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76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1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76화
176. 작은 고추가 맵다
고대 유적이 대공의 영지라서 정말 다행이었다. 만일 먼 곳이라면 시간이 없는 우리에겐 아무리 궁금해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공저택까지 말을 타고 하루, 경공을 사용하면 반나절 안에 갈 수 있다고?”
“예, 사부.”
씩씩한 날벼락의 대답에 포로가 된 남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쩝! 그럼 어쩔 수 없이 하나씩 업어야겠다.”
“그럴까요? 호호호!”
날벼락은 2m의 거한을 업은 내 모습을 상상하고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나도 막상 업으려다 생각보다 길어 발이 끌릴 것 같아 아차 싶었다.
날벼락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중이었다. 대소를 터뜨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제자 앞에서 우스운 꼴을 보일 수는 없는 법. 그리고 어차피 고생할 사람은 내가 아닌 포로였다.
“엇차!”
2미터의 거한을 반짝 들어 어깨에 올려놓았다. 허리가 반으로 접혀 피가 얼굴로 쏠리겠지만 내가 알바 아니었다.
‘중간에 한 번씩 자세를 바꿔주면 되지.’
날벼락이 실망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에이! 그게 뭐야?”
“왜? 이게 더 편해. 넌 그냥 업든지.”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중원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있어. 사부는 그 정도로 공경하고 어려운 존재라는 뜻이야. 근데 넌 어째 사부를 골려 먹지 못해 안달이냐? 우리 사제 관계 해소하고 그냥 친구 할까?”
“호호호! 그건 싫어요. 한번 사제 인연은 영원하다는 말도 있잖아요.”
“어휴! 내가 말을 말지. 저건 꼭 자기가 불리할 땐 한국어 모르는 척하는 외국인 같아.”
정말 그랬다. 날벼락이 머리가 좋은 편인지 무림의 문화나 언어를 빨리 습득했다.
벌써 무림에서 몇 년을 살아가는 나보다 더 잘 아는 것도 있을 정도였다.
날벼락이 혀를 내밀면서 말했다.
“외국인 맞잖아요. 이계의 외국인. 지금은 사부님이 그렇지만.”
제 딴에는 애교겠지만 2m가 넘는 여자가 그래 봐야 징그럽기만 했다.
“알았어. 그만 앞장 서기나 해.”
“호호호! 알았어요.”
날벼락도 여전사를 나처럼 반으로 접어 어깨에 둘러멨다. 사실 업힌 쪽은 다르겠지만 업는 것보다 그편이 편했다.
그렇게 이동하길 두 시간여. 대략 100킬로는 이동하자 목표인 대공의 저택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볼 땐 저택이라기보다는 작은 도시였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던 유럽식의 대저택을 상상했던 예상이 크게 빗나갔다.
‘그 정도는 그냥 저택의 개집이네.’
자그마치 규모가 자금성만 했다. 저택이 아닌 작은 도시라고 해야 어울릴 듯했다.
“어때요? 사황성에 비해 적지 않지요?”
“그래, 여기도 만만치 않구나.”
사황성은 2만의 성도들이 살 수 있게 만들어졌다. 따라서 전각만 해도 수백 채가 넘게 세워져 하나의 도시였다.
과연 대공의 저택에 얼마나 살지는 몰라도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
건물이 크긴 해도 수백 채는 아니었고 오밀조밀 몰려있지도 않았다. 아무리 많아도 백 채는 되지 않을 듯했다.
‘그런데도 전체적인 규모는 비슷하니.’
대륙은 지구 보다 네 배 정도 인구가 많았다. 그만큼 땅도 넓은 듯했다.
그동안 무림의 무시무시한 규모에 단련된 나도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내 모습을 뿌듯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날벼락이 물었다.
“근데 사부, 정말 정문으로 당당하게 찾아갈 거예요?”
“그래. 우선 얘들은 한가진 곳에 숨겨 놓고.”
“데려가는 것이 아니었어요?”
“사람은 실물을 보면 이성을 잃을 수도 있어. 그럼 대화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우리만 귀찮아져. 그리고 아직 누가 선인지도 모르잖아.”
오는 동안에도 남녀는 억울한 표정으로 연신 잘못이 없다는 점을 어필했다.
