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80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3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80화
180. 저게 타이탄이라고!
스팟!
변신 갑옷에 푸르스름한 보호막이 생겨나며 대공의 목에 힘줄이 돋았다.
충돌할 때 발생하는 반탄력을 어떻게든 견뎌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거다. 쉽게 말해 아구창 꽉 다물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스르륵.
무엇이든 파괴하려는 듯이 밀려들던 파천황의 강기는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 대신 부드러운 미풍이 대공의 전신을 휩쓸고 지나갔다.
파천황에 실린 내력을 흩어버린 거였다. 승부가 결정된 이상 대공을 다치게 할 이유가 없었다.
현재 돌아가는 상황으로 봐선 7할 이상은 대공이 착한 놈일 확률이 높았으니까.
막말로 제 몸 다치고 나서 기분 좋은 사람 없는 법이다. 더욱이 다치게 한 상대를 좋게 보는 건 만화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었다.
현실에선 이유가 어쨌든 내 몸 상하게 한 놈은 절대 좋아지지 않는다. 원수가 안 되는 것만해도 성인군자라고 불러도 좋았다.
‘더욱이 가벼운 부상도 아니고 내상을 입는다면 말할 필요도 없지. 비무 사실을 알고 있는 부하들에게 면목도 서지 않을 테고.’
마지막 순간에 내력을 흐트린 이유였다.
“승부가 난 것 같습니다.”
날벼락의 통역과 함께 정면에서 씩 쪼개는 날 보고 대공은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날 쳐다보는 시선이 상당히 복잡해 보였다.
비무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패배라는 단어는 대공의 뇌리에 없었을 터였다.
그런데 이렇게 허무하게 패배할 줄이야. 그것도 새파랗게 젊은 애송이에게.
‘세상 살 맛 안 나겠지. 내가 이러려고 환갑이 지나도록 무공을 수련했나 하는 생각도 들테고. 쩝!’
소림 삼신승이 나중에 내게 한 말이었다. 대공이라고 그들과 다를 바 없었다.
이럴 때는 나도 사람이라 참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평생 노력해서 이룬 성과도 치트 키 앞에는 소용없다는 불합리성.
치트 키 사용자인 나는 당연히 미안할 수밖에.
어쨌든 대공을 재촉하진 않았다. 나도 사람이라면 감정을 수습할 시간은 줘야했다.
날벼락에게도 말 걸지 말라고 전음을 보내고 기다렸다.
평범한 사람이면 며칠 밤낮을 술독에 빠져도 헤어나지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공과 사를 구별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대공이라면 다를 터였다.
자괴감에 빠지던 술독에 빠지던 일단 나를 보내고 할 일이었다.
지금은 더 중요한 공적인 일이 남아있으니까.
대공이라면 그 정도 상식은 있으리라 믿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예상대로 한동안 망연한 표정으로 허공을 쳐다보던 대공이 겨우 정신을 수습했다.
“일단 자리를 옮기세.”
“예.”
앞장서 걸음을 옮기는 대공의 등이 초라해 보였다. 2m가 넘는 당당한 체구가 무색할 정도로.
대공이 우릴 안내한 곳은 자신의 집무실인 듯했다.
집무실까지 오는 동안 많은 시선이 날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앞장선 대공의 경직된 표정과 축 처진 어깨는 누가 봐도 비무의 결과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따라서 그들의 시선 속에는 경악과 감탄, 경외, 존경, 질투 등등이 담겨 있었다.
‘쯧! 내가 이겼다고 떠들고 다닐 것도 아닌데 그렇게 진 티를 팍팍 내고 다니니.’
집무실까지 오는 긴 회랑 벽에는 많은 그림이 걸려 있었다.
사람들의 흠모와 질시의 시선을 즐기며 태연하게 그림을 감상하며 대공의 뒤를 따랐다.
조상인 듯한 사람들의 초상화도 있고 풍경화나 정물화도 있었다.
‘응! 저건!’
그러다 한 그림 앞에서 우뚝 발걸음이 멈췄다.
대공이 커다란 타조알과 함께 서서 활짝 웃고 있는 그림이었다.
‘저건 분명히!’
태극선궁을 발굴하다 폭포수의 분출구를 따라 들어간 곳에서 발견한 다섯 개의 구체와 흡사했다.
