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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마교대장 7화

무료소설 아빠는 마교대장: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08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아빠는 마교대장 7화

#7화

 

 

 

 

 

단언컨대.

 

현존하는 무림 무공 중, 나만큼 그 갈래와 연혁, 특징을 잘 파악하는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다.

 

왜냐?

 

그것은 내가 마교에서 무공 이론에 가장 바싹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세인들은 마교가 마공(魔功)에만 심혈을 기울이는 줄 알지만, 이는 착각이다.

 

실제, 마교는 모든 성질의 무공을 연구, 분석하고 또 직접 익히기도 한다.

 

특히 나 같은 살수는 살인 대상이 대부분 정파의 고수기 때문에 구파일방의 무공도 탐구하는데, 그러잖아도 무공광이었던 나는 몇 년동안 임무를 수행하는 시간 외에는 무공서고에서 살다시피 했다.

 

해서, 확신했다.

 

내게서 ‘백년연실’을 사간 저 백의공자는,

 

‘화산파 무공을 쓰네.’

 

화산파 무공을 익힌 게 틀림없었다.

 

채애애애앵-!

 

백의공자의 검로(劍路)는 신중하면서도 예리한 면모가 돋보였다.

 

무릇, 검(劍)이란 정밀하지만 강맹한 맛은 도(刀)에 비해 떨어져 요즘은 패도적인 검로를 사용하여 장점은 살리되, 단점을 보완하는 추세다.

 

하나 화산의 검은 다르다.

 

화산의 검은 시종일관 날카롭고 화려하며, 힘보다 정확도에 치중된 검형을 추구하는데 백의공자의 초식에선 그러한 화산검의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석가장 사람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화산파의 기본 검세를 저토록 잘 구사해?’

 

백의공자의 초식은 비록, 진신 화산검의 절세 위력을 담진 않았지만, 견고한 기본을 바탕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어떤 무공이든 기본은 중요하고, 또한 기본은 쉽사리 흉내 낼 수 없다.

 

말인즉슨, 백의공자가 화산의 본산제자는 아닐지라도 석가장이 화산과 각별한 속가 관계거나, 백의공자가 화산 장로급 인사의 외부제자일 가능성이 농후하단 뜻이다.

 

하나,

 

‘잘하긴 하는데… 힘이 부족하다.’

 

백의공자의 검초는 치명적인 단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화산 검법은 중검(重劍)의 묘리보다, 쾌검(快劍)의 묘리가 바탕이 되는바, 살상력을 더하기 위해 일정한 ‘힘’의 유지가 필요했다.

 

하나 백의공자의 검엔 ‘힘’이 결여되어 있었다.

 

검의 이해력과 통찰력은 있어 보였지만, 그를 실행하는 육체와 단련의 부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채애애애애앵-!

 

일순 다섯 자루의 창, 검, 도, 륜, 권갑이 금속성을 터뜨리며 백의공자의 검을 봉쇄했다.

 

복면을 쓰고 백의공자를 몰아붙이는 다섯 괴한의 무공도 삼류 수준을 넘어섰으니 단신으로 저들을 상대하는 백의공자는 아마 죽을 맛일 터다.

 

“네놈… 들!”

 

아니나 다를까, 백의공자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고 어느새 그의 다리는 사시나무 떨리듯 덜덜거렸다.

 

기본기가 탄탄한 데다, 화산파 무공 자체가 다수를 상대하기에 적합해 30합이나 버티고 있지만, 이대로면 금세 체력적 한계에 부딪혀 무릎 꿇을 터.

 

“클클. 석가장의 햇병아리 놈아. 감히 흑사회의 장안 진출에 훼방을 놓고도 무사할 줄 알았느냐? 간도 크군. 동천에서 혈혈단신으로 이곳까지 오다니.”

 

“닥쳐. 너희 같은 오합지졸에게 당하진 않는다.”

 

잠시 숨을 고르는 걸까.

 

격렬하게 치고받던 백의공자와 복면인들은 싸우다 말고 난데없이 주둥일 털었다.

 

이런 광경을 몇 번 본 적이 있긴 하다.

 

희한하게 무림인들은 잘 싸우다가도 이따금 무기를 거두고 서로 힐난하더란 말이지.

 

한 번 목표를 정하면 문답무용으로 즉각, 모가지 따버리는 나로선 당최 이해 안 가지만 저들의 싸움 방식도 배울 필요는 있었다.

 

앞으로 나는 마교의 살수였던 과거를 잊고, 강호에서 살아야 하니 무림의 기본 생리에 적응해야 하지 않겠나.

 

“흐흐흐. 곧 죽어도 자존심을 세우는구나. 그래봤자, 너와 석가장은 파국을 맞을 거다. 지금쯤 본회 정예가 석가장에 당도했을 테니까!”

 

“뭐, 뭐라고?!”

