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82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6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82화
182. 어서 말하라고
처음 반색하던 대공의 시선이 일변하며 물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긴 하네만 구태여 작은 영지를 원하는 이유라도 있나?”
“말씀대로 어느 나라에 가든 쓸만한 영지와 백작위 이상은 마련해 주겠죠. 하지만 그만큼 바라는 것도 많을 겁니다. 저는 아직 전사로 남고 싶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뒤 비밀 이야기라도 하듯이 은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대공께서 들으시면 웃으실 얘기지만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대륙 100강의 초인들에 비해 전 아직 젊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건 그러네만. 중위권 이상보다 30년은 젊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그게 작은 영지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건가?”
쑥스러우면서도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전 대륙 3강을 노리고 있습니다. 한데 벌써 정계에 진출해선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처럼 부단히 수련해도 가능할지 모르는 일이니까 말입니다.”
“대륙 3강이라고!”
45위인 대공이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굴비라고 다 같은 굴비가 아니듯이 초인의 세계에도 차원이 다른 대륙 10강이 있고 그중에서도 대륙 3강은 천외천으로 알려져 있었다.
대공 역시 젊은 시절엔 그들이 목표였을 거다. 하지만 대공이 집에서 수련만 할 수 없을 터.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정치질에 검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런데 대륙 3강은 대공이 한 발 뛸 때 열 발씩 뛰는 놈들일 터.
검을 소홀히 한 대공이 그들을 따라잡는 일은 말이 되지 않았다.
따라서 대륙 3강은 포기하고 이젠 아예 별천지의 괴물들로 취급하며 자신을 위로할 터였다.
몸을 기울여 이야기를 듣던 대공이 등받이에 몸을 묻으며 묘한 시선으로 날 쳐다봤다.
그런 시선을 받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 나였다. 진실을 주장하는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마주 쳐다보았다.
‘흐흐! 과연 진실인지 뻥칸지 모르겠지? 쫄리면 죽든지.’
그렇게 아무 말없이 서로 쳐다보기를 1분여.
대공이 시선을 돌려 창밖의 허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네. 최상급 전사가 되고 나서 3년 만에 초인이 되었거든. 틀림없이 내겐 대륙 3강을 넘을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네. 10년이 지나도 초인이 되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니까 말이네.”
대공이 시선을 돌린 순간 승부는 났다. 이젠 승자의 여유로 추임새를 넣어 줄 차례였다.
“그렇죠. 3년이면 정말 빠른 겁니다. 재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일 겁니다.”
내 추임새에 대공이 씁씁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맞네. 나도 백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는 천재임에는 틀림없을 거야.”
“예, 맞습니다. 그런데요?”
“휴! 대륙 3강. 그들은 천재의 영역을 벗어난 괴물들일세. 그런 자들이 세 명이나 된다는 것이 불가사의할 정도로.”
“그러니까 말입니다. 한 명이 아닌 세 명이나 되니까 네 명도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의 차이였다. 어쩌면 패배자의 변명일 수도 있고.
당돌한 대답에 대공이 피식 실소를 흘리며 물었다.
“글쎄 자네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 수도 있겠군. 아직 그들을 만난 적이 없나 보군. 그런가?”
“예, 아직.”
“가능하면 늦게 만나는 것이 좋을걸세. 너무 일찍 만나면 지금의 의지가 꺾일 수도 있으니까.”
대공의 말에 조금 울컥했다. 대륙 3강과 나는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니까.
더구나 나와 상대해 본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더 자존심이 상했다. 아무리 내 능력을 전부 보이지 않았다고 해도 기분 나쁜 건 기분 나쁜 거다.
‘이 사람아! 나도 우리 동네에선 천외천이라고. 들어는 봤나? 심검이라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45위나 되는 대공의 전투 의지마저 꺾은 대륙 3강이 정말 궁금했다.
치트 키를 쓰는 나와는 달리 단련을 통해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사람들에 대한 경외심도 들었고.
‘대공의 말대로 정말 나중에 만나야겠어. 빨리 만나 좋을게 하나도 없는 놈들이니까.’
그건 그렇고 이젠 처음의 얘기를 매듭지을 차례였다.
“그래서 제 요구는 들어주실 겁니까?”
“아! 그렇지. 영지 얘기를 하던 중이었지. 물론 자네가 생각이 그렇다면 못 들어줄 이유는 없지. 내 영지라면 바로 줄 수도 있네만 다른 영지라면 폐하의 윤허가 있어야 하네.”
“예, 그거야 당연한 일이겠죠.”