다섯 개의 구체는 완전한 구형인데 이건 약간 타원형에 색깔이 흑색이라는 점만 달랐다.
운 좋으면 구체의 비밀을 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날벼락에게 그림을 가리키며 전음을 날렸다.
-이 그림은 뭐냐? 왜 대공이 타조 알과 함께 웃고 있는 건데?
-타조 알이 아니고 군왕급 타이탄이에요. 대공이 신형 군왕급 타이탄과 첫 계약을 맺기 전의 모습이에요.
-타이탄? 타조 알이 타이탄이라고?
구체의 지름이 1m인데 반해 군왕급 타이탄은 7m가 넘었다.
더구나 팔다리는 물론 방패와 검도 없는 평범한 동그란 구체였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구체를 타이탄으로 생각할 수는 없는 일.
날벼락도 그 점을 깨달았는지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아! 원래 처음 제작되어 출하될 때는 다 저래요. 첫 계약자와 계약을 맺고 형태가 완성되죠. 그래서 첫 계약자가 상당히 중요해서 아무나 시키지 않아요. 하지만 대륙 100강의 실력자인 대공이라면 충분한 자격이 있죠.
사람도 아닌 제작물에 영향을 준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내 관심사는 오직 타이탄이냐 아니냐에 달려있었다.
-그, 그러니까 저 타조 알이 출고 당시의 완전 생생한 타이탄이라고? 확실해?
제국의 황녀였던 날벼락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사부인 내게 저런 일로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었고.
그런데 꿈에 그리던 장난감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흥분에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타이탄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왜 말까지 더듬고 그래요? 색깔이 흑색인 것으로 보아 군왕급이 확실해요.
-급마다 색깔이 달라?
-출고 당시에 정해진다고 해요. 황제급은 백색, 군왕은 흑색, 군주는 청색, 일반급은 녹색이에요.
‘어라? 빨강은?’
내가 발견한 다섯 개의 구체에는 분명히 빨간색도 있었다.
날벼락이 일부러 빼놓았을 리는 없었다. 빨간색의 타이탄은 없거나 모른다는 뜻이었다.
‘아! 날벼락이 먼저 구체를 봤어야 하는 건데.’
빙궁에 보관 중이라 날벼락은 아직 구체를 보지 못했다.
돌아가면 바로 빙궁에 들러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물었다.
-네 가지 색깔 말고 빨간색은 없냐?
내 질문에 날벼락은 다시 봤다는 듯이 신기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어머! 설마 알고 말한 건 아닐 테고. 찍어도 어떻게 빨간색을 찍는데요.
-왜? 있어?
-예, 지금은 없지만, 과거에는 빨간색이 있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빨간색의 타이탄을 전설 급이라고 해요.
-전설급? 황제급보다 센 거야?
날벼락은 고개를 끄덕이며 꿈을 꾸듯 몽롱한 표정이 되어 대답했다.
-알려진 개체는 단 두 대뿐이고 황제급을 만들다 돌연변이로 탄생한 기적의 타이탄이라고 해요. 계약자가 무려 패국과 원국을 연 황제들이니까요. 두 사람이 패국과 원국이라는 거대 제국을 만들 수 있던 것도 전설급 타이탄 덕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위력은 말할 필요도 없죠.
-그럼 지금도 황제들에게 계승되고 있겠네?
-글쎄요. 그 문제는 극비 사항이지만 그렇지 않겠어요?
-그 타이탄이 제국을 세울 정도라면 너희 백국이나 연합국은 패국과 원국에게 밀리겠네?
-아직 건재하다면 그렇겠죠. 한데 벌써 두 타이탄이 모습을 보이지 않은 지도 4백 년이 넘었어요. 그래서 빨간색 타이탄이 전설이 된 거죠.
-타이탄은 고치면 되니까 수명이 없잖아?
타이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마법으로 만들어진 장비일 뿐이었다. 마치 생명체를 대하듯이 말하는 날벼락이 이해되지 않았다.
날벼락은 처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타이탄의 수명은 무한이지만 파괴될 가능성은 있죠. 세상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니까요. 항간에는 두 황제가 대륙을 놓고 마지막 대결을 벌였다는 소문도 있어요. 승패를 가르지 못하고 양패구상했다는.
-두 황제가 다 죽었어?
-예, 서로 비슷한 시기에 측근이나 신하들에게도 별다른 말 없이 모습을 감췄어요. 그래서 그런 소문이 만들어진 거죠. 사실일 수도 있고요.
