각지도 않았으니 나 혼자 벗이라 여긴 것이다.

 

짝사랑도 아니고….

 

“연우야.”

 

“네?”

 

“혹시 너. 내 싸움 실력을 보고 놀란 거냐?”

 

“네?”

 

“말해 봐.”

 

“네…. 솔직히 형님 박투술을 보고 기함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만약 내력을 사용했다면 복면인들은 맞는 순간 비명횡사했겠죠.”

 

“그래서 말인데. 혹시 날 강호의 이해관계에 끌어들일 생각이거나 석가장의 객원 무사 같은 걸로 감을 생각이면 일찌감치 접어. 나는 강호에 나설 생각도 없고, 만약 나서더라도 남 밑에 있진 않을 거니까.”

 

“…그런 거 아닙니다. 제 호의는 그저 단순한 경외감이에요.”

 

“그러면 다행이고.”

 

내 차가운 언사에 석연우는 실망한 기색이었다.

 

하나 어쩔 수 있나.

 

내 천성 자체가 차갑다 보니 이것도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 건데.

 

“소윤아.”

 

“웅, 아빠야?”

 

“밥 다 먹었으면 슬슬 출발해볼까?”

 

“응? 어디 가아?”

 

“응.”

 

“어디?”

 

“집 사러.”

 

“우와!”

 

집을 산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소윤이는 제대로 이해할까?

 

이해하든, 못 하든 간에 분명 소윤이는 기뻐하는 기색이었다.

 

물론, 뭔들 안 기쁘겠냐마는.

 

 

 

 

 

* * *

 

 

 

 

 

나와 소윤이, 석연우는 조식을 마치고 인근에 위치한 복덕방(福德房)을 찾았다.

 

어제 돈을 흥청망청 쓰고도 아직 400냥이 남았으니 휘황찬란한 기와집은 아니라도, 안락한 집 한 채는 마련할 수 있을 터였다.

 

“어떠슈? 괜찮수?”

 

“…조금 비좁은 것 같은데.”

 

하나 그건 착각이었다.

 

복덕방 주인은 우리를 끌고 반 시진 가량 이곳저곳을 탐방했는데 갈 때마다 넓긴 한데 낡았거나, 외형은 번듯한데 내부는 좁거나, 그도 아니면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젊은이. 딸내미랑 둘이 살 거라면서? 뭘 그리 따지슈?”

 

“마당에 닭도 키우고 개도 한 마리 키울 생각입니다. 해서 좁으면 안 되고, 어린아이도 있으니 곰팡이가 피거나 비가 새서도 안 됩니다.”

 

“그런 조건을 다 채우려면 400냥으로는 부족하우. 최근 섬서에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아슈? 그나마 장안이 싼 편이라 이 정도지, 동천 같은 덴 금원보 하나는 줘야 번듯한 집을 살 수 있수.”

 

그때.

 

“형님. 제가 돈을 융통해드릴 테니, 우선 마음에 드는 집을 고르시고 후에 갚으실래요?”

 

석연우가 달콤한 제안을 해왔다.

 

순간, 조금은 흔들렸다.

 

면상에 철판 한 번 깔고 좋은 집을 살 수 있다면 엄청난 이득 아닌가.

 

‘…그래도 이건 아니야.’

 

하나, 나는 유혹을 뿌리쳤다.

 

그러잖아도 전생한 후, 타인에게 큰 신세를 졌다.

 

이시진 선생에게 목숨을 빚진 것도 모자라, 다섯 달이나 몸을 의탁했고 영약도 건네받지 않았나.

 

이 이상 누군가에게 빚을 지는 건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

 

“노인장. 그러지 말고 몇 군데만 더 돌아봅시다.”

 

결국, 석연우는 게슴츠레 눈을 흘기다 입까지 삐쭉 내미는 역한 표정으로 응수했고 나는 그를 무시한 채, 복덕방 주인장을 다시 따라나섰다.

 

그렇게 서너 군데의 집을 더 살핀 후….

 

우리 일행은 잔잔하게 흐르는 호수에 버들 나뭇가지가 하늘거리는 정취가 인상적인 소담골이란 마을에 당도했다.

 

“이 집이유. 댁 요구대로 낡지 않은 데다, 큰 장원에 별채도 있으니 대저택인 셈이우. 은자 400냥에 해당 조건을 모두 맞추려면 장안 전체를 뒤져도 이 집밖에 없으니 이제 결정하슈.”

 

‘…대충 수리하고 닦으면 쓸만하겠네.’

 

이번에 본 집은 꽤 괜찮았다.

 

복덕방 주인 말마따나, 너른 면적에 외벽이나 대들보, 기둥 상태도 양호했고 무엇보다 집 앞에 예쁜 호수가 있어서 소윤이 정서에도 좋을 듯싶었다.

 

“소윤아. 이 집 어때?”

 

“아빠야! 이 집 완전 조아!”

 

다행히 소윤이도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다.

 

그때, 복덕방 주인이 소윤에게 물었다.

 

“허허. 귀여운 아가씨구먼. 몇 살인고?”

 

“네 살이에영.”

 

“네 살? 한데, 이리 말을 잘하누?”

 

“아빠가 그러는데 소유니는 천재라서 그런 거래영.”

 

“허허허.”

 

일순, 복덕방 영감이 날 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는데 괜히 팔불출이 된 것 같아 민망했다.

 

하나 소윤이 천재인 건 사실인지라, 나는 금세 담담한 어투로 물었다.

 

“한데 이 집은 왜 다른 곳보다 시세가 저렴합니까? 이만한 크기에 호수도 끼고 있고… 비싸 보이는데.”

 

그러자, 복덕방 영감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음…. 그게 말이유. 사실, 이 집 주인이 헐값에 집을 넘기고 소담골을 떠났다우.”

 

“왜죠?”

 

“솔직히 말하리다. 댁이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길래 어쩔 수 없이 보여줬지만… 이 앙증맞고 귀여운 딸내미와 살기에 이 집은… 그닥이우.”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어째서요?”

 

“사실… 소담골의 치안이 좋지 않아 그렇다우.”

 

“치안이라….”

 

“그렇수다. 댁은 외지인이라 모르겠지만 소담골엔 아주 과격한 왈패 놈들이 살고 있수.”

 

고작 그 이유였나?

 

왈패라.

 

별거 아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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