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83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3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83화
183. 90% 반반.
대공과 유익한 대화를 마치고 저택을 나오는데 날벼락이 감탄한 듯이 말했다.
“가만 보면 사부는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좋은 건 맞다. 그러니까 각성했고 희귀한 골든 서큘레이터를 얻어 승승장구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 덕에 내가 살던 곳과 뚝 떨어진 무림에 떨어졌으니 반드시 좋다고만도 할 수는 없었다.
‘내가 무림에서 각성하기 전까지 얼마나 고생했는데?’
어린 사제에게 괄시받은 것은 물론이고 목숨까지 위험한 적도 있었다.
‘물론 그런 것을 무사히 넘긴 것도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그래, 나 운 좋아.’라고 말하면 얼마나 재수 없을까.
그래서 시치미 뚝 떼고 물었다.
“내가? 나쁜 편은 아니지만 특별히 좋은 줄은 모르겠는데.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저도 제 발로 사부에게 찾아간 거나 마찬가지고 이번 일도 그렇잖아요. 영지 얘기를 꺼낸 건 대륙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서죠?”
“그게 왜?”
“그런 일이 일주일 안에 할 수 있는 일이예요? 그런데도 생각지도 않게 다 이루어졌잖아요.”
“그래서 내가 운이 좋다?”
“아니면요?”
그럼 뭐냐는 날벼락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대답했다.
“그게 전부 운으로 된거라고?”
“그럼 운이 아니면 뭐예요?”
“약간의 운에 매사에 끝없이 의문을 표시하는 호기심, 그리고 진리를 탐구하는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야. 그런 것들이 복합되어 만들어진 결과를 간단히 운으로 깎아내려서는 곤란하지.”
“치! 피나는 노력은 무슨.”
“인마, 대공과 비무도 했고 침울해하는 대공의 비위도 맞춰줬어. 아니, 무엇보다 처음에 남녀가 의심스럽다고 생각한 것도 운이냐? 모든 일이 거기서부터 시작되어 전부 내 구상대로 흘러간 거야. 운은 무슨.”
사실이 그렇다.
원래 목적처럼 평범하게 남녀 사이에 끼어들어 잘난 척만 하고 바람처럼 사라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난 그러지 않았다.
남녀가 특별히 의심스러운 점을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난 상황과 남녀의 말을 통해 의심스러운 점을 찾아냈다.
그리곤 진실을 알기 위해 사건을 발전시켜 대공에게 닿았다.
그 일을 통해 영지까지 얻어낸 것은 단순히 운으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날벼락이 눈에는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치밀한 계획과 빈틈없는 실행의 결과였다.
같은 상황을 겪은 것은 날벼락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녀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시 시작해도 내가 한 것만큼 하지는 못할걸? 그 점을 설명한다고 얘가 알 수 있을까? 그리고 실제로 운이 좋은 건 내가 아니라 너야, 인마.’
날벼락이 우리에게 잡혔으니까 다행이지 마교나 정파의 손에 들어갔다면 어떤 일을 당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지금보다는 못 했을걸?’
무림의 마교와 정파를 우습게 봐서는 절대 안 됐다.
무림인은 괜히 칼 밥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 인명 경시는 기본 사양이고 도살이냐 참살이냐는 선택 사양이었다.
‘그런 사람들 손에 말도 통하지 않는 날벼락 일행이 찾아갔다면? 쯧! 백 퍼 생체 실험이었겠지.’
나야 이 세계인이고 지구에서도 2m가 넘는 사람도 꽤 봤다. 그런 내 눈에도 이상하게 보였다.
그리고 무림에선 내가 거인 巨人이었다. 사람들이 처음 나를 만나면 먼저 덩치에 놀랐다.
‘흐흐! 하물며 내가 그런데 나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사람을 그 고지식한 사람들이 같은 사람으로 봐줄까? 더구나 여자를?’
절대 아니었다. 더구나 무림에도 던전과 함께 몬스터가 출현했다.
따라서 사람들은 날벼락 일행을 인간과 유사한 괴물로 생각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비밀을 밝히겠다고 수백 년간 이어진 노하우를 전부 쏟아 넣겠지. 그게 고문이든 생체 실험이든 절대 좋은 방향은 아니야. 마교든 정파든 간에.’
포로로 잡힌 날벼락 일행은 그들 손에서 죽지 못해 살다가 결국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 틀림없었다.
사파인 우리도 마찬가지였으나 다행히 내가 있었다.