 

“오늘 석가장은 멸문할 것이다!”

 

“닥치지 못할까!”

 

채애애애앵-!

 

백의공자와 복면인들이 다시 맞붙었다.

 

어느새 싸움을 지켜보던 2층 객잔의 손님들, 장안교의 야경을 구경하던 사람들, 길을 지나가던 중인들 모두 바퀴벌레 흩어지듯 죄다 사라졌다.

 

이게 강호의 민심이다.

 

다수가 소수를 핍박하고 악당이 악행을 저질러도 제 일이 아닌 이상 나서지 않는 것.

 

물론 나도 그럴 생각이었다.

 

속세에 나온 첫날부터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고, 남의 일에 끼어드는 건 오지랖이니까.

 

그 때문에 창문을 닫고 소윤이 얼굴이나 감상하다 잠을 청하려 했는데….

 

순간, 백의공자와 눈이 마주쳤다.

 

“…….”

 

나와 눈이 마주친 백의공자의 시선에 짤막한 감정의 빛이 번뜩였다.

 

대충, ‘위험하니까 빨리 창문 닫고 못 본 척해요!’ 정도의 의미로 읽혔는데, 그 눈빛을 보니 괜히 마음이 무거웠다.

 

‘하….’

 

석가장의 백의공자.

 

그는 나의 손님이었다.

 

덕분에 나는 낯 뜨거운 호객 행위를 멈출 수 있었고, 영약을 은자 430냥에 판매해 소윤이를 입히고 먹이고 재울 수 있었다.

 

더구나, 남은 돈으로 장안에 집을 한 채 장만할 생각이니 결과적으로 백의공자는 우리 부녀의 은인인 셈이다.

 

‘살려는 드려야겠네.’

 

그래.

 

이것도 손님을 향한 접객이라면 접객이지.

 

 

 

 

 

* * *

 

 

 

 

 

나는 창문으로 뛰어내리는 대신, 1층으로 내려가 객잔 정문을 열고 백의공자와 복면인들 앞에 다가섰다.

 

거기다 낮에 산, 검은 장포를 한 움큼 찢어 복면까지 만들어 썼는데, 이는 얼굴을 노출시키지 않고자 함이었다.

 

솔직히 저런 잡배들 상대하는 일에 보안까지 신경 쓰는 건, 쓸데없는 짓일지 모른다.

 

하나 나는 더 이상 홑몸이 아닌 소윤이 애비이므로 조금의 위험조차 완전히 배제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뭐냐? 네놈은?”

 

“다, 당신은?”

 

내가 다가서자 복면인 중 한 놈과 백의공자가 동시에 물었다.

 

백의공자야 내 정체를 알고 있으니 중언부언 설명이 필요치 않을 테고 해서 복면인에게만 답을 이었다.

 

“복면인.”

 

복면인들이 복면인에게 누구냐 물었고 복면인이 복면인들에게 ‘복면인’이라고 대답하는 광경이라….

 

왠지 웃겨서 웃음이 흘러나와 킥킥거리니 복면인들이 불같이 성을 내며 말했다.

 

“석가장의 개새끼인 게냐? 그래서 죽으려고 나선 것이렷다?”

 

죽으려 나선 것이라…….

 

이미 한 번 죽다 살아났는데 다시 죽고 싶을 리가.

 

이번 생은 아주 오래 살 거고, 또 안전을 지향하며 소윤이를 키워야 한다.

 

물론, 소윤이가 제 앞가림할 나이가 되면 마교로 찾아가 교주 모가지를 딸 생각이지만,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석가장인지 나발인지 나는 잘 모르고… 아무튼 그냥 가라.”

 

건조하기 짝이 없는 어투로 복면인들을 향해 말했다.

 

누가 들어도 건방지다 하겠지만, 사실 이는 내가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관용이었다.

 

본래 나는 적과 두 마디 이상 섞지 않고 깔끔하게 목을 베는 걸 지향하니까.

 

“대형… 이건 무림인들의 일이에요. 그러니까, 돌아가세요. 마음은 감사히 여기겠습니다….”

 

순간, 백의공자가 내 어깰 붙잡더니 만류하는 투로 말했다.

 

이 작자도 참 눈치 없는 양반이다.

 

보통 남의 일에 끼어들었을 땐, 그만한 자신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닌가?

 

‘무림인 간의 일이니 돌아가세요!’라니.

 

이것 또 어이가 없어 나는 다시 한번 킥킥거렸다.

 

그러자, 백의공자는 백의공자 대로, 복면인들은 복면인들 대로 황당한 기색이 역력히 서린 눈으로 날 바라봤다.

 

“보아하니, 석가장 녀석이 아닌 듯한데. 우리가 누군지 아느냐? 우리는 흑사회 사람들이다.”

 

그때, 복면인 한 놈이 대뜸 소속을 강조하며 날 위협했다.

