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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인 무림 190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15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90화

190. 같으면 이상하지

 

 

 

 

 

황제의 침소에 괴한이 침입했다. 한데 괴한은 자신의 정체는 물론 다시 방문할 것을 예고까지 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다음 날 아침.

 

 

 

 

 

황궁은 조용한 가운데 발칵 뒤집혔다. 황궁 경비를 맡은 금의위는 물론이고 환관들까지 이리저리 어수선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황제의 앞에는 금의위 도독과 남북 진무사가 오체복지 五體伏地한 채로 황제의 진노를 받아내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바로 그 옆에는 동창의 제독과 환관의 우두머리인 사례태감까지 바닥에 머리를 붙이고 있었다.

 

 

 

 

 

얼마나 화를 냈는지는 몰라도 황제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그저 엎드려 ‘죽여 주십시오!’ 연발하는 신하들에게 계속 화를 내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황제 영인제 역시 10여 분간 화를 냈더니 더 화를 낼 힘도 없었다.

 

 

 

 

 

벌떡 일어선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영인제가 용상 龍床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후우! 이젠 더 화를 낼 힘도 없구나. 놈은 대담하게도 다시 온다고 했다. 그러니 이제 어떻게 해야 좋을지 태감은 고개를 들고 말해 보아라!”

 

 

 

 

 

환관들의 우두머리인 사례 태감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폐하! 무례한 놈이 정말 사황성주라면 어제의 경비들로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놈은 화경의 고수라고 합니다. 그런 놈은 보통의 고수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해서 동창에서 천은사위 天隱四衛를 불러 침소 주변에 배치했습니다. 또한, 금의위의 남북진무사 역시 폐하의 주변을 지킬 것입니다. 하니 놈이 천황성주든 아니든 다시 온다면 반드시 사로잡아 폐하의 앞에 무릎 꿇릴 것입니다.”

 

“그 천은사위라는 자들은 사황성주를 막을 수 있소?”

 

“그들은 동창이 자랑하는 무인들로 역시 화경의 고수들입니다. 그 밖에도 동창은 물론이고 금의위의 고수들이 물샐틈없이 경비할 것이니 그만 심려를 거두십시오, 폐하!”

 

“허! 그런 자들이 있었으면서도 어제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니냐? 그런데 너는 과인더러 믿으란 말이냐?”

 

 

 

 

 

화경 고수는 황궁에서도 대우를 받는 법. 비록 동창 소속이지만 동창 제독도 그들에게 함부로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사건이 터지기 전의 일.

 

 

 

 

 

어제와 같은 사건이 벌어지면 화경이고 나발이고 얄짤 없었다. 황제가 있어야 환관이고 동창도 존재하는 것이니까.

 

 

 

 

 

따라서 앞으로는 화경 고수가 밤이슬을 맞으며 황제의 침소를 지키게 되었다.

 

 

 

 

 

사례 태감이 동창 제독을 흘겨보면서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어제는 천은사위가 호위하지 않았을 때 일어난 일입니다. 앞으로는 천은사위 중에 두 명은 반드시 폐하의 곁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황제는 그제야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든 만물은 과인의 것이고 과인이 있으므로 천하가 존재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매일 그들이 과인의 경호를 맡도록 하여라!”

 

“황공하옵니다, 폐하! 당연히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아! 과인이 속는 셈 치고 한 번 더 믿어보지. 그건 그렇고 금의위도독은 과인에게 할 말이 없는가?”

 

 

 

 

 

쿵!

 

 

 

 

 

황제의 말이 끝나자마자 금위의 수반인 염 도독은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대답했다.

 

 

 

 

 

“황궁 경비의 책임자로서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소신이 간청드리니 오늘 하루만 처분을 유예해 주십시오.”

 

“하루만 유예해 달라고?”

 

“예, 금의위 역사상 지울 수 없는 치욕을 당했습니다. 저희 손으로 반드시 갚고 싶습니다, 폐하!”

 

“상대는 무림의 고수인 사황성주일세. 금의위에 그럴 능력은 있고?”

 

“지금 곁에 있는 남북 진무사는 금의위 역사상 최고수입니다. 이들 두 사람이 폐하의 곁에 머물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황제가 힐끗 오체복지해 있는 남북 진무사를 쳐다보고 나서 도독과 사례 태감을 불렀다.

