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81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93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81화
181. 나쁜 년
마장기에 관한 대화로 인해 대공의 처진 어깨가 다시 올라갔다. 기분도 한결 나아졌는지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칭찬은 코끼리가 아닌 황제라도 춤을 추게 하는 법이었다. 이왕 시작한 일 조금 더 띄워줬다.
“첫 계약자가 마장기의 성능을 결정하는 만큼 대륙 100강이라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첫 계약자의 마력이 얼마나 정순하냐에 달려있거든. 비록 작은 차이지만 같은 급이라도 성능에 차이가 나게 되니까 말이네. 심하면 두 배나 차이나는 경우도 있다네.”
“그럼 거의 첫 계약은 대공께서 맡아 하시겠네요?”
“대륙 10강의 두 분과 나. 이렇게 세 명이 맡아 하고 있지.”
이건 다음 질문을 유도하는 대답이었다. 그래서 얼른 대공이 원하는 질문을 해줬다.
“세 분 중에 대륙 10강이 아닌 분은 대공뿐이시네요? 마력의 정순함이 대륙 10강에 비길 정도라는 뜻이군요.”
“아! 말이 그렇게 되나? 하하하!”
그런 놈이 조금 전에 내게 맥없이 진 건 까맣게 잊고 좋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좋은 분위기 망칠 생각은 없어 딴지를 걸진 않았다.
“가세. 집무실에는 계약 후의 실물 사진도 많이 있다네. 사실 극비 사항이라지만 대륙 100강의 실력자인 자네라면 상관없을 거야. 어차피 자네도 곧 계약하게 될 테니까.”
“하하! 기대되는군요. 근데 그렇다면 첫 계약하는 방법이 상당히 까다롭겠네요?”
당연히 보고 싶었다. 물론 슬쩍 진짜 관심사를 끼워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게임을 많이 하는 현대인이라면 모든 일에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니까 말이다.
대공은 자연스러운 대화의 흐름 속의 질문이라 별다른 의심없이 대답했다.
“응? 방법? 자세한 시스템이야 마법사가 알겠지. 실제로 계약하는 당사자는 마력을 불어넣기만 하면 되니까.”
“저 알처럼 생긴 구체에 말입니까?”
“그렇지. 양손을 붙이고 마장기가 깨어날 때까지 마력을 불어넣기만 하면 된다네. 빠르면 2, 3분, 오래 걸릴 경우라도 10분은 넘지 않아.”
“깨어난다고요?”
“마력 엔진의 스위치를 켜는 셈이지. 우리는 그걸 깨운다고 하네. 깨어날 때 받아들인 마력의 정순함으로 출력이 결정된다고 하네.”
대공은 가볍게 말했지만 2, 3분이라도 초인이 전력으로 불어넣는 마력이었다. 상상하기 어려운 거대한 마력이 들어간다는 뜻이었다.
‘권투도 3분 1라운드 뛰는데……. 10분이나 걸릴 경우도 있다니. 쩝!’
전원 스위치를 켜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마력이 필요한 듯했다. 시켜준다고 아무나 첫 계약을 할 수도 없었다.
‘막말로 초인이 아니면 할 수도 없겠네.’
어쨌든 마장기에 관한 대화로 웃음꽃을 피우며 기나긴 회랑을 지나 대공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이 또한 거대한 집무실이었으나 매번 놀라기도 지쳤다.
“자, 그쪽으로 앉지. 자네도.”
“예, 대공 각하.”
‘휴! 다행이다.’
다행히 소파에 앉았을 때 다리가 바닥에 닿았다. 만일 내 키가 10㎝만 작았어도 닿지 않았을 거다.
세상에 180이 넘는 키로 키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날벼락이 옆자리에 앉으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나쁜 년!’
그 사이 대공은 시녀에게 차를 준비시키고 상석에 앉았다. 2m 장신 두 사람 사이에 끼어 있는 내 모습이 안쓰러울 뿐이었다.
차를 기다리며 잠시 침묵이 흘렀다. 어쨌든 주인인 대공이 먼저 말을 꺼내야 했다.
대공은 어떤 말을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일 터였다.
이런 때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침묵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회랑을 걸으며 마장기에 대한 대화로 인해 어색함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일 거다.
“자네는 에나스 광산이 실재한다고 생각하나?”
역시 대공은 뭣이 중한지 아는 사람이었다. 만일 마장기 사진 보겠느냐고 했다면 정말 깼을 테니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전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실제 여부가 중요한 점이 아니라는 사실은 대공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내가 괜한 질문을 했구먼. 그래, 두 사람의 신병은 자네가 확보하고 있나?”
“예, 아직 진실 여부를 알지 못하니까 데려올 수는 없었습니다. 이곳에서 두 사람을 지킬 자신은 없으니까 말입니다.”