“그리고 아무리 작은 영지라도 황제 폐하의 소유물인 영토를 분할받는 일일세. 그에 마땅한 절차를 생략할 순 없네.”
당연한 말이지만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는 내겐 곤란한 문제였다.
어느 세계나 마찬가지로 공무에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었다.
더구나 무려 황제가 참가하는 예식이었다. 사전 준비나 진행 과정이 일반적이지 않을 터.
거기에 내 사정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정해질 게 빤했다.
“쩝! 그게 문제군요.”
“흐음! 그렇겠군.”
“어떻게 최소한으로 할 방법이 없겠습니까?”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대공을 가만히 쳐다봤다.
‘이 양반아, 이제 어서 말해. 어서 말을 하라고.’
사실 내가 원하는 영지는 대공의 영지였다. 그것도 고대 유적과 가까운 곳의 영지를 바랬다.
‘무엇보다 차원 통로와 가까워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니까.’
하지만 협상은 정말 원하는 것을 내가 말하면 안 되는 법이다.
상대가 제 입으로 말하면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이는 게 최상의 협상이었다.
난처해하는 나를 보며 대공의 안색이 몇 번이고 변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애써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
‘흐흐흐! 그냥 말하라고!’
대공 역시 나를 자신의 품 안에 가두고 싶을 터.
‘하지만 처음부터 대공 영지가 아닌 다른 영지를 말했으니까 말을 꺼내기가 어렵겠지. 더구나 자신을 이겼으니 밑으로 들어오라고 하기도 난처하고.’
이리저리 잔머리를 굴리며 어떻게 회유할까 하는 중일 거다.
‘말만 하면 난 그냥 홀랑 넘어갈 준비가 다 되어 있다고. 어서 말을 해.’
한동안 서로 잔머리를 굴리며 서로 마주 보았다.
그러다 좋은 생각을 떠올렸는지 대공이 안색을 밝히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조용히 수련할만한 영지가 필요하다는 뜻이 아닌가?”
“그렇죠. 이번 일은 해결되려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일이 아닙니까? 그동안 남녀를 데리고 지금처럼 떠돌 수는 없는 일이고 말입니다. 그렇다고 수련을 중단할 수도 없고. 사실 대륙 전쟁보다 제겐 대륙 3강을 뛰어넘는 일이 더 중요하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영지라도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네. 그런 일을 대신 해 줄 사람은 있는가?”
옆자리에 앉은 날벼락을 빤히 쳐다봤다. 날벼락은 제가 통역을 하면서도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몰라 당황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자신을 향한 두 사람의 시선에 얼굴을 붉히며 손을 내저었다.
“저, 저도 전사지 행정가가 아닙니다.”
대공과 내가 피식 실소를 흘리며 웃었다. 날벼락이 괜한 소릴 하기 전에 급히 전음을 보냈다.
-누가 뭐라고 했어? 아는 사람이 있냐는 거지.
-알긴요. 제가 패국의 행정가를 어떻게 알겠어요? 사부는 제가 백국 사람이라는 걸 빤히 알면서도 그래요?
-있어도 모른다고 해.
-알았어요. 근데 갑자기 영지 얘기는 뭐예요?
-나중에 알려줄 테니 지금은 통역에 전념하기나 해.
-쳇! 또 나중이래.
날벼락과 전음을 나누는 동안 대공은 결심한 모양이다.
은근한 표정과 목소리로 날 불렀다.
“작은 고추가 맵다라고 했나?”
“예, 대공.”
“그러니까 자네 말은 작위나 영지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남녀를 보호하며 지낼 장소가 필요하다는 것이군.”
“안정된 수입도 있어야죠. 수련한다고 풀뿌리를 먹고 사는 건 아니니까 말입니다.”
“하하! 그렇지. 요즘은 돈이 있어야 수련도 할 수 있는 세상이니까.”
“예, 하지만 작위는 별 상관없죠. 백작이라고 무공이 빨리 느는 건 아니니까 말입니다.”
내 말에 대공이 일말의 희망을 느낀 듯했다. 확인하듯 넌지시 물어왔다.
“그건 그래도 이왕이면 작위가 높으면 좋지 않겠나?”
“대공께서 말씀하셨듯이 작위는 원하면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대륙 3강을 넘을 수 없다거나 나이가 더 들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잊을까봐 또 대륙 3강을 팔았다. 누군지도 모르는 대륙 3강이지만 오늘 나 때문에 고생하는 중이었다.
“하하!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만족할 만한 방법이 꼭 한 가지가 있네만?”
