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인 무림 173화
무료소설 던전 인 무림: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던전 인 무림 173화
173. 그래 그거.
출입관리소를 벗어나서 고대 유적지로 들어가는 출입구까지도 상당한 거리였다.
온통 암석과 작은 풀뿌리밖에 없는 황량한 벌판이었다. 아무래도 다분히 의도적인 안배 같았다.
허허벌판에 우뚝 솟은 작은 돌산에 고대 유적의 출입구가 있었다.
출입구의 일렁이는 마력장을 보며 날벼락에게 말을 건넸다.
“이런 황량한 곳에서 용케 찾았네?”
“정보도 있었고 탐지기가 있어요. 그래도 워낙 넓어서 꽤 고생했어요.”
끼고 있는 녹단의 반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 던전 탐지기? 나도 하나 가지고 있는데.”
“그래요? 뭐 탐험가라면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거니까요. 어서 들어가죠.”
날벼락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며 마력장으로 들어갔다.
스팟!
마력장을 통과하자 황량한 벌판이 아닌 사람의 물결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이곳에서 재정비한 후 본격적인 탐사를 시작하는 듯했다.
인파를 헤치고 나가며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놀라움을 표했다.
“와! 완전 태고의 숲이네.”
“천년도 넘게 감춰져 있었으니까요.”
“왕국이 천 년 전에 망했어?”
“예.”
“천년 왕국이 아니라 천 년 전에 망한 왕국이라…….”
“왜요?”
말장난 한 것뿐인데 날벼락이 궁금한 듯 물었다.
“아니, 천년이나 왕국을 유지한 나라도 있거든.”
“하긴, 대륙의 4대 제국도 아직 천년 역사를 가지진 못했네요.”
“대륙은 언제부터 4대 제국 체제가 된 거야?”
“3백 년 정도 됐어요. 가장 역사가 짧은 국가가 연합국인데 2백 년 정도 됐거든요. 그전에는 수십 수백 개의 왕국이 난립하고 있었어요.”
“그렇군.”
강대한 국가를 중심으로 합종연횡을 거치며 4대 제국의 틀이 잡힌 듯했다.
“우선 황실 구역부터 가보자. 안내해.”
“예, 사부.”
앞장선 날벼락을 따라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휙휙. 타닥. 휙!
목적지까지는 알고 있는 길이라 날벼락의 발걸음에는 거침이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경공으로 달려도 하루는 족히 걸리는 거리였다.
날벼락은 경신술 수련이라도 하듯이 나무와 암벽 사이를 날다람쥐처럼 뛰어갔다.
‘2미터 짜리 날다람쥐는 없으려나?’
군데군데 왕성 터로 짐작되는 무너진 돌벽이나 집터 같은 인공 구조물의 흔적이 보였다.
그 외의 흔적들은 공개된 후에 탐험가들이 만들어 놓은 것들이었다.
“원래 몬스터가 적었나? 별로 보이지 않는구나.”
“아마 황실 구역까진 정리하지 않았겠어요? 병력을 투입하는데 몬스터까지 걸리적거려선 곤란하잖아요.”
“비공정을 쓰면 되잖아?”
“그래도 주변 정리는 필수에요. 피치못해 육로를 사용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황실 전사단을 투입하면 금세 정리할 수 있잖아요.”
“그렇군. 어쩐지 너무 조용하다 싶었다.”
“처음에는 상당히 많았어요. 우리도 놈들을 상대하느라 꽤 고생했으니까요.”
어쨌든 우린 황실 전사단 덕에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반나절쯤 더 달리자 인기척이 뚝 끊겼다. 황실 구역에 가까워졌다는 뜻이었다.
군데군데 느껴지는 인기척은 경계병인 듯했다.
기감을 펼쳐 가며 경계병을 피해 달려 마침내 황실 구역에 들어섰다.
앞장서 달리던 날벼락이 멈춰서며 한 곳을 가리키며 전음을 보냈다.
-사부, 다 왔어요. 저기 간이 막사가 보이죠?
삼황자가 쓰던 막사와 비슷한 것들이 무리를 지어 세워져 있었다.
삼십 명이 사용하는 대형 막사가 백여 동은 넘어 보였다. 최소한 삼백이 넘는 황실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밖에도 별개의 조립식 건물과 비공정 착륙지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마침 우주선처럼 생긴 두 대의 비공정이 착륙장에서 대기 중이었다.