 

 

 

 

 

“염 도독, 그리고 사례 태감.”

 

“예, 폐하!”

 

 

 

 

 

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하자 황제가 혀를 차며 말했다.

 

 

 

 

 

“아무튼, 대답은 잘해. 쯧쯧! 두 사람은 이런 일을 뭐라고 하는지 아나?”

 

“송구합니다, 폐하!”

 

“자네들 혹시 사후약방문 死後藥方文이라는 말을 들어는 봤나? 또 다른 말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한다네.”

 

“........”

 

 

 

 

 

황제의 추궁에 두 사람은 대답할 수 없었다.

 

 

 

 

 

화경 고수에 대한 관례가 어떻고 하는 일반적인 사실은 황제에겐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아까 황제가 말했듯이 황제는 천하 그 자체였다.

 

 

 

 

 

황제가 존재해야 화경 고수도 필요한 것이지 황제가 없다면 화경 고수도 필요 없었다.

 

 

 

 

 

대답하지 못하는 두 사람을 쳐다보며 황제가 말을 이었다.

 

 

 

 

 

“황실에 그런 전력이 있었으면 일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대비했어야지. 이렇게 망신을 당하고 난 다음에야 이게 무슨 짓인가? 동창이나 금의위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새겨줘야 하는가?”

 

“.........”

 

 

 

 

 

황제의 말이 이어졌다.

 

 

 

 

 

“과인에게 의문을 들게 하지 말게. 그리고 과인의 군대를 움직이라고 충언한 사람이 자네들이 아닌가? 설마 사황성주라는 작자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는 말은 그만두게. 자신의 기반을 잃게 되는 사람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법이니까. 만일 짐작하지 못했다면 두 사람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일세.”

 

“송구합니다, 폐하!”

 

“죽여주십시오, 폐하!”

 

 

 

 

 

같은 말만 반복하는 두 사람을 추궁해봐야 다른 대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더구나 이미 벌어진 일로 추궁해봐야 얻을 것도 없었다.

 

 

 

 

 

그보다는 바로 오늘 밤으로 다가온 일에 관한 대책과 흉수를 확정해야 할 때였다.

 

 

 

 

 

“금의위 도독과 사례 태감만 남고 모두 물러가라!”

 

“충! 폐하, 송구합니다.”

 

 

 

 

 

금의위의 남북 진무사와 동창 제독까지 황제의 축객령을 받고 물러갔다.

 

 

 

 

 

이제 대전에는 황제와 금의위 도독과 사례 태감만이 있게 되었다.

 

 

 

 

 

“두 사람은 이번 일을 어떻게 생각하나? 과연 어젯밤에 침입한 자가 사황성주 본인이라고 생각하나?”

 

 

 

 

 

금의위의 염 도독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충! 신의 소견으로는 사황성주 본인이 아니더라도 사황성과는 관계가 있는 자로 사료되옵니다.”

 

“소신 역시 같은 생각이옵니다, 폐하.”

 

“하! 무림인은 모두 도적놈들이라더니 정말 그렇군. 어찌 과인의 침소를 습격할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말이냐?”

 

“폭력과 협잡으로 사는 자들입니다. 그런 놈들에게 충과 의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놈들 역시 폐하의 신민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놈들에게 충과 의를 설파해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폐하!”

 

“그 말은 나도 동감이야. 그래서 말인데.......”

 

 

 

 

 

황제와 두 사람의 은밀한 대화는 이제 시작이었다.

 

 

 

 

 

@

 

 

 

 

 

저녁때가 되어서 다시 일 나가려고 할 때였다.

 

 

 

 

 

곁에서 주섬주섬 준비하는 조 건양에게 남으라고 했더니 펄쩍 뛰며 물었다.

 

 

 

 

 

“예, 전 여기서 기다리라고요?”

 

“그래, 이젠 길도 아는데 번거롭게 둘이 가서 뭐해. 혼자 다녀올 테니 여기서 기다리던가 아니면 먼저 성으로 돌아가.”

 

“와아! 토사구팽이라더니. 어쩌면 성주님은 화장실 가기 전과 후가 이렇게 다르십니까?”

 

“아니 전과 후가 같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심한 변비에 걸린 사람이 아니라면 다 다른 법이야.”