신중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 나같이 성질 급한 놈은 정말 피곤했다. 대공이 딱 그런 사람이었다.
정말 미끼 한 번 물기 어렵다고 생각하면서 이제야 던진 미끼를 덥석 물었다.
“뭡니까?”
“한데 자넨 왜 내 영지가 아닌 곳을 원했는지 물어도 되겠나? 혹시 오늘의 비무로 인해 내가 껄끄러워서 그런가?”
‘아오! 이 새끼가 정말!’
미끼까지 물었는데 다시 돌다리를 두들기고 있는 대공이었다.
치솟은 열불을 간신히 가라앉히며 대답했다.
“껄끄럽긴요. 대공이 마음에 들어 옆에 있겠다고 한 것 아닙니까? 그래서 대공 영지와 가까운 영지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이왕이면 아는 사람 옆이 좋으니까 말입니다.”
“아! 그런 뜻으로 말한 건가? 난 또 내가 껄끄러워 피하려는 줄 알았지 뭔가.”
“하하! 그럴리가요. 더구나 남녀의 일도 있어 더욱 근처에 있어야지요. 그래야 정보 교환도 빠르지 않겠습니까?”
“아! 그도 그렇군.”
대공은 아까부터 미끼를 물고 있었건만 이제야 물었다고 생각하며 희색이 되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떤가?”
“어떻게 말입니까?”
“자네가 입신양명을 원할 때까지 내가 후원하지. 물론 자네가 편히 수련할 수 있는 작은 영지도 마련해 주겠네. 더불어 살림살이를 맡아 줄 일꾼들까지.”
내가 원하던 바였다. 그렇다고 넙죽 받아들일 수는 없는 법.
아직 대공의 애를 좀 더 태워야 했다. 그래야 하나 줄 거 두 개 주는 법이다.
정말 송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수련하느라 대공께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빤한데 너무 신세를 지는 일이 아닙니까? 전 그렇게 일방적으로 빚을 지는 건 싫어서…….”
“하하하! 자네의 수련을 방해할 생각은 조금도 없네. 아니 나 또한 같은 꿈을 꿨던 전사로서 자넬 진심으로 돕고 싶네. 그리고 사실 이번 일만 해도 엄청난 도움이 아닌가? 빚을 졌다면 오히려 내가 진 게 크다고 할 수 있을 걸세.”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당연하지. 내 일체의 불편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지.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문서로 작성해 달라면 작성해 주지.”
“하하하! 대공께서 하시는 말씀에 문서는 무슨…….”
현대라면 반드시 받아 뒀을 거다.
하지만 대륙 같은 계급 사회에선 문서가 있어 봐야 소용없었다. 귀족이 잡아떼면 그걸로 끝이었다.
따라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문서를 써달라고 해 얼굴을 붉힐 필요가 없었다.
“그래? 그럼 그렇게 결정하도록 하지. 황제 폐하의 영토가 아니라 절차도 필요 없네. 백작위까진 상신 할 수 있네만 그것도 필요 없다니 자작이나 남작으로 하지.”
“예, 그냥 남작으로 하겠습니다. 조그만 영지 주제에 자작도 우스우니까 말입니다.”
“그래도 되겠나?”
“예, 말씀드렸듯이 작위를 원하는 게 아니니까 상관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 편이 편할 듯하군요. 작위가 낮은 만큼 책임도 적을 테니까 말입니다.”
“하하하! 그 말도 맞는군.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내 이른 시일 안에 적당한 영지를 마련해 보지. 그동안은 저택에 머무는 것이 어떤가?”
“그건 좀……. 사실 고대 유적 탐사가 목적이어서.”
“그래? 그럼 고대 유적과 가까운 곳을 찾아봐야겠군.”
내겐 정말 중요한 말이었으나 대화의 흐름상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었다.
대공 역시 흘려듣고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해줬다.
“예, 수련을 위해서도 가까운 곳이면 좋겠습니다.”
“알겠네. 알아보지. 자네도 마음에 드는 곳이 있나 한 바퀴 돌아보게. 웬만하면 맞춰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대공 각하!”
이제 형식적이나마 주군과 장수가 되었으니 내 고무 허리도 자연스럽게 구부러졌다.
대공은 작은 국가의 왕이었다. 아마 발헬름 대공의 나라도 제국에 흡수되면 대공 작위를 받았을 거다.
따라서 대공 영지 내에 백작까지는 임의로 수여할 수 있었다. 물론 중앙 정부의 작위와는 별도였지만.
[연재]던전 in 무림 18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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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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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