단순히 통로를 확인할 생각이었는데 뜻밖의 규모에 놀랐다.
-휘유! 상당한 규모의 요새네! 저곳이 네가 통로를 만든 곳이냐?
-예, 통로를 만들 때는 숲속이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변했네요. 어떻게 안으로 잠입할까요?
-아니, 그럴 필요 없어. 괜히 타초경사의 우를 범할 필요는 없지. 지금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만 확인하면 돼.
날벼락이 뜻밖이었는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그냥 지켜보다 돌아간다고요?
-그럼 무슨 이익이 있다고 벌집을 건드려. 이곳이 네가 말한 대륙이고 차원 통로란 걸 확인한 것으로 충분해.
생각해보니 이 정도 규모는 당연했다.
반대쪽의 우린 더하다는 걸 잠시 잊었다. 우린 아예 기지에 진법과 함정까지 설치하고도 삼백 명 이상이 대기하고 있으니까.
-그럼 이제 뭐 하실 건데요? 고대 유적이라도 발굴하실 건가요?
-이 넓은 유적을 우리 둘이서? 관둬. 유적이야 미궁에도 널렸어. 아직 태극선궁 유적도 발굴을 끝내지 못했고.
-그럼요?
-그만 나가자. 교두보를 확보하려면 나가서 가장 가까운 도시로 가야지. 이런 던전 안에 교두보를 설치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 안 그래?
-벌써 이틀째에요. 돌아가면 삼일, 가까운 도시까지 이동하는데 또 하루. 어휴! 이동하는 데만 일주일 다 쓰겠네요.
-그래도 지금은 어쩔 수 없지. 다음엔 비공정 들고 오면 돼.
오랜만에 귀환인데 이동으로 시간을 다 써버리는 것이 아쉬운 그녀였다.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투덜거리는 소리를 다 들어줬다.
그렇게 다시 황실 구역을 빠져 나와 일반 구역으로 나왔을 때였다.
채챙! 챙! 펑!
한적한 숲속에서 병장기 소리와 폭음이 들렸다.
사건 사고를 좋아하는 취향을 알기 때문에 날벼락이 날 보며 물었다.
“사부, 어떻게 할까요?”
휘릭!
소리 나는 곳으로 몸을 날리며 대답했다.
“어쩌긴, 이것도 인연인데 구경은 해야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그녀 역시 사건 사고를 좋아했다. 단지 그녀는 구경보다는 직접 치는 것을 더 좋아했지만.
“어라? 정말 인연이네.”
“그러네요.”
대륙에 와서 두 번째 보는 싸움 구경이었다. 그런데 등장인물은 하나였다.
이전에 헤어진 남녀가 또 다른 상대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단지 이번에는 5대 2가 아닌 2대 2의 싸움이었다.
그런데 전투의 양상이 전과는 상당히 달랐다.
혼자 다섯을 여유 있게 상대하던 여전사가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만난듯했다. 따라서 남자 역시 전투에 뛰어들어야 했다.
“역시 사내는 마법사군.”
“예, 상당한 고위 마법사에요. 저 정도 실력이면 용병이나 탐험가는 아니지 싶네요. 하지만 상대가 좋지 않네요. 최상급 전사 두 명한테 거리를 줬으니…….”
“역시 마법사는 근접전에 약한가 보지?”
“예, 아무래도 마법은 파괴력은 앞서지만, 순발력이 떨어지잖아요. 기동력도 약하고. 일대일보다는 범위 공략을 위한 화력이죠. 그래서 전사의 호위 속에 거리를 주지 말아야 하는데 여전사가 밀리자 어쩔 수 없이 붙은 것 같아요.”
한마디로 마법사는 멀리서 뻥뻥 쏴대는 포병이라는 뜻이었다. 월등한 화력으로 전쟁의 승부를 좌우하는 전력이지 돌격에 어울리는 병과가 아니라는 뜻.
날벼락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남자 마법사는 반격할 틈도 없는지 실드를 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상대는 최상급 전사.
실드를 치는 족족 깨부수며 마법사를 궁지로 몰아넣는 중이었다.
여전사 역시 상대에게 연신 밀리고 있어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날벼락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저런 상태론 얼마 못 가겠는데요?”
“그러네. 잘해야 십초를 넘기기 어렵겠어.”
“관심있어요?”
“관심이 아니라 인연이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서로 말까지 섞은 사이 아니냐? 더구나 사연 있는 마법사라면 도와야 하지 않겠어?”