 

“그래도 같이 왔으면 같이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글쎄, 남아 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니까? 생각해봐? 어제 그 일을 겪었으니 오늘은 황실에서 난다긴다하는 놈들은 다 나설 것 아냐? 그런데 내가 자네까지 신경 써야 해?”

 

 

 

 

 

실력이 떨어지니 남으라는 말이었다. 가감없이 적나라한 표현에 입을 쩍 벌린 조 건양이 쓰게 입맛을 다시며 대답했다.

 

 

 

 

 

“......쩝! 아무리 사실이 그래도 좀 듣기 좋게 말씀해 주시면 안 됩니까? 어디 기 죽어서 같이 다니겠습니까?”

 

“그러길래 인맥질 말고 수련해, 수련. 동생은 화경이 코앞이야. 알기나 알아?”

 

“미미가 화경을 목전에 둔 건 남편 잘 만나서 그런 것 아닙니까? 처남 덕에 저도 어떻게 안 될까요?”

 

“초절정까지는 몰라도 화경에 지름길은 없어. 내 마누라라고 해도 본인 자질과 노력에 달린 문제야. 미미가 화경이 되어도 내 도움은 아니란 말이야.”

 

 

 

 

 

정색하며 부정하자 조 건양이 머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쩝! 누가 뭐랬습니까?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자네도 행여 어디 가서 그런 말은 하지 마. 본인이 알면 얼마나 서운할 거야.”

 

 

 

 

 

할 말이 궁해진 조 건양이 등을 떠밀며 말했다.

 

 

 

 

 

“예, 성주님. 전 객잔에서 기다릴 테니 어서 다녀오십시오. 이러다 늦겠습니다.”

 

“시간 약속한 것도 아닌데 늦긴 뭘 늦어. 아무튼, 얼른 다녀올 테니 사고 치지 말고 조용히 기다려.”

 

“제가 앱니까? 어서 다녀오기나 하십시오.”

 

 

 

 

 

조 건양을 객잔에 두고 황궁으로 향했다. 지구에선 약간의 길치였던 내가 이젠 한 번 본 건 여간해선 잊지 않는 천재가 되었다.

 

 

 

 

 

‘전부 시스템 때문이겠지만.’

 

 

 

 

 

스슥. 휙휙!

 

 

 

 

 

‘과연 어제와는 전혀 다르군.’

 

 

 

 

 

황궁 주변에서 기감을 펼치자 한 무더기의 거대한 기척이 느껴졌다.

 

 

 

 

 

‘이건! 예상하긴 했지만 수백 명이 아니라 수만 명은 되는 것 같네.’

 

 

 

 

 

황궁 전역에 가득 펼쳐져 있는 기척의 바다에 입을 쩍 벌렸다.

 

 

 

 

 

황궁에 내시만 10만이라고 했다. 과장을 고려해도 수만 명은 된다는 뜻.

 

 

 

 

 

‘환관이 10만이면 금군은?’

 

 

 

 

 

아무래 못해도 배는 될 터였다. 이것도 과장을 고려해 반으로 잘라도 10만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황궁에는 적어도 10만 명의 인간이 눈을 부라리며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문제는 쪽수가 아니니까. 어디 누가 나왔는지 알아볼까……?’

 

 

 

 

 

심안을 열어 기감을 확산시켰다. 화경쯤 되면 자신의 기세를 감출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고만고만한 상대에게나 통하는 법.

 

 

 

 

 

심안을 열어 보니 거대한 기의 덩어리가 군데 군데 보였다.

 

 

 

 

 

‘전부 여덟. 이걸 많다고 해야 하나, 생각보다 적다고 해야 하나? 겨우 이런 전력으로 대 사황성을 털어 보겠다고? 백 년은 빠르다네. 이 사람들아!’

 

 

 

 

 

화경 여덟 명의 전력이면 과거의 사황련에는 차고도 넘쳤다.

 

 

 

 

 

하지만 지금의 사황성에는 한 참 부족한 전력이었다.

 

 

 

 

 

‘마교까지 부르지 않고 내 마누라들이 나서도……. 흐흐흐!’

 

 

 

 

 

물론 여기 있는 것만이 황군의 전력은 아니었다. 현재 진군 중인 황군의 전력이 이곳보다는 우세할 테니까.