 

흑사회라.

 

요즘은 듣도 보도 못한 잡것들이 소속을 팔고, 위세를 부리는구나.

 

나는 더 이상 입을 섞기도 귀찮아 이내, 쾌경보의 일보(一步)를 내디뎌 놈의 몸통으로 바짝 달라붙었다.

 

“……!”

 

그러자, 놈은 반응조차 못 한 채, 눈만 휘둥그레 떴다.

 

당연할 것이다.

 

지금 내 내력은 보잘것없지만 자연결의 호흡을 통해 대체할 수 있고, 쾌경보는 놈들이 살면서 한 번도 목도하지 못했을 초상승 무학이니 왜 안 놀라겠나.

 

하나 놀란 건, 놀란 거고 진짜는 따로 있다.

 

콰앙!

 

복면인의 앞에 다가선 나는 이윽고 어깻죽지에 회전력을 가미해, 놈의 턱주가리를 치켜올렸다.

 

그러자 굉음, 턱뼈 부러지는 소리, 아파서 내지르는 비명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고, 녀석은 바닥에 처박힌 채 데구루루 구르기 시작했다.

 

“……!”

 

하나 그런데도 놈들은 여전히 침묵했다.

 

물론, 이 침묵은 아까의 침묵과 성격이 달랐다.

 

내가 보법으로 다가갔을 때 놈들은 ‘뭐지?’ 하는 당혹감에 침묵했겠지만, 이번엔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껴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일 터.

 

이는 맹수를 눈앞에 둔 초식 동물의 심리와 같다.

 

사람도 동물이다.

 

때문에, 까마득히 강한 상대를 만나면 겁에 질려 저항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칼 밥 먹고 사는 무림인은 수련을 통해 ‘본능’을 능가하는 ‘천성’을 만들지만, 놈들이 그런 고도의 경지를 체득했을 리 없으니, 내겐 꼭두각시 인형에 불과했다.

 

콰앙, 퍼어어어억!

 

나는 얼빠져 있는 나머지 복면인을 향해 각자 어울리는 ‘한 방’씩을 선사했다.

 

강퍅해 보이는 빼빼 마른 놈에겐 파괴적인 주먹질로 아랫배를 갈겼고, 덩치가 비대하여 맷집 좋아 보이는 놈에겐 철두공의 묘리를 발휘, 안면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크아아아악!”

 

또한, 그저 그런 두 녀석에겐 실전 감각을 익힐 겸, 난도 높은 초식을 펼쳤는데, 무릎으로 대상을 찍어가는 ‘천조격뢰’를, 다른 한 놈에겐 입식(立式) 유술(流術)의 일환인 ‘태산역립’을 시전하여 흙바닥에 머리통을 꽂아주었다.

 

‘십초무적공의 기본기는 대충 찾은 거 같네.’

 

나는 마지막 한 놈의 머리통을 바닥에 꽂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시진 선생의 산장에 머물 때, 전생에서 외공의 근간을 이루던 십초무적공을 무던히도 수련한 터다.

 

하나 ‘십초무적공’은 실전 지향의 박투술인 바, 홀로 수련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는데.

 

실전에서 사용해보니 그간의 노고가 헛되지 않은 것 같아 기뻤다.

 

“끄으으으응….”

 

한 대씩 얻어맞은 복면인들은 입가로 피를 흘리며 신음했다.

 

힘 조절을 했으니 조금 전의 일격으로 죽거나, 병X이 되진 않을 것이다.

 

하나 ‘십초무적공’은 실전 박투술.

 

고로 고도의 싸움 기술이다.

 

느끼는 고통 면에서는 외려 칼에 찔리는 것보다 더할 것이기에 녀석들이 정신 못 차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열 셀 동안, 기상한 뒤 눈앞에서 사라져라. 아니면, 고관절을 박살 내서 평생 앉은뱅이 만든다.”

 

나는 복면인들에게 아픔을 곱씹을 시간조차 줄 생각이 없다.

 

소윤이를 재워 놓고 나왔으니 빨리 상황 정리하고 다시 들어가야 했다.

 

“히, 히익!”

 

“으… 으악!”

 

“사, 살려주십쇼! 가겠습니다!!”

 

내 말에 죽을 것 같이 굴러다니던 복면인들이 번쩍 일어나 몸을 질질 끌며 장내를 벗어 나갔다.

 

순간, 백의공자는 벼락 맞은 사람처럼 날 응시하더니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다, 당신! 대체 정체가 뭡니까?”

 

음.

 

난감한 질문이었다.

 

뭐라고 답을 할까.

 

‘당신한테 영약을 팔았던 장사꾼이요.’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구구절절 사정을 말하기도 뭣해서 나는 그냥 본능에 입을 맡겨버렸다.

 

“소윤이 아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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