“그럼 두 사람의 운명은 내 말에 달렸다는 뜻이군.”
“아닙니다. 진실에 달렸습니다. 대공의 말도 100 프로 신뢰하긴 어려운 상황 아닙니까?”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말인데 이외로 대공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지. 사람은 항상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하는 법이니까.”
“그럼 이제 사실을 알려주시겠습니까?”
대공이 나를 똑바로 주시하며 대답했다.
“그러지. 아니 그러고 싶네만 사실은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른다네. 변명으로 들리겠지만 처음에는 단순히 나에 대한 음해로만 생각했네. 이런 위치에 있다 보면 반드시 적은 있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래서 남녀만 확보하면 된다고 생각했지. 한데 자네 얘길 들어보니 단순한 음해 차원은 아닌 듯해서 지금부터 자세히 알아볼 생각이네.”
대공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겨우 십만 단위의 사황련에도 알력이 있고 파벌이 있었다.
그런데 몇십억이 넘는 국가의 고위 정치가라면 정적도 한둘이 아닐 터였다. 따라서 음해도 비일비재했을 거다.
그러므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수선을 떨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정국에 파란을 몰고 올 수 있으니까.
따라서 대공은 단순한 음해라면 조용히 처리하려 했을 거다.
그런데 대륙 전쟁을 발발시킬 수도 있는 일이라면 단순히 정적에 대한 음해로는 과했다. 일단 국가가 있어야 정권도 있는 법이니까.
따라서 국가의 존망이 걸린 일을 정쟁에 이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 대공은 그 남녀가 에나스 광산에 관해 소문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까?”
“에나스 광산은 자네한테 처음 들었네. 그러니 나에 대한 음해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밖에. 최소한 난 내가 도량을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 만일 에나스 광산이 발견됐다면 황제에게 벌써 보고하고 처분과 대책을 마련했을 거네. 에나스 광산이라면 아무리 대공이라지만 절대 나 혼자서 꿀꺽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니까.”
다시 진실은 미궁 속으로 빠지는 듯했다. 그렇다 보니 남녀의 정체가 궁금했다. 대공과의 관계도.
“그럼 대공과 남녀는 대체 어떤 관계입니까?”
“글쎄, 이젠 그 문제도 확신이 서지 않는군. 내가 아는 그는 재능있는 마법사에 친분 있는 이웃 영지의 영주였으니까. 사실 공적인 관계 이상은 나도 잘 모른다네.”
일단 남녀가 말한 이웃 영지의 영주 신분은 맞는 듯했다.
하지만 대공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일단 마법사와 전사는 분야가 다른 만큼 친분 관계도 달랐다.
더구나 정권의 중심에 있는 대공과 백작이라도 마법사인 사내는 정권과는 멀리 떨어진 사람이었다.
한 나라의 귀족이고 이웃 영지라는 점 외에 두 사람 사이에 별다른 접점이 없을 터였다.
“근데 왜 그 사람은 대공을 목표로 했을까요? 혹시 패국에서 대륙 전쟁을 일으킬 생각인 건 아닙니까? 그 명분을 만들기 위해 에나스 광산을 들먹인 것이고.”
비슷한 전력이면 억울하고 지키기 위해 싸우는 자가 강한 법이다. 에나스 광산을 확보하고 적국의 침략에 맞선다는 정도면 충분한 명분이 되었다.
그러나 대공은 펄쩍 뛰며 부인했다.
“그건 절대로 아니네. 내 손에 장을 지질 수도 있네. 실제로 지금 본국은 대륙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어. 물론 침략을 받는다면 총력으로 맞서겠지만 먼저 침략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네.”
대공은 억울했는지 하지 않아도 좋을 말을 했다.
‘흐흐! 물론 없겠지. 황실 전사단과 3황자를 혼세 미궁이 삼켰으니까. 그 문제만 해도 골치가 아픈데 침략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이지.’
따라서 패국이 전쟁을 일으킬 생각이 없다는 말은 믿을 수 있었다.
그 원흉이 바로 난데 내가 믿어주지 않으면 누가 믿어주겠나.
내심 찔끔했으나 태연한 얼굴로 탐정이 된 듯 질문을 계속했다.
“그럼 대공께서는 패국의 사정을 잘 아는 다른 제국이 꾸민 음모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럴 가능성이 제일 크지 않나? 자네도 알다시피 본국은 지금 고대 유적 발굴에 황실까지 참여해 전력을 기울이는 중일세. 전쟁을 벌일 여유가 없다는 말이네. 그런데 왜 그런 일을 꾸미겠나?”