 

 

 

 

 

‘그래도 무림의 전력에는 한 참 모자라지.’

 

 

 

 

 

그래서 관과 무림이 서로 닭 보듯 할 수 있는 거였다.

 

 

 

 

 

‘만일 황실이 무림과 비슷하거나 우세했다면?’

 

 

 

 

 

절대 지금과 같은 구조가 될 수 없었다. 관의 전력이 한참 모자라니까 가능한 구조였다.

 

 

 

 

 

‘젊은 놈이 보물에 눈이 멀어서는. 쯧쯧!’

 

 

 

 

 

황군을 움직이는 일을 젊은 황제 혼자 결정한 일은 아닐 터였다.

 

 

 

 

 

옆에서 충언을 빙자에 꼬드긴 자들이 있을 터.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는 말처럼 놈들의 책임이 컸다.

 

 

 

 

 

‘하지만 결국 책임은 도장 찍는 놈이 지는 법.’

 

 

 

 

 

귀가 얇은 것이 죄라면 죄가 되겠다. 어쨌든 황제는 얇은 귀 덕에 톡톡히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군자는 대로행이라고 했으니까?”

 

 

 

 

 

스르륵!

 

 

 

 

 

소리 없이 어둠 속으로 몸을 감췄다.

 

 

 

 

 

알다시피 난 군자는 아니었다. 따라서 대로는 피하는 것이 도리였다.

 

 

 

 

 

‘그래도 화끈한 퍼포먼스는 한 번 보여줘야겠지? 뭐가 좋을까?’

 

 

 

 

 

오늘 밤 황제가 날 위해 준비한 것이 많을 터였다.

 

 

 

 

 

‘준비한 것을 차례차례 깨부수는 것도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게을렀다.

 

 

 

 

 

‘삼 세 번이라고 내일도 있으니까. 오늘은 딱 하나만 보여주자.’

 

 

 

 

 

많은 선택지 중에서 가장 화려한 퍼포먼스가 될 만한 것을 선택할 생각이었다.

 

 

 

 

 

190.

 

 

 

 

 

황제의 침소에 괴한이 침입했다. 한데 괴한은 자신의 정체는 물론 다시 방문할 것을 예고까지 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다음 날 아침.

 

 

 

 

 

황궁은 조용한 가운데 발칵 뒤집혔다. 황궁 경비를 맡은 금의위는 물론이고 환관들까지 이리저리 어수선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황제의 앞에는 금의위 도독과 남북 진무사가 오체복지 五體伏地한 채로 황제의 진노를 받아내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바로 그 옆에는 동창의 제독과 환관의 우두머리인 사례태감까지 바닥에 머리를 붙이고 있었다.

 

 

 

 

 

얼마나 화를 냈는지는 몰라도 황제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그저 엎드려 ‘죽여 주십시오!’ 연발하는 신하들에게 계속 화를 내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황제 영인제 역시 10여 분간 화를 냈더니 더 화를 낼 힘도 없었다.

 

 

 

 

 

벌떡 일어선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영인제가 용상 龍床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후우! 이젠 더 화를 낼 힘도 없구나. 놈은 대담하게도 다시 온다고 했다. 그러니 이제 어떻게 해야 좋을지 태감은 고개를 들고 말해 보아라!”

 

 

 

 

 

환관들의 우두머리인 사례 태감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폐하! 무례한 놈이 정말 사황성주라면 어제의 경비들로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놈은 화경의 고수라고 합니다. 그런 놈은 보통의 고수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해서 동창에서 천은사위 天隱四衛를 불러 침소 주변에 배치했습니다. 또한, 금의위의 남북진무사 역시 폐하의 주변을 지킬 것입니다. 하니 놈이 천황성주든 아니든 다시 온다면 반드시 사로잡아 폐하의 앞에 무릎 꿇릴 것입니다.”

 

“그 천은사위라는 자들은 사황성주를 막을 수 있소?”

 

“그들은 동창이 자랑하는 무인들로 역시 화경의 고수들입니다. 그 밖에도 동창은 물론이고 금의위의 고수들이 물샐틈없이 경비할 것이니 그만 심려를 거두십시오, 폐하!”