‘얘는 지금 여기서 지들이 사람으로 대접받고 내 제자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설명해줘도 모를걸? 그런 놈이 내게 운 타령을 해?’
적반하장 賊反荷杖의 진수를 보여주는 날벼락이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줄도 모르고 날벼락은 천진난만하게 물었다.
“사부, 이제 그 두 사람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어떻게 하긴. 나머지는 대공이 알아서 해야지.”
“하지만 사부가 심문하는 게 빠르지 않아요? 사황성에는 그런 전문 무공들이 많이 있잖아요?”
“대공이 알아서 할 텐데 내가 왜? 마법도 모르는 내가 괜히 잘못 건드려 정신이라도 나가면 나만 곤란해져. 그러니까 이제 남녀 문제는 신경 쓰지 마. 솔직히 아직 흑백이 가려진 것도 아니니까 우린 잘 보관하고 있기만 하면 돼.”
“대체 사부는 어느 편인지 모르겠네. 대공 편이 아니었어요?”
“편이 따로 정해져 있냐? 내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같은 편이지.”
두 사람 덕분에 뜻하지 않게 대공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만일 그들이 없었다면 대공과는 만날 일도 일주일만에 영지를 얻는 일도 불가능 했을 거다.
‘그러니까 그들의 행동과는 상관없이 내겐 은인이지.’
그리고 대공이 사실을 모두 내게 말했다고 생각할 만큼 내가 순진한 사람도 아니었다.
따라서 아직 편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니 한쪽으로 치우칠 이유가 없었다.
‘만일 내가 고도의 계략에 이용당해 대륙 전쟁 발발의 시초를 만들게 되는 수도 있으니까.’
그런 일만은 정말 사양이었다.
이방인인 난 방관하는 것이 도와주는 일이었다. 대륙의 일은 대륙인들이 알아서 하면 되는 거다.
“그건 그렇고 앞으로 사흘 안에 영지를 결정해야 하니까 바쁘게 돌아다니자.”
“그거야 이미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통로에서 제일 가까운 곳으로 해야 하니까.”
“아무래도 그건 그렇지. 그럼 빨리 가보자. 앞장서.”
“예, 사부.”
그렇게 날벼락과 나는 남은 사흘을 영지 발굴로 소비했고, 정확히 일주일 만에 무림으로 귀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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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 안부 인사를 건네는 둥 마는 둥 날벼락과 달려간 곳은 빙궁.
빙궁 마법 연구소에 보관 중인 다섯 개의 마장기로 추정되는 알을 보러 갔다.
빙궁에 있던 산산과 설빙이 버선발로 달려 나와 맞아주며 물었다.
“어서 오세요, 가가. 근데 그게 마장기라니 무슨 소리에요?”
“내가 반가운 거야? 마장기가 궁금한 거야?”
“호호호! 둘 다요.”
거짓말은 하지 않는 산산이었다.
“쩝! 아직 확실치는 않아. 날벼락도 잘 모르는 듯하고. 하지만 마장기일 가능성이 커. 잘 보관하고 있지?”
“예, 다행히 아직 발굴이 끝나지 않아 정밀 조사는 하지 않았어요. 괜히 건드리지 않아 정말 다행이네요.”
아무리 계약 전이라고는 해도 명색이 마장기였다. 정밀 조사 정도로 파괴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건드리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그래, 잘했네. 근데 어디에 있어?”
“크기가 2장이 넘는다고 해서 보관실에서 야외로 옮겨놨어요. ”
2장이면 약 6m였다.
마장기는 7m가 넘는 놈도 있으니 대략 10m 이상의 높이가 필요했다. 마법 연구소에 그 정도 높이의 창고는 없었다.
“아직 깨우는 방법을 몰라 그럴 필요는 없어. 하지만 오늘 확인해서 맞는다고 하면 높은 창고가 필요할 거야.”
“아! 그래요. 확인되면 바로 지을게요.”
“그래, 부탁해. 키가 3장이 넘는 놈도 있다고 하니까 최소한 높이가 4장은 되어야 할 거야.”
“예, 그렇게 짓도록 할게요.”
산산과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다섯 개의 알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섯 개의 알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받침대에 놓여 있었다.
알이 놓인 장소까지는 아직 100m도 넘게 남았는데 마음이 급해 뒤를 따라오는 날벼락에 물었다.
“저건데 니가 보기엔 어때? 마장기 같냐?”
“예, 어디요? 아! 저거예요?”