“하지만 타국에서 벌인 일치고는 너무 허술하지 않습니까? 남녀의 무력 수준이 최상급도 아닌 상급 전사 수준이니까 말입니다. 지금처럼 잡히면 뒷배가 바로 탄로 날 것 아닙니까?”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아무나 에나스 광산에 관해 떠벌인다고 사람들이 믿을까? 그런데 그는 본국의 백작 신분이고 유망한 마법사이기도 하지. 발언에 충분한 신빙성이 있다는 뜻이네. 무력이야 어쩔 수 없었겠지.”
“흐음! 그렇기는 하지만 저라면 암중에 사람을 보내 두 사람을 보호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그도 그렇군. 어쨌든 자네 말대로 단순히 처리할 일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빨리 황실에도 보고하고 이제부터라도 남녀와 그 배경에 관해 철저히 알아봐야겠어. 그동안 남녀의 신병은 자네에게 맡기겠네?”
대공의 말에 벙찐 얼굴로 물었다.
“예? 원래 제 건데요? 아니 그걸 떠나 뭘 믿고 저한테 맡긴다는 겁니까? 제가 두 사람을 어떻게 할 줄 알고요?”
“이건 이제 내 문제도 자네 문제도 아니네. 대륙 전체의 운명이 달린 일이지 않은가? 그리고 자네도 대륙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나를 찾아온 것이 아닌가? 그러니 남녀가 자네 손에 있으면 더는 소문이 퍼지진 않겠지. 그동안 난 남녀에 관해 알아보겠네. 사실을 알게 되면 자네에게도 알려주고 처분을 맡기겠네.”
내 손에서 억지로 뺏긴 어려운 일. 대공으로선 최선의 선택을 한 거다.
그러나 무거운 짐 덩어리를 떠맡은 나로서는 썩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하아! 이건 뭐……. 물에 빠진 사람 건졌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꼴이니 원…….”
“일이 이렇게 된 걸 어쩌겠나? 자네도 초인으로서 대륙의 운명에 책임감을 느끼고 이번 일을 맡아 주게.”
대공은 한술 더 떠 초인 사명론까지 들먹이며 내게 말하고 있었다. 내겐 씨알도 안 먹힐 소린 줄 모르고.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잔머리가 번뜩이고 지나갔다.
“하아! 대공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못하겠다고 할 수도 없고…….”
난처한 듯이 대공을 쳐다보며 뒷말을 삼켰다. 이렇게 말을 끝내면 듣는 사람은 당연히 궁금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대공 역시 마찬가지인 듯 몸을 당겨 앉으며 물었다.
“왜? 무슨 사정이라도 있는가?”
“대공도 알다시피 전 수행을 위해 떠도는 전삽니다.”
“그렇지. 그런데 그게 왜?”
“떠돌이 전사가 두 사람까지 보호하며 지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요. 여러 가지 면에서.”
“응? 그런 문제라면 내가 도울 수 있네. 내가 조사를 마칠 때까지 내 성에서 지내면 어떻겠는가? 그러면 모든 불편한 일은 사라질 걸세.”
“쩝! 그거야……. 아직 진실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남녀를 호굴에 밀어 넣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닙니까?”
슬쩍 밀어 넣기에 실패한 대공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대답했다.
“어! 그, 그렇게 되나? 그럼 내가 도울 테니 필요한 걸 말해 보게.”
이제 슬슬 본색을 드러낼 때라고 생각해 나도 앞으로 당겨 앉아 대공을 쳐다보며 불렀다.
“대공?”
“응? 어서 말해 보게. 내 자네가 원하는 것은 모두 들어주겠네.”
“제가 맡은 일이 상당히 중요한 일이 아닙니까. 어쨌든 진실의 열쇠는 남녀가 쥐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 그렇지.”
“이번 일이 대공께는 물론이고 패국에도 큰 도움이 되는 일이겠지요?”
대공은 이 새끼가 무슨 말을 꺼내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나 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럼 대공의 영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영지를 하나 내주십시오. 그곳에서 남녀를 보호하며 지내겠습니다.”
무슨 말이 나올까 긴장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대공의 안색이 활짝 펴졌다. 그리곤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영지를? 자네 패국에 정착할 생각인가?”
“아직 생각중입니다.”
무려 대륙 100강의 45위를 이긴 실력이었다.
그런 실력이라면 대공에게 말하지 않고 직접 황실을 찾아가도 좋았다. 당연히 백작은 물론이고 가문만 좋았다면 공, 후작도 충분했다.
더구나 이번 일이 잘 처리되면 그 공적은 상당할 터. 당연히 나를 잡기 위해 황제가 직접 작위와 영지를 하사할 게 분명했다.
그런데 작은 영지를 언급하자 대공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을 거다.
[연재]던전 in 무림 18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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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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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