 

“허! 그런 자들이 있었으면서도 어제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니냐? 그런데 너는 과인더러 믿으란 말이냐?”

 

 

 

 

 

화경 고수는 황궁에서도 대우를 받는 법. 비록 동창 소속이지만 동창 제독도 그들에게 함부로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사건이 터지기 전의 일.

 

 

 

 

 

어제와 같은 사건이 벌어지면 화경이고 나발이고 얄짤 없었다. 황제가 있어야 환관이고 동창도 존재하는 것이니까.

 

 

 

 

 

따라서 앞으로는 화경 고수가 밤이슬을 맞으며 황제의 침소를 지키게 되었다.

 

 

 

 

 

사례 태감이 동창 제독을 흘겨보면서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어제는 천은사위가 호위하지 않았을 때 일어난 일입니다. 앞으로는 천은사위 중에 두 명은 반드시 폐하의 곁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황제는 그제야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든 만물은 과인의 것이고 과인이 있으므로 천하가 존재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매일 그들이 과인의 경호를 맡도록 하여라!”

 

“황공하옵니다, 폐하! 당연히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아! 과인이 속는 셈 치고 한 번 더 믿어보지. 그건 그렇고 금의위도독은 과인에게 할 말이 없는가?”

 

 

 

 

 

쿵!

 

 

 

 

 

황제의 말이 끝나자마자 금위의 수반인 염 도독은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대답했다.

 

 

 

 

 

“황궁 경비의 책임자로서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소신이 간청드리니 오늘 하루만 처분을 유예해 주십시오.”

 

“하루만 유예해 달라고?”

 

“예, 금의위 역사상 지울 수 없는 치욕을 당했습니다. 저희 손으로 반드시 갚고 싶습니다, 폐하!”

 

“상대는 무림의 고수인 사황성주일세. 금의위에 그럴 능력은 있고?”

 

“지금 곁에 있는 남북 진무사는 금의위 역사상 최고수입니다. 이들 두 사람이 폐하의 곁에 머물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황제가 힐끗 오체복지해 있는 남북 진무사를 쳐다보고 나서 도독과 사례 태감을 불렀다.

 

 

 

 

 

“염 도독, 그리고 사례 태감.”

 

“예, 폐하!”

 

 

 

 

 

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하자 황제가 혀를 차며 말했다.

 

 

 

 

 

“아무튼, 대답은 잘해. 쯧쯧! 두 사람은 이런 일을 뭐라고 하는지 아나?”

 

“송구합니다, 폐하!”

 

“자네들 혹시 사후약방문 死後藥方文이라는 말을 들어는 봤나? 또 다른 말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한다네.”

 

“........”

 

 

 

 

 

황제의 추궁에 두 사람은 대답할 수 없었다.

 

 

 

 

 

화경 고수에 대한 관례가 어떻고 하는 일반적인 사실은 황제에겐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아까 황제가 말했듯이 황제는 천하 그 자체였다.

 

 

 

 

 

황제가 존재해야 화경 고수도 필요한 것이지 황제가 없다면 화경 고수도 필요 없었다.

 

 

 

 

 

대답하지 못하는 두 사람을 쳐다보며 황제가 말을 이었다.

 

 

 

 

 

“황실에 그런 전력이 있었으면 일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대비했어야지. 이렇게 망신을 당하고 난 다음에야 이게 무슨 짓인가? 동창이나 금의위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새겨줘야 하는가?”

 

“.........”

 

 

 

 

 

황제의 말이 이어졌다.

 

 

 

 

 

“과인에게 의문을 들게 하지 말게. 그리고 과인의 군대를 움직이라고 충언한 사람이 자네들이 아닌가? 설마 사황성주라는 작자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는 말은 그만두게. 자신의 기반을 잃게 되는 사람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법이니까. 만일 짐작하지 못했다면 두 사람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일세.”

 

“송구합니다, 폐하!”

 

“죽여주십시오, 폐하!”

 

 

 

 

 

같은 말만 반복하는 두 사람을 추궁해봐야 다른 대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더구나 이미 벌어진 일로 추궁해봐야 얻을 것도 없었다.

 

 

 

 

 

그보다는 바로 오늘 밤으로 다가온 일에 관한 대책과 흉수를 확정해야 할 때였다.

 

 

 

 

 

“금의위 도독과 사례 태감만 남고 모두 물러가라!”