풀어주기만 하면 모든 것을 실토하겠다는 의지도 시선으로 표현하고. 그들에게 허락된 것은 시선뿐이었으니까.
물론 난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무시했다. 진실은 눈으로 확인해야지 들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의심스러운 행동을 한 남녀의 말을 어떻게 믿을까.
그랬더니 이젠 포기해서 썩은 동태 눈이 되었다.
남녀의 전신 혈도를 다시 한번 제압해 한적한 곳에 숨겨 놓았다.
그리고 날벼락을 재촉했다.
“자! 앞장서. 넌 정문에 가서 내가 말한 대로 전하기만 해.”
“하지만 원국 元國은 패국의 적성 국가에요. 과연 대공이 적성 국가의 초인을 만나려 할까요?”
“그건 두고 봐야지. 그래도 명색이 초인의 방문인데 만나지 않을까? 만일 그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실력 행사를 할 수밖에.”
대륙은 공식 행사가 아닌 이상 적성국에 방문할 수 없었다. 몰래 잠입할 수는 있으나 발견되면 무조건 사형이었다.
‘그래도 대륙 백강이라면 다르겠지.’
대륙에서 초인이 갖는 명예라면 충분히 가능할 듯했다. 사실 잡으려 해도 쉽게 잡을 수 없는 존재니까 받아들일 수밖에.
그리고 마교와는 견원지간인 소림사도 마교의 화경 고수가 찾아오면 문전박대는 하지 않았다. 일단 만나는 보고 무공도 겨루어 봤다.
물론 실제 비무가 아닌 논검 論劍을 통해.
‘비무를 하게 되면 결국 싸움으로 번지니까.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육체와 정신에 큰 부상을 피할 수 없고.’
그럼에도 속좁단 얘기 듣기 싫어 만나보는 거였다.
사람 사는 곳은 다 그렇고 대공쯤 되면 그 정도의 융통성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날벼락은 내 아래위를 훑으며 중얼거렸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대륙 백강의 신상은 거의 알려져 있어요. 사부의 모습으로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요?”
대륙 백강 중에 나 같은 땅꼬마는 없다는 얘기를 돌려 까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새로 초인이 된 사람이라고 하라니까? 지금은 대륙을 떠돌며 전사 수업을 하는 중이고.”
내 설정은 이랬다.
일단 대공을 만나도 난 꿀 먹은 벙어리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협상을 순진한 날벼락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
결국은 내가 나설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원국을 떠올린 거지.’
대륙 4 제국은 각각 패국, 연합국, 백국과 원국이라고 했다.
덩치는 다 그만그만했으나 연합국만이 이종족이고 나머지는 전부 순수 인간이었다.
이종족은 외형상 너무 개성이 확실해 변장이 어려웠다.
따라서 남은 세 국가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했다.
‘셋 중에서도 패국은 당연히 안되니까 패스. 결국, 원국과 백국에서 골라야 한다는 말인데.’
그런데 그나마 동양적인 황색 피부를 가진 곳은 원국이었다. 백인보다 더 흰 피부가 특징인 백국은 애초에 무리였다.
‘더구나 백국과 패국의 언어는 비슷하다고 했지. 원국은 전혀 다르고.’
그래서 원국의 새로 등장한 초인으로 설정한 거다.
최상급 전사도 아닌 초인으로 설정한 이유는 상대가 대륙 백강의 초인이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신분 또한 패국의 대공이 아닌가? 만일 내가 초인이 아니라면 만나주지도 않을 테지.’
적국의 신생 초인이 자국에서 일종의 도장 깨기를 한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대공의 신분이라도 호기심에서라도 만나줄 터였다.
무인의 호승심도 있고 적성국의 새로운 강자의 실력도 확인하고 싶을 테니까.
물론 말이 통하지 않는 점도 설명이 가능했다.
‘설마 대공이 원국의 말을 알지는 않겠지?’
그럼 도로 아미타불이었다.
그러나 일단 만나고 나면 다 방법은 생기기 마련이었다. 정 안되면 실력 행사라는 만병통치약이 있으니까.
‘흐흐! 그러니까 일단 만나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씀.’
날벼락은 패국에 와서 사귄 친구였다. 실력은 상급 전사로 모험가이나 원국의 언어에 능통한 친구 역할이었다.