얘가 또 사람 답답하게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응, 어떠냐고?”
“에……. 너무 멀어서 아직 잘 모르겠어요. 가까이 가서 살펴보고 말할게요.”
“.......그래, 천천히 잘 살펴봐라.”
발끈하려다 꾹 눌러 참는 모습에 날벼락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호호호! 사부님도 급하기는. 형태는 비슷하지만, 헛소리할 수는 없잖아요. 조금만 더 참으세요. 설마 저기 있는 알들이 발이 생겨 도망이라도 가겠어요?”
“발 생기잖아!”
“호호호! 맞네. 계약하면 발도 생기고 팔도 생기네.”
그리곤 앞으로 냅다 달려갔다. 서둘러 그녀를 쫓아 발걸음을 재촉했다.
날벼락과 투닥거리며 다섯 개의 알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어머! 정말 빨간색도 있네. 근데.......왜 모양이 이렇지?”
“왜? 모양이 어때서?”
날벼락이 마장기 전문가도 아닌데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이 쓰였다.
더구나 대공의 저택에서 본 타조 알과는 확실히 형태가 달랐다. 타원형과 완전한 원형의 차이였다.
‘이게 더 있어 보이는데……. 쩝!’
알고 보면 날벼락도 계약 전의 마장기를 실물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도 꼴에 대륙인이어서 그녀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아오! 저년을 확!’
반질반질한 뒤통수를 한 대 갈기고 싶은 마음을 참아가며 물었다.
“그래서 니가 보기에는 어때? 마장기 같아? 아닌 것 같아?”
타는 내 심정과는 달리 날벼락은 신중했다. 알을 만져보기도 하고 두들겨 보기도 하며 말했다.
“알의 크기나 재질은 마장기 같은데........”
“왜 말을 흐려?”
“아무래도 형태가........”
“말 그만 줄이고 니 생각을 정확히 말해. 어차피 참고만 하는 거니까.”
결국 성질을 내자 찔끔한 날벼락이 서둘러 생각을 말했다.
“사부님도 아시다시피 저도 계약 전의 마장기를 본 적이 없어요. 처음 형태가 어떻다는 것도 관심 밖이었고요. 솔직히 완성된 형태에 관심이 가지 초기 형태에 관심을 가지겠어요?”
맞는 말이었다.
마장기는 첫 계약을 마쳐야 완성되는 법. 초기 제품은 그저 커다란 알일 뿐이었다.
“그래 나도 알아. 그러고 이해하니까 니 생각을 말해봐.”
“전 마장기일 확률이 절반은 넘는다고 생각해요. 확실히 형태는 다르지만 마장기가 전부 다르듯이 계약 전의 제품도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90%는 넘는다고 생각하지만, 아닐 경우 후환이 두려워 반반으로 할래요.”
반반이라고 해서 발끈하려다 사정을 듣고 마음이 확 풀렸다. 전문가는 아니라도 90% 넘는다고 해 줬으니까.
입꼬리가 하늘로 올라가며 허벌쭉 웃는 얼굴로 날벼락의 등을 토닥거렸다.
“후환은 무슨……. 내가 언제 그랬다고. 아무튼, 네 생각은 마장기라는 거지?”
“아니요, 반반이라고요.”
“그래, 90% 반반.”
“어휴! 그래요, 90% 반반.”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대답한 날벼락이 진홍의 구슬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만일 구슬들이 정말 마장기가 맞는다면 이게 3번째 전설급 마장기라는 말인가?”
또 그 말에 혹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냐? 근데 어쩌면 세 번째가 아닌 첫 번째일 수도 있어.”
“첫 번째요?”
“응, 계약 시기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흐음!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사부는 정말 운이 좋아요. 처음에 봤을 때는 이상한 구슬을 주었다고 생각했을 거 아녜요. 그런데 그게 마장기라니. 더구나 어쩌면 전설급일 수도 있고. 하! 참나. 그래도 이 무거운 걸 버리지 않고 용케 가지고 왔네요.”
“버리긴! 던전에서 발견한 물건을 버린다는 건 내겐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더구나 고생 고생해서 얻은 건 더더욱.”
던전에서 발견한 물건은 어디서 대박이 나올 줄 몰랐다.
따라서 아무리 하찮은 물건이라도 모아두는 것이 지구의 헌터들이었다.
나 역시 지구에서 활동한 적은 없었으나 그 점은 잘 알고 있어 실천 중이었다.
[연재]던전 in 무림 1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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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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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