 

“충! 폐하, 송구합니다.”

 

 

 

 

 

금의위의 남북 진무사와 동창 제독까지 황제의 축객령을 받고 물러갔다.

 

 

 

 

 

이제 대전에는 황제와 금의위 도독과 사례 태감만이 있게 되었다.

 

 

 

 

 

“두 사람은 이번 일을 어떻게 생각하나? 과연 어젯밤에 침입한 자가 사황성주 본인이라고 생각하나?”

 

 

 

 

 

금의위의 염 도독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충! 신의 소견으로는 사황성주 본인이 아니더라도 사황성과는 관계가 있는 자로 사료되옵니다.”

 

“소신 역시 같은 생각이옵니다, 폐하.”

 

“하! 무림인은 모두 도적놈들이라더니 정말 그렇군. 어찌 과인의 침소를 습격할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말이냐?”

 

“폭력과 협잡으로 사는 자들입니다. 그런 놈들에게 충과 의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놈들 역시 폐하의 신민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놈들에게 충과 의를 설파해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폐하!”

 

“그 말은 나도 동감이야. 그래서 말인데.......”

 

 

 

 

 

황제와 두 사람의 은밀한 대화는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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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때가 되어서 다시 일 나가려고 할 때였다.

 

 

 

 

 

곁에서 주섬주섬 준비하는 조 건양에게 남으라고 했더니 펄쩍 뛰며 물었다.

 

 

 

 

 

“예, 전 여기서 기다리라고요?”

 

“그래, 이젠 길도 아는데 번거롭게 둘이 가서 뭐해. 혼자 다녀올 테니 여기서 기다리던가 아니면 먼저 성으로 돌아가.”

 

“와아! 토사구팽이라더니. 어쩌면 성주님은 화장실 가기 전과 후가 이렇게 다르십니까?”

 

“아니 전과 후가 같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심한 변비에 걸린 사람이 아니라면 다 다른 법이야.”

 

“그래도 같이 왔으면 같이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글쎄, 남아 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니까? 생각해봐? 어제 그 일을 겪었으니 오늘은 황실에서 난다긴다하는 놈들은 다 나설 것 아냐? 그런데 내가 자네까지 신경 써야 해?”

 

 

 

 

 

실력이 떨어지니 남으라는 말이었다. 가감없이 적나라한 표현에 입을 쩍 벌린 조 건양이 쓰게 입맛을 다시며 대답했다.

 

 

 

 

 

“......쩝! 아무리 사실이 그래도 좀 듣기 좋게 말씀해 주시면 안 됩니까? 어디 기 죽어서 같이 다니겠습니까?”

 

“그러길래 인맥질 말고 수련해, 수련. 동생은 화경이 코앞이야. 알기나 알아?”

 

“미미가 화경을 목전에 둔 건 남편 잘 만나서 그런 것 아닙니까? 처남 덕에 저도 어떻게 안 될까요?”

 

“초절정까지는 몰라도 화경에 지름길은 없어. 내 마누라라고 해도 본인 자질과 노력에 달린 문제야. 미미가 화경이 되어도 내 도움은 아니란 말이야.”

 

 

 

 

 

정색하며 부정하자 조 건양이 머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쩝! 누가 뭐랬습니까?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자네도 행여 어디 가서 그런 말은 하지 마. 본인이 알면 얼마나 서운할 거야.”

 

 

 

 

 

할 말이 궁해진 조 건양이 등을 떠밀며 말했다.

 

 

 

 

 

“예, 성주님. 전 객잔에서 기다릴 테니 어서 다녀오십시오. 이러다 늦겠습니다.”

 

“시간 약속한 것도 아닌데 늦긴 뭘 늦어. 아무튼, 얼른 다녀올 테니 사고 치지 말고 조용히 기다려.”

 

“제가 앱니까? 어서 다녀오기나 하십시오.”

 

 

 

 

 

조 건양을 객잔에 두고 황궁으로 향했다. 지구에선 약간의 길치였던 내가 이젠 한 번 본 건 여간해선 잊지 않는 천재가 되었다.

 

 

 

 

 

‘전부 시스템 때문이겠지만.’

 

 

 

 

 

스슥. 휙휙!

 

 

 

 

 

‘과연 어제와는 전혀 다르군.’