날벼락이 원하는 설정인 검비나 시종은 절대 하지 않을 거다.
그리고 날벼락은 내 설정 이상의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
사실 그녀의 피부처럼 순백의 뇌에서 이보다 좋은 계획이 나올 리가 없었다.
‘내가 보기엔 넌 공명 같은 군사 체질이 아니라 여포 체질이야.’
날벼락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공의 저택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멈춰라!”
경비의 제지에 날벼락은 내력을 끌어올려 기세를 발출하며 말했다.
“대공을 접견하러 멀리서 온 초인 작은 고추가 맵다 님이시다. 대공을 만나고 싶어 한다고 전해라.”
아무리 대공저택이라도 경비는 중급 무사 이하였다. 십여 명이 몰려있었으나 누구도 날벼락이 내뿜는 기세를 감당하지 못했다.
그중 선임인듯한 자가 날 훔쳐보며 물었다.
“서, 선약이 있으십니까?”
“어허! 초인이 초인을 만나는데 선약은 무슨. 어서 전하지 못할까?”
막무가내인 날벼락의 태도에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감히 대들 생각은 하지 못했다.
경비들은 당연히 약속도 없는 놈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을 터였다.
그러나 괜히 경비와 실랑이를 할 필요는 없어 처음에 기세를 방출하라고 시킨 거였다.
초인을 언급하고 상급 전사 이상의 기세를 방출하면 절대 무시하지는 못할 테니까.
결국, 경비는 저희 손에서 어쩔 수 없는 상대라고 판단하고 저택에 알렸다.
‘그렇다고 바로 대공을 만나지는 못할 테지.’
솔직히 말로 초인이라고 백날 떠들어봐야 소용없었다. 입신양명을 위해 그렇게 찾아오는 놈들이 한둘이 아닐 터.
경비들도 그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있을 터였다.
‘당연히 상급 이상의 전사가 등장하겠지.’
다음에 나올 상대를 통해 실력을 확인시켜야 비로소 대공을 만날 수 있을 터였다.
정문 앞에서 기다리길 십여 분.
‘역시!’
세 개의 범상치 않은 기운을 가진 자들이 오고 있었다.
‘경비를 겁준 게 효과가 있었는지 바로 최상급 전사네?’
경비가 과장해 보고한 만큼의 실력자가 등장하는 법이다. 최상급 전사의 등장은 그만큼 약발이 먹혔다는 뜻이었다.
최상급이라고 해도 날벼락의 선에서 충분히 해결 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 날벼락은 상급 전사의 설정이었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소 잡는 칼이 나서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번쩍이는 변신 갑옷을 잘 차려 입은 상급 전사 세 놈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살펴보던 놈들이었다.
그러나 날벼락과 나는 본래의 기운을 숨긴 상태.
잘해야 상급 전사로 보이니까 또 속았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중에 한 명이 우릴 쳐다보며 썩 꺼지라는 듯이 소리쳤다.
“어떤 놈이 또 헛소리를 지껄이는 게냐! 겨우 그 정도로 초인을 운운하다니 죽고 싶은 게냐!”
날벼락이 통역한 말이 이 정도였다. 욕도 모르는 그녀라서 그보다는 훨씬 심한 말이었을 거다.
“인제 보니 대공의 부하들도 별 볼 일 없군. 그런 실력으로 어찌 초인을 모신다고 할 수 있을까? 작은 고추가 맵다 님이 스스로 부족함을 알고 물러나라! 하신다.”
날벼락이 내 말을 그대로 전해자 최상급 전사들의 시선은 그제야 내게로 향했다.
어느 세계나 외형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저들 눈에는 땅꼬마가 의젓한 폼을 잡고 말하는 것으로 보인 모양.
어이없는 표정으로 한마디씩 비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뭐라고? 어째 목소리가 땅에서 들리냐?”
“꼬마야, 엄마 젖은 뗐니?”
“인마, 네가 초인이면 난 투신 鬪神이다, 투신! 이라는 데요, 사부님?”
나 같아도 당연히 그랬을 거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조심성 없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더구나 어설픈 실력을 지녔을 때가 가장 교만하기 쉽지.’
바로 눈앞의 세 최상급 전사처럼 말이다.
[연재]던전 in 무림 17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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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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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정가: 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