그러면서 가만히 날벼락을 쳐다봤다.
“예? 왜요?”
“........”
대꾸 없이 쳐다보기만 하자 날벼락은 손가락으로 제 얼굴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보고 나서라고요?”
“여긴 니네 동네잖아. 그리고 나같이 작은 사람이 나서면 보기 흉해.”
“호호! 사실은 그 말을 기다렸어요.”
날벼락이 씩 웃으며 대답하며 전장으로 몸을 날렸다.
날벼락은 호전적인 대륙 전사답게 싸움이라면 사양하는 법이 없었다.
상대가 최상급 전사 두 명이나 날벼락은 대륙 100강에 드는 초인.
2대 1로 붙어도 십 초 안에 끝낼 수 있었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가 있나.’
나까지 나설 이유가 없었다.
부와악!
날벼락의 거검이 만들어낸 풍압이 전장을 휩쓸었다.
갑자기 허공에서 툭 튀어나오며 날아드는 칼에 마법사를 공격하던 최상급 전사는 혼비백산해 검을 들어서 막았다.
쩡! 쩌저적!
그러나 검은 속절없이 부서지며 파편으로 변했다. 그리곤 날벼락의 거검은 무방비해진 상대의 가슴을 베었다.
쾅!
변신 갑옷 덕에 가슴이 잘리는 것은 면했으나 반탄력에 십여 미터는 날아가 땅바닥에 쳐박혀야 했다.
‘봐주는군.’
남녀의 편을 들기로 했으나 상대를 죽일 생각은 없는 듯했다. 아직 싸움의 원인이나 선악을 구별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또 오해로 벌어진 일일 수도 있고......흐흐흐!’
연이은 오해라면 더는 오해라고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날벼락의 참전으로 전투는 멈췄다.
날벼락이 여전사를 상대하던 최상급 전사를 검으로 가리키며 말을 꺼냈다.
“이쪽과는 인연이 있어서 말이야. 계속할 생각이라도 상관은 없지만, 책임은 어디까지나 본인이 지는 거야.”
날벼락은 상대에게 검을 거둘 기회를 줬다.
서로의 실력을 빤히 아는 이상 선택지는 둘 중 하나였다.
목숨을 버릴 각오로 싸울 것인지 아니면 여기서 멈추던지.
사내는 검을 거두며 땅바닥에 쳐박힌 동료를 부축하며 말했다.
“우린 발헬름 대공가의 전삽니다. 같은 초인이신 것 같은데 지금 대공가의 은원에 관여하신 겁니다. 그 점은 잊지 마시길.”
날벼락은 남녀와 날 번갈아 쳐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아! 발헬름 대공가라고? 모르고 끼어들었으나 이미 벌어진 일. 내가 한 짓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어야 하니까.”
보기에는 괜한 일에 끼어들었다고 후회하는 듯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녀의 얼굴엔 웃음기가 가득했다.
대공가의 전사가 득의한 표정으로 말했다.
“누구라고 전해 드릴까요.”
“괜히 끼어들었다고 후회하는 판에 전하긴 뭘 전해. 지금 자넬 죽여서 입을 막을까 심각하게 고민하는 중이니까 살고 싶으면 빨리 사라지는 게 좋을거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대공가의 전사는 흠칫하며 얼른 동료를 등에 업고 장내를 벗어났다.
대공가의 전사들이 사라지자 서로의 안위를 확인한 남녀가 날벼락에게 인사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는 됐고. 이번에도 오해?”
역시 날벼락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게........”
“......죄송합니다.”
“이제 나까지 엮이게 되었으니 사정을 말해보는 게 어때? 나도 이유를 알아야 찾아가 사과를 하던지 아니면 도망을 다니던 할 것 아냐? 상대는 그냥 대공이 아니고 초인인 발헬름 대공이라고.”
“.........”
“.........”
날벼락의 당연한 요구에도 남녀는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전음으로 통역하느라 남녀와 대화하느라 바쁜 날벼락이었다. 남녀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자 이제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어떻게 하긴! 협박해서라도 들어야지. 기세 푸는 거 알잖아?
우리는 기다려줄 여유와 인내심을 갖지 못했다. 선행만 베풀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인의 대협도 아니었고.
-아! 그거요!
-그래, 그거.
[연재]던전 in 무림 1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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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간일 | 2021.10.8
지은이 | 야우사
펴낸이 | 박지현
펴낸곳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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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6600-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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