 

 

 

 

 

황궁 주변에서 기감을 펼치자 한 무더기의 거대한 기척이 느껴졌다.

 

 

 

 

 

‘이건! 예상하긴 했지만 수백 명이 아니라 수만 명은 되는 것 같네.’

 

 

 

 

 

황궁 전역에 가득 펼쳐져 있는 기척의 바다에 입을 쩍 벌렸다.

 

 

 

 

 

황궁에 내시만 10만이라고 했다. 과장을 고려해도 수만 명은 된다는 뜻.

 

 

 

 

 

‘환관이 10만이면 금군은?’

 

 

 

 

 

아무래 못해도 배는 될 터였다. 이것도 과장을 고려해 반으로 잘라도 10만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황궁에는 적어도 10만 명의 인간이 눈을 부라리며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문제는 쪽수가 아니니까. 어디 누가 나왔는지 알아볼까……?’

 

 

 

 

 

심안을 열어 기감을 확산시켰다. 화경쯤 되면 자신의 기세를 감출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고만고만한 상대에게나 통하는 법.

 

 

 

 

 

심안을 열어 보니 거대한 기의 덩어리가 군데 군데 보였다.

 

 

 

 

 

‘전부 여덟. 이걸 많다고 해야 하나, 생각보다 적다고 해야 하나? 겨우 이런 전력으로 대 사황성을 털어 보겠다고? 백 년은 빠르다네. 이 사람들아!’

 

 

 

 

 

화경 여덟 명의 전력이면 과거의 사황련에는 차고도 넘쳤다.

 

 

 

 

 

하지만 지금의 사황성에는 한 참 부족한 전력이었다.

 

 

 

 

 

‘마교까지 부르지 않고 내 마누라들이 나서도……. 흐흐흐!’

 

 

 

 

 

물론 여기 있는 것만이 황군의 전력은 아니었다. 현재 진군 중인 황군의 전력이 이곳보다는 우세할 테니까.

 

 

 

 

 

‘그래도 무림의 전력에는 한 참 모자라지.’

 

 

 

 

 

그래서 관과 무림이 서로 닭 보듯 할 수 있는 거였다.

 

 

 

 

 

‘만일 황실이 무림과 비슷하거나 우세했다면?’

 

 

 

 

 

절대 지금과 같은 구조가 될 수 없었다. 관의 전력이 한참 모자라니까 가능한 구조였다.

 

 

 

 

 

‘젊은 놈이 보물에 눈이 멀어서는. 쯧쯧!’

 

 

 

 

 

황군을 움직이는 일을 젊은 황제 혼자 결정한 일은 아닐 터였다.

 

 

 

 

 

옆에서 충언을 빙자에 꼬드긴 자들이 있을 터.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는 말처럼 놈들의 책임이 컸다.

 

 

 

 

 

‘하지만 결국 책임은 도장 찍는 놈이 지는 법.’

 

 

 

 

 

귀가 얇은 것이 죄라면 죄가 되겠다. 어쨌든 황제는 얇은 귀 덕에 톡톡히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군자는 대로행이라고 했으니까?”

 

 

 

 

 

스르륵!

 

 

 

 

 

소리 없이 어둠 속으로 몸을 감췄다.

 

 

 

 

 

알다시피 난 군자는 아니었다. 따라서 대로는 피하는 것이 도리였다.

 

 

 

 

 

‘그래도 화끈한 퍼포먼스는 한 번 보여줘야겠지? 뭐가 좋을까?’

 

 

 

 

 

오늘 밤 황제가 날 위해 준비한 것이 많을 터였다.

 

 

 

 

 

‘준비한 것을 차례차례 깨부수는 것도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게을렀다.

 

 

 

 

 

‘삼 세 번이라고 내일도 있으니까. 오늘은 딱 하나만 보여주자.’

 

 

 

 

 

많은 선택지 중에서 가장 화려한 퍼포먼스가 될 만한 것을 선택할 생각이었다.

 

 

 

 

 

[연재]던전 in 무림 190화

 

 

 

* * *

 

 

 

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주 소 | [14052]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학의로 146,207-1505

 

전 화 | 070-8861-6444

 

이메일| [email protected]

 

 

 

 

 

ⓒ 야우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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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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