두 황제가 어떻게 됐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흠! 그렇구나. 어쨌든 전설급이라는 빨간색 타이탄도 있다는 거네?
-예, 사부. 근데 왜 그렇게 관심이 많아요? 아직도 타이탄 탈취에 대한 미련을 접지 못했어요? 불가능하다고 제가 몇 번을 말해야 포기하겠어요?
몇천 번을 말해봐야 포기하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어쩌면 내게 다른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쌩쌩하고 멀쩡한 다섯 대의 타이탄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것도 높은 확률로! 더욱이 빨간 타이탄도 있다는 말이지! 흐흐흐!’
절로 웃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으며 날벼락에게 놀라지 말라고 다짐을 받았다.
-너 이제 내 말 듣고 절대 놀라면 안 된다.
-뭔데요? 아까부터 빨간색 타령이더니 설마 전설급 타이탄이라도 있다는 말은 아니겠죠?
-어? 너 어떻게 알았어?
날벼락도 그냥 해 본 말이지만 정확히 맞췄다.
그래서 놀라는 척했더니 날벼락이 피식 실소를 흘리며 대답했다.
-훗! 대화의 흐름을 보면 그런 농담을 던질 차례잖아요. 사부랑 조금만 같이 지내면 다 알고 있을 거예요.
-근데 농담이 아니라 사실인데?
-호호! 사부는 절 동화에 나오는 순진한 공주로 보는 모양인데 이래 봬도 대륙 100강의 초인 탐험가라고요.
지금 아무리 설명해도 농담으로 취급당할 분위기였다.
사실을 알고 났을 때의 얼빠진 표정도 기대되어 화제를 돌렸다.
-아! 그렇구나. 몰라봤네. 그건 그렇고 처음 계약하는 방법을 알 수 없을까?
-왜요? 설마 마장기 제조창이라도 털 생각이세요?
-아니, 궁금해서. 너도 알지만 난 궁금한 게 많잖아. 어렵겠지?
내겐 무림이나 대륙이나 전부 새로운 세계였다. 내가 아니라도 무공이나 마법, 이 문화 등등 궁금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닐 거다.
‘너도 똑같잖아?’
그녀 또한, 무림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접한 사람이었다. 당연한 왕성한 호기심으로 주변 사람을 곤란하게 만든 경우가 적지 않았다.
따라서 날벼락이 이해한다는 듯이 끄덕이며 대답했다.
-흐음! 쉽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도 찾아보면 방법이야 있겠지요. 하지만 일주일 안에는 무리니까 이번에는 꿈도 꾸지 마세요.
-그래? 방법이 없지는 않다는 거지?
방법이 있다면 시간이야 조금 걸려도 상관없었다.
그보다는 먼저 돌아가서 다섯 개의 구체가 마장기가 맞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일 테니까.
-다음에 돌아와서 찾아볼게요. 마침 마장기를 제조하는 청색 마탑에 아는 마법사가 있어요. 그녀라면 알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래, 꼭 알아봐라.
-예, 사부. 그래도 이번에는 안돼요.
-알았다니까.
우리가 한참 그림 앞에 서 있자 앞서 가던 대공도 걸음을 멈추고 다가왔다.
우리가 보던 그림을 확인한 대공은 지금까지의 쳐져있던 어깨를 활짝 피며 말했다.
“오! 그걸 보고 있었던 건가? 벌써 2년이나 지난 일이라네. 군왕급으로 아주 잘 빠진 놈이지.”
“2년 전이면 최신형이네요.”
날벼락의 질문에 대공은 뿌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마장기의 교체 주기가 보통 30년이니까 말일세.”
“제작 기간도 오래 걸린다면서요?”
“일반급도 한 대 제작하는 데 10년은 걸리니까 짧은 것은 아니지.”
“그럼 군왕급은 대체 얼마나……. 그보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군왕급의 첫 번째 계약자라는 영광은 대륙 100강이라고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날벼락의 혓바닥이 매끄러운 게 아니고 내가 시키는 대로 말하는 거다.
이렇게 풀죽은 어린애 기를 세워주는 것도 앞으로의 대화에 도움이 될 테니까.
날벼락에게 맡겼다면 절대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거다.
[연재]던전 in 무림 18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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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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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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